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독서'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8.01.02 대한민국 치킨전
  2. 2017.12.22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
  3. 2017.12.08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4. 2017.12.05 총, 균, 쇠
  5. 2017.11.18 빅뱅의 메아리
영감/독서2018. 1. 2. 07:22





인기 유튜버인 영국남자 조쉬는 영국의 친구들에게 한국의 치킨을 소개한다.

친구들에게 파닭을 먹이고, 간장치킨, 양념치킨을 먹이니 진짜로 맛있다는 반응이다. 영국인들은 한국 치킨에 비해 영국 치킨이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한다.

그리고나서 조쉬는 친구들에게 치맥을 소개한다. 영국인 친구들은 애초에 치킨과 맥주는 어울릴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영국 치킨집에서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치맥을 맛본 영국 친구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유튜브: '치맥'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

국뽕을 자극하는 영상이다. 아니. 치뽕이라고 해야 하나?


한국에서 치킨의 위상은 특별하다. 전통요리도 아닌 것이 어느새 한국사회 깊숙히, 한국 입맛 깊숙하게 퍼져 있다. 입이 궁금할 때, 스포츠를 관람할 때, 친구들과 놀면서 먹고, 힘든 일이 끝나거나 야간작업을 할 때, 시험공구를 할 때, 술이나 콜라와 함께 먹기 적당한 보편적인 음식이 되었다. 한국에서 매년 소비되는 8억 마리의 닭 중에서 치킨으로 요리되는 것이 절반이 넘는다.


괴상하게도 후라이드 치킨의 최고봉인 KFC가 한국에서는 힘을 못쓴다. 한국에서는 치킨을 배달시켜 먹기 때문이다. 맥주와 함께 먹기 때문이다. 양념치킨이 있기 때문이다. 치맥이나 양념치킨 따위는 해외에 없는 식문화라 영국남자의 유튜브를 보면서 자부심도 느낄 수가 있다.


어쩌다 한국이 이렇게 치킨에 푹 빠지게 되었을까? 혹시 이건 심각한 병은 아닐까? 자랑스러워 해도 되는 걸까? 이 모든 해답이 이 책에 있었다.



<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이 책은 '치킨'에 대한 책이지만, 곧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한국인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그 내용이 치킨과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 치킨산업의 발전, 현재 요식업의 상태, 프랜차이즈의 부조리, 노동 문제 등 심각한 내용에까지 이른다.


얼핏 생각해보면 한국의 전통 닭음식이라고 하면 백숙이나 삼계탕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아니, 조금 더 보태서 닭도리탕도 포함시켜도 될까? 하지만 그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닭요리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닭을 삶아 먹는 것은 정말 부유함의 극치이다. 왜냐하면 달걀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위가 오면 씨암닭을 잡아 대접한다는 말은 도시전설에나 등장한다.


한국에서 닭이 대량으로 사육되면서 한국인의 식성은 삶은 닭에서 튀긴 닭, 치킨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명동영양센터의 전기구이통닭부터 림스치킨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치킨의 역사가 이 책에 모두 실려 있다. 어떻게 우리가 치킨을 먹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외문물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재창조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우리는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보면서 많은 치킨집들을 비난했다. 마치 치킨의 가격은 5000원이 정상이라는 것처럼. 그러나 치킨 속에 닮긴 사람들의 애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급등한 치킨 가게 숫자에도 그 이유가 있고, 치킨의 만듦새에도 그 이유가 있다. 물론 가격도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우리가 좋아하는 치킨이 서로와 서로를 갈취하는 가운데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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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
영감/독서2017. 12. 22. 22:37





귀엽고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이것은 동물들의 생각을 읽어보는 책, <동물의 생각에 관한 생각>이다.

(책에 있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를 풀 생각은 별로 없다. 요점만 적어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왔다. 가끔씩 머리가 유난히 좋은 동물들을 접할 때도 있지만, 아무리 영특한 동물을 보더라도 사람과는 다르다고 믿었다. 사람은 기억을 하고, 도구를 제작하고, 놀이를 하며, 얼굴을 알아보며, 언어를 나누며, 계획을 짜고, 협력하며, 시간의 흐름을 알고 있다. 인류는 생각하므로 고로 존재하며,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다른 동물들이 아무리 영특하다고 해도 이러한 능력들이 있는가? 모든 동물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것이 가능한 동물들은 없지만, 이 모든 것들을 다른 동물들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동물들의 사례와 동물 실험들을 소개하며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보이는 모습을 예로 든다. 그리고 동시에 어째서 모든 동물들이 인간이 만든 지능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모든 동물들은 각자의 <움벨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움벨트Umwelt란 '주변 세계', '환경'이란 뜻의 독일어로서 각 생물들이 처한 서로 다른 상황을 이야기 한다. 이는 몸의 생김새, 지각 능력, 습성 등 고유한 특징들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환경이다. 상상해보라. 우리가 다른 동물의 처지가 되었다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할 것인가? 

많은 철학자들은 '우리는 결코 그것을 알 수 없다'라고 결론 지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사자가 말을 해도 우리는 사자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고민하는 대신에 동물이 사는 세계 자체와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 지에 초점을 맞춘다. 적어도 우리는 동물들의 움벨트를 상상해보려 노력할 수 있다.


오랫동안 긴팔원숭이는 막대를 사용하는 테스트에서 낮은 점수를 얻어 퇴화한 영장류로 간주되어 왔었다. 그러나 긴팔원숭이의 움벨트는 땅 위가 아니다. 긴팔원숭이는 나뭇가지 위에서만 살고 있으므로 지면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긴팔원숭이를 위해 어깨 높이에 물체를 놓은 테스트로 다시 실험을 해본 결과 다른 유인원과 동등한 지능을 가졌음이 밝혀졌다.


또 코끼리에게 막대를 쥐어주고 도구를 사용하는지 테스트를 해보았을 때, 코끼리는 도구를 사용할 줄 모른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코끼리의 코는 손이 아니라 음식의 냄새를 판별할 때도 사용한다. 막대를 쥐느라 코가 막히면 음식을 찾을 수가 없다. 막대 대신에 상자를 주고 난 후에야 코끼리는 상자를 밟고 올라가 높은 곳에 매달린 음식을 따 먹을 수 있었다.

동물들의 움벨트를 고려하지 못하면 동물들의 인지능력을 격하시킬 수 있게 된다.


동물들은 인간의 언어 대신에 눈치가 발달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말은 사람의 몸짓 언어를 이해하는 감수성을 가지고 있으며, 많은 동물들이 사태를 파악하고 원인을 추론하는 능력이 있고, 도구를 조합하는 통찰력이 있다. 유인원들은 사물의 어포던스Affordance를 이해하여 손잡이나 사닥다리의 사용방법을 이해한다. 


보고 배우며, 흉내내고 후대로 전달된다. 전혀 쓸모 없는 행위가 집단이나 세대에 걸쳐 유행을 타기도 한다. 문어는 공을 가지고 노는(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장난을 걸고 놀라기도 하며 웃긴 것을 알아차리기도 한다.


영장류 뿐만 아니라 까마귀와 말벌은 서로의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여 낯선 침입자를 알아본다. 문어도 괴롭히는 실험자와 밥을 주는 실험자가 같은 옷을 입고 있음에도 서로 구별한다. 그래서 괴롭히는 자에게 먹물을 뿜기도 하고 밥을 주는 자에겐 다가가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인간의 언어 방식과 같은 움벨트를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 없기 때문에 언어 능력을 가진 동물을 찾기 힘들다. 그러나 놀랍게도 앵무새는 인간의 언어를 그대로 흉내내기도 하는데, 앵무새는 정확히 상황에 맞는 언어를 구사하기도 한다. 이외에 유인원은 의사소통을 위한 제스처를 가지고 있다. 또한 많은 동물들이 인간의 언어를 구별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많은 동물들이 다른 이의 고통에 반응하고 다른 이와 자신의 손익을 계산한다. 정확한 상황에 맞추어 다른 동물을 도와주기도 하고, 다른 동물의 형편을 고려해 내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동물들은 역지사지가 가능하다.


침팬지들은 삼각관계를 인식하고 자신이 보다 높은 지위에 있기 위해 권모술수를 사용한다. 지지자가 많을 수록 알파에 가까워진다. 영장류들은 알파가 되기 위해 자신의 적들을 왕따시킨다. 위험이 생기면 다른 친구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적들보다 강한 친구에게 잘 보이기를 원한다. 심지어 침팬지는 자신들의 사육하는 연구자들 사이에서의 상하관계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도 하다.


남아메리카 석호의 갯벌 해안에서는 돌고래들이 어부들을 위해 숭어를 몰아준다. 어부들은 돌고래 파트너에게 일일이 유명한 정치인이나 축구선수 이름을 붙여주었다.  

오스트레일리아 투폴드만 주변에서는 범고래들이 혹등고래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를 보낸다. 어부가 출동하면 범고래들이 혹등고래를 수심이 앝은 고래로 유인한다. 그러면 고래잡이들이 혹등고래에 작살을 던저 잡고, 범고래가 좋아하는 혀와 입술 부위를 준다. 이 곳에서도 범고래들은 이름을 붙여준다.


사람과 고래목(고래와 돌고래) 사이의 협력 이외에도, 물고기들 사이에서의 공생관계와 비슷한 협력관계가 있다. 청소놀래기는 큰 물고기 몸에 붙은 기생충을 뜯어먹는다. 청소놀래기가 청소를 하느라 바쁘면 다른 고객 물고기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한다. 어디로 사라질지도 모르는 떠돌이 물고기가 오면 토박이 물고기 대신에 먼저 서비스를 해주기도 한다. 홍해에서 무늬바리와 대왕곰치는 서로 협력하여, 무늬바리가 물고기를 몰고 곰치가 숨어 있다가 기습을 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동물들은 일화를 오랫동안 기억을 하기도 하고, 미리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유인원 실험에서 5년 전 테스트 기억하는 침팬지도 있으며 오랑우탄들은 적어도 12시가 이후에 행동할 것을 미리 알리기도 한다. 이득을 미리 예상하여 인내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즉시 얻는 이득보다 후에 얻을 이득을 계산할 줄 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초인지)는 인지에 대한 인지, 즉 '생각에 대한 생각'이라 부른다. 퀴즈를 냈을 때 정답을 안다고 생각하여 버튼을 먼저 누르는 행동이 바로 메타인지가 작동하는 사례이다. 내가 정답을 아는 지 안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돌고래에게 고음과 저음의 차이를 구별하는 과제를 내었을 때, 문제가 어려울 경우 돌고래의 응답속도가 느려진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래서 '더 쉬운 문제' 버튼을 두었더니 문제가 어려울 수록 돌고래가 '더 쉬운 문제' 버튼을 누르더라는 것이다.


원숭이에게도 '테스트 거절 버튼'을 두고 맛 없는 상품을 주기로 했을 때도, 원숭이가 확신이 없을 때는 더 맛있는 상품을 포기하고 '테스트 거절 버튼'을 누르더라는 것이다. 이는 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에서도 같았다. 동물들은 자신이 '모르는 상태'를 알고 있다. 또한 정보를 더 얻기위해 실험자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다른 동물들도 기억을 하고, 도구를 제작하고, 놀이를 하며, 얼굴을 알아보며, 언어를 나누며, 계획을 짜고, 협력하며, 시간의 흐름을 알고 있다. 

동물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것을 생각한다. 타자의 상태와 생각을 유추하여 정치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서로 이해관계를 파악하여 타협하고 협력하기도 한다.


과연 의식을 가진 존재는 인간들 뿐인가?

생명들은 각자 움벨트에 맞게 진화해 생존해왔고 행동할 뿐이다.

책을 읽고 동물들의 똑똑함에 놀랐고 그동안 인간이 얼마나 오만했는지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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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
영감/독서2017. 12. 8. 11:30


벨 훅스의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페미니즘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페미니즘이 싸우는 상대가 누구인지도 정확하게 적시한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남성은 아니다. 바로 우리 안에 내재된 '성차별주의'이다.


대개 사람들은 페미니즘 하면 남자처럼 되고 싶은 한 무리의 성난 여자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페미니즘이 권리에 관한 것이라고, 다시 말해 여자들도 동등한 권리를 누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 없다. 내가 아는 페미니즘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면 그들은 기꺼이 내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나 이야기를 마칠 즈음 곧장 이런 반응을 보인다. 당신은 남자를 혐오하고 늘 화가 나 있는 '진짜' 페미니스트 같지 않다고, 당신은 다른 것 같다고 말이다. 이에 나는 나야말로 진짜고 급진적인 페미니스트이며, 페미니즘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덮어놓고 짐작했던 모습과는 다를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 서문 중 일부


저자는 페미니즘을 성차별주의와 그에 근거한 착취와 억압을 끝내려는 운동 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미국에서 벌어졌던 페미니즘 운동이 추구했던 가치와 40여년간의 역사들을 되짚어 간다. 그 과정에서 도출되었던 문제, 실패했던 사례, 내부의 갈등, 외부에서의 공격, 한계 등을 서술한다. 

책에 서술된 페미니즘 역사의 한 단편은 현재 한국 모습과 소름 돋을 정도로 닮아 있다. 남성에게 성차별주의에 대해 알리는 것에 미진하여 대중매체가 페미니즘을 '반남성운동'이라고 묘사하게 되었다. 한국 내 페미니즘 논쟁 중 거의 대부분이 성차별주의 철폐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대개 페미니즘을 '남성혐오'로 인식하고 있다.

성차별주의가 낳는 폭력성은 비단 여성의 문제만이 아니라 남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흔히 남성들이 역차별이라고 부르는 사례들이 성차별주의에서 비롯된다. 가부장제와 성차별주의가 남성에게 어떤 특정한 남성성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폭력의 근원인 가부장제 철폐는 모든 남성들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문제이며 젠더갈등의 해결책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해제로 포함된 권김현영님의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다'>는 아주 감동적이었다. <모두를 위한 페미니즘>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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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
영감/독서2017. 12. 5. 00:23



이 책 <총, 균, 쇠>는 생리학자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집필한 책으로 퓰리처 상 일반 논픽션상을 탔다고 한다.


현재 세계는 서양의 중심으로 발전해 온 것처럼 보인다. 과학, 경제, 인문, 예술 모든 분야가 서양것이므로 서양인들이 동양인에 비해 우월한 것일까? 혹시 생물학적으로 서양인들이 더 똑똑하고 신체조건이 좋았던 것일까? 미개한 종족들은 생물학적으로 덜 진화해서 그런 걸까?


이 책은 '그냥 우연적으로 서양인들이 지리적으로 운이 좋았다'고 설명한다.

재레드는 인종간의 격차를 생물학적으로 해석하지 않았다. 그는 사람의 뇌를 열어 뇌의 용량을 따진다든가 회백질의 구성을 본다든가 신체의 차별성을 찾는다든가 하지 않는다.

그 대신에 인류가 초창기에 자리를 잡았던 곳의 환경적 차이에 주목한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을 쫓아가 그들의 주된 식량의 구성을 찾아보았다.

그래서 책의 저자 재레드가 내린 결론은 바로 인종간 운명의 갈림길은 처음부터 비균등한 환경으로 차이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곳에 인종별 지능의 차이나 현명함의 차이는 없었다.

그저 인류가 식량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작물화와 가축화의 빠르고 늦음이 역사를 좌지우지 했다는 것이다. 비옥한 초승달지대에서 탄생한 곡물과 가축들, 그 영향을 쉽게 받았던 서양이 다른 대륙보다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는 것이다.


비옥한 초승달지대[wikipedia] 이집트 나일강유역부터 중동의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에 이르는 커다란 초승달 모양의 지대


저자는 폴리네시아 사회의 역사를 살펴보고 교류가 없는 인간 사회가 얼마나 다양한 사회변이를 발생시키는 지 보여주었다. 고립된 기간이 길었던 폴리네시아사회는 여러 다양한 변수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서로 다른 사회들간의 불균등 원인을 찾아내기 쉬웠다. 그들은 각자 고립된 사회에서 각자 환경에 맞추어 발달수준 차이가 났다. 이는 전적으로 식량생산의 문제였다.

이와같은 논리로 저자는 어째서 에스파냐가 잉카 제국을 멸망시켰는지 살펴본다. 이때 다시 식량생산의 문제가 어떻게 문명의 수준을 결정지었는지 상관관계가 설명된다. 식량생산을 잘하는 쪽이 잉여생산물이 남고, 잉여생산물이 남으면 식량을 생산하지 않아도 되는 전문인력들이 탄생한다. 예술가, 기술자는 물론 정치 전문가, 군사 전문가도 탄생한다. 이에 따라 체계적인 정치제도 가 탄생하고, 잉엿생산이 늘어날 수록 관리능력도 향상되어 국가와 제국이 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발명된 총, 균, 쇠가 압도적으로 잉카제국을 누를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또 중국인이 전파된 경로를 살펴보는가 하면, 아프리카와 아메리카에서 남북으로 식량확산이 더뎠던 이유도 설명하고 있다. 가축화된 동물과 작물화된 식물은 위도가 바뀌면서 생기는 기후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웠다는 것. 따라서 비옥한 초승달지대를 좌우로 경도를 옮겨 이동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웠으므로 유라시아가 더 유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전까지 엄청난 힘을 구가했던 동양의 여러 제국(인도나 중국) 등에게 유럽이 이긴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과 인도등은 주변 국가들이 힘을 써보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고립된 강대국임에 반해 유럽의 여러 국가들은 좁은 지역에서 아옹다옹하며 싸우고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적인 정치체제가 등장할 수 있었고 경쟁을 통해 더욱 더 발전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재레드의 이런 주장은 다른 의견과 덧붙여서 강화시킬 수 있다.

중국(청)과 인도(무굴)제국의 경우 해상무역에 혼신의 힘을 쏟을 필요가 없었다. 강한만큼 더 빠른 육로를 치고 나가면 될 뿐이었고, 너무나도 강력하고 넓어 교역을 하지 않아도 모든 수요와 생산이 자급적이었다. 그러나 서양은 그렇지 않았고, 불평등한 교역품들을 얻으려면 바다를 통해 꾸준히 무역을 시도해야 했다. 결국 해상권을 쥔 서양이 중국을 무너뜨렸고, 식민지를 넓히는데 힘을 쏟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재레드의 <총, 균, 쇠>는 인류 발전의 공을 그저 우연으로 치환함으로써 유럽중심주의의 오만함을 깨부수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책 논지는 현재 서양 중심의 것이 동양 중심의 것보다 우월하다는 또다른 유럽중심주의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서양 것들이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만하다. 사실 이런 논쟁은 너무나 소모적이고 별 도움이 안된다.

각 사례들에 대해서는 정보의 추가나 정정 등의 세세한 다듦이 필요하겠지만 주된 논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긍정할만 하다. 무엇보다 현대의 국가적 지표를 살펴봐도 북미를 비롯한 유럽들이 그 외의 국가들에 앞선다. 그 이유는 식민지화 되었던 역사, 전쟁의 역사등이 있겠지만, 더 거슬러 올라가면 마찬가지로 재레드가 집고 있는 부분까지 도달한다. 

현재의 격차가 서양인의 우월성으로 말미암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가 있지 않을까? 또 식량생산의 문제로 역사를 풀어가는 과정이 매우 신선하고 재미가 있었다.


마지막으로 <총, 균, 쇠> 신판에서 추가한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논문은 다시 제목을 붙이자면 '일본인이 과연 한국인의 후손인가'이다. 결론은 통쾌하게도 일본 본토인인 '조몬 인'을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야요이 인'이 밀어냈다라는 것이다. 이 얼마나 국뽕 한사발 들이킨 부록인가. 재레드가 이런 논문을 썼다며 좋다고 신판에 끼워넣은 한국인들의 음흉한 속셈이 얄밉다. 한국에서 이 책이 엄청나게 인기를 끈 것도 이 이유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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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
영감/독서2017. 11. 18. 18:00


<빅뱅의 메아리>는 빅뱅 우주론이 등장하고 정상우주론과 어떻게 상대하였는지, 어떤 증거들을 찾았고,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는 책이다.

빅뱅 우주론과 관련된 여러 이론들, 지지하는 증거들, 가설들과 역사에 대해서 기술하고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사건들을 흥미진진하게 다루고 있다.

책 내용이 최신 연구라는 점과 현재 진행형인 점도 독서의 포인트였다.

이 책은 왜 우주는 팽창해야 하는지, 왜 우주를 관측하는지, 왜 우주는 균일해야 하는지, 왜 우주는 균일하면 안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그 질문마다 어떻게 그 증거들을 찾았는지를 서술하였다.


특히 개인의 암투로 여러 연구자들을 희생케 했던 사건은 매우 흥미진진했다.

조지 스무트 경우와 유사한 사건들을 직접 경험하기도 했다. 남일이 아니다.

어떤 성공적인 사례 이면에는 숨어서 열심히 성과를 내고도 묻혀버린 일들이 많다.

머리만 쓸 것같은 과학연구에서도 그런 치졸한 일들은 무수히 벌어져 왔고, 많은 공로자들이 숨겨지고 잊혀져 왔다.

시간과 노력을 희생한 많은 여성 과학자들과 연구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Nine Year Microwave Sky (Credit: NASA/ WMAP Science Team)


이 사진은 NASA 홈페이지에서 캡쳐해은 9년동안의 하늘의 마이크로파 사진이다. (공개된 이미지, 4096 x 2048 해상도까지 다운 받을 수 있다.)

WMAP를 이용해 9년동안 모은 데이터로 이미지를 만들었다.

초기 은하들이 크기 전, 근원의 온도 변동을 보여준다.

색상은 ±200 마이크로켈빈온도의 범위를 표현한다. 

가장 낮은 온도와 가장 높은 온도가 0.0002도인 셈이다.


이 그림은 <빅배의 메아리> 표지에도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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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