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유기2018. 1. 2. 17:27


전골요리는 불고기같은 음식처럼 혼자 밥먹기 까다로운 음식이다.

샤브샤브도 마찬가지인 게, 버너 앞에 전골냄비를 두고 야채와 고기 따위를 담가 먹어야 하는데 혼자 테이블을 독차지하는 것은 곤란한 일이기도 하다.

몇 년전부터인가 샤브샤브를 개인 바 테이블에서 먹는 방법이 한국에 들어왔다.

이전에도 백화점 푸트코트에선 스시(초밥)바테이블 처럼 샤브샤브 테이블이 도입되었다.


동대문 현대시티아울렛 지하 2층에 있는 <아이핫팟>(iHOTPOT)도 그런 가게 중 하나이다.



샤브샤브 메뉴는 육수 종류(멸치, 가쓰오부시, 매운해물, 스끼야끼, 훠궈)와 고기 종류(쇠고기, 돼지고기)를 고르는 것에 따라 1000~2000원의 차이가 난다.

기본적으로 야채와 칼국수는 똑같이 제공된다. 개인 테이블의 인덕션에 육수가 담긴 작은 냄비가 올라간다. 육수는 리필이 되는 모양.(부족하지 않았다.)



가쓰오육수에 쇠고기(9900원)를 주문했다.

야채나 고기를 추가하거나 야채죽을 해먹으려면 추가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야채도 신선하다.

개인적으로는 야채가 좀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장사하는 사람도 돈을 벌어야 하나 추가요금을 지불해야 바람직하겠다.


나는 샤브샤브가 졸아붙어 짜게 먹는 것을 싫어한다. 샤브샤브 육수는 본래 짜지 않지만, 오랫동안 샤브샤브를 먹으며 육수를 넣다보면 점점 국물이 짜게 변하게 된다.

짜게 먹는 것이 싫다면,, 맨 처음 샤브샤브 냄비를 받았을 때 인덕션의 온도를 최대로 높여 팔팔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 국물이 끓을 때 야채를 쏟아붙는다. 그러면 야채의 온도가 낮아 국물이 끓지 않게 되는데, 잠시 후 국물이 다시 끓으면 불을 최하로 줄인다.

인덕션의 온도를 낮추어도 육수는 끓고 있다. 그 이후에 고기를 한 두점씩 넣어 익혀 먹는다.


또, 나는 샤브샤브 칼국수를 해 먹을 때 국물이 걸쭉해지고 끈덕거리는 것을 싫어한다. 이는 칼국수를 만들 때 사용한 밀가루 때문에 벌어진다. 밀가루를 반죽하고 칼로 썰기 전에 많은 밀가루를 사용해 반죽을 접게 되는데, 칼국수에 묻은 밀가루가 국물 요리에 들어가면 마치 울면처럼 걸쭉해지게 된다. 말하자면 밀가루 죽, 녹말 죽을 먹는 것과 비슷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칼국수 면을 집어넣기 전에 그릇에 물을 넣어 면발을 헹궈준다. 적당히 한 번정도만 헹구어 샤브샤브에 넣으면 걸쭉하지 않은 맛있는 칼국수를 먹을 수 있다.


1인 샤브샤브집은 굉장히 편리하고 좋다. 앞으로도 이런 1인 식당집들이 장사가 잘되어 나중에 혼밥 혼술을 하게 될 때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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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
식유기2018. 1. 2. 16:43


사촌동생이 호주로 떠나 생이별도 하게 되었으니 앞으로 해외에서 먹기 힘들 요리를 먹이려고 했다.

가장 한국적인 맛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호주에선 돼지등뼈 요리를 찾긴 힘들겠지 싶었다.

오랜만에 감자탕이 당기기도 하고... 

합정역 <옹달샘> 감자탕집을 찾았다.



감자탕 중자(대 34000, 중 29000, 소 23000원)

큰 덩어리가 8~9조각정도 나온 것 같다.

세명이서 먹기에도 푸짐한 양이다.



감자탕을 다 먹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는데, 배가 고파 덜컥 시켜버린 메밀전.(5000원)

배춧잎을 넣은 메밀전이 꼬숩다. 에피타이저로는 그만이다.

그런데 감자탕의 양을 보니 오더 에러인 것 같았다.

음식을 남길 것만 같다.


중자인데 3명이 먹기에도 벅찼다. ㅠㅠ (우리가 너무 소식 하나?)

고기도 다 먹지 못했는데 밥을 안 먹을 수 없어서 볶음밥(2000원)도 시켰다. 



나는 오랫동안 감자탕집을 지저분한 곳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오래전부터 이조니 태조니 오래된 감자탕집을 즐겨 찾았지만, 식당이 더러워서 술 몇 잔이 들어가야 비로소 감자탕이 입에 들어가곤 했다. 깨진 소주잔 받기는 일수고, 테이블은 끈적해서 숟가락을 바닥에 놓을 수도 없었다. 부루스타(가스버너)나 가스렌지에 국물이 흘러넘쳐 굳어서 그대로 보이는데 오만 밥맛이 다 떨어졌다.

감자탕은 노포가 참 많은데, 감자탕 맛이 거기서 거기지.(요새는 고기가 없는 등뼈를 넣는 집이 없어진지 오래되었다. 고기 크기를 가지고 맛을 평가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고작해봐야 MSG 조금 더 쓰던가, 시래기나 우거지 등을 좀 달리 쓴다 뿐이다.


하지만 <옹달샘>은 테이블도 청결하니 분위기도 좋았다. 감자탕도 적당히 맑은 국물이다. 맛도 나무랄 데가 없었다. 직원분들의 친절도 좋았다.

감자탕 자체가 깨끗하게 먹기 힘든 음식이나 청결도 관리에 신경을 쓴다면 입맛도 더 나지 않을까?



영업시간 11:0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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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
영감/독서2018. 1. 2. 07:22





인기 유튜버인 영국남자 조쉬는 영국의 친구들에게 한국의 치킨을 소개한다.

친구들에게 파닭을 먹이고, 간장치킨, 양념치킨을 먹이니 진짜로 맛있다는 반응이다. 영국인들은 한국 치킨에 비해 영국 치킨이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한다.

그리고나서 조쉬는 친구들에게 치맥을 소개한다. 영국인 친구들은 애초에 치킨과 맥주는 어울릴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영국 치킨집에서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치맥을 맛본 영국 친구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유튜브: '치맥'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

국뽕을 자극하는 영상이다. 아니. 치뽕이라고 해야 하나?


한국에서 치킨의 위상은 특별하다. 전통요리도 아닌 것이 어느새 한국사회 깊숙히, 한국 입맛 깊숙하게 퍼져 있다. 입이 궁금할 때, 스포츠를 관람할 때, 친구들과 놀면서 먹고, 힘든 일이 끝나거나 야간작업을 할 때, 시험공구를 할 때, 술이나 콜라와 함께 먹기 적당한 보편적인 음식이 되었다. 한국에서 매년 소비되는 8억 마리의 닭 중에서 치킨으로 요리되는 것이 절반이 넘는다.


괴상하게도 후라이드 치킨의 최고봉인 KFC가 한국에서는 힘을 못쓴다. 한국에서는 치킨을 배달시켜 먹기 때문이다. 맥주와 함께 먹기 때문이다. 양념치킨이 있기 때문이다. 치맥이나 양념치킨 따위는 해외에 없는 식문화라 영국남자의 유튜브를 보면서 자부심도 느낄 수가 있다.


어쩌다 한국이 이렇게 치킨에 푹 빠지게 되었을까? 혹시 이건 심각한 병은 아닐까? 자랑스러워 해도 되는 걸까? 이 모든 해답이 이 책에 있었다.



<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이 책은 '치킨'에 대한 책이지만, 곧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한국인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그 내용이 치킨과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 치킨산업의 발전, 현재 요식업의 상태, 프랜차이즈의 부조리, 노동 문제 등 심각한 내용에까지 이른다.


얼핏 생각해보면 한국의 전통 닭음식이라고 하면 백숙이나 삼계탕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아니, 조금 더 보태서 닭도리탕도 포함시켜도 될까? 하지만 그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닭요리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닭을 삶아 먹는 것은 정말 부유함의 극치이다. 왜냐하면 달걀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위가 오면 씨암닭을 잡아 대접한다는 말은 도시전설에나 등장한다.


한국에서 닭이 대량으로 사육되면서 한국인의 식성은 삶은 닭에서 튀긴 닭, 치킨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명동영양센터의 전기구이통닭부터 림스치킨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치킨의 역사가 이 책에 모두 실려 있다. 어떻게 우리가 치킨을 먹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외문물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재창조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우리는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보면서 많은 치킨집들을 비난했다. 마치 치킨의 가격은 5000원이 정상이라는 것처럼. 그러나 치킨 속에 닮긴 사람들의 애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급등한 치킨 가게 숫자에도 그 이유가 있고, 치킨의 만듦새에도 그 이유가 있다. 물론 가격도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우리가 좋아하는 치킨이 서로와 서로를 갈취하는 가운데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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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