식유기2018. 1. 10. 09:49


동대문과 동묘역 사이에 정말 유명한 인도 네팔 요리집 <에베레스트>가 있다. 생긴 지도 오래되어 많은 마니아들 사이에 구전으로 전해지던 맛집이었다. 이제는 매스컴도 자주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점심에 테이블 만석이 나길 일쑤다. 

나도 자주 가는 편이라 다양한 메뉴를 먹어봤는데, 사진을 찍어놓은 것만 해도 숫자가 꽤 된다. 어째 커리는 안 찍고 사이드 메뉴만 잔뜩 찍은 것 같지만... 어쨌든.


<라시>, 네팔 인도식 요거트 음료.

맛있는 요거트 스무디다. 정말 맛있다.


<치킨 머커니>, 치즈, 크림, 토마토를 넣어 만든 닭고기 커리.

정말 무난해서 갈 때마다 시키게 되는 커리다. 닭가슴살을 토막내 넣었는데, 사실 고기는 없어도 그만인 듯한 맛이다. 딱히 닭고기맛이 나거나 하진 않지만, 정말 맛있어서 강하게 추천하는 메뉴다.


<머턴 고르마>, 양고기와 캐슈넛 크림을 넣은 부드럽고 순한 커리.

에베레스트에는 야채 커리 메뉴들과 치컨 커리 메뉴들, 양고기 커리 메뉴들로 구분된다.


<머턴 빈다루>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커리가 괜찮을 것 같다. 빈달루는 멀건 새빨간 국물이 나오는데, 맛이 매콤새콤해서 많은 사람들이 기겁한다;;;; 


좌쪽 녹색 커리, <팔럭 퍼니르>, 시금치와 치즈를 넣은 커리.

우측 <난>, 인도 네탈 요릿집에서 판매하는 대표 빵, 탄두리라 불리우는 진흙 화덕의 벽에 붙여 만든 빵이다.

<팔럭 퍼니르>에는 깍둑 썰기한 치즈가 통째로 들어 있다. 야채커리에 해당하지만 치즈 덕분에 심심하지 않은 맛이다. 야채 커리도 상당히 맛있다. '팔럭'이 시금치를 뜻하는 듯. 상당히 많은 요리에 시금치가 쓰인다.


<갈릭 난>, 마늘을 뿌려 난을 구웠다. 

에베레스트에는 <난>과 <버터 난>, <갈릭 난>을 판다. 2인 이상일 때 플레인+갈릭이나 버터+갈릭을 추천한다. <갈릭 난>이 특히 괜찮다.

난을 먹다가 애매하게 부족하다 싶으면 밥 한 공기 시켜도 좋다. 공깃밥은 저렴하고 빨리 서빙된다.


우측에 잼이 발린 난은 <사이 난>이다. 잼을 바르고 캐슈넛을 뿌렸다.

좌측 끝은 <달 머커니>, 녹두와 크림으로 만든 연한 커리다.

<사이 난>의 경우 그냥 먹으면 달콤하고 괜찮은데, 커리랑 조합이 별로인 것 같았다. 난에 잼을 발라먹어도 꽤 맛있다. 많이 먹으면 좀 질린다.

<달 머커니>는 녹두로 만든 야채 커리인데, 고소한 맛이 난다. '달'이 녹두를 뜻하는 듯.


<모모>, 고기와 야채를 소로 만들어 향신료를 첨가하여 만든 삶은 만두

만두의 소가 인도식 양념이 되어 있어서, 식감은 우리가 아는 만두인데 맛은 이국적이다. 특이한 향신료를 섞은 매콤한 소스에 찍어 먹는다. 나는 특히 저 소스를 좋아해 난을 찍어먹기도 한다.


<퍼코다>, 콩가루에 야채를 버무려 향신료로 맛을 낸 튀김.

칠리 소스에 찍어 먹는다. 바삭하고 구수한 맛이 난다. 초심자들에게도 부담 없는 메뉴다. 


<치킨 말라이 케밥>, 닭고기를 캐슈넛 치즈 크림에 절여 구운 연한 닭고기 바베규.

맵지 않고, 향신료의 맛이 강하지 않다. 향신료의 맛은 가운데에 있는 매콤한 샐러드로 조절할 수 있다.

사실 <탄두리 치킨>에 맛을 들이면 밍밍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치킨 탕리 케밥>, 캐슈넛 크림 마늘 생강 향신료에 절여 구운 닭다리 바베큐.

상당히 매웠던 느낌이 있는데, 탄두리 치킨의 닭다리 버전이다.


<탄두리 치킨>, 요거트와 고추, 카다멈, 정향, 큐민등으로 양념하여 탄두리에 구운 치킨 바베큐.

매운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탄두리 치킨>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다. 특유의 커리향도 나지만 매콤해서 입맛에 잘 맞고, 직화로 구워 향기롭다. 따뜻할 때 먹으면 정말 술이 생각나는 맛이다.


<알루 프라타>, 빵 사이에 야채와 향신료를 넣어서 납작하게 만든 빵이다.

요거트 소스를 찍어먹는데, 매우 잘 어울린다.

2명 이상 왔을 때, 난 하나와 이 음식을 시키면 조합이 좋다.

'알루'가 감자를 뜻하는 듯. 커리에도 '알루'가 들어간 커리엔 감자가 들어간다.


<탄두리 샐러드>

샐러드에 탄두리 치킨을 썰어서 올렸다. 그냥 샐러드보다 약간 비싸다. 야채가 너무 먹고 싶을 때 시키면 적절할 듯 하지만, 가격에 비해서 구성이 별로다. 푸짐하게라도 나왔으면 좋았을텐데.....

에베레스트의 최대 단점이라면 신선한 야채를 많이 못 먹는다는 점. 먹다보면 탄수화물 과다가 될 때가 많다.


<챠오미엔>, 야채와 고기를 함께 볶은 네팔 티벳식 볶음 국수.

양념도 그렇고, 딱히 이색적인 느낌은 받지 못했다. 중국에서 영향 받은 듯한 볶음국수다.(일단 이름부터가 중국 이름 같아...)


<사모사>, 감자와 콩, 야채를 향신료에 섞어 소를 만든 인도식 튀김만두.

무난해서 많은 사람들이 잘 먹을 듯 하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소주를 판다는 점이다.

특히 탄두리 요리들과 조합이 매우 좋다. 이 집을 정말 사랑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다.


인도 요리를 좋아하거나 먹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늘 추천하는 곳이다. 가격은 애매하게 비싼 편이라고 생각되지만, 맛은 굉장히 좋다.

늘 같은 메뉴를 시켜도 매번 다른 맛이 나오긴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매력인 것 같다.



연중무휴 영업시간 11:0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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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
식유기2018. 1. 9. 22:14

동대문역과 동묘역 사이에는 제법 요리를 잘하는 인도요릿집이 많다. <에베레스트>도 그 중 하나이고 여기서 소개할 <뿌자>도 그 중 하나이다. 인기도는 다른 가게에 비해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뿌자>는 강력한 메뉴가 있다. 

2~3만원 선에서 저렴하게 세트메뉴를 시켜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정말로 강력한 이점이 아닐 수 없다. 보통 커리 한 사발이 만원가량 하는데, 두 명이서 커리 두 사발과 난이나 밥을 시키면 3만원 가까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뿌자>에서 세트메뉴를 시키면 커리 하나와 난, 사모사, 탄두리 치킨, 라씨가 두 잔이 나온다. 정말 합리적인 세트메뉴가 아닐 수 없다.


사모사.

향신료를 넣은 콩으로 만든 소를 안에 넣고 빵반죽을 튀겨낸 것이다. 약간 과자같은 느낌이다. 함께 서빙되는 소스를 찍어 먹는다.

탄두리 치킨

인도 전통박식의 조리대 탄두리에서 조리한 닭 요리다. 특유의 향신료로 재워 닭고기가 부드럽고 약간 매콤하고, 불맛이 난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요리다. .

머턴 마살라.

양고기를 마살라로 조리한 커리. 양고기 향을 싫어하지 않는다면 무난하게 먹을 수 있다.


치킨 마커니

닭고기에 토마토와 크림을 넣어 맛이 부드러운 커리다. 맵지 않고 향이 강하지 않아서 초심자에게 좋다. 한국인에게 제일 익숙한 맛이 아닐까?

라씨.

인도의 유명한 요구르트 음료다. 요거트 스무디 맛이다. 약간 달콤하고 진한 요거트 맛이 일품이다.


방송을 탄 덕분인지,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가까워서 그런지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 위치한 뿌자2가 훨씬 유명해졌다. 뿌자는 그것에 비하면 약간 거리가 있기는 하다. 창신동 문구완구거리나 동묘의 풍물시장을 보고 찾아가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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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8. 1. 7. 17:10

가족들과 함께 오사카를 여행한 지 3일차.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기는 쉽지가 않다. 특히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하는 게 어렵다. 여행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이것저것 세심하게 따지고 동선을 살피며 일정을 짜게 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다보면 누군가가 일정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에도 적절히 타협을 하면서 일정을 조율하면 되는데, 일정조율이 힘든 것은 '일정의 허술함'을 지적하며 불만을 터뜨리는 방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버지가 그런 편인데, 점잖은 체 하며 원하는 바를 끝까지 말하지 않고 오로지 '그건 싫다'라고만 대응한다. 이럴 때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세어 가며 서로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데, 개중에는 아버지가 정말로 원하는 게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아버지는 술을 드시기를 원하는데, 대낮부터 술 한잔 할 수 있는 고깃집따위를 찾으신다. 내가 제안한 곳에는 술마시기도 괜찮은 이자까야같은 곳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식+술의 그림이 그다지 그려지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버지는 삼겹살+소주가 안될 것을 알고 스테이크+술의 조합을 원했던 것이었다.)

여행가이드란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하고 깨달았던 여행이다.


아침식사는 저렴한 요시노야에서 해결했다. 나는 낫토와 연어구이.

낫토 레토르트를 뜯어서 밥 위에 올린 후 달걀을 깨고 파를 뿌려 먹는다. 낫토를 비빈다고 비비긴 했는데 거품을 덜 냈다. 낫토 거품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런 레토르트를 사놓고 집에서 자주 해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먹는 낫토는 약간 씁쓸한데, 일본 낫토는 쓰지 않아서 좋다. 

요시노야는 24시간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체인점인데, 거의 한국에서 김X천국 급의 다양한 메뉴야 저렴함을 자랑한다. 부대끼지 않고 간편한 아침식사를 찾는다면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가이유칸(해유관) 아쿠아리움에 왔다.

사실 스룻토 간사이 패스로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돈이 아깝다. 특히 가이유칸에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오사카 가이유 깃푸(OSAKA海遊きっぷ)를 사는 편이 저렴하고 좋다. 오사카 가이유 깃푸는 2500엔으로, 가이유칸 입장료 2300원을 대신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오사카 전철과 지하철을 1일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조금 멍청하게 이용한 셈이다. 좀 더 복잡하게 계산을 했으면 싸게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가이드 입장에서 복잡한 교통편으로 헤매느니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비교를 해보자면, 가이유칸이 코엑스 것보다 4~5배쯤 할 것 같다. 이 평가도 너무 짜게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큰 원통형 수조가 건물 2~3층 높이만큼 있고, 수조 안에 가오리와 같이 큰 바다생물들이 헤엄을 친다. 그 수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바다생물들이 들어 있는 수조도 많았다.

입구에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다. 압도되는 광경이 눈 앞에 있는데, 그것을 놓칠까봐 앞다투어 보느라 그런 것 같았다. 조금만 내려가면 같은 광경을 훨씬 여유있게 볼 수 있다.

다양한 물고기들.


벨루가 피쉬Beluga.

철갑상어의 일종.


돌고래를 다루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열대어가 모인 수조.


가이유칸의 백미는 큰 원형 수조를 유유히 헤엄치는 커다란 고래상어다. 몸길이가 12미터쯤 되는 거대한 크기, 몸무게는 21톤 정도 되는 거대한 희귀종 어류이다. 고래상어는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 가고시마 수족관, 미국 조지아 아쿠아리움 정도에서나 볼 수 있다.

제주도의 아쿠아플라넷에서 2마리를 사육을 시도하다가 한 마리를 폐사시키고, 나머지를 방류한 적이 있었다. 그 사건과 관련된 여러 정황을 보면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저열한지 생각하게 된다.

사실 거대한 해양생물의 경우, 꼭 이렇게 가두어놓고 키워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치열한 생태계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과 잘 제어된 인간의 보호 속에서 먹고 자는 삶을 사는 것 중에 무엇이 나은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가두어진 동물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온당 풀어주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돌고래쇼같은 것은 너무 비윤리적이고 비인도적이라 말할 것도 못된다.)


그저 동물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랄뿐이다.


정지유영중인 오징어



그루퍼. 

고급 횟감으로 치는 능성어다. 먹을 것으로 봐서 스미마셍.


가이유칸 중간에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살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간단하게 먹었다.


가이유칸에서 또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규모가 상당했던 해파리 수족관이다.


온갖 다양한, 희귀한 해파리들을 볼 수 있다.


보름달물해파리


가이유칸 맞은편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덴포잔 대관람차>가 있다. 영국의 런던아이가 생긱기 전까지 가장 큰고 진보한 관람차였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관란차에 타고싶으시다 해서, 동생과 함께 타고 왔다. 나는 두려움이 많아서 타지 않았다.


<텐포잔 대관람파>옆에는 <덴포잔 마켓 플레이스>가 있어서 식당이 꽤 많다.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다가 기분이 상해버렸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싶어하셔서 몇 가지 대안을 알려드렸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둥, 음식이 맘에 안 찬다는 둥, 다 탈락되고 얼굴 붉히면서 푸드코트에서 대충 식사를 했다.

(내가 어이가 없다.)


오후에 들린 오사카 성.

히메지 성, 구마모토 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名城) 중 하나이다. 오사카성이 유명한 것중 하나는 이 곳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거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의 오사카 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부서지고, 현재의 오사카 성은 후에 여러차례 재건되었다.

오사카 성 주변의 성곽은 규모가 상당히 큰데, 원래의 오사카 성은 훨씬 더 컸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비용을 지불하고 성 내로 들어가 천수각을 구경할 수 있다지만(600엔), 철근 콘크리트라고 해서 들어가보지 않았다. 오사카 성의 외성은 입장이 무료다.


해자가 2중으로 되어 있는 거대한 성이다.


다리 건너에서 보이는 천수각.

사람들이 없고 한산한 오사카 비즈니스파크역쪽으로 갔다.


한국에서는 늦겨울인 2월이었지만, 오사카 성에는 이렇게 매화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오사카성은 천 그루가 넘는 약 100여 종의 매화 숲이 있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약간 일찍 온 바람에 오사카 성의 유명한 매화가 만개한 풍경을 볼 수가 없었다.


이날 저녁식사 메뉴도 정하지 못해 투닥투닥 싸웠다. 결국 견디다 못한 내가 짜증을 확 내버렸다. 식당으로 가지 못하고 쿠로몬 시장의 <마구로야 쿠로긴>에서 혼마구로를 사고, 아버지가 원하는 고베규 스테이크를 옆집에서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다시는 가이드 하나 봐라.


다음날 귀국하기 위해 새벽같이 나와 <이치란 라멘>에 가서 아침식사를 먹었다. 그렇게 먹기 싫다며 퇴짜를 놓던 아버지도 일본라멘이 입에 맞는다고.....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