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독서

조선의 미식가들

기도하 2025. 1. 22. 19:02

조선의 미식가들 - 조선 시대 음식 문화의 깊이를 탐구하다
<조선의 미식가들>은 조선 시대의 음식 문화를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조선 후기 문인들과 의학자, 왕실 기록 등에 나타난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 그리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미식 경험을 통해 오늘날 한국 음식 문화의 뿌리를 엿볼 수 있다.

조선인의 식탁 위에 오른 새로운 재료들
조선 시대에는 외래 작물이 한반도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식재료가 조선인의 삶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감자, 옥수수, 고추, 강낭콩, 호박 등은 16~17세기에 유입되었지만,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약 100여 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 새로운 작물들은 한반도의 기후와 토양에 적응한 뒤 조선의 음식 문화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고추는 조선 후기에 들어서 장아찌, 김치, 고추장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며 지금의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중요한 재료가 되었다.

떡, 발효식품, 그리고 제사 음식의 중요성
조선 시대에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떡과 발효식품이 만들어졌다. 음력 4월에는 발효시켜 만든 증편, 8월에는 햅쌀로 만든 송편과 시루떡, 10월에는 강정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강정은 찹쌀가루를 술로 반죽해 만든 뒤 튀기고 다양한 색과 맛을 입혀 제수용으로 사용되었는데, 현대 명절 음식에서도 강정은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발효식품 역시 조선인의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였다. 동치미, 저(절임류), 침채(국물 있는 김치) 등이 기록에 등장하며, 특히 초기 동치미는 순무를 재료로 사용했으나 점차 무로 대체되었다. 또한,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젓갈 문화도 발달했는데, 김려는 그의 글에서 볼락 젓갈이나 생선 식해와 같은 음식들을 언급하며 당시의 미식 문화를 생생히 전한다.

문헌 속에서 발견한 조선의 미식 문화
조선 후기 문인들의 기록은 당시의 미식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두텁떡과 곶감찰떡을 언급하며 서울의 떡 문화에 대해 소개했고, 이옥은 상추쌈을 활용한 독특한 식문화를 기록했다. 이옥의 상추쌈은 밴댕이회, 시금치, 미나리, 갓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것으로, 오늘날의 쌈 문화와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김려는 거제의 볼락 젓갈을 감미라며, 희희라 불리우는 생선으로 만든 젓갈을 소개했는데 ‘조선의 미식가들’ 저자는 그게 붕장어 새끼라고 했지만. 아마도 거제도에서 3~4월에 잡히는 사백어인 것 같다. (붕장어 새끼라고 많이 오해했지.)

특히 숙종 시기의 어의였던 이시필은 고추장 제조법과 신선로(훠궈와 유사한 음식)의 조리법을 기록하며, 조선과 중국 음식 문화의 교류를 보여준다. 신선로는 당시 조선에 널리 퍼진 고급 음식으로, 돼지고기, 꿩고기, 해산물, 각종 채소, 새알심 등 다양한 재료를 신선로라는 전용 그릇에 담아 끓여 먹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기록은 조선의 음식이 단순히 한반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주변 국가와의 교류 속에서 발전했음을 시사한다.

조선 후기의 시장 풍경과 음식 문화
이옥의 기록은 조선 후기 시장 풍경을 생생히 묘사하며 당시 사람들의 식문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음력 12월 삼가현의 오일장에서 사람들이 청어, 북어, 돼지고기, 문어, 떡, 곶감 등을 사고파는 모습은 조선 후기의 경제 활동과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록을 통해 조선 후기에는 이미 지역 특산물을 중심으로 한 시장 경제가 활발히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이옥은 당시의 차례 문화에 대해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에서는 떡국이 차례 음식으로 사용되었지만, 삼가현에서는 밥과 국, 어육이 주로 차례상에 올랐다고 한다. 이러한 차이는 조선 후기 음식 문화가 지역별로 다르게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조선 음식 문화의 현대적 의미
<조선의 미식가들>은 조선 시대의 음식 문화를 단순히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 한국 음식 문화의 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제공한다. 조선 시대의 음식은 당시의 환경, 기술, 문화적 교류 속에서 발전했으며, 오늘날 한국인의 식탁에도 여전히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발효식품, 제사 음식, 쌈 문화 등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미식가들이 남긴 기록을 통해 한국 음식 문화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더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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