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명동에서 전기구이통닭으로 치킨의 신세계를 열었던 식당이 있다. 명동의 <영양센터>는 한국 치킨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집이다. 삶아먹는 법만 알았던 닭을 전기로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명동의 회사원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치킨을 선사했던 것이다. 나는 어려서 잘 모르지만, 그 당시에 전기구이 닭 한마리를 포장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귀가하는 모습은 성공의 상징이었다고 한다. 한국의 치킨 시장은 림스치킨을 거쳐 켄터키후라이드치킨을 본격적으로 모방에 현재에 이르렀지만, 그 5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도 <영양센터>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있다.(치킨의 역사는 대한민국 치킨전에 잘 나와있다.)
<명동영양센터>는 아직도 명동 한가운데에 남아 55년 전통을 자랑하며 관광객들과 명동을 방문하는 시민들에게 삼계탕과 전기구이통닭을 판매하고 있다. 당시의 치킨맛, 전기구이치킨의 맛을 느끼기 위해 <명동영양센터> 본점을 찾아갔다.
통닭정식(런치스페셜, 10000원, 평일 오후 4시까지, 휴일 2시까지)
점심에 찾아 런치스페셜을 주문했다. 전기구이치킨 반마리와 스프, 모닝빵과 잼, 치킨무와 샐러드가 식판에 담아져 나왔다.
너무... 옛날스럽다. 모양새가 별로다. 초라하다. 특히 저 모닝빵과 스프는 뭐랄까. 좀 더 성의가 있으면 좋았을텐데. 옛날엔 이렇게 서빙이 되었다는 걸 재현한 걸까? 아무리 그래도 빵 하나와 양배추 샐러드, 스프라니 이래도 되는 걸까? 같이간 동료가 군대 짬밥이 생각난다고 한다.
이런 메뉴라면 먹는 방법은 잘 알고 있다. 스프에 후추를 톡톡 뿌려서 먹고 모닝빵에 잼을 발라 먹거나, 모닝빵의 반을 갈라 속에 잼을 바르고 샐러드를 넣어먹으면 맛이 그만이다. 군대에서 먹은 군대리아 먹는 방식이다. ...;;
껍질은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다. 잘 염지된 닭을 맛있게 구워냈다. 과연 전기구이통닭만큼은 최고의 수준이다. 특히 술 한 잔, 맥주 한 잔이 생각나는 메뉴다. 모닝빵과 스프의 구성에 실망할 것 같다면 그냥 치킨을 시켜 맥주 한 잔 들이키며 먹어도 좋을 것 같다. 그냥 전기구이통닭은 15000~16000원 선에 판매한다.
치킨의 맛은 추억 그 이상이지만 정식의 맛은 추억 그뿐이다. 그러나 다음에 또 점심시간에 찾게 되면 분명히 통닭정식을 시킬 것이다. 각자 식판에 통닭 반마리씩 놓고 사이좋게 다리 하나 날개 하나를 먹는 것은 정말 이상적이다. 어린시절 가정에서 닭을 시켜놓고 다리 한 쪽 날개 한 쪽을 못먹어봤던 추억을 생각해보면 특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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