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해먹는 요리 16

학창시절의 순대볶음

어렸을 적에, 그러니까 고등학교 시절에, 야간자율학습 야자를 하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학교 담장을 뛰어넘던 시절이었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뒷문에는 아파트단지가 있었고, 그 아파트단지에는 아파트주민이 아니면 드나들지 않던 상가가 있었다.그 상가 1층에는 분식점이 있었는데, 아주머니께서 떡볶이를 만들고 순대와 튀김을 팔았다. 친구와 2000원어치정도면 떡볶이와 튀김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 때엔 싸지만 양이 많고 맛있었던 야채튀김과 식빵튀김이 너무 좋았다. 가끔 친구 셋이 모여 3000원이 생기면 순대볶음을 먹곤 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 자주 사먹었다. 2명이면 떡볶이였지만, 3명은 무조건 순대볶음이었다. 깻잎과 들깨가루가 수북히 들어가 고소하고, 양배추와 당면이 들어가 배부를 정도로 푸짐했다..

간편하게 해먹기 어중간한 마파두부

자취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싶긴 하지만, 때로는 재료를 급하게 처분해야 할 때도 있다. 유통기한은 임박했고, 빨리 먹어치워야겠는데, 그럴려면 없어야 할 것이 주재료가 되어야 한다.두부의 경우 탕이나 찌개에 쓰고 남은 것이 있는데, 대개는 그 다음날 즉시 처리를 해야 한다. 어제와 똑같은 음식을 먹기엔 질리고.. 색다른 음식으로 단번에 처리할 수는 없을까? 문득 마파두부가 생각이 났다. 자취생이니까 메인요리도 되고, 마침 녹말이나 굴소스같은 부재료들은 구비되어 있었다. 간단하겠다싶어 두반장을 구해왔다. 두반장을 구해야 하는 순간 간편하게 해먹긴 글렀다. 갑자기 구하기도 어렵고..사실 두반장은 중식 된장이나 다름 없다. 없으면 된장, 된장이 없으면 쌈장을 써도 좋다. 자취생이 두반장을 구입하는 것부터가 잘..

소시지 숙주 볶음

가끔씩 술집에 가서 숙주 볶음을 시켜 먹곤 한다. 가격도 저렴하고, 특별한 향이 없어 어떤 안주와도 조합이 되기 때문이다. 튀김과도 어울리고, 전골과도 썩 잘 어울린다. 맛도 아주 좋다.만원 이하의 가격의 안주 치곤 푸짐하다. 숙주가 싸기 때문이다. 차돌박이나 베이컨등의 향이 강한 부재료를 섞곤 하지만, 쥐꼬리만큼 넣기 때문에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하지만 차돌박이와 베이컨은 비싸다. 자취생이 평소 먹기 위해 사는 재료도 아니다. 그러나 소시지가 좀 있었다. 슈퍼에서 숙주 한 봉지를 2000원에 팔길래 마라탕에 넣어먹을까 해서 덜컥 집었다. 하지만 숙주를 먹을 일이 좀처럼 없었다. 그럼 볶아 먹지 뭐.숙주 한 주먹, 소시지 반 개, 파 반뼘, 마늘 2~3개, 굴소스 한 스푼, 설탕 1티스푼. 파 ..

정말 간편한 건두부 볶음

중국식품 마트를 판매하는 곳을 찾게 되어 건두부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250g에 2000원씩 판매를 하는데, 생각날 때마다 두어 개씩 사다가 마라탕에도 넣어 먹고 경장육사를 해먹기도 한다.경장육사가 맛이 있긴 하지만, 건두부를 좀 더 새롭게 먹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을 했다. 친구들과 중식당을 자주 드나들 때 늘 양꼬치와 함께 건두부 볶음을 사먹기도 한 게 생각이 났다. 쇠고기(혹은 돼지고기) 50g, 건두부 100g, 파 1 개, 양파 1/6, 당근 두어 슬라이스, 녹말 반 숟갈. 굴소스 한 숟갈, 치킨스톡 반 숟갈(혹은 간장 반 숟갈), 설탕 반 숟갈, 식용유, 소금 한 꼬집, 후추고기를 미리 후추, 소금 한 꼬집을 넣어 밑간을 해둔다.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파를 썰어 굽다가 파 한쪽이 갈..

자취생의 나폴리탄

사실 스파게티처럼 간편한 요리도 잘 없다. 원팬 스파게티같이 한 냄비에 모두 쏟아놓고 조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팬에 잠깐 스파게티를 삶아주는 것 만으로도 팬 하나와 접시 하나로도 조리가 가능하다. 손만 빠르면 후다닥 해먹고 치워버릴 수도 있다.재료도 간단한데, 스파게티 면과 파스타 소스만 있으면 된다. 스파게티 면과 파스타소스도 그다지 비싸지 않으니 거창한 요리도 아니다. 스파게티 면은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니 상할 걱정 없이 비축해 놓아도 좋다. 다만 파스타 소스는 없을 때가 많다.만약 파스타 소스가 없고 케찹이 있다면 나폴리탄을 만들 수도 있다. 굴소스+케찹만 있다면 스파게티면을 삶아 비벼버리는 것만으로도 맛있는 나폴리탄이 된다. 냉장고에 있는 각종 채소들을 때려 넣을 수도 있다. 바질가루나 소세지를..

매콤한 사천짜장면

한창 짜장면을 잘해먹고 있었는데, 문득 매콤한 짜장면이 생각이 났다.자취방에 고춧가루도 없고... 어쩌나 하다가 스리라차 소스가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마침 마라샹궈를 해먹고 남은 쭈꾸미도 있고 해서 매콤한 사천식 짜장면을 해먹기로 했다. 면은 마라탕을 해먹을 때 넣으려고 사놓은 옥수수면을 사용했다.면, 돼지고기는 50g, 쭈꾸미 3마리, 양파 1/4, 대파 한주먹, 춘장 한 숟갈, 굴 소스 반 숟갈, 설탕 반 숟갈, 식용유, 오이(옵션), 녹말 반 숟갈. 스리라차 소스 두 숟갈.조리 방법은 지나번 짜장면 해먹기와 동일하다. 고춧가루가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스리라차를 넣어도 매콤하니 좋았다. 해산물이 좀 더 다양하면 좋을 듯 했다. 쭈꾸미는 지난번 훠궈보단 이번 짜장면에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마라샹궈를 해먹읍시다

마라맛이 강한 훠궈 소스가 있으면 훠궈도 해먹을 수 있고 마라탕도 해먹을 수 있다. 또 마라샹궈도 해먹을 수 있다. 마라탕 재료에 해산물만 있으면 된다. 마침 장으로 보러 나갔다가 수입산 냉동 쭈꾸미가 매우 싸길래(싼 건 비지떡인데..) 한 팩을 사왔다. 그런데 훠궈도 해먹지 싶긴 했지만 막상 해먹으려니 자취방에 휴대용 버너도 없고, 볶아 먹자니 고추장과 고춧가루는 없고 이걸 어쩌나 싶었다. 어차피 꽃게나 새우같은 건 잘 먹지도 못하니까 욕심은 없고 쭈꾸미를 넣고 마라샹궈나 해먹기로 했다. 마라 소스는 항상 있으니까. 마라 훠궈소스 1/3, 양고기 100 g, 해산물(여기선 쭈꾸미 3마리), 청경채 서너개, 알배추 한 주먹, 고수 두어 줄, 브로컬리 두어개, 건두부(포두부) 서너 줄, 콴펀 서너 가닥, ..

일본식 양배추 수프

포토푀(Pot au feu)는 원래 프랑스 음식으로 쇠고기와 야채를 넣고 푹 고아 곰탕처럼 끓여 먹는 수프이다. 일본에선 포토푀를 흉내내어 양배추 수프를 해먹는다고 한다. 자취하는 사람이 포토푀같은 고급 요리를 할 수는 없고... 일본식으로 양배추 수프를 끓여먹는 것은 해봄직 하다. 양배추 1/8통, 소시지 하나, 치킨스톡 1숟갈, 브로컬리 조금, 새송이 조금, 단호박 조금, 양파, 월계수잎, 통후추, 물 400cc모든 재료를 넣고 끓여버리면 끝이지만, 재료의 식감을 위해 양배추와 소시지를 넣고 10분정도 끓인 후 단호박을 넣고 5분, 그 후에 새송이, 브로컬리를 넣고 한소끔 끓이면 좋다. 간이 안 맞으면 끓고 있는 동안 소금을 치되, 맛은 심심하게 끓이는 것이 나은 거 같다. 야채도 많이 먹을 수 있고..

짜장면 해먹기

경장육사를 해먹느라 춘장을 구입했놨더니 짜장면이 먹고싶어진다. 마침 중국식품점에서 옥수수면도 구입해둔 터라 면발도 문제가 없었다. 가장 문제라면 자취중이라 녹말가루가 없고 양파가 부족하다는 점 정도?어차피 음식을 꾸준히 해먹어야 하기 때문에 양파는 어차피 한 망 구입해야 했다. 녹말가루를 구입하면 해먹을 것도 많기 때문에 구입했다.(찹쌀가루를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면, 돼지고기 80g, 양파 1/4, 썰어놓은 대파 한 주먹, 춘장 한 숟갈, 소금 한 꼬집, 굴 소스 쪼금, 설탕 반 숟갈, 식용유, 삶은달걀(옵션), 오이(옵션, 겨울이라 비싸다), 녹말 한 숟갈.면을 삶는 동안 재료를 다듬는다. 돼지고기를 깍둑썰어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양파도 깍둑 썬다. 면이 삶아지면 건져 그릇에 옮기고, 녹말을 ..

영혼이 아니라 몸을 위한 닭고기 수프

어린시절 유행했던 책 중에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베스트셀러가 있었다. 비록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당시에 탈무드를 비롯하여 인생에 대해 조언하는 책들이 유행을 했었던 것 같다. 이후에 친구에게 들었지만, 그 책의 내용은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것들이었다. 하나님께 기도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다보면 언젠가 보답을 받게 된다는 형식의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자만하지 말고 겸손하고 열심히 이타적인 삶을 살아라라는 교훈은 아무래도 요즘 시대와는 맞지 않을 것이다. 실패하고 좌절하고 남들에게 뒤쳐짐을 당하는 상황에서 저런 꼰대같은 이야기가 현실에 무슨 도움이나 될까?아무튼 책 내용보다 신기했던 것은 '닭고기 수프'라는 생소한 이름의 요리였다. 과연 맛이 무엇일까 궁금해왔었는데, 어느날 여행 중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