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유기2018. 1. 26. 15:06


전기구이통닭은 각별하다. 나이 먹고 뒤늦게 입맛을 들였던 음식이다. 내가 번 돈, 월급으로 길거리에서 판매하는 통닭을 사먹고 혼자 감동했던 음식이다. 만원에 전기구이통닭 2마리를 살 수 있었던 때였다. 6000원짜리 닭 한마리를 사다가 소주에 먹으면 돈이 만원이 채 나가지 않았다.

그 후 길거리표 전기구이가 폐사한 닭을 사용한다고 위생문제가 심각하다며 뉴스매체에서 지적한 것을 보고 사먹는 것을 그만두었지만, 속살이 부드러운 전기구이 통닭의 맛은 잊혀지지가 않았다. <영양센터>라는 곳에서 전문적으로 전기구이를 판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튀긴 치킨이 싫어서 늘 바베큐치킨이나 먹으러 다니던 시절, 우연찮게 <영양센터>를 혼자 발견했다. 그 곳에서 파는 전기구이통닭 맛이 딱 내 입맛에 맞다는 걸 알았다. 그렇게 즐겨가던 곳이 노원 <영양센터>다. 인근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삼계탕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늘 전기구이통닭을 먹으러 갔다.


전기구이통닭(15000원)

사실... 길거리표 전기구이통닭은 냄새가 나서 먹을 수가 없다. 그런 통닭은 냄새가 나는 부위를 제거하지 않아 늘 꼬리부분과 날개부분은 남기기 일쑤였다. 그런 음식과 영양센터의 통닭을 비교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다.

<영양센터>의 통닭은 껍질이 바삭하고 속살이 부드럽고 야들야들한 것이 특징이다. 오래동안 구워서 방치되었다면 속살이 뻑뻑하고 딱딱할텐데, 신선한 통닭은 그런 것이 없다. 살을 찢어 소금에 콕 찍어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입이 심심하면 치킨무와 샐러드를 함께 먹으면 좋다. 


나름 <영양센터>라고 스프와 모닝빵을 주문할 수 있다. 아마도 <영양센터> 50년 전통의 메뉴이겠지. <영양센터>의 매장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들은 것 같다. 이런 가게들이 점점 사라진다니 정말 애석한 일이다.


닭개장(6500원)

술을 마실 때, 전기구이통닭과 함께 시키면 좋은 것이 닭개장이다. 매콤하고 시원한 국물은 느끼한 입맛을 개운하게 만들어준다. 치킨무나 샐러드와는 다른 차원의 개운함이다. 2인 이상 방문해 술을 마실 때는 무조건 닭개장 하나를 주문해 치킨과 먹어야 한다. 이만큼 좋은 안주가 없다.


안 간지 몇 개월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그새 매장 자리를 옮긴 것 같다. 날씨가 풀리면 한 번 방문을 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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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