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담2017. 12. 30. 19:48




어떤 병은 낫고 어떤 병은 심해지고,

또 다른 병이 나고....


가을부터 끙끙 앓다가 일이 마무리 하지 못한 게 참 아쉽다.

부디 2018년에는 모든 일을 끝마치고 편하게 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 건강도 좋아지겠지.


내년엔 모두가 평안한 한 해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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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
식유기2017. 12. 30. 19:44


곱창이란 곱창볶음만 있었던 줄 알았던 시절,

대구 출신 동료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먹어보라고 했던 '막창'을 서울에서도 즐길 수 있는 줄은 모르고 살았다.

어느날 누군가 추천하길래 한번 가봤다가 한 눈에 반해버린 집, 신촌의 <내고향막창>이다.

신촌 근처에 살 때 눈 뜨면 찾아가곤 했다.



늘 먹던 돼지곱창과는 많이 다른 생소한 모습.

이제는 익숙해 아무 때나 먹지만... 사실 이런 막창을 여기서 처음 접해보진 않았다.

다만 막창의 선도와 숯불의 직화가 차원이 달랐을 뿐.


양념이 따로 없는 막창을 바짝 익혀 소스에 찍어먹으면 된다.

이미 다른 곳에서 양념막창은 자주 먹어본 적이 있었지만 확실히 차원이 다른 대구식 막창이다.

요새는 숯불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감칠맛이 확 줄어들텐데.... 확실히 안타까운 사실이다.


견과류가 들어가 맵지 않고 맛있는 막장.

막창을 찍어먹기 딱 좋다.

소주가 술술 들어간다.



이 집의 별미는 뭐니뭐니 해도 반숙 달걀 후라이가 올려진 계란밥이다.

어렸을 적 비벼먹도 계란 비빔밥의 맛을 정말 잘 표현했다.

달걀은 무조건 반숙이다.

그리고 생으로 먹어도 될 정도로 달걀이 신선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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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
국내 유랑기2017. 12. 30. 18:57


4년 전, 제주도 여행.

처음 낯선 제주도에 내려 해안을 따라 한 바퀴 돌 생각으로 배낭을 짊어지고 왔다.

미리 게스트 하우스를 제주도 해안을 따라 빙 둘러 예약을 해 둔 상황이었다.

성산을 돌아 서귀포까지 내려온 상황.


이 날은 서귀포에서 오토바이를 예약해 놓았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제주도의 나머지 반 바퀴를 돌아 제주도에 가 반납할 요량이었다.



게스트 하우스에서 제공하는 빵과 달걀을 냠냠 맛있게 아침으로 먹었다.


첫 눈에 서로 친해진 고양이.

이 녀석 아주 사근사근해 예쁜 아이였다.

식당 한쪽에는 이 고양이가 낳은 예쁜 아가고양이들이 있었다.

고양이를 놀래켜서는 안돼. 어미 고양이랑만 놀아주었다.


그런데 어쩌나. 그 전날 그렇게 습하더니 결국 비를 쏟아지고 말았다.

오늘도 갈 길이 먼데.....

소싯적 비오는 날에도 오토바이를 꽤나 몰아봤다.

그래서 내린 결론.

"비가 조금만 와도 오토바이는 위험하다"

혹시나 오토바이 랜트 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우천 라이딩을 절대로 만류하고 싶다.

저는 3년간 아르바이트로 오토바이를 몰았던 사람입니다.

빗물 위에서 오토바이의 브레이크를 잡는 순간 당신은 도로에 뒹굴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상관하지 않습니다.

오토바이를 몰 지 마세요.


눈물을 머금고 예약해뒀던 오토바이를 취소했다.



 아니 비가 뭐 이렇게 많이 오는 거야 ㅠㅠㅠㅠㅠ

다행히 배낭에 레인커버와 비옷, 우산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운동화가 일부 쎄무 재질이었는데, 완전히 젓혀버렸다.

망했다.



간신히 도착한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

엄청나게 비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물로 가득 찼다.

핸드폰에는 제주도 전 지역에 호우경보, 풍랑경보, 강풍경보가 떴다.

기상특보 트리플 크라운이다.

하필이면 여행하는 시기에 이런 악천후라니.

동쪽으로 향하는 버스를 일단 타고 대정으로 향했다.


대정읍은 더 심각했다.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우비는 찢어져버렸고, 우산은 계속해서 뒤집어졌다.

어떤 수단으로도 비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대정읍에 있는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우산을 들고 모슬포를 향했다.

모슬포의 바람도 마찬가지였다.

제주도 사는 친구가 말하길 "바람이 너무 불어 못산다고 '모슬포'라는 지명이 붙은 거"란다.






원래 돼지 수육으로 유명한 <산방식당>에 가려고 했다.

산방식당은 밀면과 수육을 파는 집인데, 독특한 밀면과 맛있는 수육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내가 찾았을 때 <산방식당>은 휴무로 문을 닫아 점심을 먹을 수가 없었다.

식당 앞에서 외로이 서 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찾아오시더니 식당이 문을 닫았냐고 물으셨다.

네... 할아버지.


그 대신에 모슬포에서 유명한 보말국을 맛보러 <옥돔식당>에 찾아갔다.

나는 이날 만원짜리 보말국을 먹고 구원받았다.

따뜻하고 감칠맛 나는 보말국이 찬바람에 얼어있는 몸을 녹여주었다.

보말은 제줏말로 '팽이고동'을 일컫는다.

보말을 삶아 살을 빼고, 미역과 함께 끓여 밥을 말아 먹거나 칼국수면을 삶아 먹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감칠맛이 난다.

제주도 가는 사람들에게 항상 강력하게 추천하는 메뉴다.

고기국수 맛은 잊혀져도 보말국의 맛은 잊혀지지 않는다.


아마도 추측컨데, 제주도의 고동은 미역따위를 먹고 사는 듯 하다.

마찬가지로 전복 내장이 전복죽에 사용되는 이유도 그러하다.

전복도 해조류를 먹고 산 자연산과 양식산의 맛 차이는 하늘과 땅 수준이다.

제주도의 보말이 특별한 맛을 지닌 것은 전복과 마찬가지지 않을까?







날씨는 별로고 할 것도 없어 까페에 들어가 시간으 때우기로 했다.

몸을 데워도 시원찮을판에 팥빙수를 시켜놓고 먹었다니....




모슬포 항이 보이는 까페에 앉아 시간 때우기.




한참 시간을 때우다가 날씨가 잠잠해져 바깥으로 나갔다.


모슬포항을 떠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 고등어회 때문이었다.

<만선식당> 고등어회.

모슬포에는 많은 횟집이 있는데, 고등어 활어를 파는 가게가 제법 많다.

밥을 고등어회와 함께 김에 얹어 특제로 만든 간장 소스에 찍어먹으면 엄청나게 맛있다.

특히 이집이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특유의 고등어 비린내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에서 고등어회를 먹어보았지만, 특별히 이 집이 괜찮았다.




우연하게 전날 묵었던 게스트하우스의 스텝분들을 만선식당에서 만날 수가 있었다.

그분들도 고등어회를 먹으러 오셨는데, 나보다 일찍 도착해 드시고 계셨다.

나는 그분들과 합석해 함께 고등어회를 먹었다.

이런 게 배낭여행의 묘미이다.

처음 있었던 경험이 아니라서 즐겁게 술 한 잔 했다.






게스트하우스의 스텝분들이 산방산 근처의 까페에 가서 당근케이크를 먹자고 하셨다.

비바람을 뚫고 도착한 산방산.

이 아래에는 맛있는 당근케이크로 유명한 <레이지박스>라는 이름의 까페가 있다.

까페에서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바닷가가 보인다.


까페 뒤에 있던 산방산.

높이가 어마어마하다.


산방산에 관해서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옛날에 제주도에 설문대할망의 500 아들이 살았는데, 그 중 맏형이 허공에다가 활을 날렸다가 옥황상제가 맞고 만다.

옥황상제가 화가 나 한라산을 뽑아 던졌는데, 날아가 꽂힌 한라산 정상이 산방산이 되었고, 정상이 뽑힌 자리에 백록담이 남았다고 한다.

실재로 백로담과 산방산의 둘레가 같고 백록담 외벽과 암질이 같은 조면암질로 되어 있다고 한다.

산방산에는 100여 평쯤 되는 동굴이 있는데, 이곳에 부처를 모시고 있어 산방굴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저 멀리 용머리 해안이 보였다.

날씨가 날씨인지라 찾아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게스트 하우스의 스텝분들과는 작별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길로 떠났다.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