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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21 윤리적인 마녀사냥 방법
견지2017. 11. 21. 17:33



인터넷 공간에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조롱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때로는 권력 안에 숨어 타인에게 큰 상처를 남기는 사람을 보기 좋게 찾아내 까발리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엄한 사람을 끄집어 내어 죄 없는 사람의 삶을 완전히 파괴하기도 한다.


현실에서 권력에 짓눌려 아무런 저항도 못하다가 간신히 인터넷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 힘을 발휘하는 멋지고 희망적인 케이스도 물론 있다.

어리고 법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이유로 수 없이 많은 청년들이 노동 착취를 경험하며, 대부분의 여성들이 남자들의 성추행과 성불평등 등 여성혐호를 겪고도 법이나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외에도 젠더 불평등이나 청소년 학대, 가정 폭력, 따돌림 등 무수히 많은 비윤리적인 일들이 자행됨에도 불구하고 인간관계에서 생기는 권력구조와 개인적인 욕심과 사정 때문에 법망을 빗겨가 제도와 국가가 해결해주지 못한다.

이런 처지에 놓인 어떤 사람들은 익명의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 사건을 공론화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기도 한다.

단적으로 평가하자면 매우 올바르고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약자의 폭로가 항상 진실이지만은 않다.

어떤 경우에는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공론화가 무기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폭로를 하는 사람의 신분이 상대적으로 약자일 때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여성이기 때문에, 혹은 어리거나 신분이 낮은 처지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특히 SNS 유저나 활동가들의 일방적인 지지들 얻기도 한다.

때로는 거짓음해를 지지하는 덕분에 죄 없는 삶이 송두리째 날아가기도 한다.


부끄럽게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여 고발 고소 등의 법적처벌을 기대하지 않고 인터넷 유저들끼리의 조리돌림이나 불링 등이 벌어지는 실정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약하게는 인터넷이나 현실 커뮤니티에서 완전히 배제되거나 심하면 직장을 잃고 먹고 살 일이 막막해지는 경우가 있다.

어떤 경우에는 무혐의 및 무죄가 선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혐의나 무죄 선고는 죄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가지고 와 끝 없이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경우에는 무혐의 나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의 발언을 '2차 가해'로 몰고가 아예 발언권을 빼앗아버리는 경우도 있다.

무혐의가 예측되는 가해지목자의 이후 행적이나 태도를 문제 삼는 경우도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사람의 평소 행실의 윤리적 문제를 헐뜯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람들은 정보를 찾고 결론을 내어 평가하는 것을 귀찮아 한다.

믿을만한 사람이 힘들게 수집하고 캐온 정보를 읽고 결론을 내는 것도 귀찮아 한다.

믿을만한 사람이 힘들게 수집하고 캐온 정보를 믿을만한 사람이 파악하여 내린 결론을 신뢰하는 것을 좋아한다.

사람들은 결론을 평가한다.

그리고 비난함으로써 손쉽게 '행동하는 양심'의 타이틀을 거머쥔다.


정보 몇 가지로 낼 수 있는 결론은 매우 제한적이다.

"A가 어느 순간에 어떤 피해를 받았다고 주장하였다.'이다.

추가로 얻는 정보들이 그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정보들로 그 주장이 '진실'이 될 수는 없다.

진실은 "A가 모은 자료가 A의 주장을 뒷받침한다."이다.

여기에서 내릴 수 있는 것은 그 자료의 진실여부나  A의 주장 따위가 아니다.


그렇다면 '행동하는 양심'은 정보를 듣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일까?

단죄자로 나서서 그 사람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것에 앞장서는 것은 분명히 절대로 아닐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그 어떤 참인 명제도 찾아내지 못했다.

사람들은 각자의 주장 속에서 나름의 참 거짓을 찾아냈다.

'진실여부'가 가장 큰 가치로 둔갑한다.

참 거짓을 다루기 위해 가해지목자의 모든 삶과 생활, 글, 작품 등이 분석된다.

비윤리적 모습이나 모순된 장면들이 목격되는 순간 가해지목자의 주장은 '거짓'이 되어버린다.

얼마나 비 논리적인가?


우리는 여전히 피해자와 가해지목자 사이에서의 참거짓을 가지고 싸우고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결론 내릴 수 있는 참거짓의 명제가 있다.

바로 피해자가 가해지목자의 죄목을 들춰내었다는 점이며, 죄목의 윤리적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법망에 이 죄목이 포착될 수 있다면 당장 가해지목자를 비난하는 것을 그만두고 법의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우리는 참거짓을 가리기에 너무 제한적인 공간에서 사건을 접하기 때문이다.

실제 누군가에게 수사를 맡겨 사태를 파악하고, 그에 해당하는 올바른 판단을 기대하는 것이다.


물론 이 방법은 다른 사람에게 가치판단을 유보하는 것으로 좋지 않은 해결방법이다.

부적합한 정보군으로 내린 결론으로 조리돌림과 불링을 자행하고 있는 것도 가치판단을 유보한 후 처벌만에 동참하는 행위로 더 옳지 않다.

만약 옳지 않은 법적 결론이 발생한다면 그 이후에는 또 다른 법적 싸움을 시도해야 한다.

'피해자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방관하는 행위'를 비난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이 이후의 싸움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모든 조리돌림과 불링은 모두 마녀사냥이고 인민재판이다.

사람들이 어떤 사건의 윤리성을 가지고 논쟁하며 처벌을 하기를 원한다.

완전히 나쁜 것인가 하면 앞서 상술한 것과 같이 그렇지도 않다.

여전히 다른 문제점들이 사회의 문제점임을 알아차리고 여러 피해사실들을 아카이브 하고 공론화하는 작업은 매우 좋은 작업이다.

이는 인터넷의 매우 좋은 순기능이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공론화하는 것은 당연히 옳은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건을 주목해 아카이빙하고 공론화해야지 가해지목인의 인생과 저작물, 발언, 태도 등을 아카이빙하고 주목해서는 안된다.

비꼬는 태도, 2차 가해의 행동들은 비윤리적인 행동이지만, 그렇다고 그 행동들이 본 사건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다른 숨겨진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각 사건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고 완전히 독립된 사건으로 다루어야 한다.

이것은 법리도 아니고 그냥 논리일 뿐이다.





실제 사건에 대한 사견을 덧붙이자면, 

고인이 되신 모 유명 가수의 부인을 비난하는 행위,

성폭력가해자로 지목된 모 작가를 비난하는 행위 등,

일련의 사건들이 공론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논리적인 주장들과 비난, 음해, 반론 거부 등에서 정말 많이 속상해 했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행동은 윤리적이고 정당한지 한 번쯤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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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