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조선 남자>는 조선 시대의 다양한 요리와 그 요리법을 문헌 속에서 발굴하여 흥미롭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조선 시대 남성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고기 요리, 별식, 그리고 장과 디저트까지 다채로운 조리법과 음식의 역사를 탐구한다.
-닭 요리 - 조선인의 소울푸드
조선 시대 문헌 속 닭 요리는 다양한 형태로 기록되어 있다. <산림경제>와 <농사직설>에 등장할 정도로 닭은 흔히 사육되던 가축이었으며, 조리 방법 또한 무척 다양했다.
닭을 항아리에 넣고 산초, 회향, 차조기 등 향신료와 함께 쪄내는 방식이나, 닭과 멥쌀을 함께 끓여 만든 닭죽은 조선인의 일상적인 식사였다. 특별한 요리로는 칠향계가 있었는데, 닭 속을 도라지, 생강, 파, 후추, 간장 등으로 채운 후 가마솥에 쪄내는 요리였다. (직접 해먹어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
또한, 닭을 참기름에 지저낸 조리법이나, 두부와 함께 끓여낸 연포탕도 당시 인기 있던 요리였다. 특히 정약용은 연포탕을 좋아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는 단순한 보양식 이상의 의미를 가졌던 듯하다.
-쇠고기와 개고기 - 조선의 육식 문화
쇠고기는 조선 시대 금육령으로 인해 귀한 음식이었지만, 왕십리, 마포 등지에는 쇠고기를 판매하는 "현방"이라는 가게가 22곳이나 있었다고 한다. <산림경제>에는 노루고기 다음으로 쇠고기 요리법이 많이 기록되어 있으며, 대표적으로 설야멱적이 등장한다. 이는 고기를 굽고 물에 씻은 뒤 다시 굽는 방식으로, 현대 불고기의 원형으로 추정된다.
한편, 개고기는 조선에서 흔히 소비되었던 고기 중 하나였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도 개고기 찜인 "구증"이 등장하며, 개고기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법도 기록되어 있다. 개장국, 개수육, 개고기 순대 등은 조선의 독특한 음식 문화를 보여준다.
-생선회와 간장게장 - 조선의 별미
생선회는 농어, 붕어, 웅어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졌으며, 개장(겨자장)에 찍어 먹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증보산림경제>에는 얼린 꿩을 얇게 썰어 먹는 회도 등장하는데, 이는 지금의 회 요리와는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간장게장은 조선 시대에도 별미로 여겨졌다. 술지게미를 활용한 지게미게장, 소금과 술을 섞어 만든 게장 등 여러 방식의 게장이 문헌에 기록되어 있다. 특히 서거정은 게장에 관한 애정을 여러 차례 기록했으며, 임금님을 울린 음식으로도 알려져 있다. 현대의 게장과는 살짝 다른 것 같지만, 게장 먹는 역사가 유구했다란 생각이 든다.
-떡국과 인절미 - 조선의 떡 문화
조선 시대의 떡 문화는 다양하고 풍부했다. 떡국은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에 동전 크기로 얇게 썬 떡을 사용하라는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정형화된 조리법을 따랐다. 떡국에 사용된 가래떡은 절구로 찧어 만들어졌으며, 설날의 상징적인 음식이었다. (저자는 한석봉의 어머니가 썰었던 떡이 가래떡이라고 주장하기도..)
인절미 또한 조선의 대표적인 떡으로,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고운 콩가루를 묻히거나, 다양한 모양으로 빚어 현대 떡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녔다. 특히 참외는 한국인이 오랫동안 사랑해왔던 과일로 밥은 안 먹고 참외를 사먹었다니, 과연 korean melon이라고 할만하다.
-조선 요리의 매력과 현대적 의미
<요리하는 조선 남자>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조선 시대 음식 조리법의 다양성과 독창성이었다. 항아리와 가마솥, 절구 같은 전통적인 도구를 사용해 창의적으로 음식을 만들어낸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였다.
특히 닭 요리의 세부적인 조리법이나, 간장게장과 생선회의 섬세한 맛 표현은 조선인들의 미식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다. 현대 요리에서도 조선 시대 음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조선 시대의 음식은 단순히 한 끼를 해결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음식 이야기를 넘어, 조선 시대 사람들의 생활사와 미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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