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랑기2017. 12. 12. 02:13


4년전 일본 여행.

후쿠오카에서 일본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하카타역으로 왔다.

도쿄를 걸쳐 오사카에서 교토와 나라도 둘러보고, 히로시마를 본 후 하카타에 도착한 것이다. 이동안 JR패스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사실 당시에 하카타에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아사히 맥주공장 견학을 하루 예약했을 뿐, 뭐가 뭔지도 모르고.


하카타 역 내에는 많은 매장과 식당, 술집, 그리고 슈퍼마켓 등이 있다.

그 슈퍼마켓에서는 도시락(벤또)을 팔고 있고, 저녁 8시가 되면 도시락 할인에 돌입한다.


일본 게스트하우스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한국사람들도 많이 많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이래저래 좋았다.

프라이버시는 비지니스호텔이 더 좋지만, 떠들썩하고 재미있는 것은 게스트하우스가 더 낫다.

맥주를 마시면서 일본 사람들과 홍백가합전 이야기를 나누며 TV도 봤고(홍백가합전도 일본 연예인도 전혀 모르지만), 한국인 무리가 얽히면서 서양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가는 장면도 보았다.

나는 늦게 숙소로 돌아와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즐거워 보였다.

숙소의 친구들과 연락처도 서로 나누고 그랬지만...

나는 연락처 나누는 일이 별로 달갑지만은 않다.


하카타에는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라는 마츠리(祭, まつり, 축제)가 매년 벌어지는데 <카자리 야마카사>는 장식한 축제용 가마이다. 이런 가마는 후쿠오카 시내 14군데에 설치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 본다. 

카자리 야마카사는 축제기간이 끝나면 해체되지만, 홍보용으로 설치해둔 것도 있다.


그 중 <미오쿠리>는 애니메이션 캐리터가 사용된 가마를 말한다.

위 사진은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인 <사자에상>의 캐릭터 카자리 야마카사.

만화책으로 45권이 나왔고, 애니메이션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나 국내엔 수입된 적이 없어 듣보잡 신세다.

배경이 바뀌지 않고 주인공들이 나이를 먹지 않는 상태로 에피소드만 반복하는 옴니버스를 <사자에상 시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대표적으로 명탐정 코난, 검정고무신, 도라에몽, 심슨가족 등)



나카츠(나카스) 강변.

이곳에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를 나카스 야타이(포장마차)라고 한다.

많은 먹거리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라멘.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이 날은 비교적 한산했다.


그렇다면 실패하지 않는 식당 선택 전략은 무엇인가?

적절한 인파가 몰려 있는 곳이 당연히 우선권을 가진다.

인파의 나잇대도 중요한데, 관람객으로 보이지 않는, 뜨내기로 보이지 않는 로컬 어르신들이 보이면 거의 반정도는 성공이다.

아저씨가 선택한 것이 가성비 따위는 아니시겠죠? 네?


돈코츠 라멘을 주문해 봅니다.

오 기름진 국물에, 적절히 가미된 쪽파와 차슈. 꼬독꼬독한 목이버섯.

로컬 푸드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맛이 있네. 

돈코츠 라멘의 도시 하카타 다운 맛이다.


쇼핑을 하기 위해 이러 저러한 곳을 쏘다니다가 지쳐버렸다.

그냥 숙소로 돌아갈까하며 하카타 역에 왔다가 역사 1층에 선술집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역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서서 술을 마시는 직장인들.

완전 분위기에 반해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가장 손님이 많은 집으로 가 테이블을 잡았다. 


오오 잔술도 팔고 어묵도 갯수로 판매한다.

한 잔 하고 돌아가기 딱 좋을 듯.


어묵으론 모잘라 두부도 시켰다.

짭쪼름하고 달짝지근한 두부에 청주 한 잔.


이 때 건너편 좌식 술집에서 남자친구와 만나 술을 마시던 게스트하우스 직원을 발견했다.

동석하기 싫었지만(혼술이 너무 좋아) 직원이 자꾸 오라며 손짓하는 바람에 더 못마시고 그 좌석에 합석했다.

조금 아쉬웠던 선술집.

(이 이후로 일본만 가면 선술집에 가서 술을 마신다.)

지금은 현재 저 곳도 금연지역으로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복도 끝 외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어딜 가나 있지.


그 다음날이 되자 후쿠오카에 비가 내렸다.

해양성 기후를 가진 탓인지 비가 오락가락 한다.


아침 일찍 가기로 한 곳은 바로 병주병들이 쌓여 있는 곳.


아사히 맥주 공장이 되겠다.

일본의 많은 맥주 회사가 지역별로 공장 견학을 운영하고 있다.

가기 전에 반드시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하카타 공장은 현재 한국어 안내가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당시에 일본어에 능통한 후배를 통해 예약을 했다.

예약비는 따로 없고, 이름과 방문일 정도만 알려주면 된다.

어떤 사람은 전화했더니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대신 통화를 했다고 한다.

공장에는 한국어로 된 팜플렛도 있다.


공장 내부에서는 사진 찍지 말라는 안내와 함께 공장으로 입장.


공장으로 입장 전에 마지막으로 한 컷.

아사히에서 생산된 제품군의 전시장.


맥주를 만드는 보리와 호프를 만져보고 향을 맡을 수도 있다. (먹을 수도 있다는데??)

그리고 어떻게 맥주를 발효하고 어떻게 술이 되는지. 어떻게 병과 캔에 담기는지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엔......


두둥. 갓 생산된 맥주를 시음해볼 수 있다.

한 사람당 세 잔까지!

고래밥 안주는 덤!!


이번에는 흑맥주로.

이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없다.

갓 생산된 맥주의 맛은 정말 내인생 최고의 맥주였다.


가이드님의 친절한 일본어 설명에 집중하는 관람객들.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은 20여분.


저는 주당이므로 3잔을 마셔야겠습니다.


완전 천국이 따로 없었다.



휴 아침부터 술을 마셨더니 기분이 좋네.

JR노선을 타고 하카타역으로 돌아간다.


점심식사를 하러 하카타 요도바시 카메라에 왔다.

요도바시 카메라는 카메라도 팔지만 각종 전자기계들도 팔고, 각종 놀거리 먹거리가 함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변역 테크노마트정도 되지 않을까?

일본의 유명한 오락실 중 하나인 타이토 스테이션.

무엇보다 인형뽑기 기계가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다양하고 많다.


하카타 105엔 초밥집 <우오베이>.

평상시에 대기줄이 많은 편이다.


도서관같은 자리에 앉아서 돌아가는 레일 위의 접시를 가져다 먹거나 이 사진과 같은 화면을 보고 개별로 주문할 수도 있다. 한글로도 주문할 수 있으니 한국사람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주문한 메뉴는 기차가 실어다 날라준다. 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


레일 위로 돌아가는 접시들.

차가운 초밥이 메마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그냥 먹어도 괜찮겠지만, 되도록 신선한 걸 먹고싶은 게 사람 마음인지라... 선듯 손이 가지는 않는다.

차라리 시켜서 기차로 배달해 먹고 말지.


각 자리마다 급수대와 말차가 준비되어 있다.

녹차는 마음껏 마시면 된다.


첫 스타트는 문어 초밥으로....


개중에 꽤 베스트 축에 속했던 방어 초밥.

실하고 맛도 좋은 편이라 (꽤 대방어이지 않을까?) 두 번 시켜 먹었다.

그밖에 고래초밥도 시켜먹었고(괜히 시켜먹었어 ㅠㅠ), 청어나 전갱이같은 싸루려 생선도 시켜먹어보았다. 

가격이 가격인지라 그다지 맛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실 이정도가 되려면 국내 초밥집도 무던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한국 초밥집은 매번 연어+광어+가다랑어+소고기+바다장어+삶은새우+간장새우+북방대합 조합인데, 항상 똑같은 구성에 질려버렸다. 심지어 이 가게나 저가게나 모두 같은 식자재상에게 배달 받는 것 같다. 양파채 올리고 무순 올리며 비릿하고 오래된 맛을 가리고 있으니 도저히 기대할 수가 없다.

같은 가격에 이렇게나마 다양한 초밥을 먹으면서 이건 별로, 저건 괜찮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이 가게에서도 약간 비싼 가격의 성게알 군함말이를 먹어보았는데, 굉장히 비리고 맛이 없었다. 우니는 비싼 걸로.....


요도바시에는 게임 소프트웨어도 많이 팔고 있다.


일본에 또 많은 것은 이런 가챠폰 (가샤폰, 캡슐 토이, 뽑기)이 많다.

이런 기계가 가챠폰인 이유는 기계에 동전을 넣고 돌리면 '가챠' 소리가 나고, 캡슐을 열 때 '퐁'하는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별별 캐릭터 상품들이 모두 모여 있다.

으레 이런 게임을 해보면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는 아주 가끔씩 나오고, 가지고 있어봐야 별 감흥이 없는 캐릭터 위주로 뽑히기 마련이다. 가장 메인 캐릭터를 기대하고 돌렸다간 수 만원은 써야 한다.


만화책도 이렇게 많이 모여 있다.

일본의 오프라인 서점 방식이 너무 부럽다.


이렇게 프라모델을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사진은 <톱을 노려라>의 주인공 로봇인 <건버스터>.

좌측은 <건버스터>의 특수능력 중 하나인 <더블 버스터 코레더>, 우측은 <톱을 노려라>의 마지막 장면 근처에서 <건버스터>의 심장부의 축퇴로를 뽑아 일격을 날리는 장면을 묘사한 것.


그밖에 선물 쇼핑을 하기 위해 찾은 하카타 마루이.

아예 이러저러한 것이 있군요.

거의 두 시간을 쇼핑했지만, 건진 건 별로 없었다.

(이게 모두 사치품 구입에 힘을 써서 그래.)


저녁을 먹기 위해 찾은 모츠나베 전문점 <오오야마>.

오오야마는 하카타 역사 1층에 있다.

이 가게는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 당시만 해도 한국인이 없었는데, 다음번에 가니까 앞 좌석도 한국사람이고, 메뉴도 한글이고.

뒤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한국인이고.


하카타 명물 중 하나인 <모츠나베>.

우리나라 말로 하면 '곱창전골'인 셈이다. 양배추가 들어가 있어 달큰하고 구수하다.

국물이 진하고 매우 맛있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그 다음 후쿠오카 방문 때 다시 방문했다.

후에 다시 가봤을 때 일본인들은 모츠나베 말고도 철판구이 등을 먹는 것을 보았다.


그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 날도 걸었다.

공항까지 가는 지하철 노선이 있는 곳까지 걸었다.

일본 차비로 천원어치는 걸었던 것 같다.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아침 식사.

명란젓을 발라 구운 연어구이와 돈지루(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공항 식당에서 대충 사먹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입맛에 잘 맞았다.

아무래도 나는 일본사람인 것 같다.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받은 기내식 샌드위치.

그래 나는 일본인인 것 같다.


일본을 도쿄에서 후쿠오카까지 여행을 했지만,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다.

부지런히 다녀도 이렇게 아쉬움이 클 줄이야.

특히 배낭을 짊어지고 온 탓에 쇼핑을 제대로 못한 건 정말 크게 아쉬웠다.

그 흔한 일본과자도 못사올 정도(부피 때문에)였다니.....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단 하나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여행을 갈 때는 무조건 큰 캐리어를 끌고 가자.

(한여름엔 일본에 오지 말자.)

(숙소를 자주 옮기지 말자.)

(조사는 미리 하고 오자.)

(와이파이가 없으면 안돼.)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11. 13:00


4년전 일본여행.

오전 7시부터 멀리 이동하기 위해 씻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오사카에서 히로시마로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에 맞추어 사람들 사이에 힘겹게 여행 중.

일본의 열차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형태도 상이한데, 여기 저기 다니면서 특이한 기차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울러 가끔씩 기관사들이 기관실에 앉아 조종하는 것도 관찰할 수 있다.

(또 매우 놀라운 점은, JR노선의 많은 역들에 역무원들이 직접 눈으로 열차표를 검사한다. 사람이 다니지 않을 것 같은 시골 역에도 JR패스를 보여준 후 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두 개의 조종간(어떤 건 하나를 당기고 다른 하나를 돌리고)이 있고 하나는 속도 다른 하나는 브레이크다. 아마.


이전날의 에끼벤에 반해버려 다시 구입한 에끼벤(駅売り弁当).

이번의 에키벤은 규탄(소 혓바닥)이다.

일본 사람들의 소 혓바닥 사랑은 특별하다.

이 전날 저녁 2차로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규탄을 먹어보았지만, 삶은 쇠고기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에 에키벤으로 다시 구입했다.

쫀득쫀득한 식감이 재미 있는 맛이었다. 그리고 달착지근한 달걀말이도 맛있었다.


이제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는 호로요이.

이 당시만 해도 네이버 일본여행 까페에 '호로요이 꼭 마셔봐라'라는 글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특히 호로요이는 계절한정 메뉴를 판매하기 때문에 그 때 아니면 못 마시는 호로요이가 있을 수 있다.

이 날 먹은 것은 계절한정 살구맛 호로요이.

그런데 그냥 달콤한 소다 인 줄 알고 마셨는데 취기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알고봤더니 알콜 3%....

이날은 아침부터 술을 마신 것으로 되었다.


히로시마 역에서 내리기 전에 찍은 히로시마 시민 구장.

일본 프로야구 구단인 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이전에 이용했으나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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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뿌려졌던 삐라들.

일본제국주의 당시 얼마나 파시즘 국가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오른쪽 상단 삐라에 <대동아공영권>이라고 써 있다. 일본이 아시아를 통치하면 해방이라는 뜻이다.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일본인들의 단합을 위해 지속적으로 홍보해 왔다.

이 전단지들은 공습에 대해 경고하며 항복을 하는 것을 반대하도록 장려했다. 원자폭탄에 대해서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았다.


결국 1945년 8월 6일 8시 15분.

원폭과 함께 손목시계의 시간이 멈췄다.

히로시마에 미국의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만 것이다.

폭발과 함께 히로시마 시민들은 밝은 빛을 목격했다. 빛을 가리면 자신의 뼈가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폭심지 근처의 온도는 섭씨 3000도를 넘겼다. 근처에 있던 사람은 증발하여 검은 흔적만을 남겼다.


당시 히로시마의 사진.

그 결과는 참담했다. 폭발의 후폭풍과 함께 반경 1.5km의 건물들이 싹 날아가버린 것이다.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가리고 온통 불바다로 변했다. 폭발에 휘말려 죽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폭 폭발후 방사성분진에 섞여 내린 비는 피해자를 더욱 더 증가 시켰다.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강한 방사선은 생체 조직 자체를 파괴시켜 재생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혈관, 내장등 모든 기관이 파괴되어 전신 화상으로 사망한다.

이 원폭으로 14만명이 희생당했다.





자료관 내에 전시된 원폭 전(좌) 후(우)의 모습을 재현한 미니어처(상)과 당시 항공 지도 사진(하).

폭심지를 중심으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상단의 미니어처 사진을 보면 원폭돔을 비롯한 몇 개의 콘크리트 건물만 남고 모두 폭발에 휩쓸리거나 불에 타 잿더미가 되었다.


당시 처참한 광경을 묘사한 거리 조형. 창 밖으로 황폐한 폐허의 사진이 걸려있다.

얼마나 을씨년스러운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거리를 걷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 보이>의 모형.

두 개의 우라늄 235 덩어리를 충돌시켜(핵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임계질량을 넘어서게 함) 폭발을 유도해 냈다.


당시 원자폭탄의 폭발로 두꺼운 철문이 구부러져버렸다.

얼마나 강한 폭발이었던가.


원폭의 뜨거운 열로 인해 녹아붙은 쇠붙이들.

흐물흐물하게 녹은 뒤 서로 엉겨붙어버렸다.






유리 약병으로 보이는데, 원자폭탄의 열기로 인해 유리가 녹아내려 서로 붙어버렸다.

원폭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물건.


히로시마 원폭 때 녹은 물체들.

캔과 유리병, 사기등이 녹아 비틀어졌다.

동전(토큰)은 녹아 서로 붙어버렸다.

폭발지역의 온도가 얼마나 뜨겁게 올라갔을지 보여준다. 


방사능 측정기(가이거 계수기)를 놓고 방사능을 측정하는 걸 시험삼아 보여주고 있다.

거리에 따라 방사선량이 어느정도 되는 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치인 셈이다.

방사선량은 거리역자승이다. 즉 거리가 2배가 되면 강도가 1/4, 거리가 3배가 되면 강도는 1/9가 된다.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점선원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닿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피폭량이 감소된다.

히로시마 원폭 방사능 피해도 멀어질 수록 줄어들었을 것.

(사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사진을 보니 대충 그런 식일 것 같다. 워낙 예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다.)




이 여행 당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지 2년째 되던 해였다.

2011년 3월,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이 발생하면서 도쿄 전력이 운영하던 후쿠시마 원전에 손상을 입혔다. 

후쿠시마 원전은 비상노심냉각에 들어갔으나 이후 발생한 15미터의 쓰나미(해일)로 비상전력을 잃게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몇 번의 전력복구 시도가 좌절되고, 노심을 냉각하는 냉각수가 증발하면서 원자로의 온도를 상승시켰다. 

해일이 일으킨 전력상실, 배터리 방전 등으로 원전 관리가 불가능하게 되자 노심의 온도가 섭씨 1200도까지 치솟으면서 방호벽이 녹아내렸고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핵연료가 공기 중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핵연료에 사용되던 지르코늄이 고온반응으로 수소를 발생시켰고, 격납용기를 손상시키는 수소폭발을 이르켜 방사능의 대기 유출을 가속화 하였다.

이후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이내 지역을 '경계구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통제하였다.

후쿠시마와 가까운 도쿄 등이 피폭의 공포에 떨어야 했고, 일본과 가까운 우리나라도 일본산 물품의 수입에 관한 여러 논쟁들과 규제가 있었다.


이러한 방사능의 공포 속에서 어떤 안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반드시 탈핵에 준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후에 블로그에 탈핵 논지의 글을 올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갈증이 나고 더워서 힘들던 차에 박물관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휴게실에 앉았다. 손에 들고 먹는 아이스크림은 먹기 귀찮고 퍼먹는 아이스크림을 결정했다. 마침 우리나라에서 파는 <와 아이스크림>과 비슷했다.

맛도 비슷했다.

그렇다. 같은 롯데 제품이다. 일본에서는 爽(そう, 소우)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다.


벌건 대낮이지만 더 돌아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전날 너무 많이 돌아다녀 힘에 부쳤다.

결국 전차를 타고 히로시마 역으로 돌아갔다.

이날 저녁이 되기 전에 후쿠오카에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로 가야 했다.


히로시마 역사 안에 있던 식당에서 점심으로 사 먹은 자루 소바.

일본 하면 메밀국수 아니겠어?

한국에서도 냉면하면 껌뻑 죽는데, 일본 현지의 메밀국수를 놓칠 순 없었다.

메밀국수와, 문어숙회, 돼지고기조림 세트.

모든 게 좋았다. 

숙회도 신선하니 좋았고, 돼지고기에도 누린내가 나지 않았다.

메밀국수도 꽤 좋았다.

이날 이후로 일본 식당들에 강한 신뢰감이 생겼다.

일본에선 아무거나 먹어도 실패하지 않는다.

맛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이 있을 뿐이다.


히로시마 지역 특산품인 <모미지 만주>(もみじ饅頭, もみじまんじゅう).

단풍잎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디저트로 기차 안에서 까먹었다.


일알못이라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 시모노세키를 지난다.

이 곳 수산시장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언제 기회가 있을지.

(이 이후에 시모노세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10. 20:58


4년전 일본 여행 중.

히메지와 고베를 갔다가 오사카로 돌아왔다.

오사카 시내도 구경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늦은 오후는 숙소(신이마미야)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저녁식사는 오코노미야키로 정했고, 이번에는 숙소에서 난바역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유명한 오코노미야끼집을 찾고.... 무작정 걷자.


숙소 근처에 이렇게 음식점이 많을 줄은 몰랐다.

이렇게 화려한 음식점 말고도 골목골목에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음식점과 술집이 많았다.

사진에 있는 가게는 쿠시카츠(꼬치튀김)와 호르몬(곱창)을 파는 가게.


또 몰랐지만 신이마미야 역에서 통천각(通天閣, つうてんかく)이 가까이 있었다.

일본 만화등을 보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곳이다.

마침 만화 근육맨 콜라보 전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저녁밥줄도 급하니 지나치기로......


근데 또 걷다보니 이 근처가 덴덴타운이 아닌가?

덴덴타운은 오사카를 대표하는 전자상가 거리이다.

게임, 만화, 장난감, 완구류, 앨범, 전자기기등 규모는 작아도 도쿄의 아키하바라와 비슷한 곳이다.





도쿄의 아키하바라에선 쑥쓰러워 지나쳤던 고전 게임 매장.

오래전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짐도 업고 가벼우니 한 번 들어가볼가 했더니.


아니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게임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680엔이면 가격도 저렴하고. 게임기(슈퍼패미컴)는 집에 있고....

몇 번이나 살까 말까 하다가 결국은 사지 않았다.

과연 잘한 일이었을까?

(결국 이 게임이 내장된 미니슈퍼패미컴을 사고야 말았다.)


매장에 걸려 있던 액자.

이 괴상한 그림들은 게임 <파이널 판타지 6>에 나오는 몬스터들.

최종 보스부터 짜잘한 잡몬스터까지 모두 출현!

정말 향수를 자극한다.


밥 먹으러 나왔다가 이게 웬 떡인지.

이곳은 혹시 천국이 아닐까?


귀여운 인형들도 있고....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실바니안 패밀리를 본 적이 있던가.


게임 <퍼즐 앤 드래곤즈>의 트레이드 카드인 모양?

설마 실물 카드도 갖고 게임 카드도 갖게 해주는 것일까?


공사중인 히메지 성을 봤더니 일본의 성 프라모델 시리즈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겠더라.

이렇게 일본인들의 성 사랑이 대단하다.

일본 성 매니아도 분명히 있겠지.


성인물 매장이 있었다.

나는 들어가볼 정도로 배짱이 좋지 않다.






큰 서점도 엄청나게 많았다.

사진촬영이 안되는 서점도 제법 있었고. (그 BL물이라든가)


그러다가 우연히 프라모델 판매장을 들어갔다가 발견.

아니 이건 제가 제일 사랑하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모터헤드가 아닙니까?

사진의 프라모델은 <루미너스 미라지>. 작중 인물 중 하나인 <와스챠 코단체>가 탔던 미라쥬 머신.


모두 <파이브 스타 스토리>에 등장하는 모터헤드.

좌측부터부터 <라스트 쥬논>, <바이 오 라>, 시뻘건 <팬텀> 에나 버젼, 끄트머리에 살짝 보이는 건 <파열의 인형>, 저 뒤에 시커멓게 서 있는 것은 <흑기사>


<슈퍼로봇대전 오리지널>에 등장하는 <사이바스타>(중앙 흰색 프라모델)와 <발시오네>(우측 후면 프라모델), <ART-1>, <다이젠가>와 <아우센자이터>(우측 검정+빨강, 짤림)

나 오타쿠같지?

이 때엔 상점내 촬영이 금지된 곳이 별로 없었는데, 이 다음에 덴덴타운에 가보니 여기저기 사진촬영금지 팻말이 달려 있었다.

이렇게 촬영한 것도 이 때가 마지막.


덴덴타운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건담 1/1 광고판.

건담이 실존한다면 실제 크기가 저만하다.

나는 이미 오다이바에서 보고 왔지만.


덴덴타운에서 떠나기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여기서 그냥 돌아가. ㅠㅠㅠㅠㅠㅠ

다음에 꼭 돌아와야지 마음 먹었다.


하루에 테판야끼(철판구이)를 두 번 먹게 되네.

식당은 <미즈노 오코노미야끼>.

옆 테이블은 한국어 메뉴판을 주고, 나는 일본어 메뉴판을 주더라.

에비스 맥주도 시키고, 오코노미야끼는 아무거나.


바로 앞에서 오코노미야끼 굽는 걸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삼겹살 올리고... (메뉴 이름이 뭘까...)

(거의 어디서나 볼 수 있지)





일본에서의 첫 오코노미야끼였는데 매우 만족했다.

사실 오꼬노미야끼 파는 가게가 한국에도 많지만서도 썩 괜찮은 전문점은 극소수이다.


하루종일 고생했는데 그냥 빈손으로 숙소에 돌아갈 수 없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렀다.

일본의 슈퍼마켓(슈퍼)에는 반찬과, 벤또(도시락), 신선식품등을 용기에 담아 판다.

이 음식들을 파는 코너는 상당히 큰 편이어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밥, 볶음국소(야끼소바), 돈까스등의 튀김류, 샐러드 등을 판다. 그리고 이 코너는 슈퍼마켓이 문을 닫기 (9~10) 2시간 전쯤에 모조리 할인을 한다. 일반적으로 8시가 넘으면 모두 가격할인이 들어간다.

가격표를 보면 어이없을만큼 싼 메뉴들이 많다.

이 날 구입한 것은 우측부터 새우튀김, 오징어튀김, 소 혓바닥(규탄), 연어 샐러드였다. 

푸짐하게 한 상인 셈.

할인 받은 도시락을 사 숙소에서 사먹으면 저렴하게 2차를 할 수가 있다.


혼술하는데 TV만큼 좋은 건 없다.

숙소의 TV와 함께 즐거운 혼술 타임.......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9. 19:17

4년전 일본 여행 중.


이건 팁 중에 하나인데, 늦은 것 같지만 지금이라도 이야기 해보면.

난생 처음 가는 관광지를 조사 전혀 안 하고 가는 게 편하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능숙하게 가는 방법은 있다.

무조건 Information 부스를 찾아라.

내 경우엔 대중교통에서 내리면 곧장 여행 안내 서비스를 해주는 Information 부스를 찾아갔다.

여행 안내 서비스는 물론 한국어 팜플렛도 구할 수 있다.

한국인이 많이 드나는 나라엔 한국어 팜플릿도 구할 수 있다.

지역 팜플렛에는 지도, 주요 관광지, 요금, 가는 방법 등이 아주 자세히 나와 있다.

숙소, 게스트 하우스에서도 얻을 수 있고, 당일 관광지 지하철역이나 기차역, 매표소 등에서 구할 수 있다.

Information 부스는 기차역 등에 꼭 있는데, 찾아가면 영어, 한국어로도 설명을 받을 수 있다.

꼭 팜플렛을 부스에서 점검하고, 목표를 세운 다음, 궁금증이 생기면 바로 information 담당자에게 질문을 해보자. 적어도 영어로 설명 받을 수 있다. 그들의 업무인 이상 무조건 친절하게 설명 해주며,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한국어 책자를 놓고 설명해주기도 한다.

최고의 관광지를 소개해달란 말을 부탁하면 으레 몇 가지를 선택해준다.



오전 8시. 오사카의 숙소에서 나와 신칸센을 타러 갔다.

히메지를 가기 위해서이다.

오사카에서 히메지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는 방법이 따로 있지만, 나의 경우엔 JR패스가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성, 히메지 성을 보러 갔다.


이른 아침.

식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에키벤(에끼벤?)을 샀다.

에키벤은 역에서 파는 도시락(駅売り弁当)의 줄임말로 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이다.

일본은 유난히 지역별로 특색있는 역 도시락을 개발 판매하는 데 열을 올려서 700여 가지가 넘는 에키벤이 존재한다. 각 지역의 특산물로 도시락을 만드는 건 물론이다. 기차를 타는 것 이외에 도시락을 먹는 것도 굉장한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가격은 보통 800~1500엔 선.

가성비가 훌륭한 편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편이다.

무엇보다 여행하는 행복한 느낌이 든다.


도시락 먹으며 룰루랄라 하는 사이에 열차는 히메지 시에 도착했다.

그냥 평범해 보이는 도시이다.


이곳에 <히메지 성>이 있다.

역에서부터 멀리 무엇인가 보인다.

아 왔다.

우아한 백로성(白鷺城)으로 우명한 그곳.

근데 뭔가 이상했다.






뭔가 이상한데. 공사중인가?

왜 벽이 쳐져 있고 그림을 그려놨담?

너무 이른 시각이었는지 이 날 사람도 별로 없었다.


히메지 성의 고양이들.

과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아저씨.


가까이 오니 성의 매력적인 모습에 감탄했다.


천수각을 가기 전에 박물관이 있길래 들어섰더니, 성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성벽에는 많은 방들과 복도가 있어 여러 방향의 창으로 내외부를 환히 볼 수 있었다.

채광 이외에도 여러가지 목적(방어)이 있는 창문들인 것 같았다.


좁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도 올라가야 한다.

천정이 낮았다.


성의 내외부가 모두 보이는 복도.

이 날 사람이 별로 없어 한가했다.


박물관에는 여러 설명과 함께 모형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여자의 숙사.






내부엔 두 여자 모형이 무언가의 카드 놀이를 하고 있다.

점괘를 본다고 써있던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성벽 내부를 둘러보고 나와 히메지성의 천수각쪽으로 따라 올라간다.

벽의 상태가 아주 높고 좋다.


가는 길에 특별관에서 일본 장수들의 갑옷을 전시했다.

V자의 뿔이 달린 투구와 넓직하고 펌퍼짐한 갑옷 오오요로이(大鎧).

이 형태는 멀리서 쏘는 화살을 막기 위함이라고 알려져 있다.


성에는 큰 우물이 있다.

성에 우물이 있는 것은 오랫동안 전투를 하고 버티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근처의 설명에서 본 건지, 아니면 내 상상일 뿐인 건지. 확실하지가 않다.


가파른 고갯길. 곳곳에 아래를 향해 화살을 쏠 수 있는 장소들이 있다.

사진에서 우측 창 아래도 성으로 올라가는 길 중 하나다.

돌을 떨어 뜨릴 수도 있고 뜨거운 물을 부을 수도 있겠다. 

각 길마다 쇠를 덧댄 나무문이 있었는데, 얼마나 방어에 신경을 썼는지 잘 알겠다.


다행히 천수각에 다다르자 천수각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입장료를 내고 엘레베이터에 타 히메지 시가도 사진 한 방. 


천수각 공사 현장.

천수각은 일본 성의 가장 큰 누각을 말한다.

천수각이 그대로 남아 보존된 곳은 일본에서 단 12곳, 히메지 성은 그중 천수각이 국보로 정해져 있는 다섯 곳 중 하나이다.

이 당시에 올라가보니 여러 사람들이 수리 중이었다.

히메지의 역사, 수리 및 보존 방법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전시해 두었다.


천수각에서 내려와 본 다른 누각.

과연 그냥 누각도 고풍스럽고 매우 보기 좋다.

천수각은 다음에 좋은 기회 때 찾아와야지하고 마음 먹었다.


신칸센을 기다리며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직원이 마침 전에 먹었던 일본 스타벅스 한정판 메뉴를 시식해보라며 작은 컵에 담아주셨다.

아 먹어봤던 건데.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신칸센을 타고 돌아가는 길에 엄청난 빗방울이 쏟아졌다.

오사카로 곧장 돌아가긴 그렇고, 중간에 고베를 들르기로 했다.

고베하면 뭐가 생각나냐?


그렇다. 일알못이지만 고베 하면 고베규가 유명하지 않은가?

NBA의 유명한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는 그의 아버지가 너무나 고베규를 좋아해서 아들 이름을 KOBE라고 지어버렸고, 그의 이름이 코비가 되었다.(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고베규가 유명해진 것은 고베가 서양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여 육우를 사육했기 때문이란다.

고급 쇠고기를 먹을 수는 없으니 가격이 저렴한 산노미야역의 스테키란도(ステーキランド).

(스테키란도라면 '스테이크 랜드' 란 뜻이겠지?)

가격이 생각이 안나는데 2000엔쯤 썼던 것 같다.


깍둑 썰어주시는 중.

테판야끼 좋죠. 좋아합니다.


스테끼란도의 기본 상차림.

마늘후레이크도 듬뿍 준다.

일본은 샐러드가 맛있다. 특히 토마토는 한국과 비교해서 월등히 뛰어나다.

한국 찰토마토 너무 맛없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토마토만큼 질기고 딱딱한 토마토는 먹을 수가 없다.

니 찰토마토 너나 맛있지.


고기를 먼저 구워주신 후 숙주도 후다닥 볶아주신다.


오.... 네 좋군요.

고베규라곤 하지만, 얼마나 맛있는 걸 기대하겠습니까.

일본 쇠고기 맛이나 보자 하며 온 거죠.

사실 이정도 고기는 한국에서도 막 먹어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항상 주장합니다만, 돈을 쓴 만큼 음식은 맛있어집니다.

음식의 맛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가격'입니다.


역 주변이 재미난 것들이 많았는데, 일본에는 오락실에서 카드 게임을 할 수 있다.

진짜 트레이드 카드를 사서 실물 카드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플레이하는 사람을 찍을 수가 없어서 빈 게임기만 찍었는데,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뭐가 뭔지 몰라도 정말 신기했다.





이제 어딜 가야 하오?

고베 역에 왔으니 뭐라도 구경해야겠는데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역에 있는 여행안내 팸플릿을 꺼내 보았다.

아. 고베는 양조장이 유명하군요?

주요 양조장들을 지도에 표시해 두었는데, 가장 가까운 양조장에 걸어 가기로 했다.

3km 걷는 건 누워서 떡 먹기(아닙니다. 절대)지.


마침 걷다보니 효고현립미술관이 나타났다.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중간에 길을 이탈했다.

사진은 미술관 옥외 조형물 중 하나인 오시 자킨의 '거처'


옥외 조형물 중 하나인 신구 스스무의 '아득한 리듬'

상당히 큰 미술관 중 하나였는데, 관람을 할까 말까 주저하다가 말아버렸다.

마침 피곤함이 엄습했는데, 원래의 목적을 잃게 될까봐 얼른 빠져나왔다.


사와노츠루 주조 박물관.

1717년 창업한 주조회사 <사와노츠루>의 자료관이다

일본 사케의 주조 방식, 주조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10:00~17:00 개관, 수요일은 휴무이다.(공휴일엔 개관)

고베 지역은 예전부터 주조장이 많이로 유명했다. 고베에는 이 주조장 말고도 다양한 주조장이 있고, 각 주조장마다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입구에는 커다란 술통(으로 보이는 것)들이 쌓여 있고, 입장료는 무료이다.

이곳에 가려 하는 사람은 제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바란다.

지하철 역에서 걸어왔으나 너무 멀다. ㅠㅠㅠㅠㅠ

이 날 너무 덥고 습하기도 해서 고생을 좀 했다.


술을 담는 항아리부터


쌀 씻는 통이었던가?


갖가지 주조 도구들을 전시했다.

이 주조장만 해도 술을 만든 지 300여년이 넘었다고 하니 엄청난 역사이다.

이외에도 술을 만드는 방법 등을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두었다.


전시장이 끝나면 이 사와노츠루 주조장에서 주조한 술을 판매하는 매장이 나온다.

할아버지 제사 때 쓸 청주 2000엔짜리를 하나 사가지고 나왔다.

향이 무척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오후가 약간 지나있을 뿐인데,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은 왜 이리 먼지.

이 날은 오사카로 돌아가기로 한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5. 22:59


4년전 일본 여행.

일본에 온 지 3일째 되는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일찌감치 짐을 챙겨 나왔다.

이날 오사카로 이동할 예정이라 또 배낭을 모두 짊어진 채로. 


새벽 4시 30분.

왜 이렇게 일찍 나왔냐 하면은 아침 5시에 문을 여는 초밥집을 가기 위해서!

어젯밤 그 외진 호텔에 가서 굳이 묵은 이유는!

츠키지 어시장에 가까이 묵기 위해서였다.

택시를 타고 초밥을 먹으러 가기는 택시비가 아깝고, 그렇다면 아예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숙박을 하자며 그곳을 골랐던 것이다.

덕분에 배낭 매고 한세월 걷게 되었다.

(좀더 머리를 썼으면, 초밥을 아침에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방법을 썼을텐데.)


이상한 모양의 삼륜차가 생선을 실어나르는 걸 보면 어시장에 가까이 온 것이 확실하다.


지도를 보는데 어떻게 해야 초밥집을 찾을 수 있는 지 잘 모르겠다.

온통 찻길 뿐인데 어떻게 가지?

입구는 어디지?


어렵사리 찾은 초밥집 입구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직 5시도 아닌데.....







벼르고 별렀던 다이와스시.

딴 곳 안가고 무조건 이곳으로 가기로 마음 먹고 나왔더랬다.

내 앞으로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첫번째 먹은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금방 빠졌기 때문이다.


막상 들어가서 고르려니까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

할아버지가 스페셜 세트를 추천하길래 좋다고 받았다.

위 사진은 참치.

쥬도로인지 오도로였는지.. 아뭍튼 도로.


성게 초밥.

이 날 처음 성게를 먹어봤는데, 거의 미스터 초밥왕급 감동을 느꼈다.

이 이후로 거의 병자처럼 성게를 찾아 먹었는데, 절대로 이 맛을 쫓아갈 수가 없었다.

다른 집 성게는 말라 있거나, 끝맛이 쓰거나, 성게알이 잘 거나... 모두 부실했다.

이집이 지금까지 먹은 성게 중 압도적인 원탑.


닭새우인지 뭔지 엄청 달고 커다랬던 새우초밥.


구색맞추기용 마끼.


달착지근한 달걀말이


오징어초밥.

정말 이집은 어떻게 생선을 손질하는 건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람.






도미초밥.

이외에도 많이 나왔다.

옆자리 아저씨는 양복차림으로 새벽댓바람부터 사케를 마시던데, 나도 그런 어른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정말 짧은 시간에 만엔쯤? 썼던 것 같다. (기억이 안남)

가격이 중요하냐.

아무튼 저중에 내 생애 최고의 초밥이 포함되어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식사를 끝내고 츠키지 시장을 둘러보고 싶어 이러저러한데를 돌아다녔다.

아직 장사를 안하는지 분주히 움직이는 시장사람의 모습만 보였다.

커다란 톱과 사람 키만큼 커다란 칼로 이리저리 참치를 자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혼날까봐 멀찌감치 구경만 하다가 썰려나온 참치를 찰칵.


그렇게 츠키지시장을 돌아다니다가 경찰에게 걸려서 경고장을 받았다.

"9시가 되기 전에 이곳에 들어오지 마세요"

아 네. 제가 몰랐어요. 진짭니다.

즉시 퇴장.

이렇게 츠키지 시장 구경을 포기했다.


너무 아침이라 갈 곳이 없다.

차라리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근처의 역까지 걸어갔다.


그러다가 오아시스와도 같은 도도루 커피를 발견했다.

와이파이도 제공해주고, 커핏값도 저렴하고, 곳곳에 콘센트도 있고.

일본여행할 때 스타벅스보다 좋아했던 곳이다.


건담을 보러 오다이바에 가기로 결심했다.

오다이바는 JR노선이 없어서, 사철을 이용했다.

일본 지하철 갈아타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역 바깥으로 나가서 다른 회사의 전철로 갈아타야 한다.

처음엔 이 시스템이 이해가 안가서 어리둥절했다.

다행히 출근하는 직장인 인파가 있어서 쫓아다녔더니 갈아타는 지하철로 가게 되더라.


오다이바에 도착했더니 출근하는 직장인들 뿐이었다.

약간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이버시티의 건담프론트에 가서 관람을 하기로 했는데 너무 일찍 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 다이버시티가 오픈을 안 한 것이다.

너무 일찍 와버린 것이다.


또 커피를 마시긴 그렇고, 마침 스타벅스가 보이길래 일본 계절한정 스트로베리 어쩌고를 먹었다.

생크림과 딸기시럽과 쿠키가루를 버무린 음료로 오직 일본의 이 계절에만 판매하는 음료였다.(자랑)

제대로 디저트를 챙겨 먹은 것.

건담 프론트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오다이바 다이버시티 건물 안에는 <건담 프론트 도쿄>라고 하는 시설이 있다. 

짧은 영화 상영도 하고 프라모델과 조형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마치 실제 건담이 건물을 뚫고 나온 것 같은 크기의 거대한 조형물도 있고, 만화의 한 전투 장면을 프라모델로 재현해놓은 디오라마도 있다.

그리고 돔 형식으로 된 영화관이 있는데, 돔 가운데에서 사방으로 건담이 돌아다니고 전투를 하는 만화의 장면들을 보여준다.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박진감을 준다.


영화관람이 끝나면 역대 프라모델들을 관람할 수 있다.

여러가지 버전으로 재 제작된 건담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그밖에 만화 주인공들의 모형도 관람할 수 있다.

건담을 좋아하거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이버시티에는 쇼핑, 음식점, 볼거리, 오락실 등이 많다.

오락실에서 만난 드래곤볼 인형뽑기


출출해서 사먹은 생크림 모찌


건담 대지에 서다.

퍼스트 건담 RX-78 등신대 크기 조형물.

시간마다 해치가 열리고 LED가 어쩌고 한다는데, 시간은 못 맞춘 것 같고 대신에 장딴지의 구멍으로 조그만 새가 드나들었다.

아마도 새끼를 키우는 듯.

개인적으로 건담을 많이 아주 엄청나게 좋아해서 한참동안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좋아했다.



후지 TV 관람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월요일이라서(정확하지 않음?) 관람이 불가능했다.


아쿠아시티에서 지역별 라멘을 팔고 있길래 라멘을 시켜 먹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비빔라멘이다.

고기고명이 많이 들어가 있고, 간장과 달걀노른자로 면을 비벼 먹는다.

국물이 없어서 허전했지만, 매우 맛있었다.


아쿠아시티에서 볼 수 있었던 가짜 자유의 여신상


이 이후에는 오사카로 이동해야 했다.

신칸센을 타기 위해 시내로 이동했다.

일찍 갈 필요 없을 것 같아 시내의 서점에 들어가 일본 서적을 구경했다.


밀리터리 관련된 서가가 몇개씩이나 있다.

과연 매니아가 많은 나라답다.


철도 관련 서가도 몇 개씩이나 있고, 스포츠 관련 서적도 매우 많았다.

인상깊었던 점은, 어떤 스포츠에 대해 초보 학교 선생님이 학생을 가리키기 위한 기초 훈련 방법에 대한 책들이 있다는 점.

생전 처음 보는 스포츠라고 해도, 아이들을 가리키기 위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들을 위한 BL문학도 당당히 많은 서가를 차지하고 있다.

대단하다.



그리고 오사카로 슝!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