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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02 대한민국 치킨전
영감/독서2018. 1. 2. 07:22





인기 유튜버인 영국남자 조쉬는 영국의 친구들에게 한국의 치킨을 소개한다.

친구들에게 파닭을 먹이고, 간장치킨, 양념치킨을 먹이니 진짜로 맛있다는 반응이다. 영국인들은 한국 치킨에 비해 영국 치킨이 다소 실망스럽다고 말한다.

그리고나서 조쉬는 친구들에게 치맥을 소개한다. 영국인 친구들은 애초에 치킨과 맥주는 어울릴 것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치킨과 맥주를 함께 먹는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영국 치킨집에서는 맥주를 팔지 않는다고 한다.

치맥을 맛본 영국 친구는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유튜브: '치맥'을 처음 먹어본 영국인들의 반응!!)

국뽕을 자극하는 영상이다. 아니. 치뽕이라고 해야 하나?


한국에서 치킨의 위상은 특별하다. 전통요리도 아닌 것이 어느새 한국사회 깊숙히, 한국 입맛 깊숙하게 퍼져 있다. 입이 궁금할 때, 스포츠를 관람할 때, 친구들과 놀면서 먹고, 힘든 일이 끝나거나 야간작업을 할 때, 시험공구를 할 때, 술이나 콜라와 함께 먹기 적당한 보편적인 음식이 되었다. 한국에서 매년 소비되는 8억 마리의 닭 중에서 치킨으로 요리되는 것이 절반이 넘는다.


괴상하게도 후라이드 치킨의 최고봉인 KFC가 한국에서는 힘을 못쓴다. 한국에서는 치킨을 배달시켜 먹기 때문이다. 맥주와 함께 먹기 때문이다. 양념치킨이 있기 때문이다. 치맥이나 양념치킨 따위는 해외에 없는 식문화라 영국남자의 유튜브를 보면서 자부심도 느낄 수가 있다.


어쩌다 한국이 이렇게 치킨에 푹 빠지게 되었을까? 혹시 이건 심각한 병은 아닐까? 자랑스러워 해도 되는 걸까? 이 모든 해답이 이 책에 있었다.



<대한민국 치킨전> -정은정


이 책은 '치킨'에 대한 책이지만, 곧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이르는 한국인의 역사에 대한 책이다. 그 내용이 치킨과 얽히고 섥힌 이야기들, 식문화에 대한 이야기, 치킨산업의 발전, 현재 요식업의 상태, 프랜차이즈의 부조리, 노동 문제 등 심각한 내용에까지 이른다.


얼핏 생각해보면 한국의 전통 닭음식이라고 하면 백숙이나 삼계탕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아니, 조금 더 보태서 닭도리탕도 포함시켜도 될까? 하지만 그 역사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닭요리의 역사는 짧은 편이다. 닭을 삶아 먹는 것은 정말 부유함의 극치이다. 왜냐하면 달걀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위가 오면 씨암닭을 잡아 대접한다는 말은 도시전설에나 등장한다.


한국에서 닭이 대량으로 사육되면서 한국인의 식성은 삶은 닭에서 튀긴 닭, 치킨으로 빠르게 넘어갔다. 

명동영양센터의 전기구이통닭부터 림스치킨을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치킨의 역사가 이 책에 모두 실려 있다. 어떻게 우리가 치킨을 먹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외문물을 받아들이고 어떻게 재창조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우리는 롯데마트의 5000원짜리 통큰치킨을 보면서 많은 치킨집들을 비난했다. 마치 치킨의 가격은 5000원이 정상이라는 것처럼. 그러나 치킨 속에 닮긴 사람들의 애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급등한 치킨 가게 숫자에도 그 이유가 있고, 치킨의 만듦새에도 그 이유가 있다. 물론 가격도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읽게 되면 우리가 좋아하는 치킨이 서로와 서로를 갈취하는 가운데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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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