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총, 균, 쇠>는 생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집필한 책으로 퓰리처 상 일반 논픽션상을 탔다고 한다.
현재 세계는 서양의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것처럼 보인다. 과학, 경제, 인문, 예술 모든 분야가 서양것이므로 서양인들이 동양인에 비해 우월한 것일까? 혹시 생물학적으로 서양인들이 더 똑똑하고 신체조건이 좋았던 것일까? 미개한 종족들은 생물학적으로 덜 진화해서 그런 걸까?
이 책은 '그냥 우연적으로 서양인들이 지리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설명한다.
재레드는 인종간의 격차를 생물학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의 뇌를 열어 뇌의 용량을 따진다든가 회백질의 구성을 본다든가 신체의 차별성을 찾는다든가 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인류가 초창기에 자리를 잡았던 곳의 환경적 차이에 주목한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쫓아가 그들의 주된 식량의 구성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책의 저자 재레드가 내린 결론은 바로 인종간 운명의 갈림길은 처음부터 비균등한 환경으로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곳에 인종별 지능의 차이나 현명함의 차이는 없었다.
그저 인류가 식량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작물화와 가축화의 빠르고 늦음이 역사를 좌지우지 했다는 것이다. 비옥한 초승달지대에서 탄생한 곡물과 가축들, 그 영향을 쉽게 받았던 서양이 다른 대륙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다.
비옥한 초승달지대[wikipedia] 이집트 나일강유역부터 중동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이르는 커다란 초승달 모양의 지대
저자는 폴리네시아 사회의 역사를 살펴보고 교류가 없는 인간 사회가 얼마나 다양한 사회변이를 발생시키는 지 보여주었다. 고립된 기간이 길었던 폴리네시아사회는 여러 다양한 변수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서로 다른 사회들간의 불균등 원인을 찾아내기 쉬웠다. 그들은 각자 고립된 사회에서 각자 환경에 맞추어 발달수준 차이가 났다. 이는 전적으로 식량생산의 문제였다.
이와같은 논리로 저자는 어째서 에스파냐가 잉카 제국을 멸망시켰는지 살펴본다. 이때 다시 식량생산의 문제가 어떻게 문명의 수준을 결정지었는지 상관관계가 설명된다. 식량생산을 잘하는 쪽이 잉여생산물이 남고, 잉여생산물이 남으면 식량을 생산하지 않아도 되는 전문인력들이 탄생한다. 예술가, 기술자는 물론 정치 전문가, 군사 전문가도 탄생한다. 이에 따라 체계적인 정치제도 가 탄생하고, 잉엿생산이 늘어날 수록 관리능력도 향상되어 국가와 제국이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발명된 총, 균, 쇠가 압도적으로 잉카제국을 누를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또 중국인이 전파된 경로를 살펴보는가 하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서 남북으로 식량확산이 더뎠던 이유도 설명하고 있다. 가축화된 동물과 작물화된 식물은 위도가 바뀌면서 생기는 기후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웠다는 것. 따라서 비옥한 초승달지대를 좌우로 경도를 옮겨 이동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으므로 유라시아가 더 유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까지 엄청난 힘을 구가했던 동양의 여러 제국(인도나 중국) 등에게 유럽이 이긴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과 인도등은 주변 국가들이 힘을 써보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고립된 강대국임에 반해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좁은 지역에서 아옹다옹하며 싸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적인 정치체제가 등장할 수 있었고 경쟁을 통해 더욱 더 발전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레드의 이런 주장은 다른 의견과 덧붙여서 강화시킬 수 있다.
중국(청)과 인도(무굴)제국의 경우 해상무역에 혼신의 힘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 강한만큼 더 빠른 육로를 치고 나가면 될 뿐이었고, 너무나도 강력하고 넓어 교역을 하지 않아도 모든 수요와 생산이 자급적이었다. 그러나 서양은 그렇지 않았고, 불평등한 교역품들을 얻으려면 바다를 통해 꾸준히 무역을 시도해야 했다. 결국 해상권을 쥔 서양이 중국을 무너뜨렸고, 식민지를 넓히는데 힘을 쏟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재레드의 <총, 균, 쇠>는 인류 발전의 공을 그저 우연으로 치환함으로써 유럽중심주의의 오만함을 깨부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책 논지는 현재 서양 중심의 것이 동양 중심의 것보다 우월하다는 또다른 유럽중심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서양 것들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하다. 사실 이런 논쟁은 너무나 소모적이고 별 도움이 안된다.
각 사례들에 대해서는 정보의 추가나 정정 등의 세세한 다듦이 필요하겠지만 주된 논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긍정할만 하다. 무엇보다 현대의 국가적 지표를 살펴봐도 북미를 비롯한 유럽들이 그 외의 국가들에 앞선다. 그 이유는 식민지화 되었던 역사, 전쟁의 역사등이 있겠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마찬가지로 재레드가 집고 있는 부분까지 도달한다.
현재의 격차가 서양인의 우월성으로 말미암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지 않을까? 또 식량생산의 문제로 역사를 풀어가는 과정이 매우 신선하고 재미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총, 균, 쇠> 신판에서 추가한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논문은 다시 제목을 붙이자면 '일본인이 과연 한국인의 후손인가'이다. 결론은 통쾌하게도 일본 본토인인 '조몬 인'을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야요이 인'이 밀어냈다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국뽕 한사발 들이킨 부록인가. 재레드가 이런 논문을 썼다며 좋다고 신판에 끼워넣은 한국인들의 음흉한 속셈이 얄밉다. 한국에서 이 책이 엄청나게 인기를 끈 것도 이 이유였을까?
'영감 >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한민국 치킨전 (0) | 2018.01.02 |
---|---|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0) | 2017.12.22 |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0) | 2017.12.08 |
빅뱅의 메아리 (0) | 2017.1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