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동료선수를 멀찌감치 떼어놓은 채로 앞선 두 선수가 먼저 골인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팀추월는 팀에서 가장 후위의 선수의 기록을 경쟁하는 경기로 명백히 팀워크에 반하는 행위이다. 빠른 속도를 경쟁하는 스포츠인만큼 강한 맞바람을 받아줄 앞사람이 그냥 먼저 가버린다는 것은 성적을 완전히 포기하는 행동이다. 후위선수에게 모든 잘못을 떠넘기는 듯한 의심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이에 후위에 들어온 선수와 빙상연맹과의 마찰 사건, 선두로 들어간 선수의 인터뷰 내용이 회자되면서 빙상계의 왕따, 파벌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모 선수와 모 선수를 퇴출시키고 빙상연맹 처벌을 원한다'는 청원이 올라오고 청원 참여인이 32만명을 넘어서는 상태이다.(현재) 아웃도어 브랜드인 모사는 선두 선수의 후원을 멈추기로 하면서 사안은 일파만파로 커져갔다.
빙상연맹의 그동안 행동들을 보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오래전부터 파벌싸움, 피겨스케이팅 홀대, 선수 축출 등의 악행들이 밝혀지면서 비판 받아오던 단체다. 오랜 악폐가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면 바라 마지않을테지만, 선두로 들어온 두 선수을 퇴출하고 개인에게 책임을 묻길 청와대에 요구하는 것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선두 선수의 사정도 안타깝지만 후위로 들어온 선수들도 불쌍하다. 조직에 휘말려 마녀사냥에 재물이 된 것만 같다.
단체행동에 의해 개인이 무고하게 희생되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당연히 아무도 없다. 하지만 여러 개인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한국에서는 이와 같은 일들이 무수히 벌어진다. 왕따 한 번 안 당해본 사람이 드물 정도로 심하다. 그럼 왕따시킨 사람이나 단체장을 쫓아내는 것으로 처벌이 충분한가? 처벌하면 조직이 개혁될 것인가?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팔을 좀 더 안으로 굽히는' 잣대는 많은 한국인들이 흔하게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파벌을 만든다. 특정 파벌이 패권을 잡으면 다른 사람은 재능과 실력이 출중해도 더 높은 곳에 이를 수 없다. 이는 정치, 경제, 교육, 학문, 체육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정말 지긋지긋하다. 이런 파벌화가 없는 분야가 없다. 빙상연맹만이 아니라 한국이 통째로 그러하다. 파벌이 쉽게 바뀌어야 하는데 단체를 해체하지 않는 한 좀처럼 바뀔리 없다.
원래는 빙상연맹을 해체하고 새로운 단체를 구성해야 맞다. 하지만 해체는 힘이 부치는데다가, 기존의 빙상 체육인들까지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극약처방 중 하나는 악마를 만들고 지옥상태임을 증명해 사안의 시급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나는 퇴출을 원하는 두 선수가 그 '악마화의 재물'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행동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아도 퇴출요구는 마녀사냥이다. 두 선수를 희생시킬 참이다. 악인을 지목하고 악인의 목을 쳐 다른 이들에게 경고를 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따로 구분하는 듯하다. 유난히 이기적이거나 유난히 이타적인 사람은 있어도 행동이 항상 선하거나 항상 악한 사람은 드물다. 마찬가지 별개의 행동양식 하나를 보고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분하기는 드물다. 그래서 나는 몹시 이 사태가 불만스럽다. 개혁의 속도나 효율을 우선시하고 싶지는 않다. 따라서 선수 개인의 처벌보다는 빙상연맹 개혁을 요구하는 편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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