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랑기2018. 1. 11. 14:08


친구들과 여행 다니기 좋았던 시절, 아이폰의 사진 어플에 핀 꽂기가 되던 시절, 여기저기 구석구석 쏘다니는 걸 좋아했다. 체력도 좋아서 밤 늦게 술을 마시고도 이튿날 일찍 일어나 짐을 정리하고 직접 운전하여 다른 여행지로 이동하는 걸 즐겨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따라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어쩜 그렇게 잘 놀고 다녔는지... 

한번은 친구들과 강릉에 놀러가기로 했다. 춘천을 들러 닭갈비를 사가지고, 인제에서 하룻밤을 묵고 강릉을 들러 하룻밤을 묵고, 영월로 들어가 또 하룻밤을 묵는 여행이었다. 여기저기 쏘다니는 여행이지만 아무도 불만을 가지는 친구는 없었다.


아침 일찍 친구들과 만나 춘천으로 출발했다. 춘천에서 아침을 먹고 닭갈비를 사갈 생각이었다. 춘천 하면 역시 막국수! 막국수를 먹으러!

갔지만 막국수집은 아침 일찍 문을 열지 않았다. 이 당시 10:30분쯤 오픈했던 것 같다. 남춘천역 근처의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1시간을 기다렸다. 친구들끼리 이게 뭐냐며 일찍 나왔는데 밥도 못 먹는다고....


<모래재막국수> 순 메밀 꿩 막국수. (현재 영업시간 10:00~18:30)

결국 기다려 먹었던 막국수. <모래재막국수>는 꿩고기로 유명한 식당이다. 춘천의 막국수야 순메밀을 쓰는 집이 많다지만, 이 가게는 직접 메밀가루도 제분한다.

막국수를 시키면 이렇게 비빔면처럼 나오지만, 육수를 따로 주신다. 취향에 따라 부어 먹으면 된다. 국물맛이 시원해서 좋았다.

메밀면은 약간 으적으적 하다. 그래서 고기 씹는 기분이 난다. 탱글탱글한 밀면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다. 메밀이 좋아 평양냉면도 아주 좋아한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했던 막국수는 집 근처 닭갈비 집의 막국수다. 그 집에서는 땅콩가루를 뿌려주었는데, 그게 너무 좋았더랬다. 그래서 내심 춘천의 막국수엔 땅콩가루가 뿌려져 있기를 바랐다. 땅콩가루 대신에 참깨가 뿌려져 있어서 처음 받았을 때 실망을 조금 했다.

하지만 이정도 되니 그냥 맛있었다. 친구들도 기다린 보람이 있다며 극찬.


사이드메뉴로 시킨 꿩만두.

꿩 특유의 향은 불호가 없을 것 같은데, 꿩의 뼛조각이 씹히는 것은 불호가 많을 것 같았다. 아마도 막국수를 만들기 위해 살을 발라내고 연골이나 뼈 부분을 갈아 소를 만든 것이 아닐까 싶다. 뼛가루가 간간히 씹히는데, 사실 이 부분은 나도 좀 어려웠다.



춘천도 들렀고 우미닭갈비에서 닭갈비도 포장해 사고 소양강 처녀 동상도 보고

춘천막국수체험박물관도 들렸다.

막국수를 판다는데, 이미 먹고 와서요.

최근에는 알쓸신잡에서도 다녀간 모양이지?


주막의 역사도 보여주고...

사실 주막은 국밥같은 것을 팔던 곳이 아니었다. 술을 팔던 곳이었지. 막국수같은 것을 팔던 곳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옆에 곡식을 찧는데 사용했던 디딜방아가 있다.

막국수와 관련된 전시물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메밀의 생태나 막국수의 유래, 막국수 체험장같은 것도 있고 꽤 괜찮은 박물관이었다.


인제 산골로 들어가는 입구. 여기저기 산사태가 나 길이 어수선했다. 숙소까지 10킬로 남았다는데, 이 짧은 거리를 거의 한 시간은 걸려 간 듯 하다.


인제 진동계곡에 위치한 <하늘아래첫동네 펜션>에 왔다.

외진 곳에 있어 조용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가족들끼리 조용히 여행 다녀오기 좋은 곳이다. 물 맑고 공기는 정말 좋다.


실내에서 닭갈비로 점심도 해먹고, 밥도 망치고... 높은 곳에 있으니 밥이 안된다. 전기밥솥도 안된다. 압력솥을 가지고 다녀야 하나? 산 속에 갈 때는 햇반같은 즉석밥을 준비하자. 즉석밥이 맛있다.


무엇보다 밤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한여름에도 추운 날씨만 아니었다면 별구경하는 것으로 시간 가는 줄 몰랐을 것이다.

친구들과 보드게임인 블러프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블러프는 블러핑하는 계산법이 있는데 내가 술이 취해 계산법을 알아내지 못했다. 엄청 깨지고... 까지고...


이튿날 또다시 강릉으로 이동.


바닷가에 왔다. 사진은 하조대 해수욕장이다.


점심을 먹으러 <교동반점>에 왔다.

5대짬뽕인지 뭔지는 모르겠고, 이전에 이글루스 블로그 하던 시절에 누군가가 정리해줬던 짬뽕집 중에 하나였다. 점심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 뜨거운 땡볕을 받아가며 줄을 오래 서야 했다.

친구들은 짬뽕을 먹는데, 나 홀로 짬뽕밥을 시켜 먹었다. 아무래도 면보다는 맨밥이 나으니까.

과연! 당시에 먹었던 짬뽕밥 중에는 가장 맛있었던 짬뽕밥이었다. 돼지고기와 홍합살을 넣어 만든 짬뽕국물이었는데, 이당시에만 해도 이런 짬뽕을 처음 접해 보았다. 이제는 이런 짬뽕이 많다는 것을 알지만, 서울에는 보기 힘든 스타일이었다.


한참 검색해도 안나오더니 이름이 <교동짬뽕>이 아니라 <교동반점>이었다. 유사 짬뽕집이 엄청나게 생겼구나....


경포호 근처의 민박집에 짐을 풀었다.

닭님들이 맞아주셨다.


동해안의 포구에는 커다란 생선이 별로 없다. 주문진항에 가서 열심히 찾았지만 큰 광어조차 찾을 수 없는 지경. (동해안 가서 광어 찾는 것도 어리석은 짓이지만...) 

뭐 먹어야 하나 낙담하던 차에 큼지막한 병어돔이 있길래, 맛도 궁금하고 가격도 저렴해 낙찰했다. 오징어도 섞고요.


숭어랑 비슷한 색감이다.

도미랑 맛이 비슷한 건 아닌 것 같고, 수율이 30%는 나왔나? 술을 마시다 보니 회가 너무 적다.


결국 민박집에서 치킨을 시켜먹는 사태가 ㅋㅋㅋㅋㅋㅋㅋ

한국의 치킨은 어디서나 꿀맛이다.


<초당할머니순두부>

아침 해장은 강릉의 유명한 순두부 백반으로.




영월로 이동중, 화장실이 급해 평창 IC에 잠시 들렀다.

한 여름에도 기온이 확 떨어져 으슬으슬 추웠던 곳.

올해 동계올림픽이다. 평창 화이팅!


고씨동굴에 왔다. 김삿갓 석상이 있다.


고씨동굴의 입장을 위해선 오랫동안 대기해야 하는 상황.... 가이드관광을 위해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 고씨동굴을 들어가지 못하고, 대신 그 고씨동굴 주차장 근처의 <영월아프리카미술박물관>에 갔다. 


작은 박물관인 줄 알았는데 소장품이 상당히 많았다. 공예품부터


다양한 아프리카 부족들의 가면까지.


신비로운 아프리카 문화다.

기회가 닿으면 아프리카에 여행 가보고 싶다.


아프리카 조각품들도 판매하고 있다. 내가 좀 잘 산다면 이런 조각들도 사 전시해놓고 하겠지만... 지금은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멋진 아프리카 옷들도 판매하고 있었다.


영월 평창강 부근에 잡은 마지막날 숙소에서 바베큐 파티.

다들 지쳐서 멀리 나가지도 못하고 물가에서 돌 던지기나 하다가 저녁을 먹고 여행을 마무리 했다. 돌아도 너무 돌아다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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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