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랑기2018. 1. 24. 18:01


어느날 홍어가 먹고싶다고 투덜대다가 문득 목포 한 번 가자며 친구들을 꼬셔냈다. 주말을 이용해 잠깐 남도 여행을 하자며 퇴근하는 녀석들을 차에 태워 전주로 향했다. 하룻밤을 전주에서 보내고 다음날을 목포에서 보내자는 계획이었다. 전주나 목포나 요리로 유명한 지역이니 맛집 여행이 될 것은 분명했다. 먹기만 하고 돌아다닐 수는 없지 싶어 담양도 들리기로 했다.


전주에 도착하자마자 <전일갑오>에 가장 먼저 들렀다. 

전주에는 가맥집이 많지만 이 전일갑오를 가장 자주 들린다. 전주를 들릴 때마다 가게 되는 곳인 것 같다. 다른 가게에 비해 황태의 보푸라기가 두껍고 소스가 좀 더 나은 것 같다. 갑오징어 맛은 비슷한 듯.

가게 안에서 먹어본 적은 없고, 주로 황태와 갑오징어를 사가지고 나와 숙소에서 2차로 즐겨 먹었다. 이번에는 <전일갑오>에서 2차 안주를 먼저 구입해 두고 1차를 가기로 했다.




<옛촌막걸리>에 왔다.

전주 출신 셀럽의 가족 한 분이 강력하게 추천하여 방문하게 되었는데, 대기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1시간 가량 기다려야 했다. 간신히 입장하니 유명인의 싸인으로 벽이 도배가 되어 있고, 온통 소란스러운 분위기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인근에는 <옛촌막걸리>처럼 막걸리집들이 많다. 막걸리를 주전자 단위로 시키면 기본 안주들을 깔아주는 가게들이다. 모두 비슷한 시스템인 것으로 알고 있다.

막걸리 세트를 주문하기 시작하면 안주가 깔리는데, 막걸리 세트를 추가로 주문할 때마다 깔리는 음식들이 업그레이드 된다. 3회차까지 마셨는데 김치 메밀전병, 김치전, 김치찜, 삼계탕, 생선구이, 굴, 홍합탕, 미니족발, 달걀부침, 간장게장, 산낙지, 삼합, 훈제오리까지 나왔던 것 같다.

꽤 괜찮은 메뉴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안주의 수준은 낮은 편이다. 간장게장과 산낙지, 삼합정도 가면 가격대비 만족할만 하지만, 재료나 조리 스타일은 영 별로이다. 안주의 푸짐함만은 압도적이다. 한 두번쯤 방문해 분위기를 즐기는 것도 괜찮은 듯 하다.




왱이집에는 주차장이 있어서 이동시 잠깐 들러 밥을 먹기가 좋다. 가장 자주 가본 콩나물국밥집 중 하나다. 웨이팅이 간혹 있는데, 테이블이 많아 쉽게 들어갈 수 있다.


푸짐한 콩나물이 올라간 <왱이집>의 콩나물국밥.

가장먼저 수란에 콩나물국밥 국물을 몇 숟갈 넣고 김을 부쉬어 넣어 먹는다. <왱이집>의 수란은 정말 매력적인 음식이다.

전주의 유명한 콩나물국밥집들 중 <왱이집>은 가장 매콤하다. 매운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먹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시원한 국물에 절로 해장되는 느낌이다.

늘 콩나물을 추가주문하는데, 무료로 리필을 해준다. 커다란 그릇에 삶은 무와 콩나물을 쌓아서 주신다.

모주를 한 잔씩 주문할 수 있는데, 늘 전주에 방문할 때마다 운전을 하게 되어서 시켜먹어본 적이 없다.(알코올이 약간 있다는 듯) 어쩌다가 한 페트를 사다가 여행지에서 마셔본 적이 있는데, 달짝지근 구수하니 맛이 제법 있었다.




이번 여행의 목적이기도 했던 담양의 메타세콰이어길을 찾아갔다. 아침에 가랑비가 내려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았다. 한적하고 고즈넉한 느낌이 매우 운치가 있다.

수백년은 자란 듯한 이 나무들이 사실은 1970년 대에 심어진 것이라고 한다. 높이가 30~40미터쯤 되는데 풍경이 매우 독특했다. 중국에서 한 그루의 메타세콰이어가 발견되기까지 화석으로만 발견되었던 나무라고 한다. 현재 보이는 메타세콰이어는 그 첫발견된 메타세콰이어를 꺽꽂이해서 자란 나무들이다.


주차장 인근에서만 이렇게 사람이 없는 길을 잠깐 볼 수 있었다.

길의 길이가 제법 되는데, 사람이 몰린 곳에는 인파가 많았다. 2.1km 구간 사이에는 잘 조성된 공원과 조형물들이 있어 심심치 않게 볼 거리들이 많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을 구경하고 점심을 먹기 위해 <승일식당>을 찾았다.

당시에는 승일식당이 그다지 유명하지 않았는데, 다들 담양이라고 하면 떡갈비를 찾던 시기였다.


이제는 여러 방송을 타고 담양에서 제일 유명한 돼지갈비집이 되었다. <승일식당>의 돼지갈비를 한 번 먹어보면 왜 유명해졌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이렇게 맛있는 갈비를 먹고도 술 한 잔 못해서 서러웠다.




죽녹원에 가기 위해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주차장에 차를 댔다. 대나무숲이라 팬더 조형물을 만들어놓다니.... 그것도 쿵푸팬더를....


죽녹원

하늘을 가릴 정도로 높게 치솟아 자라있는 대나무를 보니 정말 신기하기도 했다. 대나무의 굵기도 장난이 아니다. 이렇게 두꺼운 대나무가 한국에서도 자란다.

놀러온 사람들이 대나무에 짖궃은 장난을 해 이름이 곳곳에 새겨져 있다. 꼭 그렇게 다녀온 티를 내야겠나? 하여튼 못된 인간들.


한국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팬더의 조형상이 곳곳에. 이렇게 하면 중국산 대나무같잖아. 곳곳에 정원을 예쁘게 꾸며놓아 죽녹원 길을 걷다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


날씨도 우중충했지만 대나무숲이 울창해 더욱 어두워 보인다. 이곳에서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알포인트는 내가 정말 무섭게 본 영화중 하나이다.) 대나무숲을 거닐다가 샛길로 빠져나가다 보면....


소쇄원이 나온다. 제월당, 광풍각 등 멋진 건둘들도 많다.

사람이 많은 죽녹원에 비해 고즈넉하고 조용한 곳이다. 운치 있는 곳에서 한 숨 돌리고 넓은 정원을 걸었다.




소쇄원에서 죽녹원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꽤 된다. 중간에 서원마을이 있는데 벽에 예쁘게 그림을 그려놓았다.


골목이 아름다운 서원마을.

내가 간 날만 그런지.... 조용해서 참 좋았다.



그리고 목포까지 곧장 달렸다.

이날의 목표였던 홍어삼합을 먹기 위해 목포에 왔다.

숙소를 잡자마자 바로 <인동주마을>로 달려갔다. 저렴하고 맛있는 홍어삼합을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수입산이긴 하지만 자태 고운 홍어.

내가 어쩌다 홍어의 맛에 빠지게 되었는 지는 잘 모르겠다. 평소 식당에서 홍어무침을 먹곤 했지만, 지인으로부터 그것이 가오리무침이라는 비밀을 들었다. 그 이후에 홍어의 맛에 약간 환상이 있었던 것 같다. 술을 마시다보니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는데, 처음 먹었을 때 어찌나 놀랐는 지 모른다. 역한 맛에 놀라서 막걸리를 꿀꺽꿀꺽 들이켰다.

그 이후에 홍어를 덜 역하게 먹는 방법을 깨달았다. 확실히 돼지비계와 함께 먹으면 싸한 느낌이 덜했다. '홍어삼합'이 괜히 등장한 메뉴가 아니었던 것이다. 홍어삼합을 맛있게 먹게되자 이번에는 홍어를 찾기 시작했다. 홍어가 보이면 홍어부터 먹게 되었다. 이제는 최고의 메뉴가 된 것이다.


홍어삼합이 예쁘게 차려졌다. 세트메뉴라 조금 나왔지만, 먹다가 모자라서 삼합을 추가주문했다.


내가 먹지는 않지만 친구들을 위해 꽃게장정식(49000원)을 시켰다. 게장 좋아하는 친구들은 허겁지겁 먹는다. 매우 맛이 있는 듯. ^^;;

목포는 내가 음식맛으로 최고로 치는 동네이다. 모든 식당이 음식을 정말 잘하는 듯 하다.




부른 배를 가지고 숙소에 들어갔다가 친구를 꾀어냈다. 낙지탕탕이에 한 잔 더 하자. 유일하게 찬성표를 던진 녀석을 끌고 숙소 밖으로 나갔다.

그러다가 어느 식당의 수조에서 전복이 탈출하는 것을 발견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전복이 탈출해요 하고 탕탕이 하나를 주문하자....

아주머니는 탈출한 전복을 가지고 낙지탕탕이를 만들어 포장해주셨다.

미안하다. 전복아.


그렇게 낙지육회탕탕이가 완성되었다. 날김에 육회조금, 낙지와 전복을 싸 먹으면 엄청나게 맛있다. 이런 신비한 조화가 있나 싶을 정도다.

친구들과 이해가 전혀 안간다며 칭찬에 칭찬을 하고 술을 마셨다.


이튿날 찾은 <남경회관>

내가 목포에서 제일로 꼽는 백반집이다. 1인분에 8000원인데 반찬 가지 숫자도 압도적이면서 음식맛도 매우 뛰어나다.

갈치구이, 고등어조림, 된장찌개, 제육볶음, 달걀찜, 오뎅 소시지 볶음, 어리굴젓, 양념게장, 콩나물, 미역줄기, 톳, 김치, 오이무침, 겉절이, 생채, 김나물 등이 나왔다. 반찬 구성은 갈 때마다 매번 바뀌는데, 생선조림, 생선구이, 고기볶음, 찌개는 기본 구성이다. 나물이 바뀌기도 하고 메인 메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뀌기도 한다.

대개 이런 백반집의 경우 기본찬들은 맛이 덜하기 마련인데, <남경회관>의 반찬들은 각별하게 맛있다. 어쩜 이렇게 양념을 맛깔나게 하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다. 

이런 이유로 목포에 올 때마다 <남경회관>은 꼭 찾는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으로 목포의 갓바위를 한바퀴 돌고 서울로 돌아갔다.

효심 어쩌고로 유명한 바위인데... 효심에는 별 관심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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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