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랑기2017. 12. 10. 17:25

여행 다녀본 곳을 정리해보니까, 블로그에 올릴만큼 사진을 빈번하게 찍고, 할 말이 많은 여행은 혼자 여행했을 때 뿐이다.

나는 빈번하게 혼자 여행하기를 선택한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매우 힘들고 위험하고 외롭지만, 선택지가 다양하고 많은 경험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여행의 모든 준비를 해야하는 번거로움도 있지만, (사실 성격탓일지는 모르지만) 단체 여행에서도 거의 모든 준비를 내가 하는 편이다.

혼자 여행은 일정 조율이 필요 없고, 내 기호에 맞게 여행지를 고를 수 있다. 특히 나의 여행 방식엔 호불호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편이라 여행지에서도 가기 싫은 곳으로 가게 될 경우 과감하게 찢어져 여행하기를 제안한다.




나는 기피하는 여행방법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느긋하게 숙소에서 점심을 먹고 나가 오후 외출을 하고 돌아오는 방법 등이다. 여행지의 풍광은 대개 오전에 화려한 모습을 연출한다. 오후 2~4시가 되면 햇빛의 직사광선으로 인해 온 세상이 허옇게 불타버린다. 가장 화려한 모습은 오전에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전부터 부산을 떤다.

또, 수평선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군 생활 2년동안 바다만 바라봤더니 바다를 보면 아무런 감흥이 오질 않는다. 바닷가에 가도 주로 주목하는 것은 바닷가의 생김새와 바다의 생물체, 물체, 해변의 색깔같은 것이다.

또 엑스게임(X-game, X-sports)등 익스트림 스포츠 류를 기피한다. 번지점프, 서핑 등인데, 가까스로 인정하는 것은 놀이기구 탑승이나 집라인, 레이싱카, 스키, 스노보드 정도이다. 허공이나 물 속에서 발에 땅이 닿지 않는 상태의 모든 상태를 불안해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행 코스가 ' 방가장 유명한 곳 + 알파'로 꾸며진다. 나는 빠른 시간에 주로 현지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을 택한다. 일찍 움직이고, 미리 계산되어야 하고, 어느정도 큰 일정이 잘 짜여 있어야 한다. 마치 패키지 여행과 같다. 챙겨주고 기다릴 다른 사람이 없어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원하지 않는 건 빠르게 지나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여행은 일종의 고행과도 같다. 쉬지 않는 여행인 셈이다. 쉴 새 없이 움직이는 탓에 오후가 되면 급격하게 체력이 저하되기도 한다. 밤이 되면 그 다음날 일찍 일어나야 하는 탓에 쉽게 곯아 떨어진다. 숙소도 빈번하게 옮기고 빠르게 여행지를 이동한다.


비교적 시간의 여유가 많다면 애써서 바쁜 여행을 할 필요는 없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 지역에 머물면서 긴 시간을 두고 혼자의 여행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 독서를 하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하고 그림도 그리며, 숙소를 오가는 사람들과 친분을 다지기도 한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쉬러 오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아무래도 나와는 별 상관이 없다. 나는 보고싶은 것이 너무 많고 겪고 싶은 일도 많다. 더 많이 눈으로 보고 만지고 들어야 한다. 사람들마다 하고싶은 것이 다르니, 이럴 때 혼자 여행하는 것은 더더욱 좋다.


하지만 혼자 여행하기는 단점이 많다.

1..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 

혼자 여행하기 좋은 지역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꼼짝없이 2인~3인분의 비용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혼자 숙박하기 위해 2인실을 써야 하는 경우도 있고, 한국처럼 1인 손님을 받지 않는 가게가 있을 수도 있다. 여러 사람이 있으면 싸질 수 있는 경비를 혼자 써야 할 경우도 있다. 일전에 몽골여행을 계획했을 때, 지프차를 혼자 대여해야 해서 여행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

2. 위험하다.

여행지와 상관 없이 모든 지역은 위험하다. 이 때 주변에 동행인이 있다면 조금은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인 케이스로, 배낭여행을 선택했을 때, 화장실에 급하게 가야 할 경우, 배낭은 큰 짐이 될 수 있다. 잠시라도 맡아둘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여행지에서 다른 사람을 믿기란 쉽지 않다. 

또 갑자기 건강이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호의적인 사람들이 주변에 아무리 많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기 까다로운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간단한 짐도 맡길 수 없는 상황에서 건강에 무리가 올 경우 힘든 여행으로 돌변한다. 따라서 혼자 여행할 때는 간단한 의약품과 비상식량, 핫팩, 물등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몇가지 특수한 케이스를 제외하고 모든 국가는 위험하다. 특히 해가 떨어지면 위험하다. 항상 경계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주는 것을 그냥 받아먹어도 안된다. 상대방의 호의는 무조건 한번쯤 의심해봐야 한다. 믿을만한 행동을 했던 사람도 어떤 상황에서는 갑자기 돌변할 수 있다.

3. 외롭다.

혼자 여행할 때 가장 아프게 다가오는 단점이 바로 외롭다는 것이다. 좀처럼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어 입에 단내가 난다. 하루 이틀은 넉넉하게 버티지만, 좀 더 오래가면 아무나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리 좋은 것을 먹고 아무리 재미난 것을 보아도 이 감정을 함께 나눌 상대가 없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이 때 괜찮은 방법은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것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같은 나라 사람도 만날 수 있고,같은 처지에 있는 여행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다른 나라 사람들과 만나 얼마나 서로가 다르고 비슷한지 대화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4. 어렵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헤매게 된 원인은 내가 조사를 덜한 탓이며, 내가 도움을 청하지 못한 원이는 내가 그 언어를 하지 못한 탓이다. 만약 영어라도 못하면 더더욱 어려워진다. 빈번하게 현지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것들을 묻게 될 수 있다. 현지어나 영어가 아닌 바디 랭귀지를 써야 할 지도 모른다.

제 3세계에 가게 될 경우엔 간단한 언어와 숫자, 통화 체계등을 숙지해 가는 것이 좋다. 특히 아랍권에서 사용하는 숫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와 전혀 다른데, 비슷해보이는 숫자로 도리어 헷갈릴 수 있다.

우리가 아는 아라비아숫자(상)와 동아라비아숫자(하)

또한, 중요한 관광지를 놓치게 될 수도 있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왔다가 정작 중요한 것들은 못 보고 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할인 방법을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맛있거나 싼 현지 음식을 못 먹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여행을 다녀와 아쉬움만 남을 수도 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도 현지에서 동행자를 많이 구하는 편이다. 숙소에서 만난 같은 여행자들은 비교적 호의적이고 믿을만한 편이다.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숙소에선 같은 여행자에게 길을 물을 수도 있고, 대략적인 비용(돈이나 시간 등)을 계산할 수 있다. 관광지의 풍광이나 음식의 맛들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왕이면 궁금한 것들을 적극적으로 묻고 얻는 편이 좋다. 


비록 언어의 제약이 있지만 혼자 여행하기는 도전할만 하다. 내 경우엔 가장 큰 난관은 외로움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외에는 결심만 있으면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어진다. 대개 나는 사람들에게 비행기 티켓부터 구매하라고 권한다. 날짜가 결정되면 (내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모든 것은 급류에 휩쓸리듯 진행이 될 것이다.

혼자 여행하는 것은 도전적이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된다. 많은 모험, 많은 만남을 경험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해방감을 만끽하는 것은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다.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