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랑기2018. 1. 22. 00:13


미국은 종종 찾아가지만 이전에는 놀러가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늘 일 때문에 며칠씩 있다가 왔는데, 얼마나 아쉬웠던지 모르겠다. 동료들은 여행도 다니고 그러는데 나만 일이 많아 항상 불만이었다. 미국에 일이 있어 갔던 차에 여행을 잠깐 다닐 수 있었고 소원성취를 하게 되었다.

샌디에이고의 저녁. 놀러갈 곳을 찾다가 저녁도 해결할 겸 Ocean Beach오션 비치를 찾았다. 이 비치의 현지인들은 스스로를 OBcean'오비션'이라고 부르는 것 같다. 오션비치 근방에는 많은 레스토랑과 상점들이 많다. 관광지인 듯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클럽 하나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Ocean Beach Pier(오션 비치 피어)

세계에서 가장 긴 콘크리트 부두, 미국 서해안에서는 두 번째로 긴 부두라고 한다. 그 길이가 600m에 달한다.

선셋을 보지는 못했지만 재수 좋게도 아름다운 석양을 볼 수 있었다. 대양 너머로 붉게 물든 아름다운 저녁하늘의 모습이 감동스럽다.


Hodad's 싱글 치즈버거(6.5달러)

샌디에이고에 <Hodad's>라는 유명한 햄버거집이 있다.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가게에는 햄버거를 먹기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20분정도 대기하여 간신히 입장하였고, 나는 치즈버거 하나를 주문했다. 햄버거가 무척 많있었다. 패티도 번도 모두 합격. 이정도면 적어도 내가 미국에서 먹어본 햄버거 중에는 탑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미국에서 먹은 햄버거라고 해봐야 맥도날드와 <인앤아웃>, 동네 모르는 햄버거집들 정도일 뿐이지만...)

동행들은 11달러가 넘는 더블 햄버거들을 시키는데 너무 커서 깜짝 놀랐다. 난 도무지 그걸 점잖게 먹을 자신이 없다. 2달러를 추가하면 산더미같은 감자튀김이 나오는데, 양이 너무 많아 그것까지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옆사람들끼리 나눠 먹는데도 모두 처리하지 못했다.


초콜릿 쉐이크(5.75달러)

미국은 역시 쉐이크가 짱이다. 늘 감자튀김을 쉐이크에 찍어먹고 싶어했다. 그 느낌은 감자에 아이스크림을 찍어먹는 느낌.... 이걸 먹어본 이후로 가끔씩 나는 감자칩에 아이스크림을 얹어먹곤 한다. 짭쪼름하고 달콤한 맛이 정말 중독적이다. Hodad's의 쉐이크는 <쉐이크쉑>보다 더 맛있다. 햄버거도 햄버거지만 쉐이크는 꼭 시켜보길 추천. 딸기보다는 초콜릿이 더 나은 것 같다.






이튿날 오전 일찍 카바존 아울렛에 갔다가 오후에 잠깐 항공모함을 보러왔다. 노스 샌디에이고 만에는 항공모함 박물관이 있다. 퇴역한 USS Midway미드웨이 항공모함을 바다에 띄운채 박물관으로 개조해버린 것이다. 미드웨이 항공모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사용되었던 미국 항공모함으로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다. 1945년에 건조 완료되어 베트남전과 걸프전에도 참전하였고 1992년 퇴역했다고 한다.

항공모항의 엄청난 크기에 압도되어서 어지러울 지경이다.


미드웨이급 항공모함은 미 해군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운용한 재래식 항공모함이다. 미 해군 최초 장갑갑판을 도입하여 가장 강력한 항공모함으로 태평양전쟁에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항복선언으로 전쟁이 끝나면서 주로 대서양에서 활동했다고 한다.


가장 먼저 들어가면 격납고Hanger Deck가 있는데 양 옆으로 선창에 들어가 볼 수가 있다. 선창의 복도.

뭔가의 파이프들이 벽에 설치되어 있고 철로된 벽에 온갖 방들이 있다. 식당, 침상, 기관실, 감옥까지.


출입금지 구역도 보이고...


이곳은 기관실일까? 심심치 않도록 곳곳에 마네킹들이 상황을 재현하고 있었다.


컴퓨터가 설치된 방. 아마도 전력을 전달하는 장치인 듯. 오른쪽에는 컴퓨터가 있다.


첫번째 세대 Univac(유니박, Universal Automatic Computer) 모델인 CP-642B 컴퓨터. 미사일 방어, 감시, 안전 사정거리, 전략 제어 및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실시간 어플리케이션에 최적화 되어 있다. 


F4U Corsair커세어,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큰 활약을 했던 단발 프로펠러기이다. Inverted gull wing이 특징. 날개가 꺾이는 부분에 랜딩기어가 튀어나온다.

격납고에는 많은 프로펠러 비행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투기의 콕핏에 탑승해 계기판을 볼 수 있다. 먼지가 쌓이고 다 낡아 움직이는 버튼도 많지 않다. 가운데 지구본 모양은 지면의 위치를 나타내는 것을 거고 어어어어 비행기가 기울어져 있는데...


격납고의 한쪽편 뚫린 곳으로 항공모함의 옆에서 나와 볼 수 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미드웨이급 항공모함(좌)과 구식 항공모함(우)의 모형. 아마도 우측에 있는 것은 미 해군의 최초 항공모함인 랭글리급인 듯.

격납고 끝 부분엔 기념품 상점도 있다.


갑판에는 많은 헬리콥터들과 제트기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많은 비행기와 헬리콥터는 내부에 탑승해볼 수가 있다. 좀 더 일찍 갔으면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

왼편에 보이는 것은 A-3 Skywarrior, 더글라스 사에서 만든 폭격기다. 항공모함 전용 전략폭격기로 여차하면 핵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으로.... 개발 되었다가 이후에 급유기로 개조되었다.


갑판이 이렇게 넓은 줄 몰랐다. ㅠ 하긴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를 놓아야 하니 작을리는 없겠지.  갑판이 폭 72미터에 길이 300미터인데 넋놓고 갑판을 끝까지 걷다가 오는 사이에 폐장시간을 넘겨버렸다. ㅠㅠㅠㅠㅠ 항공모함의 브릿지는 꼭 보고 싶었는데.....

내 인생이 이 날만 날이겠냐 하는 생각으로 눈믈을 흘리며 돌아서야 했다. 이놈의 빌어먹을 비행기들은 왜 이렇게 또 많아. ㅠ


H-34 Seabat시뱃, 대잠전투, 탐색과 구조, 대통령과 같은 귀빈 수송 등의 임무를 위해 만들어진 헬리콥터다. 미육군, 해군, 해병대에 걸쳐 널리 쓰여진 헬리콥터.


저 멀리 보이는 것은 미해군의 조기경보기인 E-2 Hawkeye호크아이이다. 조기경보기로 개조된 비행기들은 있었지만, 아예 조기경보기 목적으로 개발된 것은 호크아이가 처음이다. 1960년부터 현재까지 생산중이라니 대단한 수작인 듯 하다.

왼쪽에 꼬리만 보이는 것은 A-7 Corsair 2커세어 2이다. 현재는 퇴역한 전투기.


입장료는 어른 20불, 시니어(62세 이상) 17불, 13~17세 학생이거나 대학 ID가 있으면 15불, 유스는 10불이다. 5세 이하는 무료.

관람시간은 10:00~17:00, 티켓판매는 오후 4시에 종료된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8. 1. 17. 19:23


미국 캘리포니아는 가만히 까페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앉아 있어도 기분이 너무 좋다. 특히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날씨가 좋은 곳이 샌디에이고다.

어디 갈 지도 모르겠고, 도심 한 가운데 이것저것 모여 있는 발보아 공원을 가기로 했다. 평소에 박물관도 좋아하니, 뭐 하나 구경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발보아공원Balboa Park, 릴리 연못.

엘 프라도 거리 중간에 위치에 있다.


날씨는 약간 더웠지만 그늘에 잠시 있으면 금새 시원해진다. 햇빛은 따사롭고 공기도 좋고, 천국같은 캘리포니아 남부 날씨다.


유유히 헤엄을 치는 오리. 한적하고 평화롭다.


오늘 관람할 박물관을 찾던 중, 가장 자연사와 비슷한 박물관을 목표로 삼았다.

하늘도 맑고 깨끗하다.


발보아 공원의 인류 박물관San Diego Museum of Man.

탑 위를 올라가 볼 수 있지만, 정해진 시간도 있고 뭐 볼 거 있을까 싶어서 그냥 박물관만 구경했다.


마야 문명 과 이집트 문명의 상설 전시가 있다. 거대한 마야의 돌기둥, 이집트의 조각들. 맥주 만드는 법, 인종의 유래에 대한 내용도 있다. 

위 사진은 현생인류의 직계 조상이라고 추측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루시의 모형이다. 루시의 화석은 에티오피에서 미국 인류학자에 의해 발견 되었다.

조그만한 박물관이지만 발보아 공원에 산책하러 와서 가족들과 구경하기엔 괜찮을 듯.

관람시간 10:00~17:00 수요일 휴무


날씨가 무덥고 한 숨 돌리기 위한 커피.


때마침 공원 한편에서는 플리 마켓이 열렸다. 이 날 샌디에이고 곳곳에 마켓이 열려 있었다.


라호야비치La Jolla beach, 라구나 비치, 산타모니카 비치와 함께 유명한 해변중 하나이다. 주변의 집들도 으리으리하고 풍광이 정말 멋지다. 차 댈 곳이 안보여서 고생을 좀 했다.


이곳이 태평양에 맞닿아 있는 곳. 파도에 깍인 낮은 절벽과 기암괴석들이 멋지다. 햇빛이 무시무시해서 선글라스 없인 뭘 볼 수가 없다.

특히 파도가 무시무시했다. 방파제가 없으면 절대로 물 속에 들어갈 수 없을 듯 하다. 저 파도에 휩쓸리면 목숨은 그냥 잃겠지.


칠드런스 풀 비치(Children's pool beach). 방파제가 설치되어 있어 비교적 파도가 약한 곳이다.

물개들이 놀고 있는 곳인데, 사람들이 물개를 보려고 자꾸 다가 간다. 신발에 모래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 멀찌감치 구경만 했다.


멀리 보이는 물개를 가까이 보고 싶은데, 가까이 오는 것은 물새 뿐. 너도 갈매기같은 거니?


점심을 먹으러 온 <필스비비큐>Phil's BBQ.


전형적인 미국 남부식 바베큐, 고기를 오븐에 오랜시간 굽고 꺼내어 양념을 발라가며 한 번 더 굽고 향을 입힌 바베큐다.

닭고기가 있긴 하지만 그걸 먹으러 온 것은 아니고....


비프립. 마카로니샐러드.

바베큐 소스가 듬뿍 발라져 있다.

포크와 나이프를 들이대면 살이 잘 발라진다. 마치 오랫동안 쪄낸 것같은 식감이다. 도무지 구워낸 음식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베이비 백립 하프. 베이크드 포테이토.

돼지고기이긴 하지만, 이 역시 부들부들하다. 미국은 고기가 맛있다. ㅠ


그냥 벌어지는 갈빗대.


사이드메뉴는 작은 건 2달러, 큰 건 3달러 선.

비프립 3쪽은 19달러, 베이비 백립은 6~7쪽이 15달러 선.

양이 푸짐해서 배불리 먹을 수 있다.


Phil's BBQ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8. 1. 7. 17:10

가족들과 함께 오사카를 여행한 지 3일차.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기는 쉽지가 않다. 특히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하는 게 어렵다. 여행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이것저것 세심하게 따지고 동선을 살피며 일정을 짜게 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다보면 누군가가 일정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에도 적절히 타협을 하면서 일정을 조율하면 되는데, 일정조율이 힘든 것은 '일정의 허술함'을 지적하며 불만을 터뜨리는 방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버지가 그런 편인데, 점잖은 체 하며 원하는 바를 끝까지 말하지 않고 오로지 '그건 싫다'라고만 대응한다. 이럴 때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세어 가며 서로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데, 개중에는 아버지가 정말로 원하는 게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아버지는 술을 드시기를 원하는데, 대낮부터 술 한잔 할 수 있는 고깃집따위를 찾으신다. 내가 제안한 곳에는 술마시기도 괜찮은 이자까야같은 곳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식+술의 그림이 그다지 그려지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버지는 삼겹살+소주가 안될 것을 알고 스테이크+술의 조합을 원했던 것이었다.)

여행가이드란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하고 깨달았던 여행이다.


아침식사는 저렴한 요시노야에서 해결했다. 나는 낫토와 연어구이.

낫토 레토르트를 뜯어서 밥 위에 올린 후 달걀을 깨고 파를 뿌려 먹는다. 낫토를 비빈다고 비비긴 했는데 거품을 덜 냈다. 낫토 거품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런 레토르트를 사놓고 집에서 자주 해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먹는 낫토는 약간 씁쓸한데, 일본 낫토는 쓰지 않아서 좋다. 

요시노야는 24시간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체인점인데, 거의 한국에서 김X천국 급의 다양한 메뉴야 저렴함을 자랑한다. 부대끼지 않고 간편한 아침식사를 찾는다면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가이유칸(해유관) 아쿠아리움에 왔다.

사실 스룻토 간사이 패스로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돈이 아깝다. 특히 가이유칸에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오사카 가이유 깃푸(OSAKA海遊きっぷ)를 사는 편이 저렴하고 좋다. 오사카 가이유 깃푸는 2500엔으로, 가이유칸 입장료 2300원을 대신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오사카 전철과 지하철을 1일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조금 멍청하게 이용한 셈이다. 좀 더 복잡하게 계산을 했으면 싸게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가이드 입장에서 복잡한 교통편으로 헤매느니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비교를 해보자면, 가이유칸이 코엑스 것보다 4~5배쯤 할 것 같다. 이 평가도 너무 짜게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큰 원통형 수조가 건물 2~3층 높이만큼 있고, 수조 안에 가오리와 같이 큰 바다생물들이 헤엄을 친다. 그 수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바다생물들이 들어 있는 수조도 많았다.

입구에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다. 압도되는 광경이 눈 앞에 있는데, 그것을 놓칠까봐 앞다투어 보느라 그런 것 같았다. 조금만 내려가면 같은 광경을 훨씬 여유있게 볼 수 있다.

다양한 물고기들.


벨루가 피쉬Beluga.

철갑상어의 일종.


돌고래를 다루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열대어가 모인 수조.


가이유칸의 백미는 큰 원형 수조를 유유히 헤엄치는 커다란 고래상어다. 몸길이가 12미터쯤 되는 거대한 크기, 몸무게는 21톤 정도 되는 거대한 희귀종 어류이다. 고래상어는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 가고시마 수족관, 미국 조지아 아쿠아리움 정도에서나 볼 수 있다.

제주도의 아쿠아플라넷에서 2마리를 사육을 시도하다가 한 마리를 폐사시키고, 나머지를 방류한 적이 있었다. 그 사건과 관련된 여러 정황을 보면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저열한지 생각하게 된다.

사실 거대한 해양생물의 경우, 꼭 이렇게 가두어놓고 키워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치열한 생태계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과 잘 제어된 인간의 보호 속에서 먹고 자는 삶을 사는 것 중에 무엇이 나은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가두어진 동물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온당 풀어주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돌고래쇼같은 것은 너무 비윤리적이고 비인도적이라 말할 것도 못된다.)


그저 동물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랄뿐이다.


정지유영중인 오징어



그루퍼. 

고급 횟감으로 치는 능성어다. 먹을 것으로 봐서 스미마셍.


가이유칸 중간에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살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간단하게 먹었다.


가이유칸에서 또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규모가 상당했던 해파리 수족관이다.


온갖 다양한, 희귀한 해파리들을 볼 수 있다.


보름달물해파리


가이유칸 맞은편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덴포잔 대관람차>가 있다. 영국의 런던아이가 생긱기 전까지 가장 큰고 진보한 관람차였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관란차에 타고싶으시다 해서, 동생과 함께 타고 왔다. 나는 두려움이 많아서 타지 않았다.


<텐포잔 대관람파>옆에는 <덴포잔 마켓 플레이스>가 있어서 식당이 꽤 많다.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다가 기분이 상해버렸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싶어하셔서 몇 가지 대안을 알려드렸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둥, 음식이 맘에 안 찬다는 둥, 다 탈락되고 얼굴 붉히면서 푸드코트에서 대충 식사를 했다.

(내가 어이가 없다.)


오후에 들린 오사카 성.

히메지 성, 구마모토 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名城) 중 하나이다. 오사카성이 유명한 것중 하나는 이 곳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거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의 오사카 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부서지고, 현재의 오사카 성은 후에 여러차례 재건되었다.

오사카 성 주변의 성곽은 규모가 상당히 큰데, 원래의 오사카 성은 훨씬 더 컸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비용을 지불하고 성 내로 들어가 천수각을 구경할 수 있다지만(600엔), 철근 콘크리트라고 해서 들어가보지 않았다. 오사카 성의 외성은 입장이 무료다.


해자가 2중으로 되어 있는 거대한 성이다.


다리 건너에서 보이는 천수각.

사람들이 없고 한산한 오사카 비즈니스파크역쪽으로 갔다.


한국에서는 늦겨울인 2월이었지만, 오사카 성에는 이렇게 매화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오사카성은 천 그루가 넘는 약 100여 종의 매화 숲이 있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약간 일찍 온 바람에 오사카 성의 유명한 매화가 만개한 풍경을 볼 수가 없었다.


이날 저녁식사 메뉴도 정하지 못해 투닥투닥 싸웠다. 결국 견디다 못한 내가 짜증을 확 내버렸다. 식당으로 가지 못하고 쿠로몬 시장의 <마구로야 쿠로긴>에서 혼마구로를 사고, 아버지가 원하는 고베규 스테이크를 옆집에서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다시는 가이드 하나 봐라.


다음날 귀국하기 위해 새벽같이 나와 <이치란 라멘>에 가서 아침식사를 먹었다. 그렇게 먹기 싫다며 퇴짜를 놓던 아버지도 일본라멘이 입에 맞는다고.....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8. 1. 7. 01:09


아침에 뭘 먹을 지 고민을 많이 하다가 이전 날 먹었던 <야마토 우동>집을 가기로 했다. 가족들과 함께 숙박을 한 뒤, 아침 일찍 가게 앞으로 나가 대기줄에 섰다. 가게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줄을 서면 차례대로 불러주었다. 일본에서는 식당 앞에서 대기하는 것이 흔한 일이고, 으레 그런 식당들이 좀 더 맛있곤 했다.

기다리는 팀은 4팀 정도였고, 한국인 팀이 두 팀 정도 있었다. 어머니께서 앞에 선 나이가 좀 있는 한국인 부부와 이러 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셨다. 나는 스몰토크가 잘 안되는데, 어른들은 그게 잘 되는 모양이다.


우리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다. 아버지는 내가 추천해준 대로 새우튀김우동을 시키셨고, 어머니는 버섯 우동, 동생에게는 새우튀김카레우동을 추천해 주었다. 내가 먹은 것은 위 사진의 닭고기 우동.

우동마다 맛이 약간씩 다른 것이 특이했다. 닭고기 우동은 확실히 닭육수를 낸 것 같았고, 버섯 우동은 많은 종류의 버섯이 들어가 국물이 시원했다. 아버지는 새우튀김우동이 끝내주게 맛있다고 칭찬이 자자하셨다. 하지만 동생은 양이 너무 많다고 투덜...

닭고기 우동의 닭에는 연골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거북하지 않았다. 뻑뻑하지도 않고 고기가 야들야들 했고, 말린 미역으로 보이는 고명과 맛이 잘 어우러졌다. 쫀득쫀득한 우동면발도 참 맛있었다.



이날부터 가족들은 스룻토 간사이 패스를 사용했다. 가족들은 2일권(4000엔), 하루 먼저 온 나는 3일권(5200엔)을 사용했다.

(나는 가족들을 픽업하러 간사이 공항을 다녀와야 하니 차비가 들었다.)

오사카에 오면 가장 우선 봐야 할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교토는 하루정도 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시미이나리 신사와 청수사(기요미즈데라)를 들리기로 했다. 이 두 곳 모두 이전에 오사카 여행을 왔을 때 들리지 못했던 곳이다.

두 곳 모두 인근에 있으므로 동선을 짜기도 쉬울 것만 같았다.


해서. 후시미이나리 신사(후시미이나리타이샤, ふしみいなりたいしゃ)에 도착하니 사람이 너무 많았다....

케이한선 후시미이나리 역에서부터 사람이 가득했다. 날을 잘못 잡은 것 같았다.

저는 이런 여행이 정말 싫다고요. 이런식의 사람 구경은 싫어.


간신히 안쪽까지 도착. 신사 내부가 넓은 편이라 입구보다는 한산한 듯 했다.

일본의 신사는 일본 토착 종교인 신토(신도)의 건물인 셈이다. 카미라는 이름의 신을 모시고 있으며, 현재 신토의 전례나 기도 방법 등은 일본인의 전통문화처럼 되어 있다.



후시미이나리타이샤라고 적힌 간판.

좌우에는 여우상이 놓여 있다. 일본 신토의 신인 이나리신은 곡식의 신이다. 여우로 생각하기도 하고, 여우를 부리는 신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한켠에는 이렇게 이나리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 놓여 있다. 온동네 술이 다 모여 있는 듯 하다. (일본 술이 맛있지. 음.)

어머니는 그 사이에 참배객들 사이에 껴서 동전도 던지고 종도 울리고 참배도 하셨다. 나름 잘 따라하신다. 


여우와 관련된 신사이다 보니까 소원을 적어 걸어두는 패도 여우 모양이다. 재미있는 얼굴을 그려 걸어놓았다.


후시미이나리 신사는 일본에서 가장 토리이(도리이)가 많은 신사이다. 토리이란 일본 신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다란 문이다. 돌로 만들기도 하고 나무로 만들기도 하며, 위의 사진처럼 붉은 색 칠을 하기도 한다.

신토(신도)에서는 속세와 신의 세계를 가르는 문의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그런 붉은 토리이가 수천 개가 있다. 센본토리이(千本鳥居)라 하여 천 개라고 하는데, 사실 그 숫자는 훨씬 넘을 것으로 알려져있다. 



너무 어마무시하게 토리이가 많아 압도된다. 후시미이나리 신사의 토리길은 두 갈래로 이따금 합쳐지기도 한다. 같은 토리길을 걸으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가족들을 끌고 중간에 돌아 나왔다.


아버지께서 술 한 잔 드시고 싶으셨는지 베이컨을 사달라고 하셨다. 꼭 드셔도... 다른 가족들은 배가 고프지 않은 관계로...


동생녀석이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자주 봤다며 링고아메(りんご飴, 캔디 애플)가 먹고 싶다고 사달라고 했다. 그러니까 사과에 사탕을 입힌 과자다. 겉을 핥아먹어야 하는 음식인데, 먹기가 쉽지가 않다.

동생이 씹어먹으려고 몇 차례 시도하다가 실패하고 나에게 넘겨버렸다. 링고아메를 씹어먹기는 쉽지 않지만.... 나는 잘 먹는다.


가족들을 끌고 다음 목적지인 청수사(기요미즈데라)로 향했다. 청수사입구는 언덕이라 조금 걸어 올라가야 한다.

언덕 주변에 먹을 것과 기념품을 파는 전통상점들이 많다. 대체로 청수사 입구 주변의 기념품들이 종류가 다양하고 특이한 것이 많은 것 같다. 비싼 것부터 1000엔 안팎의 싼 물건들까지 종류가 많다.

특히 일본은 오미야게(お土産)라고 하는 선물 문화가 있는데, 이는 여행을 다녀오면 그 지방 물건을 사 다른 이에게 선물하는 풍습이다. 주로 그런 선물은 과자나, 음식, 차 등의 군것질 류가 만만하다. 따라서 일본은 관광지마다 오미야게로 적당한 과자나 음식들을 예쁘게 포장해서 판매한다.

이런 오미야게로 적당한 물건들은 공항이나 역의 상점 등에 많이 있는데, 역이나 공항에서 파는 것은 대체로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품들이다. 기념품 사는 것을 점점 미루다가 공항이나 역 등에서 뒤늦게 물건을 사러 돌아다녀보니, 사기 쉬운 것들은 관광을 다니며 마주친 물건들 보다 못했던 경우가 많았다.

청수사를 좀 더 마지막쯤에 갔으면 기념품 구입하기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상점가를 니넨자카(二年坂), 산넨자카(三年坂)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넘어지면 2년, 3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해서....


청수사(기요미즈데라) 입구. 대표적인 명소답게 여기도 사람이 많다. 8세기에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붉은색 목탑이 화려하다.


기요미즈데라의 무대에서 아래로 보이는 오타와 폭포(오타와노타키). 3개의 물줄기가 흘러내리는데 그 물을 받아 마시면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참배객들을 따라 걷다보면 무대를 지나 한 바퀴 돌고, 오타와 폭포에 이를 수 있다. 어머니께서 소원을 비시겠다며 줄을 서시고 물을 마셨다.


기요미즈데라의 무대. 각종 연극이나 공연들이 있었다는 곳이다.

무대 아래로는 400년된 느티나무로 만들어진 기둥이 있다. 오로지 나무로만 139개의 기둥을 붙여 만들었다고 한다. 못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교토 시내가 보이는 풍광 하나는 끝내준다. 


버스를 타고 교토의 니시키시장에 갔다.

교토의 부엌이라고도 불리는 니시키시장은 4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일본 전통시장이다. 

니시키시장에서 유명한 것은 교토의 절임 반찬, 오반자이, 화과자 등이다. 다양한 음식을 파는 가게가 늘어서 있다.

점심을 먹으러 왔는데.... 아버지 입맛 맞출 식당 찾기가 쉽지가 않았다.


해서 들어간 곳은 선술집 분위기의 식당.

아버지는 술 한 잔 하시고, 우리는 끼니도 때우고.

오뎅 접시인데, 달걀과 어묵, 소힘줄, 곤약, 무가 나온다.


특이한 요리. 메밀가루로 달걀과 야채를 감싼 요리다.


교토를 가로지르는 가모가와(카모 강)

기념품도 좀 사고, 교토 시내도 거닐다가 오사카로 돌아왔다.


일본에 왔으면 현지인의 식사를 해야지 하며 찾은 오코노미야끼집, 후쿠타로(福太郎).


현지인들이 주로 오는 곳인데, 입구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입구에서 이름을 적고 기다려야 하는데, 간신히 생각날 듯 말듯한 히라가나를 생각해내 이름을 적었다. 그런데 내 이름이 맞는 건가 아닌가 싶어 조금 걱정이 되었다. 쉐프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제대로 불리어진 것을 알고 안도했다.

고기와 술을 찾는 아버지께는 고기 넣은 야끼소바와 사케.


나와 동생은 오코노미야끼.

한국에서 오코노미야끼를 이만큼 잘하는 집은 흔치 않을 것 같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2차를 하기 위해 타꼬야끼도 샀다.

가격은 한국이랑 비슷한 듯하지만 맛은 조금 더 있는 것 같다.

한국의 타꼬야끼는 문어가 아닌 것을 넣는 집이 너무 많은 것 같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8. 1. 4. 18:27


홀로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가 오랜만에 재 방문한 오사카.

가족들을 데리고 여행을 가야겠다 마음 먹고, 어딜 가볼가 고민하다가 가까운 일본에 가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길도 대충 아니까 부모님 안내도 해줄 수 있을테고. 무엇보다 예전 일본 여행 때 미처 가보지 못한 곳을 방문하는 것도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족들은 하루 뒤에 출발하라고 하고, 나는 혼자 하루 일찍 오사카에 도착했다.



혼자 있는 하루 동안, 오사카 덴덴타운에 눌러 앉을 생각이었다.

이전 여행 때 마주쳤던 통천각(通天閣, つうてんかく)이 보이니 매우 반가웠다.

덴덴타운은 신이노미야 인근부터 시작해서 난바 옆의 닛폰바시까지 길게 뻗어있다.

아예 작정하고 덴덴타운을 구경할 목적으로 이 근처로 숙소로 잡았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묵으려고 에어비앤비(airbnb)에서 도미토리(다른 사람들과 함께 쓰는 방)를 예약했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게스트 하우스에 손님이 하나도 없다며, 2인실을 사용하라고 단독 방을 주셨다.

게스트하우스는 아무래도 더 크고 청소할 곳이 많으니, 좁은 2인실을 내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신 듯 했다. 영어로 친절하게 안내해주시는 것도 너무 좋았다.


숙소 바로 옆에 덴덴타운이 있어서 실컷 구경했다.

뭘 살까 고민도 많이 했다. 특히 FSS(파이브 스타 스토리) 레진킷을 살까 말까 결정내리기 힘들었다. FSS 리부트 사태로 작가가 구 FSS의 디자인을 포기함에 따라 구 디자인을 구하기 힘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돈을 아끼기로 결정...


몇 년 사이에 덴덴타운은 크게 바뀌었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가 여러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다. 대부분의 가게가 촬영금지 딱지가 붙어 있었다.

촬영은 하지 않고 열심히 구경했다. 몇 개의 프라모델 부품도 구입했다.


점심은 대충 도토루 커피에서 때웠다.

도토루 커피는 커피도 무척 저렴하고 와이파이도 되고 충전도 할 수 있고 여러모로 좋다.

일본 여행 때마다 요긴하게 이용하는 듯.


유명한 건프라 건물.


도시락 구입할 곳도 미리 찾아놨다.

덴덴타운 인근, 숙소 가는 길에 있던 <타마데 슈퍼>(スーパー玉出)이다.

저녁 8~9시가 되면 조리된 모든 식품들이 할인에 들어간다. 각종 도시락, 반찬이 반값!



덴덴타운 근처에는 오락실이 많다. 그 중 타이코스테이션에 들어가 보았다.

한국에서는 오락실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일본에선 대기업들 위주의 대형 오락실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인형뽑기 기계가 절반 넘게 있지만, 그 외에도 아케이드 게임류가 많이 있다.


한국에 들여와도 잘될 것 같이 보이는 드래곤볼 게임.

이런 건 수입해도 잘 팔리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한국에서 아케이드 시장은 리듬게임을 편향되어 있어 어떨지는 잘 모른다.


일본은 아케이드가 잘되니 특이한 형태의 조이스틱도 많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사용하는 컨트롤러인지;;;;


이날 술은 난바역 근처의 로컬 선술집.

포장마차같이 생겼는데, 가게를 물색하던 중에 차 있던 두 테이블이 비어 사람이 없었다.

한쪽 구석에 들어가 사장님께 추천메뉴를 여쭈어봤다.

"오스스메와 도꼬데스까? - 추천메뉴는 무엇입니까?"

"오스스메 구다사이 - 추천메뉴 부탁해요."

짧은 일본어지만 이정도쯤은...


뭔가의 술을 추천받았지만 이름을 모르니 사진을 찍는 것으로 대신한다.



토실토실한 연어 사시미.

상태도 좋고 간장과 와사비도 좋았다.

바닥에 시소잎(차조기)를 깔아주었다.

일본 선술집은 이렇게 1인분 정도 되는 적은 양의 안주를 많이 판다.

직장인들이 퇴근하면서 잠깐 들러 간단한 요깃거리와 함께 잔술을 마시고 집에 돌아가는 것이다.

한국처럼 회식자리니 뭐니 해서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


술도 한 잔 더 시키고, 문어 튀김도 한 접시 시켰다.

일본어 메뉴판을 읽을 줄 아니까 이렇게 술집에서 주문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소금과 함께 내놓았는데, 찍어먹어보니 꽤 괜찮은 조합이었다.

보니까 옆집에서 튀김을 주문해서 옆집 고객에게도 제공하는 것 같았다. 이런 방법의 장사도 있군.

나는 이런 일본 선술집이 너무 좋다.



숙소로 돌아가다가 타마데 슈퍼(スーパー玉出)에서 몇 가지 도시락과 맥주를 샀다. 크으 정말 내가 사랑하는 조합의 저녁이다.



이튿날 아침.


오사카 덴덴타운 옆 동네의 유명한 맛집중 하나인 <야마토 우동>을 찾았다.

<야마토 우동>은 키츠 시장에 있었다. 아침 일찍 가니 줄 서있는 팀이 내 앞으로 둘이나 있었다. 이렇게 아침일찍....

그러나 현재는 폐업상태로 나온다.

오전 5시에서 오후 2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현재 영업시간이 아니라서 그런 건지 어떤 건지.

한 달전 평가도 나왔는데....


이렇게 푸짐한 튀김 우동을 판다.  (새우 튀김 고기 우동이었던가..)


옆자리에선 어떤 사람이 재털이를 달라고 하더니 담배도 피우고. (ㅋㅋㅋㅋㅋ)

할머니께서 맛 보시라며 키츠네(유부)를 한덩이 넣어주셨다.


우동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키츠네 우동과 타누끼 우동은 이름이 재미 있다. 키츠네는 여우이고 타누끼는 너구리인 셈인데, 키츠네 우동에는 간장에 졸여진 유부가 들어가고, 타누끼 우동엔 튀김가루가 들어간다. 여우 우동, 너구리 우동이라니 재미있는 이름이다.



무척 나이드신 할머니께서 장사를 하시던데 건강이 안 좋아지셨나. 폐업이 사실이라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위치는 아래




덴덴타운 옆에 텐노지(천왕사)가 있으니 좀 멀더라도 걸어서 가볼까 하고 천왕사에 갔다.

하지만 내가 갔을 때는 공사중으로 닫은 상태...;;;;

이른 아침이라 천왕사 학교에 가는 학생들만 구경했다.


테미즈야(手水舎).

테미즈야는 쵸즈야라고 하기도 한다. 손과 입을 물로 씻는 행위를 하는 곳이다.

국자(히샤쿠)에 물을 떠서 왼손, 오른손 순서로 헹구고, 왼손에 물을 담아서 입에 넣고 헹군다. 입을 다 헹구면 왼손에 한 번 물을 붓는다. 마지막으로 국자에 물을 담아 쳐들어 물이 국자의 손잡이를 적시도록 한다.


한적한 천왕사 앞 공원에서 산책이나 했다. 덴노지동물원쪽으로 걸었는데, 문도 열지 않았다.



모두들 출근하고 가게는 문을 닫아 한적한 통천각 거리.


통천각 앞에는 24시간 영업한다는 쿠시카츠집도 있다. 이 근방에는 로컬 음식점들이 참 많다.

가보지 않아서 맛은 장담할 수 없지만...



오전의 번화한 쿠로몬 시장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유명한 곳이 <마구로야 쿠로긴>(まぐろや黒銀), 참치회로 유명한 가게다.

참치회를 사서 안쪽의 식당에서 사먹을 수도 있다.

먹을만한 회가 2000엔 수준인데, 가격이 싸다는 느낌은 안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혼마구로(참다랑어)는 정말 비싼 음식이다. 일본 혼슈 북방에서 잡히는 참다랑어만이 혼마구로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 흔히 먹을 수 있는 눈다랑어나 황새치 수준이 아니다.


이 날은 홀로 먹을 수가 없어서 가족과 함께 먹기로 하고... 패스.



마구로야 쿠로긴의 위치는 아래... 쿠로몬 시장을 걷다보면 한 사거리에 사람이 드글드글한 곳을 발견할 수 있다. 그곳이 바로 쿠로긴.





이 날 점심은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한 <천지인> 부타동(돼지고기덮밥), 1000엔정도 한다.

어마어마한 양에 압도당한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맛도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듯.

사실 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니지만, 점심으로 먹기에는 나름대로 괜찮은 메뉴인 것 같았다.

대만인들과 한국인들이 참 많았다.




이날 가족들이 오사카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라 먼곳을 돌아다닐 수는 없었다.

전날 봐뒀던 프라모델을 사기 위해 돌아다녔다.


프라모델을 사면서 그중에 사진 찍어도 될만한 곳에서 사진 한 장.

일본의 피규어는 정말 대단한 것 같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로봇들. ㅠㅠㅠ


간사이 공항으로 가는 전철..

해가 늬역늬역 진다.


이날 무사히 간사이 공항에 도착한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동생과 카톡으로 위치를 주고받은 덕분에 지루한 입국심사 시간을 견딜 수 있었다.

다음날부터 가족들이 사용할 스룻토 간사이패스를 미리 구입했다. 가족들의 여권이 필요해 미리 사둘 수는 없었다.


아버지께서 일본 최고의 음식을 드시고 싶다는데 뭘 선택해야 할까.



그러다 선택한 것이 <시장초밥> 난바점 (市場ずし, 시장스시라고 안적혀 있고 시장'즈'시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 오사카에서 벌어진 와사비 테러가 발생했던 그 집이다. 테러 파동이 발생하기 4달 전에 방문했던 것이다.

초밥 상태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아주 싸거나 아주 비싼 집도 아니고, 이정도 가격이면 적당한 수준이랄까? 방문객 중에는 한국인도 많겠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일본인들이 훨씬 더 많았다.


아버지께서 두 피스에 만원짜리 마구로(참치) 대뱃살 초밥을 드시고 엄지를 치켜세우셨다. 한평생 먹어본 초밥 중에 가장 맛있었다고 하셨다. 네에. 네.

나는 아버지 시중을 드느라 거의 먹질 못했다. 신경질이 다 날 지경. 혐한이고 뭐고 아버지 미워 못살겠네.

아버지가 밥 다 드시고 가자 하실 때, 나는 한 개도 못 먹었다. 으 성질나.


뒤늦게 내가 좋아하는 초밥 위주로 주문...

성게알이 너무 먹고싶어 성게 초밥을 시켰는데, 완적 낙제 수준이었다.

꺼내기는 캘리포니아 산 성게라고 적힌 그릇에서 퍼왔는데, 캘리포니아가 성게는 맛이 없나?


연어알 초밥은 그런데로 합격.

터진 알도 조금 보였지만, 맛은 그럭저럭 있었다. 그 외의 초밥들도 맛있게 먹었다. 아무래도 100엔 초밥집들보다는 나은 듯. (물론 한국 초밥집들보다 나았다.)



도톤보리 천.

가족과 함께 번화가를 돌아다녔다.



역시 가장 유명한 곳은 보여드려야겠지 싶어 구리코 상에 잠시 다녀왔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해 둔 숙소로 이동했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29. 18:09

이전에 업무차 스페인 발렌시아에 간 적이 있었다.

딱 반나절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있었는데, 겨우 발렌시아 시내 정도 돌아보았다.

이전에 니콘 P90를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카메라가 없으면 사진도 안 찍던 시절이었다.

핸드폰 카메라가 좋았다면 좀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처음 가보는 유럽이었는데, 오밀조밀 붙어있는 집들이 매우 신기했다.

스페인은 술 좋아하는 사람에겐 거의 천국과도 같다.

국내에선 3~4만원쯤 할 와인이 4~6유로면 구할 수 있었다.

3~5유로 선에서도 맛 좋은 와인이 많았는데, 막 파는 와인은 1~2유로밖에 되지 않았다.


스페인은 포도주 3대 생산지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수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스페인 사람들이 술을 너무 사랑해서..... 자국내 소비로 거의다 소진된다는 것;;;

스페인 포도주에는 등급이 있는데, 10병쯤 맛 본 결과 어느정도 이상되면 등급으로 맛을 표현할 수가 없다.

오히려 가격이 맛에 비례하는 듯 했다.


크리안자(Crianza)는 2년 숙성, 6개월 오크통

리세르바(Reserva)는 3년 숙성, 1년 오크통

그란 리세르바(Gran Reserva)는 5년 숙성, 최소 2년 오크통 숙성,


VdP, DoCa, Do, VCIG, VdIT, VdM 순으로 등급 순위를 매긴다(좌측이 최상급).


포도주를 왕창 사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시내로 향하다가 빵냄새에 끌려 찾아간 빵집.

아침부터 빵을 구워내는 향기가 너무나 향긋해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

컵케익과 쿠키등이 보인다.


만두 모양의 엠빠냐디아스(empanadillas)가 살짝 보인다.

참치나 고기등을 소로 만든 파이 과자이다.



막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야채빵을 하나 구입했다.

지중해 요리 중 코카(Coca)라는 이름의 패스츄리다.

피자와 거의 같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 파는 빵은 진짜 빵이 아니다.


스페인 요리엔 향신료도 잘 쓰이고, 고기와 해산물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빠에야(파에야, 쌀밥 요리), 감바스 알 아히요(올리브 새우) 등의 스페인 요리가 유명하다.

한국인 입맛에도 매우 잘 맞는다.


로탸 데 라 세다(Llotja de la Seda)


발렌시아에는 가장 중요한 건물 세 가지가 있다. 

로탸 데 라 세다, 중앙시장, 성 요한 교회를 일컬어 발렌시아의 세가지 보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세 건물은 모두 한 데 모여 있어서 관람하기가 아주 좋다.


로탸 데 라 세다는 발렌시아의 상인들이 계약을 체결하던 건물로, 비단 거래소로 운영된 적도 있다고 한다.

발렌시아의 상업 역사의 흔적인 셈이다. 발렌시아의 상업적 번영으로 1400년도 후반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성벽에는 가고일 석상들이 붙어있다.

가고일은 빗물을 빼내는 수로의 역할을 하던 석상이다.

로탸 데 라 세다는 입장료를 내면 입장할 수 있지만, 건물 내부까지 보는 것은 별로 흥미를 끌지 않았다.



발렌시아 중앙시장(The Central Market of Valencia)

지역 주민들도 많지만 이곳은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온갖 식료품들, 수산물, 육류, 포도주, 과일등을 쌓아놓고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몽 햄이 걸려 있는 정육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하몽(하몬, Jamón)은 스페인어로 햄이라는 뜻이다.

스페인에서 하몬이라고 하면 으레 하몬 이베리코를 뜻하는데, 이는 이베리아산 흑돼지로 만든 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하몬 이베리코는 무척 비싸고, 대중적인 것은 하몬 세라노(시에라 산 햄)이다.

하몬은 염장하여 오랫동안 건조시켜 만든다.

보통 얇게 저며 먹는데, 그냥 주워먹기도 하고 요리에 넣어 먹기도 한다.

굉장히 짜고, 건조되어 겉이 살짝 딱딱하고 양초의 질감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 요리로 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몬 & 멜론'이 있는데, 짭조름한 얇은 하몬 햄과 달콤한 멜론을 함께 먹는 것은 별미이다.



성 요한 교회(Iglesia de los Santos Juanes)은 중앙시장 옆의 오래된 교회 건물이다.

교회는 매우 힘든 고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자리에는 1200년 대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가 1300년대에 불이 탄 것을 교회로 다시 세운 것이다.

처음에는 고딕 양식으로 재건을 했는데, 1592년 두번째 화재로 불 탄 후 최종적으로는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었다.

이 후에 1939년 스페인 내전 때 다시 세 번째 화재를 겪고 재건 중이다.





조각들이 유려하고 화려하다.

두 어린이 모습의 천사가 있고, 순례자의 상징인 가리비 모양과 갖가지 식물의 조각이 인상적이다.

맨 아래에 작은 모양이 사도 요한이라는데 이외의 것은 잘 모르겠다.


중앙 시장에서 바라본 교회의 모습. 이 방향에서 옥상 부근에 네 명의 성인 석상이 보인다.


맨 좌측부터 성 프란시스 보르지아다.

예수회 총장으로 간디아 대학교의 설립자로 알려진 성인이다.


그 다음에는 헐거벗은, 세례자 요한이다.


그 다음은 성 루이스 베르트랑, 16세기 발렌시아 도미니크 수도원의 수도자로 미국에 선교를 갔던 성인이라고 한다. 발렌시아에서 유명한 성인인 것 같았다.


사도 요한. 예수의 12 제자중 한 사람으로 요한 복음 등을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에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상이 있다.


교회의 내부의 모습.

성 요한 교회는 세례자 요한과 사도 요한을 기리며 만든 교회에 붙는 이름이다.

이 성 요한 교회에는 세례자 요한의 옷(ex vestimentis)이 성물로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교회 내부에는 갖가지 성화와 조각, 성물등이 있다.

잘 모르겠지만, 예수의 부활 후 승천하는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닐까?


세례자 요한은 예수를 보며 '세상의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예수는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 때 하늘에서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와 예수의 머리 위에 머물렀다.

이 그림은 그 세례의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교회가 어둡고 조용해 경건해지고 숙연해지게 한다.

어두운 덕분에 사진은 잘 찍기 어려웠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Ciudad de las Artes y las Ciencias, City of Arts and Sciences)


바깥은 이렇게나 밝고 화사하다.

지중해의 기후는 너무나 좋다.

햇빛이 밝고 구름이 예쁘게 만들어진다.

반면에 비구름은 오락가락 했다.




왼쪽에 오페라 하우스인 팔라우 드 레 아트 레이나 소피아(El Palau de les Arts Reina Sofía), 오른쪽에 아이맥스 상영관, 별 관측관과 레이저 상영관이 있는 L' Hemisfèric이다.


펠리페 왕자 박물관 (Museu de les Ciències Príncipe Felipe)

프린시페 펠리페 박물관인데 과학 박물관이라고 한다.

고래의 골격 모양으로 되어 있다.

시간이 없어서 멋지게 생긴 박물관의 외형만 보고 이동했다.




스페인은 올리브도 맛있고, 과일도 맛있고, 소세지나 햄도 맛있어서 놀라웠다.

포도주와 함께 매일 술 파티해도 좋다.


이 놈의 나라가 참 웃기는데, 우리나라의 서울 번화가와 같은 술문화를 가지고 있다.

저녁이 되면 술집과 식당들이 문을 여는데, 새벽 내내 흥청망청 술을 마시며 밤거리가 소란스럽다.

그리곤 그 다음날 아침이 되면 식사를 파는 식당이 없다.

심지어 점심에 여는 가게도 드물다.

게다가 점심 시간을 조금만 놓쳐도 낮잠(시에스타) 시간에 걸려 점심도 못 먹을 수 있다.

점심은 맥도날드에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출근도 매우 느지막히 하는 모양이었다.



참 인상적이었는데, 오랫동안 여행을 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친한 선생님 한 분이 최근에 스페인을 다녀오셨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하셨다.

어찌나 부럽던지.

다음에 한 번 여행 가볼 기회가 있겠지.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12. 02:13


4년전 일본 여행.

후쿠오카에서 일본여행을 마무리하기 위해 하카타역으로 왔다.

도쿄를 걸쳐 오사카에서 교토와 나라도 둘러보고, 히로시마를 본 후 하카타에 도착한 것이다. 이동안 JR패스가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사실 당시에 하카타에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었다.

아사히 맥주공장 견학을 하루 예약했을 뿐, 뭐가 뭔지도 모르고.


하카타 역 내에는 많은 매장과 식당, 술집, 그리고 슈퍼마켓 등이 있다.

그 슈퍼마켓에서는 도시락(벤또)을 팔고 있고, 저녁 8시가 되면 도시락 할인에 돌입한다.


일본 게스트하우스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한국사람들도 많이 많나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이래저래 좋았다.

프라이버시는 비지니스호텔이 더 좋지만, 떠들썩하고 재미있는 것은 게스트하우스가 더 낫다.

맥주를 마시면서 일본 사람들과 홍백가합전 이야기를 나누며 TV도 봤고(홍백가합전도 일본 연예인도 전혀 모르지만), 한국인 무리가 얽히면서 서양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러 가는 장면도 보았다.

나는 늦게 숙소로 돌아와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즐거워 보였다.

숙소의 친구들과 연락처도 서로 나누고 그랬지만...

나는 연락처 나누는 일이 별로 달갑지만은 않다.


하카타에는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라는 마츠리(祭, まつり, 축제)가 매년 벌어지는데 <카자리 야마카사>는 장식한 축제용 가마이다. 이런 가마는 후쿠오카 시내 14군데에 설치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 본다. 

카자리 야마카사는 축제기간이 끝나면 해체되지만, 홍보용으로 설치해둔 것도 있다.


그 중 <미오쿠리>는 애니메이션 캐리터가 사용된 가마를 말한다.

위 사진은 일본의 국민 애니메이션인 <사자에상>의 캐릭터 카자리 야마카사.

만화책으로 45권이 나왔고, 애니메이션으로 오랫동안 사랑받았으나 국내엔 수입된 적이 없어 듣보잡 신세다.

배경이 바뀌지 않고 주인공들이 나이를 먹지 않는 상태로 에피소드만 반복하는 옴니버스를 <사자에상 시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대표적으로 명탐정 코난, 검정고무신, 도라에몽, 심슨가족 등)



나카츠(나카스) 강변.

이곳에 포장마차들이 늘어서 있는데, 이를 나카스 야타이(포장마차)라고 한다.

많은 먹거리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라멘.

이른 시각이라 그런지 이 날은 비교적 한산했다.


그렇다면 실패하지 않는 식당 선택 전략은 무엇인가?

적절한 인파가 몰려 있는 곳이 당연히 우선권을 가진다.

인파의 나잇대도 중요한데, 관람객으로 보이지 않는, 뜨내기로 보이지 않는 로컬 어르신들이 보이면 거의 반정도는 성공이다.

아저씨가 선택한 것이 가성비 따위는 아니시겠죠? 네?


돈코츠 라멘을 주문해 봅니다.

오 기름진 국물에, 적절히 가미된 쪽파와 차슈. 꼬독꼬독한 목이버섯.

로컬 푸드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맛이 있네. 

돈코츠 라멘의 도시 하카타 다운 맛이다.


쇼핑을 하기 위해 이러 저러한 곳을 쏘다니다가 지쳐버렸다.

그냥 숙소로 돌아갈까하며 하카타 역에 왔다가 역사 1층에 선술집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역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서서 술을 마시는 직장인들.

완전 분위기에 반해 도저히 지나칠 수가 없었다.

가장 손님이 많은 집으로 가 테이블을 잡았다. 


오오 잔술도 팔고 어묵도 갯수로 판매한다.

한 잔 하고 돌아가기 딱 좋을 듯.


어묵으론 모잘라 두부도 시켰다.

짭쪼름하고 달짝지근한 두부에 청주 한 잔.


이 때 건너편 좌식 술집에서 남자친구와 만나 술을 마시던 게스트하우스 직원을 발견했다.

동석하기 싫었지만(혼술이 너무 좋아) 직원이 자꾸 오라며 손짓하는 바람에 더 못마시고 그 좌석에 합석했다.

조금 아쉬웠던 선술집.

(이 이후로 일본만 가면 선술집에 가서 술을 마신다.)

지금은 현재 저 곳도 금연지역으로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복도 끝 외진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어딜 가나 있지.


그 다음날이 되자 후쿠오카에 비가 내렸다.

해양성 기후를 가진 탓인지 비가 오락가락 한다.


아침 일찍 가기로 한 곳은 바로 병주병들이 쌓여 있는 곳.


아사히 맥주 공장이 되겠다.

일본의 많은 맥주 회사가 지역별로 공장 견학을 운영하고 있다.

가기 전에 반드시 전화로 예약을 해야 한다.(하카타 공장은 현재 한국어 안내가 가능하다고 한다)

나는 당시에 일본어에 능통한 후배를 통해 예약을 했다.

예약비는 따로 없고, 이름과 방문일 정도만 알려주면 된다.

어떤 사람은 전화했더니 한국말을 하는 사람이 대신 통화를 했다고 한다.

공장에는 한국어로 된 팜플렛도 있다.


공장 내부에서는 사진 찍지 말라는 안내와 함께 공장으로 입장.


공장으로 입장 전에 마지막으로 한 컷.

아사히에서 생산된 제품군의 전시장.


맥주를 만드는 보리와 호프를 만져보고 향을 맡을 수도 있다. (먹을 수도 있다는데??)

그리고 어떻게 맥주를 발효하고 어떻게 술이 되는지. 어떻게 병과 캔에 담기는지 눈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엔......


두둥. 갓 생산된 맥주를 시음해볼 수 있다.

한 사람당 세 잔까지!

고래밥 안주는 덤!!


이번에는 흑맥주로.

이렇게 시원하고 맛있을 수가 없다.

갓 생산된 맥주의 맛은 정말 내인생 최고의 맥주였다.


가이드님의 친절한 일본어 설명에 집중하는 관람객들.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은 20여분.


저는 주당이므로 3잔을 마셔야겠습니다.


완전 천국이 따로 없었다.



휴 아침부터 술을 마셨더니 기분이 좋네.

JR노선을 타고 하카타역으로 돌아간다.


점심식사를 하러 하카타 요도바시 카메라에 왔다.

요도바시 카메라는 카메라도 팔지만 각종 전자기계들도 팔고, 각종 놀거리 먹거리가 함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강변역 테크노마트정도 되지 않을까?

일본의 유명한 오락실 중 하나인 타이토 스테이션.

무엇보다 인형뽑기 기계가 한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다양하고 많다.


하카타 105엔 초밥집 <우오베이>.

평상시에 대기줄이 많은 편이다.


도서관같은 자리에 앉아서 돌아가는 레일 위의 접시를 가져다 먹거나 이 사진과 같은 화면을 보고 개별로 주문할 수도 있다. 한글로도 주문할 수 있으니 한국사람들도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주문한 메뉴는 기차가 실어다 날라준다. 보는 재미도 쏠쏠한 편.


레일 위로 돌아가는 접시들.

차가운 초밥이 메마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그냥 먹어도 괜찮겠지만, 되도록 신선한 걸 먹고싶은 게 사람 마음인지라... 선듯 손이 가지는 않는다.

차라리 시켜서 기차로 배달해 먹고 말지.


각 자리마다 급수대와 말차가 준비되어 있다.

녹차는 마음껏 마시면 된다.


첫 스타트는 문어 초밥으로....


개중에 꽤 베스트 축에 속했던 방어 초밥.

실하고 맛도 좋은 편이라 (꽤 대방어이지 않을까?) 두 번 시켜 먹었다.

그밖에 고래초밥도 시켜먹었고(괜히 시켜먹었어 ㅠㅠ), 청어나 전갱이같은 싸루려 생선도 시켜먹어보았다. 

가격이 가격인지라 그다지 맛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사실 이정도가 되려면 국내 초밥집도 무던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비슷한 가격대의 한국 초밥집은 매번 연어+광어+가다랑어+소고기+바다장어+삶은새우+간장새우+북방대합 조합인데, 항상 똑같은 구성에 질려버렸다. 심지어 이 가게나 저가게나 모두 같은 식자재상에게 배달 받는 것 같다. 양파채 올리고 무순 올리며 비릿하고 오래된 맛을 가리고 있으니 도저히 기대할 수가 없다.

같은 가격에 이렇게나마 다양한 초밥을 먹으면서 이건 별로, 저건 괜찮다고 평가할 수 있는 집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이날 이 가게에서도 약간 비싼 가격의 성게알 군함말이를 먹어보았는데, 굉장히 비리고 맛이 없었다. 우니는 비싼 걸로.....


요도바시에는 게임 소프트웨어도 많이 팔고 있다.


일본에 또 많은 것은 이런 가챠폰 (가샤폰, 캡슐 토이, 뽑기)이 많다.

이런 기계가 가챠폰인 이유는 기계에 동전을 넣고 돌리면 '가챠' 소리가 나고, 캡슐을 열 때 '퐁'하는 소리가 나기 때문이다.

별별 캐릭터 상품들이 모두 모여 있다.

으레 이런 게임을 해보면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는 아주 가끔씩 나오고, 가지고 있어봐야 별 감흥이 없는 캐릭터 위주로 뽑히기 마련이다. 가장 메인 캐릭터를 기대하고 돌렸다간 수 만원은 써야 한다.


만화책도 이렇게 많이 모여 있다.

일본의 오프라인 서점 방식이 너무 부럽다.


이렇게 프라모델을 판매하는 매장도 있다.

사진은 <톱을 노려라>의 주인공 로봇인 <건버스터>.

좌측은 <건버스터>의 특수능력 중 하나인 <더블 버스터 코레더>, 우측은 <톱을 노려라>의 마지막 장면 근처에서 <건버스터>의 심장부의 축퇴로를 뽑아 일격을 날리는 장면을 묘사한 것.


그밖에 선물 쇼핑을 하기 위해 찾은 하카타 마루이.

아예 이러저러한 것이 있군요.

거의 두 시간을 쇼핑했지만, 건진 건 별로 없었다.

(이게 모두 사치품 구입에 힘을 써서 그래.)


저녁을 먹기 위해 찾은 모츠나베 전문점 <오오야마>.

오오야마는 하카타 역사 1층에 있다.

이 가게는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이 당시만 해도 한국인이 없었는데, 다음번에 가니까 앞 좌석도 한국사람이고, 메뉴도 한글이고.

뒤에 들어오는 사람들도 한국인이고.


하카타 명물 중 하나인 <모츠나베>.

우리나라 말로 하면 '곱창전골'인 셈이다. 양배추가 들어가 있어 달큰하고 구수하다.

국물이 진하고 매우 맛있다.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그 다음 후쿠오카 방문 때 다시 방문했다.

후에 다시 가봤을 때 일본인들은 모츠나베 말고도 철판구이 등을 먹는 것을 보았다.


그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 날도 걸었다.

공항까지 가는 지하철 노선이 있는 곳까지 걸었다.

일본 차비로 천원어치는 걸었던 것 같다.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먹은 아침 식사.

명란젓을 발라 구운 연어구이와 돈지루(돼지고기 된장국) 정식.

공항 식당에서 대충 사먹은 것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입맛에 잘 맞았다.

아무래도 나는 일본사람인 것 같다.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받은 기내식 샌드위치.

그래 나는 일본인인 것 같다.


일본을 도쿄에서 후쿠오카까지 여행을 했지만,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 여행이었다.

부지런히 다녀도 이렇게 아쉬움이 클 줄이야.

특히 배낭을 짊어지고 온 탓에 쇼핑을 제대로 못한 건 정말 크게 아쉬웠다.

그 흔한 일본과자도 못사올 정도(부피 때문에)였다니.....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단 하나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여행을 갈 때는 무조건 큰 캐리어를 끌고 가자.

(한여름엔 일본에 오지 말자.)

(숙소를 자주 옮기지 말자.)

(조사는 미리 하고 오자.)

(와이파이가 없으면 안돼.)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11. 13:00


4년전 일본여행.

오전 7시부터 멀리 이동하기 위해 씻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오사카에서 히로시마로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에 맞추어 사람들 사이에 힘겹게 여행 중.

일본의 열차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형태도 상이한데, 여기 저기 다니면서 특이한 기차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울러 가끔씩 기관사들이 기관실에 앉아 조종하는 것도 관찰할 수 있다.

(또 매우 놀라운 점은, JR노선의 많은 역들에 역무원들이 직접 눈으로 열차표를 검사한다. 사람이 다니지 않을 것 같은 시골 역에도 JR패스를 보여준 후 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두 개의 조종간(어떤 건 하나를 당기고 다른 하나를 돌리고)이 있고 하나는 속도 다른 하나는 브레이크다. 아마.


이전날의 에끼벤에 반해버려 다시 구입한 에끼벤(駅売り弁当).

이번의 에키벤은 규탄(소 혓바닥)이다.

일본 사람들의 소 혓바닥 사랑은 특별하다.

이 전날 저녁 2차로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규탄을 먹어보았지만, 삶은 쇠고기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에 에키벤으로 다시 구입했다.

쫀득쫀득한 식감이 재미 있는 맛이었다. 그리고 달착지근한 달걀말이도 맛있었다.


이제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는 호로요이.

이 당시만 해도 네이버 일본여행 까페에 '호로요이 꼭 마셔봐라'라는 글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특히 호로요이는 계절한정 메뉴를 판매하기 때문에 그 때 아니면 못 마시는 호로요이가 있을 수 있다.

이 날 먹은 것은 계절한정 살구맛 호로요이.

그런데 그냥 달콤한 소다 인 줄 알고 마셨는데 취기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알고봤더니 알콜 3%....

이날은 아침부터 술을 마신 것으로 되었다.


히로시마 역에서 내리기 전에 찍은 히로시마 시민 구장.

일본 프로야구 구단인 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이전에 이용했으나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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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뿌려졌던 삐라들.

일본제국주의 당시 얼마나 파시즘 국가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오른쪽 상단 삐라에 <대동아공영권>이라고 써 있다. 일본이 아시아를 통치하면 해방이라는 뜻이다.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일본인들의 단합을 위해 지속적으로 홍보해 왔다.

이 전단지들은 공습에 대해 경고하며 항복을 하는 것을 반대하도록 장려했다. 원자폭탄에 대해서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았다.


결국 1945년 8월 6일 8시 15분.

원폭과 함께 손목시계의 시간이 멈췄다.

히로시마에 미국의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만 것이다.

폭발과 함께 히로시마 시민들은 밝은 빛을 목격했다. 빛을 가리면 자신의 뼈가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폭심지 근처의 온도는 섭씨 3000도를 넘겼다. 근처에 있던 사람은 증발하여 검은 흔적만을 남겼다.


당시 히로시마의 사진.

그 결과는 참담했다. 폭발의 후폭풍과 함께 반경 1.5km의 건물들이 싹 날아가버린 것이다.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가리고 온통 불바다로 변했다. 폭발에 휘말려 죽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폭 폭발후 방사성분진에 섞여 내린 비는 피해자를 더욱 더 증가 시켰다.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강한 방사선은 생체 조직 자체를 파괴시켜 재생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혈관, 내장등 모든 기관이 파괴되어 전신 화상으로 사망한다.

이 원폭으로 14만명이 희생당했다.





자료관 내에 전시된 원폭 전(좌) 후(우)의 모습을 재현한 미니어처(상)과 당시 항공 지도 사진(하).

폭심지를 중심으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상단의 미니어처 사진을 보면 원폭돔을 비롯한 몇 개의 콘크리트 건물만 남고 모두 폭발에 휩쓸리거나 불에 타 잿더미가 되었다.


당시 처참한 광경을 묘사한 거리 조형. 창 밖으로 황폐한 폐허의 사진이 걸려있다.

얼마나 을씨년스러운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거리를 걷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 보이>의 모형.

두 개의 우라늄 235 덩어리를 충돌시켜(핵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임계질량을 넘어서게 함) 폭발을 유도해 냈다.


당시 원자폭탄의 폭발로 두꺼운 철문이 구부러져버렸다.

얼마나 강한 폭발이었던가.


원폭의 뜨거운 열로 인해 녹아붙은 쇠붙이들.

흐물흐물하게 녹은 뒤 서로 엉겨붙어버렸다.






유리 약병으로 보이는데, 원자폭탄의 열기로 인해 유리가 녹아내려 서로 붙어버렸다.

원폭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물건.


히로시마 원폭 때 녹은 물체들.

캔과 유리병, 사기등이 녹아 비틀어졌다.

동전(토큰)은 녹아 서로 붙어버렸다.

폭발지역의 온도가 얼마나 뜨겁게 올라갔을지 보여준다. 


방사능 측정기(가이거 계수기)를 놓고 방사능을 측정하는 걸 시험삼아 보여주고 있다.

거리에 따라 방사선량이 어느정도 되는 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치인 셈이다.

방사선량은 거리역자승이다. 즉 거리가 2배가 되면 강도가 1/4, 거리가 3배가 되면 강도는 1/9가 된다.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점선원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닿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피폭량이 감소된다.

히로시마 원폭 방사능 피해도 멀어질 수록 줄어들었을 것.

(사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사진을 보니 대충 그런 식일 것 같다. 워낙 예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다.)




이 여행 당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지 2년째 되던 해였다.

2011년 3월,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이 발생하면서 도쿄 전력이 운영하던 후쿠시마 원전에 손상을 입혔다. 

후쿠시마 원전은 비상노심냉각에 들어갔으나 이후 발생한 15미터의 쓰나미(해일)로 비상전력을 잃게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몇 번의 전력복구 시도가 좌절되고, 노심을 냉각하는 냉각수가 증발하면서 원자로의 온도를 상승시켰다. 

해일이 일으킨 전력상실, 배터리 방전 등으로 원전 관리가 불가능하게 되자 노심의 온도가 섭씨 1200도까지 치솟으면서 방호벽이 녹아내렸고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핵연료가 공기 중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핵연료에 사용되던 지르코늄이 고온반응으로 수소를 발생시켰고, 격납용기를 손상시키는 수소폭발을 이르켜 방사능의 대기 유출을 가속화 하였다.

이후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이내 지역을 '경계구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통제하였다.

후쿠시마와 가까운 도쿄 등이 피폭의 공포에 떨어야 했고, 일본과 가까운 우리나라도 일본산 물품의 수입에 관한 여러 논쟁들과 규제가 있었다.


이러한 방사능의 공포 속에서 어떤 안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반드시 탈핵에 준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후에 블로그에 탈핵 논지의 글을 올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갈증이 나고 더워서 힘들던 차에 박물관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휴게실에 앉았다. 손에 들고 먹는 아이스크림은 먹기 귀찮고 퍼먹는 아이스크림을 결정했다. 마침 우리나라에서 파는 <와 아이스크림>과 비슷했다.

맛도 비슷했다.

그렇다. 같은 롯데 제품이다. 일본에서는 爽(そう, 소우)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다.


벌건 대낮이지만 더 돌아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전날 너무 많이 돌아다녀 힘에 부쳤다.

결국 전차를 타고 히로시마 역으로 돌아갔다.

이날 저녁이 되기 전에 후쿠오카에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로 가야 했다.


히로시마 역사 안에 있던 식당에서 점심으로 사 먹은 자루 소바.

일본 하면 메밀국수 아니겠어?

한국에서도 냉면하면 껌뻑 죽는데, 일본 현지의 메밀국수를 놓칠 순 없었다.

메밀국수와, 문어숙회, 돼지고기조림 세트.

모든 게 좋았다. 

숙회도 신선하니 좋았고, 돼지고기에도 누린내가 나지 않았다.

메밀국수도 꽤 좋았다.

이날 이후로 일본 식당들에 강한 신뢰감이 생겼다.

일본에선 아무거나 먹어도 실패하지 않는다.

맛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이 있을 뿐이다.


히로시마 지역 특산품인 <모미지 만주>(もみじ饅頭, もみじまんじゅう).

단풍잎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디저트로 기차 안에서 까먹었다.


일알못이라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 시모노세키를 지난다.

이 곳 수산시장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언제 기회가 있을지.

(이 이후에 시모노세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10. 20:58


4년전 일본 여행 중.

히메지와 고베를 갔다가 오사카로 돌아왔다.

오사카 시내도 구경을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늦은 오후는 숙소(신이마미야) 근처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저녁식사는 오코노미야키로 정했고, 이번에는 숙소에서 난바역까지 걸어가보기로 했다.

유명한 오코노미야끼집을 찾고.... 무작정 걷자.


숙소 근처에 이렇게 음식점이 많을 줄은 몰랐다.

이렇게 화려한 음식점 말고도 골목골목에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음식점과 술집이 많았다.

사진에 있는 가게는 쿠시카츠(꼬치튀김)와 호르몬(곱창)을 파는 가게.


또 몰랐지만 신이마미야 역에서 통천각(通天閣, つうてんかく)이 가까이 있었다.

일본 만화등을 보다 보면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곳이다.

마침 만화 근육맨 콜라보 전시가 있었던 것 같은데, 내 저녁밥줄도 급하니 지나치기로......


근데 또 걷다보니 이 근처가 덴덴타운이 아닌가?

덴덴타운은 오사카를 대표하는 전자상가 거리이다.

게임, 만화, 장난감, 완구류, 앨범, 전자기기등 규모는 작아도 도쿄의 아키하바라와 비슷한 곳이다.





도쿄의 아키하바라에선 쑥쓰러워 지나쳤던 고전 게임 매장.

오래전 향수를 자극하는 게임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짐도 업고 가벼우니 한 번 들어가볼가 했더니.


아니 내가 제일 좋아했던 게임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닌가?

680엔이면 가격도 저렴하고. 게임기(슈퍼패미컴)는 집에 있고....

몇 번이나 살까 말까 하다가 결국은 사지 않았다.

과연 잘한 일이었을까?

(결국 이 게임이 내장된 미니슈퍼패미컴을 사고야 말았다.)


매장에 걸려 있던 액자.

이 괴상한 그림들은 게임 <파이널 판타지 6>에 나오는 몬스터들.

최종 보스부터 짜잘한 잡몬스터까지 모두 출현!

정말 향수를 자극한다.


밥 먹으러 나왔다가 이게 웬 떡인지.

이곳은 혹시 천국이 아닐까?


귀여운 인형들도 있고....

한국에서 이렇게 많은 실바니안 패밀리를 본 적이 있던가.


게임 <퍼즐 앤 드래곤즈>의 트레이드 카드인 모양?

설마 실물 카드도 갖고 게임 카드도 갖게 해주는 것일까?


공사중인 히메지 성을 봤더니 일본의 성 프라모델 시리즈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겠더라.

이렇게 일본인들의 성 사랑이 대단하다.

일본 성 매니아도 분명히 있겠지.


성인물 매장이 있었다.

나는 들어가볼 정도로 배짱이 좋지 않다.






큰 서점도 엄청나게 많았다.

사진촬영이 안되는 서점도 제법 있었고. (그 BL물이라든가)


그러다가 우연히 프라모델 판매장을 들어갔다가 발견.

아니 이건 제가 제일 사랑하는 <파이브 스타 스토리>의 모터헤드가 아닙니까?

사진의 프라모델은 <루미너스 미라지>. 작중 인물 중 하나인 <와스챠 코단체>가 탔던 미라쥬 머신.


모두 <파이브 스타 스토리>에 등장하는 모터헤드.

좌측부터부터 <라스트 쥬논>, <바이 오 라>, 시뻘건 <팬텀> 에나 버젼, 끄트머리에 살짝 보이는 건 <파열의 인형>, 저 뒤에 시커멓게 서 있는 것은 <흑기사>


<슈퍼로봇대전 오리지널>에 등장하는 <사이바스타>(중앙 흰색 프라모델)와 <발시오네>(우측 후면 프라모델), <ART-1>, <다이젠가>와 <아우센자이터>(우측 검정+빨강, 짤림)

나 오타쿠같지?

이 때엔 상점내 촬영이 금지된 곳이 별로 없었는데, 이 다음에 덴덴타운에 가보니 여기저기 사진촬영금지 팻말이 달려 있었다.

이렇게 촬영한 것도 이 때가 마지막.


덴덴타운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건담 1/1 광고판.

건담이 실존한다면 실제 크기가 저만하다.

나는 이미 오다이바에서 보고 왔지만.


덴덴타운에서 떠나기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떻게 여기서 그냥 돌아가. ㅠㅠㅠㅠㅠㅠ

다음에 꼭 돌아와야지 마음 먹었다.


하루에 테판야끼(철판구이)를 두 번 먹게 되네.

식당은 <미즈노 오코노미야끼>.

옆 테이블은 한국어 메뉴판을 주고, 나는 일본어 메뉴판을 주더라.

에비스 맥주도 시키고, 오코노미야끼는 아무거나.


바로 앞에서 오코노미야끼 굽는 걸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삼겹살 올리고... (메뉴 이름이 뭘까...)

(거의 어디서나 볼 수 있지)





일본에서의 첫 오코노미야끼였는데 매우 만족했다.

사실 오꼬노미야끼 파는 가게가 한국에도 많지만서도 썩 괜찮은 전문점은 극소수이다.


하루종일 고생했는데 그냥 빈손으로 숙소에 돌아갈 수 없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슈퍼마켓에 들렀다.

일본의 슈퍼마켓(슈퍼)에는 반찬과, 벤또(도시락), 신선식품등을 용기에 담아 판다.

이 음식들을 파는 코너는 상당히 큰 편이어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밥, 볶음국소(야끼소바), 돈까스등의 튀김류, 샐러드 등을 판다. 그리고 이 코너는 슈퍼마켓이 문을 닫기 (9~10) 2시간 전쯤에 모조리 할인을 한다. 일반적으로 8시가 넘으면 모두 가격할인이 들어간다.

가격표를 보면 어이없을만큼 싼 메뉴들이 많다.

이 날 구입한 것은 우측부터 새우튀김, 오징어튀김, 소 혓바닥(규탄), 연어 샐러드였다. 

푸짐하게 한 상인 셈.

할인 받은 도시락을 사 숙소에서 사먹으면 저렴하게 2차를 할 수가 있다.


혼술하는데 TV만큼 좋은 건 없다.

숙소의 TV와 함께 즐거운 혼술 타임.......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10. 17:25

여행 다녀본 곳을 정리해보니까, 블로그에 올릴만큼 사진을 빈번하게 찍고, 할 말이 많은 여행은 혼자 여행했을 때 뿐이다.

나는 빈번하게 혼자 여행하기를 선택한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위험하고 외롭지만, 선택지가 다양하고 많은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여행의 모든 준비를 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사실 성격탓일지는 모르지만) 단체 여행에서도 거의 모든 준비를 내가 하는 편이다.

혼자 여행은 일정 조율이 필요 없고, 내 기호에 맞게 여행지를 고를 수 있다. 특히 나의 여행 방식엔 호불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라 여행지에서도 가기 싫은 곳으로 가게 될 경우 과감하게 찢어져 여행하기를 제안한다.




나는 기피하는 여행방법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느긋하게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나가 오후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방법 등이다. 여행지의 풍광은 대개 오전에 화려한 모습을 연출한다. 오후 2~4시가 되면 햇빛의 직사광선으로 인해 온 세상이 허옇게 불타버린다. 가장 화려한 모습은 오전에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전부터 부산을 떤다.

또,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군 생활 2년동안 바다만 바라봤더니 바다를 보면 아무런 감흥이 오질 않는다. 바닷가에 가도 주로 주목하는 것은 바닷가의 생김새와 바다의 생물체, 물체, 해변의 색깔같은 것이다.

또 엑스게임(X-game, X-sports)등 익스트림 스포츠 류를 기피한다. 번지점프, 서핑 등인데, 가까스로 인정하는 것은 놀이기구 탑승이나 집라인, 레이싱카, 스키, 스노보드 정도이다. 허공이나 물 속에서 발에 땅이 닿지 않는 상태의 모든 상태를 불안해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행 코스가 ' 방가장 유명한 곳 + 알파'로 꾸며진다. 나는 빠른 시간에 주로 현지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을 택한다. 일찍 움직이고, 미리 계산되어야 하고, 어느정도 큰 일정이 잘 짜여 있어야 한다. 마치 패키지 여행과 같다. 챙겨주고 기다릴 다른 사람이 없어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원하지 않는 건 빠르게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은 일종의 고행과도 같다. 쉬지 않는 여행인 셈이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탓에 오후가 되면 급격하게 체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밤이 되면 그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 탓에 쉽게 곯아 떨어진다. 숙소도 빈번하게 옮기고 빠르게 여행지를 이동한다.


비교적 시간의 여유가 많다면 애써서 바쁜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 지역에 머물면서 긴 시간을 두고 혼자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독서를 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숙소를 오가는 사람들과 친분을 다지기도 한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쉬러 오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아무래도 나와는 별 상관이 없다. 나는 보고싶은 것이 너무 많고 겪고 싶은 일도 많다. 더 많이 눈으로 보고 만지고 들어야 한다. 사람들마다 하고싶은 것이 다르니, 이럴 때 혼자 여행하는 것은 더더욱 좋다.


하지만 혼자 여행하기는 단점이 많다.

1..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혼자 여행하기 좋은 지역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꼼짝없이 2인~3인분의 비용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혼자 숙박하기 위해 2인실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처럼 1인 손님을 받지 않는 가게가 있을 수도 있다. 여러 사람이 있으면 싸질 수 있는 경비를 혼자 써야 할 경우도 있다. 일전에 몽골여행을 계획했을 때, 지프차를 혼자 대여해야 해서 여행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2. 위험하다.

여행지와 상관 없이 모든 지역은 위험하다. 이 때 주변에 동행인이 있다면 조금은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배낭여행을 선택했을 때, 화장실에 급하게 가야 할 경우, 배낭은 큰 짐이 될 수 있다. 잠시라도 맡아둘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을 믿기란 쉽지 않다. 

또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호의적인 사람들이 주변에 아무리 많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까다로운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간단한 짐도 맡길 수 없는 상황에서 건강에 무리가 올 경우 힘든 여행으로 돌변한다. 따라서 혼자 여행할 때는 간단한 의약품과 비상식량, 핫팩, 물등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몇가지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 모든 국가는 위험하다. 특히 해가 떨어지면 위험하다. 항상 경계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을 그냥 받아먹어도 안된다. 상대방의 호의는 무조건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믿을만한 행동을 했던 사람도 어떤 상황에서는 갑자기 돌변할 수 있다.

3. 외롭다.

혼자 여행할 때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단점이 바로 외롭다는 것이다. 좀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어 입에 단내가 난다. 하루 이틀은 넉넉하게 버티지만, 좀 더 오래가면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것을 먹고 아무리 재미난 것을 보아도 이 감정을 함께 나눌 상대가 없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이 때 괜찮은 방법은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것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같은 나라 사람도 만날 수 있고,같은 처지에 있는 여행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만나 얼마나 서로가 다르고 비슷한지 대화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4. 어렵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헤매게 된 원인은 내가 조사를 덜한 탓이며, 내가 도움을 청하지 못한 원이는 내가 그 언어를 하지 못한 탓이다. 만약 영어라도 못하면 더더욱 어려워진다. 빈번하게 현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것들을 묻게 될 수 있다. 현지어나 영어가 아닌 바디 랭귀지를 써야 할 지도 모른다.

제 3세계에 가게 될 경우엔 간단한 언어와 숫자, 통화 체계등을 숙지해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아랍권에서 사용하는 숫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와 전혀 다른데, 비슷해보이는 숫자로 도리어 헷갈릴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아라비아숫자(상)와 동아라비아숫자(하)

또한, 중요한 관광지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왔다가 정작 중요한 것들은 못 보고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할인 방법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맛있거나 싼 현지 음식을 못 먹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여행을 다녀와 아쉬움만 남을 수도 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도 현지에서 동행자를 많이 구하는 편이다. 숙소에서 만난 같은 여행자들은 비교적 호의적이고 믿을만한 편이다.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숙소에선 같은 여행자에게 길을 물을 수도 있고, 대략적인 비용(돈이나 시간 등)을 계산할 수 있다. 관광지의 풍광이나 음식의 맛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왕이면 궁금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묻고 얻는 편이 좋다. 


비록 언어의 제약이 있지만 혼자 여행하기는 도전할만 하다. 내 경우엔 가장 큰 난관은 외로움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외에는 결심만 있으면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어진다. 대개 나는 사람들에게 비행기 티켓부터 구매하라고 권한다. 날짜가 결정되면 (내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모든 것은 급류에 휩쓸리듯 진행이 될 것이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도전적이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많은 모험, 많은 만남을 경험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해방감을 만끽하는 것은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9. 19:17

4년전 일본 여행 중.


이건 팁 중에 하나인데, 늦은 것 같지만 지금이라도 이야기 해보면.

난생 처음 가는 관광지를 조사 전혀 안 하고 가는 게 편하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능숙하게 가는 방법은 있다.

무조건 Information 부스를 찾아라.

내 경우엔 대중교통에서 내리면 곧장 여행 안내 서비스를 해주는 Information 부스를 찾아갔다.

여행 안내 서비스는 물론 한국어 팜플렛도 구할 수 있다.

한국인이 많이 드나는 나라엔 한국어 팜플릿도 구할 수 있다.

지역 팜플렛에는 지도, 주요 관광지, 요금, 가는 방법 등이 아주 자세히 나와 있다.

숙소, 게스트 하우스에서도 얻을 수 있고, 당일 관광지 지하철역이나 기차역, 매표소 등에서 구할 수 있다.

Information 부스는 기차역 등에 꼭 있는데, 찾아가면 영어, 한국어로도 설명을 받을 수 있다.

꼭 팜플렛을 부스에서 점검하고, 목표를 세운 다음, 궁금증이 생기면 바로 information 담당자에게 질문을 해보자. 적어도 영어로 설명 받을 수 있다. 그들의 업무인 이상 무조건 친절하게 설명 해주며, 한국인이라고 밝히면 한국어 책자를 놓고 설명해주기도 한다.

최고의 관광지를 소개해달란 말을 부탁하면 으레 몇 가지를 선택해준다.



오전 8시. 오사카의 숙소에서 나와 신칸센을 타러 갔다.

히메지를 가기 위해서이다.

오사카에서 히메지는 저렴한 가격으로 가는 방법이 따로 있지만, 나의 경우엔 JR패스가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다녀올 수 있었다.

일본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성, 히메지 성을 보러 갔다.


이른 아침.

식사 시간을 줄이기 위해 에키벤(에끼벤?)을 샀다.

에키벤은 역에서 파는 도시락(駅売り弁当)의 줄임말로 기차역에서 파는 도시락이다.

일본은 유난히 지역별로 특색있는 역 도시락을 개발 판매하는 데 열을 올려서 700여 가지가 넘는 에키벤이 존재한다. 각 지역의 특산물로 도시락을 만드는 건 물론이다. 기차를 타는 것 이외에 도시락을 먹는 것도 굉장한 즐거움 중에 하나이다.

가격은 보통 800~1500엔 선.

가성비가 훌륭한 편은 아니지만, 꽤 괜찮은 편이다.

무엇보다 여행하는 행복한 느낌이 든다.


도시락 먹으며 룰루랄라 하는 사이에 열차는 히메지 시에 도착했다.

그냥 평범해 보이는 도시이다.


이곳에 <히메지 성>이 있다.

역에서부터 멀리 무엇인가 보인다.

아 왔다.

우아한 백로성(白鷺城)으로 우명한 그곳.

근데 뭔가 이상했다.






뭔가 이상한데. 공사중인가?

왜 벽이 쳐져 있고 그림을 그려놨담?

너무 이른 시각이었는지 이 날 사람도 별로 없었다.


히메지 성의 고양이들.

과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아저씨.


가까이 오니 성의 매력적인 모습에 감탄했다.


천수각을 가기 전에 박물관이 있길래 들어섰더니, 성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놓았다.

성벽에는 많은 방들과 복도가 있어 여러 방향의 창으로 내외부를 환히 볼 수 있었다.

채광 이외에도 여러가지 목적(방어)이 있는 창문들인 것 같았다.


좁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도 올라가야 한다.

천정이 낮았다.


성의 내외부가 모두 보이는 복도.

이 날 사람이 별로 없어 한가했다.


박물관에는 여러 설명과 함께 모형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여자의 숙사.






내부엔 두 여자 모형이 무언가의 카드 놀이를 하고 있다.

점괘를 본다고 써있던 것 같기도 하고,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


성벽 내부를 둘러보고 나와 히메지성의 천수각쪽으로 따라 올라간다.

벽의 상태가 아주 높고 좋다.


가는 길에 특별관에서 일본 장수들의 갑옷을 전시했다.

V자의 뿔이 달린 투구와 넓직하고 펌퍼짐한 갑옷 오오요로이(大鎧).

이 형태는 멀리서 쏘는 화살을 막기 위함이라고 알려져 있다.


성에는 큰 우물이 있다.

성에 우물이 있는 것은 오랫동안 전투를 하고 버티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근처의 설명에서 본 건지, 아니면 내 상상일 뿐인 건지. 확실하지가 않다.


가파른 고갯길. 곳곳에 아래를 향해 화살을 쏠 수 있는 장소들이 있다.

사진에서 우측 창 아래도 성으로 올라가는 길 중 하나다.

돌을 떨어 뜨릴 수도 있고 뜨거운 물을 부을 수도 있겠다. 

각 길마다 쇠를 덧댄 나무문이 있었는데, 얼마나 방어에 신경을 썼는지 잘 알겠다.


다행히 천수각에 다다르자 천수각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있었다. 

입장료를 내고 엘레베이터에 타 히메지 시가도 사진 한 방. 


천수각 공사 현장.

천수각은 일본 성의 가장 큰 누각을 말한다.

천수각이 그대로 남아 보존된 곳은 일본에서 단 12곳, 히메지 성은 그중 천수각이 국보로 정해져 있는 다섯 곳 중 하나이다.

이 당시에 올라가보니 여러 사람들이 수리 중이었다.

히메지의 역사, 수리 및 보존 방법에 대한 여러 자료들을 전시해 두었다.


천수각에서 내려와 본 다른 누각.

과연 그냥 누각도 고풍스럽고 매우 보기 좋다.

천수각은 다음에 좋은 기회 때 찾아와야지하고 마음 먹었다.


신칸센을 기다리며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직원이 마침 전에 먹었던 일본 스타벅스 한정판 메뉴를 시식해보라며 작은 컵에 담아주셨다.

아 먹어봤던 건데.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신칸센을 타고 돌아가는 길에 엄청난 빗방울이 쏟아졌다.

오사카로 곧장 돌아가긴 그렇고, 중간에 고베를 들르기로 했다.

고베하면 뭐가 생각나냐?


그렇다. 일알못이지만 고베 하면 고베규가 유명하지 않은가?

NBA의 유명한 농구선수 코비 브라이언트는 그의 아버지가 너무나 고베규를 좋아해서 아들 이름을 KOBE라고 지어버렸고, 그의 이름이 코비가 되었다.(이것은 농담이 아니다.)

고베규가 유명해진 것은 고베가 서양문물을 빠르게 받아들여 육우를 사육했기 때문이란다.

고급 쇠고기를 먹을 수는 없으니 가격이 저렴한 산노미야역의 스테키란도(ステーキランド).

(스테키란도라면 '스테이크 랜드' 란 뜻이겠지?)

가격이 생각이 안나는데 2000엔쯤 썼던 것 같다.


깍둑 썰어주시는 중.

테판야끼 좋죠. 좋아합니다.


스테끼란도의 기본 상차림.

마늘후레이크도 듬뿍 준다.

일본은 샐러드가 맛있다. 특히 토마토는 한국과 비교해서 월등히 뛰어나다.

한국 찰토마토 너무 맛없다. 세계 어디를 가도 한국 토마토만큼 질기고 딱딱한 토마토는 먹을 수가 없다.

니 찰토마토 너나 맛있지.


고기를 먼저 구워주신 후 숙주도 후다닥 볶아주신다.


오.... 네 좋군요.

고베규라곤 하지만, 얼마나 맛있는 걸 기대하겠습니까.

일본 쇠고기 맛이나 보자 하며 온 거죠.

사실 이정도 고기는 한국에서도 막 먹어도 찾을 수 있습니다.

항상 주장합니다만, 돈을 쓴 만큼 음식은 맛있어집니다.

음식의 맛을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그것은 '가격'입니다.


역 주변이 재미난 것들이 많았는데, 일본에는 오락실에서 카드 게임을 할 수 있다.

진짜 트레이드 카드를 사서 실물 카드로 게임을 하는 것이다.

플레이하는 사람을 찍을 수가 없어서 빈 게임기만 찍었는데,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뭐가 뭔지 몰라도 정말 신기했다.





이제 어딜 가야 하오?

고베 역에 왔으니 뭐라도 구경해야겠는데 전혀 모르겠다.

그래서 역에 있는 여행안내 팸플릿을 꺼내 보았다.

아. 고베는 양조장이 유명하군요?

주요 양조장들을 지도에 표시해 두었는데, 가장 가까운 양조장에 걸어 가기로 했다.

3km 걷는 건 누워서 떡 먹기(아닙니다. 절대)지.


마침 걷다보니 효고현립미술관이 나타났다.

구경이나 해볼까 하고 중간에 길을 이탈했다.

사진은 미술관 옥외 조형물 중 하나인 오시 자킨의 '거처'


옥외 조형물 중 하나인 신구 스스무의 '아득한 리듬'

상당히 큰 미술관 중 하나였는데, 관람을 할까 말까 주저하다가 말아버렸다.

마침 피곤함이 엄습했는데, 원래의 목적을 잃게 될까봐 얼른 빠져나왔다.


사와노츠루 주조 박물관.

1717년 창업한 주조회사 <사와노츠루>의 자료관이다

일본 사케의 주조 방식, 주조 도구 등을 볼 수 있다.

10:00~17:00 개관, 수요일은 휴무이다.(공휴일엔 개관)

고베 지역은 예전부터 주조장이 많이로 유명했다. 고베에는 이 주조장 말고도 다양한 주조장이 있고, 각 주조장마다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입구에는 커다란 술통(으로 보이는 것)들이 쌓여 있고, 입장료는 무료이다.

이곳에 가려 하는 사람은 제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바란다.

지하철 역에서 걸어왔으나 너무 멀다. ㅠㅠㅠㅠㅠ

이 날 너무 덥고 습하기도 해서 고생을 좀 했다.


술을 담는 항아리부터


쌀 씻는 통이었던가?


갖가지 주조 도구들을 전시했다.

이 주조장만 해도 술을 만든 지 300여년이 넘었다고 하니 엄청난 역사이다.

이외에도 술을 만드는 방법 등을 그림으로 친절하게 설명해 두었다.


전시장이 끝나면 이 사와노츠루 주조장에서 주조한 술을 판매하는 매장이 나온다.

할아버지 제사 때 쓸 청주 2000엔짜리를 하나 사가지고 나왔다.

향이 무척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오후가 약간 지나있을 뿐인데, 어깨는 천근만근이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길은 왜 이리 먼지.

이 날은 오사카로 돌아가기로 한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8. 21:59

4년전 일본 여행.

전날 무리하지 않고 아침 일찍 오사카의 숙소에서 나섰다.

JR패스를 이용해 오사카에서 교토까지 이동할 작정.


이게 무슨 우산인가? 오늘 비오나 했더랬다.

결국 이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숙소에서 1시간쯤 걸려 교토 역에 도착했다.


역사 근처에 있는 빵집에서 메론빵을 발견했다.

아침을 때울 겸 하나 냠냠.

난생 처음의 메론빵은 소보로빵에 설탕 발라진 빵인 것만 같았다.

실제로 재료도 유사한데, 한국의 소보로빵이 땅콩가루가 추가된 버전이다.

소보로빵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왔으나, 실제 소보로빵은 일본에서 발견하기 어렵고, 이 메론빵이 과거 소보로빵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한국은 나름대로 땅콩가루를 추가해 업그레이드 되었다.)

메론빵엔 메론이 추가된 것이 아니고, 그냥 메론모양의 빵이다.

소보로빵과 마찬가지로 쿠키반죽을 씌운다음 빵을 굽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교토는 볼 거리가 아주 많다.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한 곳.

약 천년간 일본의 실질적 수도였던 곳이다.

일본은 수도는 나라->교토->도쿄 순으로 옮겨간 셈.

시영버스 1일 무제한 티켓(500엔)을 사면 교토 시내의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첫 관람지는 니조 성.

니조 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축조한 성으로 교토에 방문했을 때 자신이 머물 곳으로 삼았다고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다음의 쇼군이다.)

이 커다란 성을 몇 년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막대한 건축비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충성하던 다이묘들에게 삥을 뜯었다고 한다.







니조성의 니노마루 궁전 입구.

니노마루의 바닥은 못을 이상하게 박아 삐걱거리는데, 이는 암살자가 소리없이 드나드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니조성의 내부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니조성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적의 침입에 대비해 깊은 해자도 설치되어 있다.

당시 쇼군의 직책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잘 설명되는 모습.


성터에 올라가 볼 수 있는 혼마루 궁전

니조성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와 곧장 금각사로 향했다.


금각사(로쿠온지).

정식명칭이 로쿠온지지만 킨카쿠지라고 더 잘 알려져 있다.

무로마치 막부의 제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가 별장으로 건립하였으나 후에 선종 불교의 사원이 되었다.

이와 대응되어 긴카쿠지(은각사)가 있다.

1950년도에 정신질환 증세가 있는 승려가 불을 질러 완전히 실되었다가 다시 재건된 건물이다.


미시마 유키오가 금각사 화재 소실을 모티브 삼아 <금각사>라는 소설을 쓴 바가 있다.

건물 하나가 유난히 화려하지만 볼 거리가 별로 없다.

그저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관람객도 엄청나게 많았다.


금각사보다 덜 유명하지만 더 고즈넉하고 분위기가 좋았던 료안지.

사실 이당시엔 그다지 유명한줄은 몰랐고, 금각사 바로 옆에 있길래 동선이 맞을 거 같아 들른 곳이었다.

료안지는 1450년 선종 사찰로 지어져 불과 30여년 만에 오닌의 난 때 소실되었다가 다시 재건했다.

재건하면서 크기가 줄었다고 한다.


고즈넉하니 사람도 없고 좋다.

(아니면 이날 일찍 방문한 탓이었을까?)

이 날 교토 방문 중 가장 좋았던 곳.


가레산스이 정원.

폭 25미터 길이 10미터의 자갈과 돌로 구성된 정원.

어떠한 각도에서 봐도 15개의 돌중 14개만 보인다고 한다.

이날 사람이 없어서 멍하니 앉아 구경했다.


가레산스이 (枯山水, かれさんすい)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를 이용해 산수를 표현하는 양식이다.

흰 모래나 작은 돌 등이 수면이고 표면의 문양은 물의 흐름을 나타낸다.







엽전 모양의 츠쿠바이.

네모난 입 구(口)자를 중심으로 한자가 써 있는데 吾, 唯, 知, 足 (오유지족) '나는 단지 만족을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만족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일깨워주는 말이라고 한다.


이날 운이 좋았는지 사람이 별로 없어 료안지 내부의 깨끗하고 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 베스트 여행지.


아침일찍 쏘아다니느라 힘들었다.

은각사 입구 근처에서 돼지고기볶음으로 식사를 했다.

정갈하니 맛이 좋았다.


은각사에 가는 길, 또 교토의 명소 중 <철학의 길>이 있는데, 그곳인줄로만 알고 찍었던 사진.

철학의 길은 교토의 철학자였던 니시다 키타로가 오가며 사색하던 길이다.

물론 니시다 키타로는 이 길도 걸었겠지.


은각사(긴가쿠지) 입구에서 볼 수 있는 가레산스이.

가운데 커다란 산은 후지산을 나타낸다.


은각사는 무로마치 막부 8대의 아시카가 요시마사 쇼군이 별장을 짓다가 죽어버려서 끝을 못 맺은 거라고 한다.

요시마사가 죽고 그의 유언에 따라 사찰로 바뀌었다.

금각사와는 다르게 은칠이 되어 있지 않고 굉장히 간소하다.


그래 사찰이라면 이정도 수수함은 갖추고 있어야지.

금칠(금각사)이 다 무어냐.


은각사 뒷산의 정원.

볼거리도 많았고.

금각사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은각사의 정원은 고즈넉하니 분위기가 좋다.

어쩜 저렇게 손상 하나 없이 이끼를 잘 키웠는지 모르겠다.

특히 바닥에 잎사귀 한 장 떨어져 있지 않은 게 놀라웠다.

이끼를 안 밟고 어떻게 정원을 정돈하는 것인지.


은각사에서 나오다가 일본 전통음식 당고도 먹어봐야지 하는 생각에 사들었던 당고.

간장맛 소스가 발라져 있는 찹쌀떡인데, 꼭 팥죽에 들어 있는 찹쌀심을 먹는 것 같았다.

달짝지근한 맛을 기대했는데 짭조름한 맛이라 놀랐다.

아마 맛은 지역마다 다르겠지?(내가 먹은 게 맛이 없던 거였겠지?)







이 다음엔 청수사로 향했다.

청수사를 가려면 언덕길을 2~30분정도 올라가야 한다.

청수사 올라가는 길에 일본전통 기념품과 먹거리, 선물용품을 파는 가게가 아주 많다.

그만큼 볼 거리도 많다.

교토 제일의 관광지라고 생각한다.

다른 곳은 제외해도 청수사만큼은 가봐야 한다.

청수사(기요미즈데라) 입구에 왔다. 

사람도 엄청나게 많고 사진을 찍을 수조차 없다.


청수사까지 올라왔던 길.

좌우로 일본전통가옥처럼 보이는 상점들이 줄을 섰다.

나도 이 근처에서 사기로 된 일본인형을 하나 샀다.

특이한 기념품과 먹을 것들이 많았다.


언덕을 오른 김에 청수사에 들어가야했는데,

맥이 딱 빠지면서 온 몸에 힘이 안들어갔다.

'들어가면 뭐해. 다 똑같겠지.'하는 생각만 들었다.

너무 힘들게 여행을 하면 중간에 매너리즘에 빠진다.

원래 이럴 땐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숙소에 쳐박혀 있는 게 최고다.

청수사는 다음번에 들르기로 하고 이 날은 이대로 철수했다.


어쨌든 교토까지 왔으니 기온거리는 가봐야지 하며 또 무작정 걸었다.

청수사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기온거리인 줄 알았다.

근데 아니다. 날씨는 덥고 습하고. 아침일찍부터 싸돌아다니느라 피고하고.

와이파이도 잡을겸 스타벅스.


교토에는 일본전통복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외국인 일본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일본복장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었다.

이날 학회 때문에 교토에 왔다는 어떤 박사님은 초등학생 따님에게 일본전통복장을 사줬다고 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이제 쉬었으니 조금 힘이 나는 듯 해서 기온거리 구석을 기웃기웃.

그러다가.....


이 날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관광은 무리라 교토에서 철수.

오사카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햅파이브 대관람차를 타러 왔는데....

너무 지쳐서 올라갈 수가 없었다.

완전 포기.

그냥 밥이나 먹고 쉬고 싶었다.


오사카도 비가 한창 쏟아졌다.

비는 오다 말다 하고 덥고 지치고 좀 돌아다니다가 쓰러져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식사는 해야지 하면서 난바에 찾아갔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이 찾는 긴류라멘의 돈코츠라멘

쌀밥과 김치가 무한리필이 되었던가 그렇다.

이집은 한국인 입맛에 꽤 잘 맞을 듯 하지만, 잘 찾아보면 더 괜찮은 로컬 라멘집이 많다.

현재 한국인은 잘 찾아가지 않는 듯 하다(청겱도묹제고먓됴볅로곣이래저래검색번역방지)

정통 라멘을 먹어본 것은 이 집이 처음이다.

사실 라멘은 한국에도 맛있는 집이 많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7. 20:28

4년 전 일본여행.

JR 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오사카에서 나라와 교토까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사카-교토-나라만 여행하는 여행객이라면 간사이 쓰루 패스(스룻토 간사이 패스) 2일권이나 3일권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또 오사카 시내만 구경할 경우 오사카 주유 패스가 간사이 쓰루 패스보다 유리하다.

(사실 각 패스들은 '여행을 싸게 잘 다니는 사람들의 여행비'보다 비싼 편이다. 

그러나 잦은 길헤맴이나 변덕이 심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다. 여행 초보자들이 쓰면 시간과 감정 소모를 훨씬 줄일 수 있다. 

특히 패스가 있는 날과 없는 날의 감정적 부담감은 엄청나게 차이 난다.)


숙취에 시달리다가 간신히 9시에 출발.


나라에 왔습니다.

숙취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던 날.


뭐가 유명한 건지(하나도 모름)

일단 도다이지(동대사)로 이동을 합시다.

나라역에서 30분 넘게 엄청 걸어야 한다.


가는 길마다 보이는 사슴들. 

그리고 곳곳에 사슴 센베(사슴이 먹는 과자)를 팔고 있다.

사람이 먹어도 되는 과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슴은 정말 좋아한다.

사람에게 별 관심을 안 보이던 사슴들도 센베만 사면 가까이 온다.


사슴이 엄청 많다.

길도 막는다. 완전 깡패다.

사슴똥도 많다. 밟아도 되는 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피해서 걸었다.


삥 뜯기 위해 만만한 관람객들을 물색하는 사슴들.

이 사슴들이 얼마나 영악하냐면 약해보이는 사람들에겐 가차 없이 달려들어 사슴 센베를 뜯어간다.

물고 들이받는 등 엄청나게 위험하니 절대로 주의할 것.

센베를 파는 상인에겐 접근하지 않는데, 센베를 산 관람객에겐 가차없이 달려든다.

사슴은 어떻게 구입한 센베만을 노리도록 훈련받았을까? 

상인과 사슴간의 모종의 거래가 있는 걸까?






사슴 공원을 지나면 일본 화엄종의 본산인 도다이지(동대사)가 나온다. 

사진은 대불전. 높이 47.5m,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건물로 커다란 비로자나불이 안치되어 있다.



비로자나불(盧舎那仏像),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모두 설법을 전하는 부처이다.


허공장보살상(虚空蔵菩薩)



도다이지를 보고나니 몹시 배가 고팠다.

이날 아침을 안 먹었던가?

근처의 시장골목으로 들어갔다.

역시나 기분 좋은 아케이드


시원한 냉소바를 먹고 싶었다.

그런데 소바집에 들어가 튀김소바를 달라고 하니 따뜻한 온면이 나왔다.

 날씨도 후덥지근 한데.... ㅠ

알고보니 냉소바가 따로 있었는데, 내가 온소바를 시킨 모양이다.

국물은 우동국물, 튀김도 맛나고 시소잎도 향긋하고 면도 맛있었다.


나라에서 유명하다는 감잎스시(카키노하스시) 집을 발견했다.

감잎으로 초밥을 감싸 포장을 한 음식이다.

초고등어를 넣은 초밥이 유명하다.

이날 한 팩을 사다가 야구장에 가서 먹었다.

도시락처럼 가지고 다닐 수가 있는 초밥이라 시큼한 맛이 일반 초밥보다 쎄다.

일본의 옛 스시와 맛이 흡사하지 않을까?







이 날 너무 지쳐서 숙소에 돌아가 낮잠을 조금 잤다.

숙소에 들어가기 전에 나이 많으신 할아버지께서 하시는 크레이프집을 발견해서 망고크레이프를 먹었다.

처음 보는 음식이라 신나게 먹고 사진도 찍었는데, 지금 한국에서 찾아보면 흔해 빠졌다. ㅋㅋㅋ


한숨 낮잠을 자고 야구장으로 향했다.


오릭스 버팔로즈의 홈구장인 교세라 돔.

버팔로즈는 퍼시픽 리그에 속해있다.

그러나 오사카의 많은 시민들이 오사카 인근의 한신 타이거스 팬이다.

심지어 한신 팬이라고 하면 엄청나게 친하게 대우해준다는 듯.

한신 난바선을 타고 왔는데, 그 날 한신 저지를 입은 어린 아이를 봤다.


이 곳에 왜 왔냐 하면은 (내가 야구를 좋아하지만...) 이대호 선수를 만나러 왔다.

무려 갑자원(한신 타이거즈 홈구장)을 포기하고 이곳을 왔다는 거.

이대호 선수의 경기를 두 눈으로 똑바로 보기 위해서!!


이곳이 바로 관서 유일의 돔 구장이다.(관동에는 도쿄돔이 있다)

허구연 선생님께서 앉으나 서나 그렇게 바라마지 않으셨던 그 돔구장(한국에는 2015년 고척돔이 개장했다.)!!!

하지만 사실 이대호 선수 아니면 찾아와 볼 생각도 안할 구장.....


마침 버팔로스의 팀 잡지에 이대호 선수가 표지를 장식하였다.

정확하진 않은데, 당시 이대호 선수가 14타석 연속으로 안타가 나오지 않아 부진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에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맥주를 따라주는 여자직원에게 맥주 한 잔을 샀다.


오 이대호 선수.

제가 당신을 보러 왔어요.


타석에 들어서는 이대호 선수. 이 날 2회 말 이대호 선수가 첫 타자로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날렸다. 이 날 오릭스의 첫 안타였다.

어떤 한국 사람이 '쌔리라!' 하고 소리쳤다.

이 날 이대호는 4타석 2안타, 1볼넷, 1 우플.

그간 부진을 씻어내는 좋은 경기였다.

부진은 뭐. 이 날 3할 2푼에 15홈런인가 그랬는데. 솔직히 이대호가 다 했지.

경기는 오릭스가 이겼던 걸로 기억한다. 2:4였던가.


재미있는 응원을 봤다.

중간에 풍선을 나누어주는데, 바람을 넣어서 들고 음악에 맞춰 흔들다가, 음악이 끝나면 풍선을 공중으로 날린다.

풍선이 바람 빠지면서 공중으로 솟구치는데, 굉장히 재미있는 응원이었다.






오릭스 버팔로즈만 이렇게 응원하는지?

응원단이 외야에 있고, 끝없이 악기를 가지고 응원을 한다.

일반 관중은 가끔씩 노래를 따라부르지만, 전체적으로 자기 할 일을 하며(먹을 걸 먹고) 경기를 보며 떠든다.

한국에서 관중들이 소리지르며 응원하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이날 9회는 보지 않고 나왔다.

한국에서도 야구를 9회까지 보는 일은 거의 없다.

(왜냐면 한화는 늘 일찍 대량실점하고 공격을 접으니까)

숙소 가서 술 마실 생각으로 ㅋㅋㅋ


전날 왔던 도톤보리에 다시 왔다.

구리코상 근처에 있는 커다란 게딱지.


오사카에서 유명한 음식으로 다꼬야끼가 있다.

지금은 한국에서도 흔해빠진 게 다꼬야끼지만, 본토의 타코야끼를 먹겠다는 일념으로 난바까지 찾아갔다.

호객행위에 끌려 비교적 한산한 가게에서 한 판을 포장했다.


이날 집으로 가는 길을 못찾아 난바에서 엄청 헤맸다.

포켓 와이파이가 없는 여행자의 슬픔 ㅠ


551 호라이 만두와 함께 다코야끼와 함께 저녁식사, 그리고 하루를 마감했다.


다꼬야끼라고 부르는 게 편한데, 어디는 타코야끼라고 부르기도 하고.....

아무튼.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6. 19:31


4년 전 일본여행 중.


도쿄에서 츠키지 어시장, 오다이바 등을 둘러보고 해 지기 전에 오사카 행 신칸세에 탑승.

JR패스를 쥐고 있으면 '노조미호'와 '미즈호호'를 제외,

'히카리호'와 '사쿠라호', '고다마호', '쯔바메호'에 탑승할 수 있다.

가장 비싼 표를 사지 않고 보통표를 살 경우엔 보통객차에만 탈 수 있으니 주의.

이 당시만 해도 1~3호차만 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설명이 없다.

열차 시간표를 미리 프린터로 뽑아가면 편하다.

나중에 일본에 갈 때도 시간표를 뽑아가 요긴하게 사용했다.


열차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먹거리!.

특히 일본에서 가루비에서 나온 <자가비>라는 과자에 푹 빠져 있었다.

<자가비>는 현재 한국에서도 판매중이다.

그리고 몇 차례 일본을 다녀봤지만, 일본 맥주는 한국 편의점이 오히려 싸다.


열차는 상당히 빠르다.

그리고 기찻길 주변은 꽤나 번화가다.

완전 시골은 별로 안보였다.

거리도 깨끗한편이고 역사도 깔끔하다.


신오사카에 내려 전철로 갈아타고 우메다역에서 또다시 갈아탔다.

예약해둔 숙소가 신임미야 역에 있기 때문.


신이마미야역엔 저렴한 비지니스 호텔이 많다.

모텔이 많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1인용 모텔, 즉 비지니스 호텔이 많다.

1인용 침실에 (좁지만) 1인용 욕실이 함께 있는 방을 준다.

신이마미야는 난바와 덴덴타운, 덴노지 등과 애매하게 떨어져 있어서 여유있게 돌아다니는 여행객들에게만 추천.

이 때는 몰랐지만, 몇 번 오사카를 가게 되니, 신이마미야는 좀 더 치안이 위험하고 숙소의 퀄리티가 낮은 편이다.


숙소에 나와 일단 저녁이나 먹자며 도톤보리로 이동했다.

오사카의 유명한 번화가 중 하나로 온갖 유명한 음식들을 맛볼 수가 있는 곳이다.

뭐가 뭔지 몰랐던 나는 구석진 길로 다니며 도톤보리의 하천이나 구경하다가


도톤보리에서 가장 유명한 글리코상을 만났다.

글리코는 일본의 제과회사이다. 현지인들에게 크게 사랑받는 간판이라고.






길을 헤매다 마주친 작은 신당(뭐라고 불러야 할지...... 향을 피우고 연기를 쐬이는 곳)

술 마시고 얼굴은 시뻘개서 기도하러 오시는 양반들은 도대체 뭘까.


배는 고픕니다.

항상 나는 굶주리고 힘든 여행을 하는 듯.

만만해보이는 집을 들어가봅니다.

처음 들어가보는 술집이라 무척 긴장했음.

(지금은 아무렇게나 들어가는데.)


자 메뉴판을 봅시다.

오. 알아먹을만한 단어가 많군요. 

가격도 이정도면 쏘쏘.


시원한 청주도 시키고요.


오사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쿠시카츠.




기타 등등.

이 당시엔 한국에서 보기 힘든 꼬치라 참 좋아했는데, 이제 한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지가 않다.






그리고 숙소로


이 때 전철을 타다가 모르고 여성 전용칸에 탔다.

사람이 없는 전철에 어떤 여성과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그 여성분이 자꾸 힐끔힐끔 쳐다보길래 뭐가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내릴 때쯤 되어 문에 붙은 '여성 전용'이라는 글자를 보고 큰 실수를 한 걸 깨달았다.

난바에서 신이마미야면 2정거장쯤 되는 짧은 거리지만, 지금 생각해도 진땀 나는 실수였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5. 22:59


4년전 일본 여행.

일본에 온 지 3일째 되는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샤워를 하고 일찌감치 짐을 챙겨 나왔다.

이날 오사카로 이동할 예정이라 또 배낭을 모두 짊어진 채로. 


새벽 4시 30분.

왜 이렇게 일찍 나왔냐 하면은 아침 5시에 문을 여는 초밥집을 가기 위해서!

어젯밤 그 외진 호텔에 가서 굳이 묵은 이유는!

츠키지 어시장에 가까이 묵기 위해서였다.

택시를 타고 초밥을 먹으러 가기는 택시비가 아깝고, 그렇다면 아예 시장에서 가까운 곳에서 숙박을 하자며 그곳을 골랐던 것이다.

덕분에 배낭 매고 한세월 걷게 되었다.

(좀더 머리를 썼으면, 초밥을 아침에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는 방법을 썼을텐데.)


이상한 모양의 삼륜차가 생선을 실어나르는 걸 보면 어시장에 가까이 온 것이 확실하다.


지도를 보는데 어떻게 해야 초밥집을 찾을 수 있는 지 잘 모르겠다.

온통 찻길 뿐인데 어떻게 가지?

입구는 어디지?


어렵사리 찾은 초밥집 입구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아직 5시도 아닌데.....







벼르고 별렀던 다이와스시.

딴 곳 안가고 무조건 이곳으로 가기로 마음 먹고 나왔더랬다.

내 앞으로도 사람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금방 들어갈 수 있었다.

첫번째 먹은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금방 빠졌기 때문이다.


막상 들어가서 고르려니까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

할아버지가 스페셜 세트를 추천하길래 좋다고 받았다.

위 사진은 참치.

쥬도로인지 오도로였는지.. 아뭍튼 도로.


성게 초밥.

이 날 처음 성게를 먹어봤는데, 거의 미스터 초밥왕급 감동을 느꼈다.

이 이후로 거의 병자처럼 성게를 찾아 먹었는데, 절대로 이 맛을 쫓아갈 수가 없었다.

다른 집 성게는 말라 있거나, 끝맛이 쓰거나, 성게알이 잘 거나... 모두 부실했다.

이집이 지금까지 먹은 성게 중 압도적인 원탑.


닭새우인지 뭔지 엄청 달고 커다랬던 새우초밥.


구색맞추기용 마끼.


달착지근한 달걀말이


오징어초밥.

정말 이집은 어떻게 생선을 손질하는 건지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람.






도미초밥.

이외에도 많이 나왔다.

옆자리 아저씨는 양복차림으로 새벽댓바람부터 사케를 마시던데, 나도 그런 어른이 되기로 마음 먹었다.

정말 짧은 시간에 만엔쯤? 썼던 것 같다. (기억이 안남)

가격이 중요하냐.

아무튼 저중에 내 생애 최고의 초밥이 포함되어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식사를 끝내고 츠키지 시장을 둘러보고 싶어 이러저러한데를 돌아다녔다.

아직 장사를 안하는지 분주히 움직이는 시장사람의 모습만 보였다.

커다란 톱과 사람 키만큼 커다란 칼로 이리저리 참치를 자르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혼날까봐 멀찌감치 구경만 하다가 썰려나온 참치를 찰칵.


그렇게 츠키지시장을 돌아다니다가 경찰에게 걸려서 경고장을 받았다.

"9시가 되기 전에 이곳에 들어오지 마세요"

아 네. 제가 몰랐어요. 진짭니다.

즉시 퇴장.

이렇게 츠키지 시장 구경을 포기했다.


너무 아침이라 갈 곳이 없다.

차라리 숙소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았을걸.

근처의 역까지 걸어갔다.


그러다가 오아시스와도 같은 도도루 커피를 발견했다.

와이파이도 제공해주고, 커핏값도 저렴하고, 곳곳에 콘센트도 있고.

일본여행할 때 스타벅스보다 좋아했던 곳이다.


건담을 보러 오다이바에 가기로 결심했다.

오다이바는 JR노선이 없어서, 사철을 이용했다.

일본 지하철 갈아타기가 얼마나 힘들던지.....

역 바깥으로 나가서 다른 회사의 전철로 갈아타야 한다.

처음엔 이 시스템이 이해가 안가서 어리둥절했다.

다행히 출근하는 직장인 인파가 있어서 쫓아다녔더니 갈아타는 지하철로 가게 되더라.


오다이바에 도착했더니 출근하는 직장인들 뿐이었다.

약간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이버시티의 건담프론트에 가서 관람을 하기로 했는데 너무 일찍 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 다이버시티가 오픈을 안 한 것이다.

너무 일찍 와버린 것이다.


또 커피를 마시긴 그렇고, 마침 스타벅스가 보이길래 일본 계절한정 스트로베리 어쩌고를 먹었다.

생크림과 딸기시럽과 쿠키가루를 버무린 음료로 오직 일본의 이 계절에만 판매하는 음료였다.(자랑)

제대로 디저트를 챙겨 먹은 것.

건담 프론트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


오다이바 다이버시티 건물 안에는 <건담 프론트 도쿄>라고 하는 시설이 있다. 

짧은 영화 상영도 하고 프라모델과 조형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마치 실제 건담이 건물을 뚫고 나온 것 같은 크기의 거대한 조형물도 있고, 만화의 한 전투 장면을 프라모델로 재현해놓은 디오라마도 있다.

그리고 돔 형식으로 된 영화관이 있는데, 돔 가운데에서 사방으로 건담이 돌아다니고 전투를 하는 만화의 장면들을 보여준다.

마치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은 박진감을 준다.


영화관람이 끝나면 역대 프라모델들을 관람할 수 있다.

여러가지 버전으로 재 제작된 건담의 모습도 볼 수 있고.


그밖에 만화 주인공들의 모형도 관람할 수 있다.

건담을 좋아하거나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든지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다이버시티에는 쇼핑, 음식점, 볼거리, 오락실 등이 많다.

오락실에서 만난 드래곤볼 인형뽑기


출출해서 사먹은 생크림 모찌


건담 대지에 서다.

퍼스트 건담 RX-78 등신대 크기 조형물.

시간마다 해치가 열리고 LED가 어쩌고 한다는데, 시간은 못 맞춘 것 같고 대신에 장딴지의 구멍으로 조그만 새가 드나들었다.

아마도 새끼를 키우는 듯.

개인적으로 건담을 많이 아주 엄청나게 좋아해서 한참동안 바라보며 사진도 찍고 좋아했다.



후지 TV 관람을 하려고 시도했으나, 월요일이라서(정확하지 않음?) 관람이 불가능했다.


아쿠아시티에서 지역별 라멘을 팔고 있길래 라멘을 시켜 먹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비빔라멘이다.

고기고명이 많이 들어가 있고, 간장과 달걀노른자로 면을 비벼 먹는다.

국물이 없어서 허전했지만, 매우 맛있었다.


아쿠아시티에서 볼 수 있었던 가짜 자유의 여신상


이 이후에는 오사카로 이동해야 했다.

신칸센을 타기 위해 시내로 이동했다.

일찍 갈 필요 없을 것 같아 시내의 서점에 들어가 일본 서적을 구경했다.


밀리터리 관련된 서가가 몇개씩이나 있다.

과연 매니아가 많은 나라답다.


철도 관련 서가도 몇 개씩이나 있고, 스포츠 관련 서적도 매우 많았다.

인상깊었던 점은, 어떤 스포츠에 대해 초보 학교 선생님이 학생을 가리키기 위한 기초 훈련 방법에 대한 책들이 있다는 점.

생전 처음 보는 스포츠라고 해도, 아이들을 가리키기 위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성들을 위한 BL문학도 당당히 많은 서가를 차지하고 있다.

대단하다.



그리고 오사카로 슝!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4. 18:00

4년전 일본 여행.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나왔다.

다음 숙소는 도쿄의 다른 지역이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아침 일찍 우에노역으로 갔다.

JR패스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JR은 일본에 가장 많은 노선을 가진 국영철도이다.

JR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JR이 운영하는 여러 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신칸센, JR 지방 철도라인 등등.

언제든지 역무원에게 패스를 보여주고 나올 수 있는데, 가격은 만만치 않다.

나는 7일 패스를 끊었고, 나름 쏠쏠하게 이용했었다.

도시간 이동이 잦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너무 일찍 나와 아침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우에노역 근처의 식당에서 규동과 라무네(일본식 레모네이드, 병 입구를 유리구슬이 막고 있다)를 시켜서 먹었다.

JR패스 7일권을 구입하고 기차역 지도를 열심히 봐가며 길을 찾았다.

오늘의 목표는 닛코(日光, にっこう).

일본을 자주 다녀본 후배의 강력추천 관광지였다.

닛코는 도쿄의 북쪽 산간지방에 위치해 있다.

하루 안에 다녀오기 힘들 정도.

무엇보다 원전이 폭발한 후쿠시마 근처에 있어서 당시에만 해도 가기가 꺼려지던 곳이었다.


그래도 간다.

JR 패스를 쥐고 닛코로 가는 노선을 점검했다.

JR닛코선은 우츠노미야역에서 갈아탈 수 있었다.

JR로 우츠노미야까지 가면 된다.

(이 날 일본의 전철은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참 전철을 타고 간뒤, 내가 준비한 지도 바깥으로 전철이 나간 것을 깨달았다.

다른 방향으로 간 것이다.

당황.

다시 되돌아 가야 한다.


오미야 역에서 다시 갈아타야 했다.

오미야에서 기다리면 우츠노미야로 가는 전철이 온다.

한~참 후에.

그래서 역에서 나와 오미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JR 패스는 역을 자유자재로 들락날락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실수해도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있고.


우츠노미야 역에 도착했더니 이번엔 닛코로 가는 열차가 한 시간 후에 온단다.

끼니를 때울까 하고 역 밖으로 나갔다.

마침 어디선가 우츠노미야의 교자가 맛이 있더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그래서 교자를 먹는다.

할아버지께서 손수 만드신 교자인 듯 했다.

철판에 물을 붓고 교자를 구워냈다.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맛있는 맛이었다.


JR닛코선을 타고 달린다.

창밖 풍경이 달라졌다.

일본의 철도 주변엔 웬만해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이건 오지에 가는 것 같았다.

숲이 많았고, 나무가 높았다.


닛코에 도착.

역 코인락커에 배낭을 넣어놓고 나왔다.

동조궁까지 걸어갈 셈으로 열심히 걸었다.

걷는 건 자신이 있으니까.

관광지인데 이날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공기는......


습해. 엄청 습해.

안개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장마가 들어오기 직전이라 엄청 더웠다.

덥고 습하고.....

거의 죽을 것 같았다.

진짜 문제는 핸드폰 카메라가 맛이 가기 시작했다.

습기가 차는 건지 어떤 건지 초점도 안 맞고.

더워서 정신도 못차리겠고.



동조궁 가는 길에 만난 붉은 다리인 닛코신교.

나는 안쪽으로 가기 위해서 이 다리를 건너야만 하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요금을 내고 다리를 건넜다가 다시 건너와 관람을 종료하는 것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돈(300엔)을 내고.....

정말 예쁜 붉은 색의 다리였다.

이전에는 장군이나, 천황의 칙사, 수도승정도만 지나갈 수 있는 다리였다고 한다.


본래의 길로 되돌아와 신교의 모습을 찰칵.

저 물 아래 뽀얗게 올라오는 물안개를 보라.

저게 떨어지지 않고 뭉게뭉게 피어올라 온 세상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더위에 허덕이며 무작정 걸었다.

중간에 한국인들이 지도를 보며 길을 헤매는 것도 그냥 보고 지나쳤다.


후타라산 신사(二荒山神社) 입구

일전에 우에노공원에서 봤던 조형물이 있고.

그냥 보통의 신사였다.

내가 가려던 곳은 이곳이 아니라 도쇼구(동조궁)인데.

지도를 보고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정말 놀라웠던 것은 이렇게 큰 나무들이 빽빽한 숲이라는 것.

원시림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저 높이.

핸드폰 카메라로 모두 담아지질 않는다.


도쇼구로 가는 길. 

빽빽한 삼나무일지 뭔지 길고 곧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햇빛이 하나 안 들어왔다.(안개때문에)

이곳은 분명히 모노노케히메의 배경이 된 곳일 거야(모름)

8명쯤 서서 둘러 쌓으면 끌어안을 수 있을까?

엄청난 두께의 나무들.

그리고 이끼들.




요메이몬 근처의 오층탑

도쇼구 근처로 오니 큰 탑이 먼저 반겨주었다. 


요메이몬으로 가는 입구

이곳부터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다.


요메이몬 근처의 그럭저럭



신규샤에 조각된 유명한 산자루(세 원숭이).

나쁜 것을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보지 말아라.

재미있는 것은 이 원숭이들이 핸드폰 이모티콘으로 있다는 것이다.

핸드폰 상태가 얼마나 안습(안구에 습기)이냐면, 정말로 카메라 렌즈에 습기가 차서 화질이 엄청 구지다.



요메이몬 앞에 있던 이러저러한 것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문 요메이몬(陽明門).

요메이몬 좌우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추정되는 인물의 조각상이 앉아 있다.

화려한 처마 장식과 갖가지 조각들이 놀랍다.

핸드폰 카메라가 안 좋다는 게 정말 아쉬울 뿐이다.

검색을 해보니 2018년까지 수리를 할 예정이라 못 본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 같다.


가라몬(唐門).

요메이몬과 마찬가지로 많은 조각들이 되어 있었다.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무남? (무녀의 남성형 명사가 뭐지?)와 관광객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사진 찍을 생각하지 말고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봐라는 거짓말이다.

좋은 사진도 찍고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

사진 안 보면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ㅠㅠ

4년밖에 안되었는데 기억을 더듬더듬 찾아야 한다.


요메이몬에서 나오면 이제 아무것도 눈에 안 차기 시작한다.....


더위에 지치고 힘들어서 뻗기 직전이었다.

오후 3~4시쯤이었지만, 버스를 타면 닛코의 게곤폭포와 주젠지 호수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요행히 막 오는 버스를 타고 게곤폭포로 향할 수 있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쉴 수 있었는데.


내가 중간에 내려버렸다.

왜 내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였을까?

뿌연 안개 때문에 볼 것도 없는 산 중턱의 휴게소에 내려버린 것이다.

뭐 다음 버스 타면 되겠지 하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배도 출출하니 휴게소에서 뭐라도 사먹을까.


그래서 닭꼬치를 사먹었다.

소금구이를 먹었는데 정말 맛이 있었다.


오후 5시 20분 그런데 버스가 안와 ㅋㅋㅋㅋ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영화 '미스트'급의 안개만 뿌옇게 왔다.

닭꼬치를 팔던 아저씨가 뭐라고 소리치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아마 버스가 안 올거란 뜻이었을 것이다.

결국 닭꼬치 사장님이 장사를 접고 트럭을 몰아 나에게 왔다.

어디까지 가냐며, 게곤폭포를 간다니까 버스는 끊겼으니 데려다 주겠단다.

와......

(아저씨 영어 잘하셔)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오후가 되면 이 근처는 일찍 문을 닫는단다.

버스가 없을지도 모른댔다.


게곤 폭포 입구.

닭꼬치 아저씨 덕분에 간신히 도착했다.

그러나 사람이 없다.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았고 노점상들이 짐을 들고 나오고 있다.

폭포는 영영 못보는 것일까?


폭포소리.

아 있다. 찾았다.

내가 이걸 보러 여기 왔다.


우렁차게 떨어지는 폭포 소리.

일본의 3대 폭포 중 하나라는 게곤폭포(華厳の滝)다.

내가 이걸 보려 여기까지 왔다.

너무 감격해서 셀카도 찍었다.

사람이 없어서 혼자 찰칵찰칵 카메라질 하며 놀았다.


주젠지코(주젠지 호수).

어쨌든 폭포까지 왔으니 호수는 봐야겠지.

닛코 산 정상에 있는 커다란 호수다.

포천의 산정호수쯤으로 생각했는데,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건 진짜 모노노케히메(만화영화)의 촬영장소가 맞는 것 같았다.


물도 맑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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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가 저물기 직전이라, 도쿄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 끊기기 직전에, 닛코역으로 되돌아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닛코역에서 우츠노미야역으로 가는 전철도 탈 수 있었다.

다행히 그날 도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럼 뭐해. 또 숙소 찾아 삼만리.

저녁도 못 먹고 또 숙소로 이동한다.


지도 하나에만 의지해서 여행하기 정말 힘들다.

게다가 JR 라인만 이용해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걸리니 걷는 시간이 태반이었다.


이날 일본의 비지니스호텔을 처음 이용해보았는데, 너무 괜찮았다.

1인 이용요금이 2인실의 절반수준이니 혼자 여행할 때 이용하기 적합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도 너무 늦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워야 했다.

꼬치와, 샐러드와 맥주로 요기하고 힘든 일정을 마쳤다.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2. 3. 19:45


4년 전 일본여행.

별 생각 없이 휴가를 써버리고 별 생각 없이 표를 끊어 별 생각 없이 훌쩍 떠나버렸다.

원래는 몽골여행을 가려 했는데, 동행자도 구해지지 않았고, 너무 많이 지쳐 있었던 때라 깊게 고민하지 않은 듯 하다.

작은 가방에 핸드폰과 보조배터리 정도만 들고 갔고, 그 흔한 포켓 와이파이조차 가져가질 않았다.

거의 맨땅의 헤딩 수준이었는데, 일본어를 잘하는 후배에게 맥주공장 견학 예약을 부탁하고, 인터넷으로 각 도시 숙소정도만 예약했다.

숙소는 가격만 보고 결정한 터라 동선도 괴이하기 짝이 없는 여행이었다.

인터넷의 도움 없이 지도에 의지해 다닌 터라, 작은 가방에는 온통 종이 지도 투성이었다.

사진을 보니 그 때 생각이 조금씩 난다.



대한항공을 타고 서울 인천공항->도쿄 나리타공항으로 이동했다.

거리가 꽤 되고, 항공사도 항공사인만큼 점심식사는 제공.

경유하느라 나리타공항을 몇 번 다녀봤지만, 바깥으로 나간 건 처음이었다.

일본어는 읽을 수 있던지라 '오까에리나사이' 어서오란 말에 기뻐했다.

한국어 표지판이 많았던 것도 웃겼다.


니리타공항에서 우에노역까지 케이세이 본선을 타고 갔다.

케이세이 본선은 다른 방법에 비해 시간이 오래걸리지만 1000엔정도밖에 안되는 싼 열차였다.

처음 일본에 온 거라 바깥 풍경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야구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던 것도 신기한 일이었고, 하천 변에 야구장이 많은 것도 신기했다.


아무데나 떨어졌는데 요도바시 카메라도 보이고.....

그런데 어디를 가야하는 걸까?

편의점에서 자가비 과자를 하나 사들고 고민을 하다가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구경하다 가고싶었다.

그래서 마냥 걸었다.

마침 옆에 커다란 우에노 공원이 있었다.


우에노 공원엔 사람이 많았다.

공연도 하고 있었고, 나들이 나온 가족도 많고 학생들도 많고.

잠시 어떤 사람의 묘기도 보고 즐거웠다.


마침 작은 신사가 보여서 들어가볼까 말까 주저하다가 들어가 보았다.


기도하는 설치물이 있었다.

가운데 원을 통과하며 8자를 그려 기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절에서 원통을 돌리는 불공방식등이랑 비슷한 것 같았다.

여기저거 종이장식이 매달려 있는 것도 신기했다.


막 일본에 처음 오니 소원을 적은 나무판을 매달아 놓은 것도 신기했다.

처음 보니까 신기했지, 몇 번 일본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 거 수십번도 더 봤다.

신사에 가서 물을 손에 축이거나, 향에 가서 몸에 향을 쐬이는 것, 돈을 넣고 종을 치고 박수를 치고 기도하는 등등 다양한 기도 방법이 있다.


우에노 공원에는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었다.

하루가 무한정 긴 것도 아니고 등에는 배낭도 매고 있으니 가장 큰 도쿄 국립 박물관에 가기로 결심했다.

도쿄 국립 박물관은 우에노 공원의 가장 끄트머리에 있다.

입장료가 600엔쯤 했던 것 같다.

박물관 건물이 많았는데, 본관과 동양관만을 관람했다.


참 애석했던 것이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 줄 알아 눈으로만 감상했는데, 알고보니 사진촬영이 가능했던 박물관이었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도 사진촬영이 가능했다.)

사람이 없던 시간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한국같지 않아서 사람도 없고 한적해 좋았다.

'고려관'이 있어 한국의 유적도 전시해뒀다. 한국말로 설명이 붙어있는 곳이 많았다.

한국의 역사관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았고.

난생처음 일본에 와서 박물관부터 왔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이 참 많았다.

이제 일본 역사도 공부해 조금 더 알고 있고, 많은 일본 지역을 돌아다녀보았으니 박물관에 다시 가면 좀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박물관 주변에 까마귀가 참 많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자가비 과자를 뜯어먹는데, 까마귀가 와서 달라고 보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일본의 까마귀는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유독 까마귀니 고양이니 쫓아내서 동물들이 사람을 무서워하게 하는 것 같다.


일본은 자판기 없는 곳이 없다.

지나가다가 담배자판기가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웃겨서 사진 찰칵.

우에노 공원에서 아키하바라가 가까운 것 같아서, 또 무작정 걸었다.

아키하바라에 갔을 때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나 메이드까페 직원들, 각종 완구와 게임기를 파는 가게들을 보았지만, 등에 진 짐도 거대하고, 가게 안이 비좁아 감히 들어가보질 못했다.

아키하바라역 근처의 스타벅스에서 와이파이를 잡고, 이제 어딜 가야 하나 검색을 하다가 센소지 호조몬을 가보기로 했다.


늦은 시각에 가니 닫기 시작하는 가게들이 보였다.

고풍스런 건물들이 들어선 골목들을 지나다가 멘치 카츠도 하나 사먹고.

호조문에 가까이 가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카메라를 들고 가야 했었다고 후회되는 지점.

핸드폰을 들어 찍는 걸로는 어림 없었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사람들이 찍힐까봐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다.

여름 해가 늬엿늬엿 저가고, 슬슬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볼까 결심했다.

지도를 보니 숙소까지 몇 km 안되는 것이 아닌가?!

하 이정도면 충분히 걷지.

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센소지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걷다보면 괜찮은 식당도 있겠지.


없다.

다 문을 닫았다.

신기한 건 일본에 이런 아케이드가 정말 많다.

식당, 술집부터 채소, 정육, 해산물 가게, 슈퍼마켓, 약국, 문구점, 악기 가게 별 가게들이 아케이드에 줄지어 있다.

상업 골목과 주거 골목이 분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센소지에서 아케이드만 걸어도 숙소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마주친 야시장.

정말 먹고싶은 먹거리가 많았다.

다양한 철판요리에 튀김, 빵, 신기한 물건들.


이게 그 말로만(만화로 보았던) 금붕어잡기 게임을 봤다.

소심한 성격이라 직접 해보지는 않고 구경만.


그러다가 돌려 구슬을 뽑는 게임을 발견했다.

이정도면 (쉬우니까) 해볼만 한데.


색상 별로 뭘 준다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200엔을 내고 돌려보았는데 하얀색이 나왔다.


그래서 받은 것이 센베(전병) 과자.

아저씨가 '센베'라고 했으니까 센베 맞겠지.

무슨 맛을 발라줄까 하고 물어보셨는데, 이것 저것 말했던 것 같다.

별 맛이 없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꽤 정감이 가는 로컬 식당들이 많았는데, 부끄러워 선듯 들어가보기가 꺼려졌다.

결국 좀 더 넓고 큰 가게를 찾아보자며 무작정 걷는다는 것이 숙소까지 가버리게 되었다.

할 수 없이 근처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샀는데, 직원이 한국인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씻고 라면에 물을 올린 것이 저녁 9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놀라운 건. 이 때까지 식당을 전혀 못 들어가봤다는 것.



Posted by 기도하
해외 유랑기2017. 11. 29. 18:30


2015년 11월경의 미국 여행, 샌프란시스코.


사실 여행의 올바른 기억을 유지하기란 쉽지가 않다.

새로운 장소에 왔다는 어떤 혼란감 때문에, 엄청난 경험과 정보의 파도가 밀려와 기억이 왜곡되기도 한다.

사진을 보고나면 비로소 이 때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곤 한다.



내가 원했던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은 픽사 애니메이션 'Inside Out'의 모습이다.

라일리가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들어설 때 금문교의 모습, 꽃이 활짝 핀 롬바드 스트리트, 라일리가 처음 이사를 와 끔찍하게 생각했던 좁은 집, 좁은 골목, 라일리가 쓸쓸히 걷던 언덕길.

너무나 사랑했던 애니메이션만큼의 모습이었다.

그 이후에 위베어베어스, 샌 앤드레아스 등의 작품을 볼 때도 샌프란시스코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첫 날, 산 호세에 사시는 교민분께서 운전해주시는 차를 타고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돌았다.

라일리가 살 것만 같은 좁은 집들을 가리키며 얼마 정도 할까 어쭈어보니 대충 10억쯤 부르셨던 것 같다. 

대충 어투가 '집같지도 않은 집이 10억원쯤'이라고 하셨던 것 같다.

살만한 집은 그 이상이랄까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첫날부터 샌프란시스코의 가장 대표적인 명물인 금문교Golden Gate Bridge에 찾아갔다.

날씨가 너무너무 좋았는데, 샌프란시스코에 이만큼 날씨 좋은 날 금문교를 보기 쉽지 않다고 교민분이 말씀해주셨다.

도보로 다리를 건넜다.

현지인들 사이에서도 도보로 금문교를 건너본 사람이 흔치 않다는 말에 또 신났고.

강철로 만든 기둥, 쇠줄 엄청난 크기에 압도되는 느낌이 들었다.

멀리 탈출 불가능하다는 유명한 알카트라즈 감옥이 있는 섬도 보였다.

바다에 요트가 많은 것도 인상적이었다.



샌프란시스코 한 가운데에 있는 Twin peaks에 올랐다.

야트막한 야산인데, 주변에 높은 산도 없어서 동서남북으로 탁 트여 전망이 좋았다.

봉우리가 두 곳이 있어서 Twin peaks라고 한다.

현지인들 사이에선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롬바드 스트리트Lombard Street는 꽃이 지고, 찾아갔을 때 날씨가 별로라 을씨년스러웠다.

그래도 관광객들이 아주 많았다.

주변 집들이 살기 힘들 것 같았다.

'세계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거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교민분의 차를 타고 거리를 내려가보았고, 그 다음 날엔 트램을 타고 따로 찾아가보았다.



케이블카를 타면 롬바드 스트리트 꼭대기에서 내릴 수 있다.

원래는 꽃길인데, 내가 찾아갔을 때는 꽃이 이미 지고 있는 상태였다.

거리를 걸어 내려가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오패럴 스트리트에 있던 호스텔.

이 근처에는 홈리스들이 굉장히 많다.

홈리스들이 얼굴도 알아보고 매일 인사도 한다.

유쾌하긴 한데 상점 들락날락할 때도 인사하는 건 좀 불편했다.


날씨가 변화무쌍해서 하루에 몇 번이나 비가 내렸다 개기를 반복했다.

샌프란시스코에 갈 땐 작은 우산이 꼭 필요하다.








그럭저럭 괜찮았던 침대.

깨끗한 분위기. (욕실은 그럭저럭).

아침 식사는 풍성한 편이었다.

술 취해서 블루투스 이어폰이나 잃어버리고 ㅠ



샌프란시스코 명물인 케이블카.

시내에 3개의 라인 중 파웰-하이드Powell-Hyde 라인을 타면 롬바드 스트릿과 종점인 어쿼틱 공원Aquatic Park까지 갈 수 있다.

자전거를 빌리면 어쿼틱 공원에서 금문교까지 갈 수 있다는 듯.

케이블카는 1회 5$인데, 차장에게 직접 지불하고 탈 수도 있고 정류장에서 구입도 할 수 있다는 것 같았다.

15불인가를 내고 뮤니Muni 원데이 패스를 사서 몇 차례 이용했다.

이 날 이 패스를 이용해 Muni Bus와 Muni Metro도 이용을 했다.






케이블 카의 종점에는 턴테이블이 있다.

이 턴테이블에 케이블카를 올린 후 사람 손으로 턴테이블을 돌려 케이블 카의 방향을 돌린다.

관광객들이 매우 신기해 한다.

나도 신기했다.



어쿼틱 공원에서 피어Pier 39를 돌아보러 가는 중. 도중에 행진이 있었다.

베트남 참전용사도 행진을 하고, 반전 평화 단체도 행진을 하고, 군인도 행진을 하고, 학생들도 행진을 했다.

총과, 나팔과, 미국 국기와, 부상자들의 휠체어와, 반전 평화 플랫카드가 함께 걷는 행진이었다.

비극을 받아들이는 서로 다른 모습이 한데 어우러져 있었다.

 



피셔맨스 와프Fisherman's Wharf를 돌려고 보니 매우 출출했다.

비교적 싼 값에 랍스터와 킹크랩을 먹을 수 있는 집이었는데, 별로 먹고싶은 생각이 없어서 오징어 샐러드와 맥주를 사먹었다.

데친 오징어와 오이, 샐러리를 넣고 올리브유와 식초, 후추를 넣은 샐러드였는데 맛있게 먹었다.

오징어야 한국인의 입맛엔 맞겠지만 









피셔맨스 와프에는 관광객들도 많고 매장과 식당도 많았다.
정신 없이 구경하며 돌다 보니 정작 피어 39에는 가질 못했다.
이 날 39에 가본 사람은 꽤 많은 바닷사자들을 가까이에서 봤다고 했다.
냄새가 장난이 아니라고도 했다.
바다사자를 못 본 건 정말 아쉬웠다.
많은 선착장들이 있었고 걷다 지쳐 버스를 타고 메트로를 타고 하면서 피어 1까지 가보았다.


정말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AT&T 야구장.

메트로도 한 번 타고 버스도 한 번 타고 정거장을 잘못 내리기도 하면서 힘들게 찾아왔다.

야구장 정문 옆에 야구 굳즈를 파는 매장이 있는데, 이 곳에서 아마 20달러 쯤 하는 티켓을 구입해, 매장 2층에 있는 주차장 가는 문을 통해 입장할 수 있다.

비시즌 기간동안에 1시간? 2시간? 시간에 맞추어 투어관광을 신청할 수 있다.

가이드를 따라 야구장을 돌아볼 수 있다.



투어가 시작하기 직전에 도착해서 서둘러 티켓을 구입해 들어갈 수 있었다.

굳즈 매장 직원이 웃으며 뛰라고 했는데, 마침 주차장으로 통하는 물류창고 셔터가 내려가고 있던 중이었다.

자이언츠는 2014년에 우승을 했다. 가이드의 뿌듯한 자랑을 들을 수 있었다.

AT&T 구장의 건설에 얽힌 이야기, 선수들 이야기 등등.

좀 더 영어실력이 좋았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경기장 전경이 한 번에 보이는 관람석도 들어가볼 수 있었고.

코카콜라와 글러브 모야의 조형물이 보였다.



구장에도 서볼 수 있고, 덕 아웃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

한국에서도 덕아웃은 들어가본 적이 없는데 ㅠㅠ

살짝 감동 한 번 해주고.



피너츠와 제휴했던 듯? 스누피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도 있고.



자이언츠 전성기 시절의 주역이었던 배리 본즈의 배트.

경기장 복도를 박물관처럼 꾸며놓았다.

유명 선수, 역사적인 순간의 기록물처럼 주요한 물건들과 사진을 전시해두었다.








자이언츠 선수들의 MLB 야구 카드.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트레이드 카드다.



2000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첫 월드시리즈 우승 소식으로 1면을 장식한 신문.

자이언츠는 1870년대 뉴욕에서 창단하였고, 1950년대에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겼다.

우승까지 거의 50여년 정도 걸린 셈이다.

(괜찮아. 한화도 50년에 한 번은 우승하겠지...)



2010년 자이언츠 우승 당시 마지막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았던 승리의 공.



맷 케인의 MLB 역사상 22번째 2012년 퍼펙트 게임의 기념 물품들.



타르틴 베이커리를 가기 위해 Muni bus를 이용했다.

패스를 검사하는 사람도 없고, 아무나 막 타는 것 같아서 이게 뭔가 싶기도.

나는 열심히 패스를 보여줬는데, 버스기사는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았다,

구글맵의 길찾기로 노선을 검색했는데, 비교적 잘 맞는 편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유명한 타르틴 베이커리.

미국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만들기로 소문났고, 이 빵집의 '타르틴 빵만들기 책'도 대박이 났다.

건물 주위로 줄이 매우 길었다. 1시간 가량 기다린 듯.

오븐에서 빵을 빼내는 시간이 매일 규칙적인데, (오후 4시쯤이던가?) 사워도우 식빵을 빼내는 시간에 맞추어 방문했다.










타르틴 베이커리는 크로와상이 제일 유명하지만 갖가지 타르트도 유명하다.

줄을 서면서 몇 가지 빵들을 먹어볼까 했지만, 자리도 비좁고 불편하고 단 것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기다리는 내내 고민만 하다가 타르트는 그냥 구경.

때마침 오븐에서 꺼내기 시작한 식빵만 사들고 퇴장.



사워도우 식빵을 샀다. 

내가 끌어 안으면 한아름이나 되는 크기의 빵이다.

1개 통째가 13 달러쯤 했던 것 같다.

향긋한 밀가루 향기에 너무나도 행복했다.

숙소로 돌아갈 때까지 온기가 남아 있었다.



근처 슈퍼에서 구입한 샐러드와 함께 식사 때 잘라 먹었다.

피칸 빵을 샀는데, 피칸은 눅눅해져서 다른 집 빵만은 못했다.

(바삭한 견과류가 씹히는 식빵을 원한다면 홍대입구의 아오이토리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천연효모에 바닷바람을 맞혀가며 발효시킨 빵이 유명한데, 발효과정에서 신 맛이 나기 때문에 사워도우라고 부른다.

과연 빵에서 시큼한 맛이 나기도 하는데, 밀가루의 고소한 향과 함께 어우러져 풍부한 맛과 향을 내뿜는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사워도우 빵에 스프를 넣어 먹는 클램차우더라는 음식이 유명하다.

당시에 나는 저염식을 하느라 먹어보진 않았지만.


빵이 너무 커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절반을 잘라 캐리어에 담아 왔다.

한국에 가져와서 먹을 때에도 그 향기가 너무 좋아서 당장 샌프란시스코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경전철도 잘 다니고

(티켓 자판기에서 티켓을 구입한 것 같은데, 검사하는 사람도 없고, 그냥 버스 타고 내리듯 경전철을 탄다.)



지하철도 잘 다니고...

같은 노선에 여러 목적지로 다니는 지하철이 많다.

현지에 살고 있는 교민이 지하철 순서를 알려줘서 수월하게 공항으로 갈 수 있었다.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