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랑기2017. 12. 11. 13:00


4년전 일본여행.

오전 7시부터 멀리 이동하기 위해 씻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오사카에서 히로시마로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출근 시간에 맞추어 사람들 사이에 힘겹게 여행 중.

일본의 열차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고 형태도 상이한데, 여기 저기 다니면서 특이한 기차들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아울러 가끔씩 기관사들이 기관실에 앉아 조종하는 것도 관찰할 수 있다.

(또 매우 놀라운 점은, JR노선의 많은 역들에 역무원들이 직접 눈으로 열차표를 검사한다. 사람이 다니지 않을 것 같은 시골 역에도 JR패스를 보여준 후 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두 개의 조종간(어떤 건 하나를 당기고 다른 하나를 돌리고)이 있고 하나는 속도 다른 하나는 브레이크다. 아마.


이전날의 에끼벤에 반해버려 다시 구입한 에끼벤(駅売り弁当).

이번의 에키벤은 규탄(소 혓바닥)이다.

일본 사람들의 소 혓바닥 사랑은 특별하다.

이 전날 저녁 2차로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규탄을 먹어보았지만, 삶은 쇠고기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에 에키벤으로 다시 구입했다.

쫀득쫀득한 식감이 재미 있는 맛이었다. 그리고 달착지근한 달걀말이도 맛있었다.


이제 한국에서도 즐길 수 있는 호로요이.

이 당시만 해도 네이버 일본여행 까페에 '호로요이 꼭 마셔봐라'라는 글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특히 호로요이는 계절한정 메뉴를 판매하기 때문에 그 때 아니면 못 마시는 호로요이가 있을 수 있다.

이 날 먹은 것은 계절한정 살구맛 호로요이.

그런데 그냥 달콤한 소다 인 줄 알고 마셨는데 취기가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알고봤더니 알콜 3%....

이날은 아침부터 술을 마신 것으로 되었다.


히로시마 역에서 내리기 전에 찍은 히로시마 시민 구장.

일본 프로야구 구단인 히로시마 도요 카프가 이전에 이용했으나 이제는 사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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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에 뿌려졌던 삐라들.

일본제국주의 당시 얼마나 파시즘 국가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

오른쪽 상단 삐라에 <대동아공영권>이라고 써 있다. 일본이 아시아를 통치하면 해방이라는 뜻이다.

일본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고 일본인들의 단합을 위해 지속적으로 홍보해 왔다.

이 전단지들은 공습에 대해 경고하며 항복을 하는 것을 반대하도록 장려했다. 원자폭탄에 대해서 아무런 경고도 하지 않았다.


결국 1945년 8월 6일 8시 15분.

원폭과 함께 손목시계의 시간이 멈췄다.

히로시마에 미국의 원자폭탄이 떨어지고 만 것이다.

폭발과 함께 히로시마 시민들은 밝은 빛을 목격했다. 빛을 가리면 자신의 뼈가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폭심지 근처의 온도는 섭씨 3000도를 넘겼다. 근처에 있던 사람은 증발하여 검은 흔적만을 남겼다.


당시 히로시마의 사진.

그 결과는 참담했다. 폭발의 후폭풍과 함께 반경 1.5km의 건물들이 싹 날아가버린 것이다.

시커먼 연기가 하늘을 가리고 온통 불바다로 변했다. 폭발에 휘말려 죽지 않은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폭 폭발후 방사성분진에 섞여 내린 비는 피해자를 더욱 더 증가 시켰다.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강한 방사선은 생체 조직 자체를 파괴시켜 재생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혈관, 내장등 모든 기관이 파괴되어 전신 화상으로 사망한다.

이 원폭으로 14만명이 희생당했다.





자료관 내에 전시된 원폭 전(좌) 후(우)의 모습을 재현한 미니어처(상)과 당시 항공 지도 사진(하).

폭심지를 중심으로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다.

상단의 미니어처 사진을 보면 원폭돔을 비롯한 몇 개의 콘크리트 건물만 남고 모두 폭발에 휩쓸리거나 불에 타 잿더미가 되었다.


당시 처참한 광경을 묘사한 거리 조형. 창 밖으로 황폐한 폐허의 사진이 걸려있다.

얼마나 을씨년스러운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음에도 거리를 걷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 <리틀 보이>의 모형.

두 개의 우라늄 235 덩어리를 충돌시켜(핵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임계질량을 넘어서게 함) 폭발을 유도해 냈다.


당시 원자폭탄의 폭발로 두꺼운 철문이 구부러져버렸다.

얼마나 강한 폭발이었던가.


원폭의 뜨거운 열로 인해 녹아붙은 쇠붙이들.

흐물흐물하게 녹은 뒤 서로 엉겨붙어버렸다.






유리 약병으로 보이는데, 원자폭탄의 열기로 인해 유리가 녹아내려 서로 붙어버렸다.

원폭의 열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물건.


히로시마 원폭 때 녹은 물체들.

캔과 유리병, 사기등이 녹아 비틀어졌다.

동전(토큰)은 녹아 서로 붙어버렸다.

폭발지역의 온도가 얼마나 뜨겁게 올라갔을지 보여준다. 


방사능 측정기(가이거 계수기)를 놓고 방사능을 측정하는 걸 시험삼아 보여주고 있다.

거리에 따라 방사선량이 어느정도 되는 지를 보여주는 실험장치인 셈이다.

방사선량은 거리역자승이다. 즉 거리가 2배가 되면 강도가 1/4, 거리가 3배가 되면 강도는 1/9가 된다.

멀어지면 멀어질 수록 점선원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닿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피폭량이 감소된다.

히로시마 원폭 방사능 피해도 멀어질 수록 줄어들었을 것.

(사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사진을 보니 대충 그런 식일 것 같다. 워낙 예전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다.)




이 여행 당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지 2년째 되던 해였다.

2011년 3월, 도호쿠 지방 태평양 해역 지진이 발생하면서 도쿄 전력이 운영하던 후쿠시마 원전에 손상을 입혔다. 

후쿠시마 원전은 비상노심냉각에 들어갔으나 이후 발생한 15미터의 쓰나미(해일)로 비상전력을 잃게 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몇 번의 전력복구 시도가 좌절되고, 노심을 냉각하는 냉각수가 증발하면서 원자로의 온도를 상승시켰다. 

해일이 일으킨 전력상실, 배터리 방전 등으로 원전 관리가 불가능하게 되자 노심의 온도가 섭씨 1200도까지 치솟으면서 방호벽이 녹아내렸고 구멍이 뚫렸다. 

그리고 핵연료가 공기 중에 확산되기 시작했다. 핵연료에 사용되던 지르코늄이 고온반응으로 수소를 발생시켰고, 격납용기를 손상시키는 수소폭발을 이르켜 방사능의 대기 유출을 가속화 하였다.

이후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이내 지역을 '경계구역'으로 지정해 출입을 통제하였다.

후쿠시마와 가까운 도쿄 등이 피폭의 공포에 떨어야 했고, 일본과 가까운 우리나라도 일본산 물품의 수입에 관한 여러 논쟁들과 규제가 있었다.


이러한 방사능의 공포 속에서 어떤 안전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반드시 탈핵에 준하는 상태가 될 때까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후에 블로그에 탈핵 논지의 글을 올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갈증이 나고 더워서 힘들던 차에 박물관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휴게실에 앉았다. 손에 들고 먹는 아이스크림은 먹기 귀찮고 퍼먹는 아이스크림을 결정했다. 마침 우리나라에서 파는 <와 아이스크림>과 비슷했다.

맛도 비슷했다.

그렇다. 같은 롯데 제품이다. 일본에서는 爽(そう, 소우)라는 이름으로 팔고 있다.


벌건 대낮이지만 더 돌아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전날 너무 많이 돌아다녀 힘에 부쳤다.

결국 전차를 타고 히로시마 역으로 돌아갔다.

이날 저녁이 되기 전에 후쿠오카에 예약한 게스트하우스로 가야 했다.


히로시마 역사 안에 있던 식당에서 점심으로 사 먹은 자루 소바.

일본 하면 메밀국수 아니겠어?

한국에서도 냉면하면 껌뻑 죽는데, 일본 현지의 메밀국수를 놓칠 순 없었다.

메밀국수와, 문어숙회, 돼지고기조림 세트.

모든 게 좋았다. 

숙회도 신선하니 좋았고, 돼지고기에도 누린내가 나지 않았다.

메밀국수도 꽤 좋았다.

이날 이후로 일본 식당들에 강한 신뢰감이 생겼다.

일본에선 아무거나 먹어도 실패하지 않는다.

맛있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이 있을 뿐이다.


히로시마 지역 특산품인 <모미지 만주>(もみじ饅頭, もみじまんじゅう).

단풍잎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디저트로 기차 안에서 까먹었다.


일알못이라도 어디선가 들어본 기억이 있는 시모노세키를 지난다.

이 곳 수산시장이 그렇게 유명하다는데, 언제 기회가 있을지.

(이 이후에 시모노세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