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유기2017. 12. 27. 13:50

나는 늘 비싸게 돈 주고 사먹는 것 중에 맛 없는 것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어느정도 좋은 값을 주면 그만큼 좋은 음식을 대접받을 수 있겠다고 기대할 수 있다.

애석하게도 횟집에서는 그렇지 않은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싼 가격에도 몹시 만족도가 높은 맛있는 회를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종로의 <우정회집>이 그렇다.


숙성회를 대자 5만원, 중자 3만원, 소자 2만원에 판매를 하는데, 회도 매우 맛있고(내가 좋아하는 선어회이다) 가격이 저렴하면서 구성도 좋다.


혼술하기 위해 찾아가 숙성회 소자를 시켰다.

이것저것 생선쪼가리를 이용한 잔반찬이 심심하지 않게 한다.

잔반찬은 과히 맛있다고 할만하지는 않지만 술안주 삼아 주워먹기에 딱 좋다.


2만원 소자에 이만큼이면 정말 마음에 드는 구성이다.

윗줄부터 광어, 도미, 농어이다. (생선 구성은 그 때마다 매번 바뀐다. 광어와 도미 중심이다.)

광어지느러미도 조금 섞어주었다.

잘 숙성되어 부드럽고 깊은 맛이 나며, 두툼하게 썰어 식감도 좋다.

서울 시내에서 저렴한 선어회를 맛 볼만한 곳은 흔치 않다.



이것은 중자 3만원짜리.

이번에는 농어가 빠지고 부시리(방어일까 생각해보았지만 아무래도 부시리가 맞을 듯)가 추가되었다. 도미 배꼽살이 많이 올라왔고, 광어 지느러미도 많다.

아무래도 사장님 기분대로 썰어주시는 듯.

그래도 갈 때마다 섭섭치 않게 썰어주시는 게 기분이 좋다.


아쉽게도 이 동네 술집들이 종종 그러하듯 현찰만 받는다.

가격이 비싼 편이 아니니까 부담은 그리 없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지하철로 이동할 때엔 동대문역에서 내리면 조금 가까운 편이다.





'식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남동 바다회사랑 대방어회  (0) 2017.12.28
노량진 형제상회 모듬회  (0) 2017.12.28
대구 단골식당 석쇠불고기  (0) 2017.12.26
담양 승일식당 돼지갈비  (0) 2017.12.26
동대문 송정식당 불꼬지백반  (0) 2017.12.22
Posted by 기도하
견지2017. 12. 26. 15:51



한 가지 회만을 먹다보면 쉽게 질릴 수 있다. 밍밍한 회를 먹다보면 특히 그렇다.

광어나 우럭만 놓고 먹다면 기름진 음식이 당기기도 하고, 밍밍한 맛을 이길 수가 없어 쉽게 매운탕을 시키곤 한다.


수산시장에서 활어를 사다보면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할 수 있다. 생선은 대체로 큰 녀석들이 맛있는 편인데, 특히 광어라면 아무리 작아도 2킬로그람 이상은 되어야 먹을만한 횟조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광어와 우럭만 몇 마리 담아 2~3만원에 판매하는 수산시장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그런 녀석을 먹다가는 입맛만 버리고 매운탕이나 기대하게 될 것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맛이 있는 큰 생선을 잡아 여러 고객에게 나눠주는 일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요새에는 활어회 대신에 선어회를 찾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펄떡펄떡 뛰는 생선을 바로 앞에서 잡아 썰어주는 걸 더 선호한다. 자연스럽게 판매자는 고객들에게 작은 생선들을 잡아주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요새 수산시장에 가면 좋은 조합의 회를 판매하는 생선집이 많다. 고객들 입장에서는 다양한 생선을 맛 볼 수 있다보니 이런 회를 사는 편이 더욱 만족도를 높이곤 한다. 하지만 이런 생선집은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가능하다. 생선을 나눠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니 커다랗고 맛있는 생선을 잡게 되고 자연스럽게 회의 구성도 좋아진다.


수산시장의 생선집이 손님을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쩌다가 좋은 블로거들을 만나서 인터넷 홍보가 되는 덕택에 엄청난 수의 고객을 끌어들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운이 좋은 경우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요 몇 년 사이에 방어 횟집 순위 표를 자주 본다.

누구인지 모르겠는데, 자기가 대방어를 먹어보고 순위를 매겼단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가 1위에 랭크되어 있어서, 그럭저럭 괜찮은 순위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표를 보다보니 이상한 횟집 연합의 이름들이 많이 올라와 있었다.

아... 이 이름 어디서 봤지? 하던 차에 한 가게를 기억해냈다.


가락시장이 신시장으로 이전하기 전에, 회를 구하러 간 적이 있었다.

3명이 먹을 광어를 구할 요량으로, 2.5킬로쯤 하는 광어를 찾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선집이 작은 광어만 갖다놓고 뜨내기 손님을 찾고 있었다. 좋은 큰 광어를 사기는 쉽지 않았다. 대부분 말라서 뼈가 앙상한 큰 광어를 10만원에 파는 집만 볼 수 있었다.

어떤 생선집에서 두툼한 광어를 발견하고 가격을 물어보려 하는데, 옆 생선집에서 인터넷을 보고 찾아왔냐며 옆집 사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무슨 이야긴지 영문을 몰라 당황하던 차에 그 사장님이 횟집 연합의 간판을 보여주셨다. 나는 모르겠다며 내가 살 광어를 파는 가게와 흥정했다.

나는 눈에 찼던 두툼한 광어를 6만원에 구입해 친구와 감탄하며 먹었다.

그 횟집 연합은 기억해 잊혀졌었다.


그런데, 방어 횟집 순위를 보니 마음이 또 동했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회가 썩 좋게 나오는 듯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방어를 먹자며 순위표에 있는 횟집을 하나씩 살펴보다가 마침 2위에 랭크된 집이 이동하기 편하길래 가기로 했다. 그 횟집 연합에 속해 있는 생선집이었다.

1위의 맛을 익히 알고 있으니 2위는 얼마나 맛이 있을까 기대를 많이 했다.

생선집을 찾아가 2명 분의 방어 10만원 어치 회를 주문했고,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네... 10만원 어치.

붉은 혈합육이 많아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였다.

방어는 특유의 비린내가 심한데, 작은 방어일 수록 특히 그렇다.

그 비린내는 혈합육에서 많이 나는데, 대방어에는 혈합육이 아닌 부위도 많기 때문에 비교적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결국에 위 사진의 흰살 부위만 먹고 혈합육은 먹다가 역해서 놓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10만원어치라고 치기엔느 뱃살 부위도 별로 없고... 뱃살도 작다.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앞에서 커다란 방어를 잡았는데, 내가 원하는 맛의 대방어 크기 정도는 아니었을까?

금요일 저녁이었는데, 혹시 손님들이 너무 적게 와서 별로 안 좋은 생선이었던 걸까?

아니면 피 빼는 기술이 부족해서 맛이 없는 것은 아닐까?

순위표에서 2위씩이나 하는 집인데?

아니면?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사진들을 보다가 어떤 지점에서 이해가 되는 순간이 왔다. 혹시 방어의 맛있는 부위는 다른 사람의 식탁에 올라간 것은 아닐까?

그러고보니 단골손님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이 올린 회와 많은 차이가 있었다.




아하....

내가 뜨내기 손님이라 1인분 5만원짜리를 이렇게 먹은 거였나? 싶었다..

인터넷에 도는 대방어 순위표라는 것에서 1위로 랭크되는 대방어집은 5만원에도 이것보다 구성이 좋다.



이런 악연이 생긴 이후에, 그 횟집 연합의 이름은 더욱 자주 보게 되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트위터에서 여기저기에서 칭송 받는다.

심지어 어느집 집들이에 갔는데, 모듬회가 나와 있었다. 회 구성을 보고 내가 횟집 연합이냐며 묻자 정확하게 맞았다.

10만 몇 천원짜리 회라는데 다들 칭찬이 자자했다. 나는 잠자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숭어, 농어, 연어, 도미, 광어 조합이다. 양도 많고 참 좋은 구성이긴 하다.

회의 두께를 보아 큰 생선을 잡은 듯 했다.

그런데, 큰 생선을 잡으면 마땅히 나와야 할 가장 맛있는 뱃살 부위와 광어 지느러미같은 부위는 없었다.

10만원짜리 회에, 횟살이 이렇게 많이 나왔는데, 정작 맛있는 부위는 없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일까?



인터넷에서 칭찬이 자자한 사진들을 보니까, 명확해졌다.

단골에게는 좋은 부위를 준다. 심지어 가격도 싼데 고급부위가 많다.

일반 손님이 지불해서 사가는 생선의 좋은 부위는 그 단골들이 모두 가져가는 것 같았다.

클레임을 걸었더니 회를 엄청나게 주더라라는 글도 보았다.

그 가게들에게 좋은 회를 받기 위해서라면 단골이 되는 수밖에 없겠구나. 아니면 진상이 되거나.


최근에 대방어집을 찾다보니, 새롭게 리뉴얼된 대방어횟집 순위를 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의 순위가 떨어지고 그 횟집 연합의 횟집이 1위로 랭크되었더라.

사진에 올라온 회접시는 별로인 것 같은데 칭찬이 대단하다.

속으로만 뾰로통해지는 수밖에 없다.

'견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타이거넛츠 사차인치 브라질너트 비교  (0) 2018.01.22
성폭력 가해자를 비난하라  (0) 2018.01.01
망 중립성  (0) 2017.12.21
판단의 유예  (0) 2017.12.07
대마초 합법화  (0) 2017.12.04
Posted by 기도하
식유기2017. 12. 26. 15:00


대구 출신 동료가 한 번 먹어보라며 그렇게 극찬을 하길래, 여행 도중에 길을 돌려 애써 밥을 먹으러 간 집이다.

대구 칠성시장 근처에 차를 세우고 시장에 들어가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회를 듬성듬성 썰어놓고 파는 집 하며, 갖가지 음식들 파는 곳 하며...

나중에 시간내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가보고 싶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집은 석쇠 불고기로 유명한 <단골식당>이다.







가격이 아주 좋고, 맛도 좋다.

가게가 비좁지만, 술 한 잔 걸치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부러웠다.)

사실 오랫동안 앉아있을만한 곳은 아니다.

불맛이 향긋하고 구성이 좋다.

이젠 여러 방송에 나와 유명해진 것 같다.





'식유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량진 형제상회 모듬회  (0) 2017.12.28
종로 우정회집 숙성회  (0) 2017.12.27
담양 승일식당 돼지갈비  (0) 2017.12.26
동대문 송정식당 불꼬지백반  (0) 2017.12.22
약수역 우성갈비 돼지갈비  (0) 2017.12.22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