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유기2018. 1. 19. 16:15


술 한 잔 하기 위해 연남동 <홍복> 중화요릿집을 찾았다. 화교가 운영하는 만두가 유명한 집인데, 본격 중화 요리가 많다. <홍복>은 중국 현지에서나 먹을 법한 음식을 판매하는 집이다. 식당 분위기도 술 마시기 좋다. 이차저차 밥 먹기엔 늦었고 만두 대신에 이것저것 요리를 시켜보았다.



가지튀김(8000원)

양념을 묻힌 것을 원하면 가지볶음(14000원)을 시키면 되겠다. 가지를 튀긴 것은 매우 맛있다. 가지나물같이 맛없게 가지를 조리하는 조상님들이 원망스러울 지경이다. 가지나물의 첫맛에 질려버려 흐느적거리는 가지를 극혐하는 한국인들이 매우 많다. 만약 중국처럼 가지나물을 그냥 팬에 볶아버리거나, 해외처럼 구워버리면 한국인들도 가지를 좋아했을 것이다.

가지는 기름을 아주 잘 흡수한다. 때문에 팬에 볶으면 기름을 흡수하면서 단단해고 매우 고소해진다. 가지를 튀기면 고소한 맛과 바삭한 맛, 부드러운 가지 속살이 어우러진다. 중국식 가지요리는 모든 것이 맛있다.


오늘의 메뉴 양장피(15000원)

양장피는 가지런하게 놓여진 요리재료를 뒤섞어 먹는 음식이다. 메뉴판에는 양장피잡채로 되어 있다. 사실 양장피는 전분으로 만든 얇은 피(皮)를 말한다. 해파리채가 올라가기도 하고 각종 해산물과 야채를 함께 담은 후 겨자 소스를 뿌려 먹는다. 피딴(피단, 삭힌 오리알)이 들어있으면 좋은데 살짝 아쉽다.

양장피는 도수가 센 술과 잘 어울린다. 소주랑도 잘 어울린다. 중국집에서 탕수육보다 애용하는 안주이다.

마구 뒤섞어 먹는 것도 좋지만 가지런하게 놓아진 채로, 양장피 하나를 앞접시에 놓고 야채와 기타등등을 싸 먹는 것도 좋다. 특히 겨자소스를 젓가락으로 콕 찍어 매운맛을 조절하면 더더욱 좋고. <홍복>은 그냥 겨자소스를 끼얹어 나왔던 듯 하다.


고추잡채(18000원)

피망이나 고추를 채썰어 돼지고기와 볶은 음식이다. 말은 고추잡채지만 사실 전혀 맵지 않다. 빠른 조리로 후다닥 볶아 내는데, 가장 중국적인 음식이 아닐까싶다. 중식은 웍(중식냄비)에 빠르게 볶아 내는 음식들이 맛있다. 고추잡채는 꽃빵등이랑 함께 먹기도 한다. 고추잡채도 술과 잘어울리는 메뉴중 하나이다. 괴이하게 비싼 게 흠이긴 하지만...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