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독서2017. 12. 22. 22:37





귀엽고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이것은 동물들의 생각을 읽어보는 책,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다.

(책에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를 풀 생각은 별로 없다. 요점만 적어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왔다. 가끔씩 머리가 유난히 좋은 동물들을 접할 때도 있지만, 아무리 영특한 동물을 보더라도 사람과는 다르다고 믿었다. 사람은 기억을 하고, 도구를 제작하고, 놀이를 하며, 얼굴을 알아보며, 언어를 나누며, 계획을 짜고, 협력하며, 시간의 흐름을 알고 있다. 인류는 생각하므로 고로 존재하며,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다른 동물들이 아무리 영특하다고 해도 이러한 능력들이 있는가? 모든 동물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가능한 동물들은 없지만, 이 모든 것들을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동물들의 사례와 동물 실험들을 소개하며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보이는 모습을 예로 든다. 그리고 동시에 어째서 모든 동물들이 인간이 만든 지능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모든 동물들은 각자의 <움벨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움벨트Umwelt란 '주변 세계', '환경'이란 뜻의 독일어로서 각 생물들이 처한 서로 다른 상황을 이야기 한다. 이는 몸의 생김새, 지각 능력, 습성 등 고유한 특징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환경이다. 상상해보라. 우리가 다른 동물의 처지가 되었다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 것인가? 

많은 철학자들은 '우리는 결코 그것을 알 수 없다'라고 결론 지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사자가 말을 해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하는 대신에 동물이 사는 세계 자체와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에 초점을 맞춘다. 적어도 우리는 동물들의 움벨트를 상상해보려 노력할 수 있다.


오랫동안 긴팔원숭이는 막대를 사용하는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얻어 퇴화한 영장류로 간주되어 왔었다. 그러나 긴팔원숭이의 움벨트는 땅 위가 아니다. 긴팔원숭이는 나뭇가지 위에서만 살고 있으므로 지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긴팔원숭이를 위해 어깨 높이에 물체를 놓은 테스트로 다시 실험을 해본 결과 다른 유인원과 동등한 지능을 가졌음이 밝혀졌다.


또 코끼리에게 막대를 쥐어주고 도구를 사용하는지 테스트를 해보았을 때, 코끼리는 도구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코끼리의 코는 손이 아니라 음식의 냄새를 판별할 때도 사용한다. 막대를 쥐느라 코가 막히면 음식을 찾을 수가 없다. 막대 대신에 상자를 주고 난 후에야 코끼리는 상자를 밟고 올라가 높은 곳에 매달린 음식을 따 먹을 수 있었다.

동물들의 움벨트를 고려하지 못하면 동물들의 인지능력을 격하시킬 수 있게 된다.


동물들은 인간의 언어 대신에 눈치가 발달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말은 사람의 몸짓 언어를 이해하는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동물들이 사태를 파악하고 원인을 추론하는 능력이 있고, 도구를 조합하는 통찰력이 있다. 유인원들은 사물의 어포던스Affordance를 이해하여 손잡이나 사닥다리의 사용방법을 이해한다. 


보고 배우며, 흉내내고 후대로 전달된다. 전혀 쓸모 없는 행위가 집단이나 세대에 걸쳐 유행을 타기도 한다. 문어는 공을 가지고 노는(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장난을 걸고 놀라기도 하며 웃긴 것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영장류 뿐만 아니라 까마귀와 말벌은 서로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여 낯선 침입자를 알아본다. 문어도 괴롭히는 실험자와 밥을 주는 실험자가 같은 옷을 입고 있음에도 서로 구별한다. 그래서 괴롭히는 자에게 먹물을 뿜기도 하고 밥을 주는 자에겐 다가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언어 방식과 같은 움벨트를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 없기 때문에 언어 능력을 가진 동물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놀랍게도 앵무새는 인간의 언어를 그대로 흉내내기도 하는데, 앵무새는 정확히 상황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이외에 유인원은 의사소통을 위한 제스처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언어를 구별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많은 동물들이 다른 이의 고통에 반응하고 다른 이와 자신의 손익을 계산한다. 정확한 상황에 맞추어 다른 동물을 도와주기도 하고, 다른 동물의 형편을 고려해 내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동물들은 역지사지가 가능하다.


침팬지들은 삼각관계를 인식하고 자신이 보다 높은 지위에 있기 위해 권모술수를 사용한다. 지지자가 많을 수록 알파에 가까워진다. 영장류들은 알파가 되기 위해 자신의 적들을 왕따시킨다. 위험이 생기면 다른 친구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적들보다 강한 친구에게 잘 보이기를 원한다. 심지어 침팬지는 자신들의 사육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의 상하관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도 하다.


남아메리카 석호의 갯벌 해안에서는 돌고래들이 어부들을 위해 숭어를 몰아준다. 어부들은 돌고래 파트너에게 일일이 유명한 정치인이나 축구선수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스트레일리아 투폴드만 주변에서는 범고래들이 혹등고래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 어부가 출동하면 범고래들이 혹등고래를 수심이 앝은 고래로 유인한다. 그러면 고래잡이들이 혹등고래에 작살을 던저 잡고, 범고래가 좋아하는 혀와 입술 부위를 준다. 이 곳에서도 범고래들은 이름을 붙여준다.


사람과 고래목(고래와 돌고래) 사이의 협력 이외에도, 물고기들 사이에서의 공생관계와 비슷한 협력관계가 있다. 청소놀래기는 큰 물고기 몸에 붙은 기생충을 뜯어먹는다. 청소놀래기가 청소를 하느라 바쁘면 다른 고객 물고기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어디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떠돌이 물고기가 오면 토박이 물고기 대신에 먼저 서비스를 해주기도 한다. 홍해에서 무늬바리와 대왕곰치는 서로 협력하여, 무늬바리가 물고기를 몰고 곰치가 숨어 있다가 기습을 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동물들은 일화를 오랫동안 기억을 하기도 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유인원 실험에서 5년 전 테스트 기억하는 침팬지도 있으며 오랑우탄들은 적어도 12시가 이후에 행동할 것을 미리 알리기도 한다. 이득을 미리 예상하여 인내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즉시 얻는 이득보다 후에 얻을 이득을 계산할 줄 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초인지)는 인지에 대한 인지, 즉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 부른다. 퀴즈를 냈을 때 정답을 안다고 생각하여 버튼을 먼저 누르는 행동이 바로 메타인지가 작동하는 사례이다. 내가 정답을 아는 지 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돌고래에게 고음과 저음의 차이를 구별하는 과제를 내었을 때, 문제가 어려울 경우 돌고래의 응답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더 쉬운 문제' 버튼을 두었더니 문제가 어려울 수록 돌고래가 '더 쉬운 문제' 버튼을 누르더라는 것이다.


원숭이에게도 '테스트 거절 버튼'을 두고 맛 없는 상품을 주기로 했을 때도, 원숭이가 확신이 없을 때는 더 맛있는 상품을 포기하고 '테스트 거절 버튼'을 누르더라는 것이다. 이는 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도 같았다. 동물들은 자신이 '모르는 상태'를 알고 있다. 또한 정보를 더 얻기위해 실험자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다른 동물들도 기억을 하고, 도구를 제작하고, 놀이를 하며, 얼굴을 알아보며, 언어를 나누며, 계획을 짜고, 협력하며, 시간의 흐름을 알고 있다. 

동물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을 생각한다. 타자의 상태와 생각을 유추하여 정치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서로 이해관계를 파악하여 타협하고 협력하기도 한다.


과연 의식을 가진 존재는 인간들 뿐인가?

생명들은 각자 움벨트에 맞게 진화해 생존해왔고 행동할 뿐이다.

책을 읽고 동물들의 똑똑함에 놀랐고 그동안 인간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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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