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랑기2017. 12. 29. 18:09

이전에 업무차 스페인 발렌시아에 간 적이 있었다.

딱 반나절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있었는데, 겨우 발렌시아 시내 정도 돌아보았다.

이전에 니콘 P90를 쓰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카메라가 없으면 사진도 안 찍던 시절이었다.

핸드폰 카메라가 좋았다면 좀 더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처음 가보는 유럽이었는데, 오밀조밀 붙어있는 집들이 매우 신기했다.

스페인은 술 좋아하는 사람에겐 거의 천국과도 같다.

국내에선 3~4만원쯤 할 와인이 4~6유로면 구할 수 있었다.

3~5유로 선에서도 맛 좋은 와인이 많았는데, 막 파는 와인은 1~2유로밖에 되지 않았다.


스페인은 포도주 3대 생산지 중 하나이지만, 우리나라에도 수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스페인 사람들이 술을 너무 사랑해서..... 자국내 소비로 거의다 소진된다는 것;;;

스페인 포도주에는 등급이 있는데, 10병쯤 맛 본 결과 어느정도 이상되면 등급으로 맛을 표현할 수가 없다.

오히려 가격이 맛에 비례하는 듯 했다.


크리안자(Crianza)는 2년 숙성, 6개월 오크통

리세르바(Reserva)는 3년 숙성, 1년 오크통

그란 리세르바(Gran Reserva)는 5년 숙성, 최소 2년 오크통 숙성,


VdP, DoCa, Do, VCIG, VdIT, VdM 순으로 등급 순위를 매긴다(좌측이 최상급).


포도주를 왕창 사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시내로 향하다가 빵냄새에 끌려 찾아간 빵집.

아침부터 빵을 구워내는 향기가 너무나 향긋해서 지나칠 수가 없었다.

컵케익과 쿠키등이 보인다.


만두 모양의 엠빠냐디아스(empanadillas)가 살짝 보인다.

참치나 고기등을 소로 만든 파이 과자이다.



막 오븐에서 구워져 나온 야채빵을 하나 구입했다.

지중해 요리 중 코카(Coca)라는 이름의 패스츄리다.

피자와 거의 같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한국에서 파는 빵은 진짜 빵이 아니다.


스페인 요리엔 향신료도 잘 쓰이고, 고기와 해산물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빠에야(파에야, 쌀밥 요리), 감바스 알 아히요(올리브 새우) 등의 스페인 요리가 유명하다.

한국인 입맛에도 매우 잘 맞는다.


로탸 데 라 세다(Llotja de la Seda)


발렌시아에는 가장 중요한 건물 세 가지가 있다. 

로탸 데 라 세다, 중앙시장, 성 요한 교회를 일컬어 발렌시아의 세가지 보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세 건물은 모두 한 데 모여 있어서 관람하기가 아주 좋다.


로탸 데 라 세다는 발렌시아의 상인들이 계약을 체결하던 건물로, 비단 거래소로 운영된 적도 있다고 한다.

발렌시아의 상업 역사의 흔적인 셈이다. 발렌시아의 상업적 번영으로 1400년도 후반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성벽에는 가고일 석상들이 붙어있다.

가고일은 빗물을 빼내는 수로의 역할을 하던 석상이다.

로탸 데 라 세다는 입장료를 내면 입장할 수 있지만, 건물 내부까지 보는 것은 별로 흥미를 끌지 않았다.



발렌시아 중앙시장(The Central Market of Valencia)

지역 주민들도 많지만 이곳은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온갖 식료품들, 수산물, 육류, 포도주, 과일등을 쌓아놓고 판매하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하몽 햄이 걸려 있는 정육점이 많았다는 것이다.

하몽(하몬, Jamón)은 스페인어로 햄이라는 뜻이다.

스페인에서 하몬이라고 하면 으레 하몬 이베리코를 뜻하는데, 이는 이베리아산 흑돼지로 만든 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하몬 이베리코는 무척 비싸고, 대중적인 것은 하몬 세라노(시에라 산 햄)이다.

하몬은 염장하여 오랫동안 건조시켜 만든다.

보통 얇게 저며 먹는데, 그냥 주워먹기도 하고 요리에 넣어 먹기도 한다.

굉장히 짜고, 건조되어 겉이 살짝 딱딱하고 양초의 질감을 가지고 있다.

스페인 요리로 흔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몬 & 멜론'이 있는데, 짭조름한 얇은 하몬 햄과 달콤한 멜론을 함께 먹는 것은 별미이다.



성 요한 교회(Iglesia de los Santos Juanes)은 중앙시장 옆의 오래된 교회 건물이다.

교회는 매우 힘든 고난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자리에는 1200년 대에 이슬람 사원이 있다가 1300년대에 불이 탄 것을 교회로 다시 세운 것이다.

처음에는 고딕 양식으로 재건을 했는데, 1592년 두번째 화재로 불 탄 후 최종적으로는 바로크 양식으로 재건되었다.

이 후에 1939년 스페인 내전 때 다시 세 번째 화재를 겪고 재건 중이다.





조각들이 유려하고 화려하다.

두 어린이 모습의 천사가 있고, 순례자의 상징인 가리비 모양과 갖가지 식물의 조각이 인상적이다.

맨 아래에 작은 모양이 사도 요한이라는데 이외의 것은 잘 모르겠다.


중앙 시장에서 바라본 교회의 모습. 이 방향에서 옥상 부근에 네 명의 성인 석상이 보인다.


맨 좌측부터 성 프란시스 보르지아다.

예수회 총장으로 간디아 대학교의 설립자로 알려진 성인이다.


그 다음에는 헐거벗은, 세례자 요한이다.


그 다음은 성 루이스 베르트랑, 16세기 발렌시아 도미니크 수도원의 수도자로 미국에 선교를 갔던 성인이라고 한다. 발렌시아에서 유명한 성인인 것 같았다.


사도 요한. 예수의 12 제자중 한 사람으로 요한 복음 등을 집필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에는 성모 마리아와 아기 예수상이 있다.


교회의 내부의 모습.

성 요한 교회는 세례자 요한과 사도 요한을 기리며 만든 교회에 붙는 이름이다.

이 성 요한 교회에는 세례자 요한의 옷(ex vestimentis)이 성물로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교회 내부에는 갖가지 성화와 조각, 성물등이 있다.

잘 모르겠지만, 예수의 부활 후 승천하는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닐까?


세례자 요한은 예수를 보며 '세상의 죄를 지고 가는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예수는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다.

그 때 하늘에서 성령이 비둘기처럼 내려와 예수의 머리 위에 머물렀다.

이 그림은 그 세례의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교회가 어둡고 조용해 경건해지고 숙연해지게 한다.

어두운 덕분에 사진은 잘 찍기 어려웠다.



예술과 과학의 도시(Ciudad de las Artes y las Ciencias, City of Arts and Sciences)


바깥은 이렇게나 밝고 화사하다.

지중해의 기후는 너무나 좋다.

햇빛이 밝고 구름이 예쁘게 만들어진다.

반면에 비구름은 오락가락 했다.




왼쪽에 오페라 하우스인 팔라우 드 레 아트 레이나 소피아(El Palau de les Arts Reina Sofía), 오른쪽에 아이맥스 상영관, 별 관측관과 레이저 상영관이 있는 L' Hemisfèric이다.


펠리페 왕자 박물관 (Museu de les Ciències Príncipe Felipe)

프린시페 펠리페 박물관인데 과학 박물관이라고 한다.

고래의 골격 모양으로 되어 있다.

시간이 없어서 멋지게 생긴 박물관의 외형만 보고 이동했다.




스페인은 올리브도 맛있고, 과일도 맛있고, 소세지나 햄도 맛있어서 놀라웠다.

포도주와 함께 매일 술 파티해도 좋다.


이 놈의 나라가 참 웃기는데, 우리나라의 서울 번화가와 같은 술문화를 가지고 있다.

저녁이 되면 술집과 식당들이 문을 여는데, 새벽 내내 흥청망청 술을 마시며 밤거리가 소란스럽다.

그리곤 그 다음날 아침이 되면 식사를 파는 식당이 없다.

심지어 점심에 여는 가게도 드물다.

게다가 점심 시간을 조금만 놓쳐도 낮잠(시에스타) 시간에 걸려 점심도 못 먹을 수 있다.

점심은 맥도날드에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출근도 매우 느지막히 하는 모양이었다.



참 인상적이었는데, 오랫동안 여행을 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된다.

친한 선생님 한 분이 최근에 스페인을 다녀오셨는데,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하셨다.

어찌나 부럽던지.

다음에 한 번 여행 가볼 기회가 있겠지.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