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온 원룸의 화장실은 거의 10년동안 청소하지 않은 것 같았다. 화장실 벽과 바닥은 시커멓고, 녹물이 달라붙어 있거나 곰팡이가 슬어 있었다.
그중 최고 더러운 곳은 변기였다. 물이 차 있는 곳까지 변기표면이 시커멓게 변색되어 있었다. 소변과 대변을 채워놓고 수개월을 방치해두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계약을 할 때만해도 청소할 자신이 있었다. 몸으로 때우는 일은 수도 없이 해봤으니까.
하지만 일은 쉽지 않았다.
첫번째로 도전한 방법은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초강력 세정제였다. 이 세정제는 때를 잘 벗겨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타일의 가장 더러운 부분만 세정이 되고 완벽하게 때를 벗기진 못했다. 곰팡이조차 제거하지 못했다. 특히 변기의 때에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두번째로 도전한 방법은 치약이었다. 군대에서 배웟던 화장실 청소방법대로 치약을 뿌려가며 변기를 닦아냈다. 이빨에 생긴 치석을 없애는 것마냥 칫솔짓하듯 변기를 요리조리 쑤시며 닦아냈다. 힘들게 닦아내다가 지쳐서 포기할까 하며 변깃물을 내리는 순간... 변기의 하얀 바닥이 손톱만큼 눈에 띄었다.
그렇다. 치약이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속으로 백번쯤 숫자를 세면서 솔로 문지르면 손톱만큼 때가 벗겨졌다. 그렇게 수천번의 솔질이 시작되었다. 검은 때보다 하얀 변기의 바닥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희망이 보이자 솔질에 힘이 들어갔다. 검은 때가 붙은 곳을 닦아낼 때엔 청소솔이 사각사각 소리를 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는 곳을 집중적으로 닦아냈다.
그렇게 2시간을 문질렀고 어느정도 만족하게 되었다. 잘 닦이지 않는 곳에 검은 때가 링처럼 남아 있고 물 내려가는 구멍 근처에도 덜 닦인 부분이 남았지만, 뭐 이정도면 살만한 것 같았다.
마침 타일 사이의 곰팡이를 제거하기 위해 곰팡이 제거제를 사러 다이소로 찾아갔던 차였다. 곰팡이 제거제에 염소 혼합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문구를 발견했다. 염소 혼합물이라면 역시 락스가 최고 아니던가? 그래서 유한락스도 함께 구입했다.
세번째로 도전한 방법은 락스였다. 화장실 변기에 1000원짜리 락스를 한 통 부어버렸다. (약간 남은 건 휴지에 묻혀 곰팡이에 올려놓아 좋은 효과를 보았다.) 마침 3시간정도 외출을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대로 둔 채로 나갔다 들어왔다.
집에 돌아온 후 화장실 변기를 좀 보니 물 색이 좀 변해있는 것 같았다. 청소솔로 변기를 문지르자 사각사각하던 곳이 없는 것 같았다. 변기물이 뿌옇게 변했다. 솔로 문질문질 하다가 물을 내려보니...
변기가 완전히 새것이 되어버렸다. 세상에.. 그토록 몇시간동안 고생을 하다가 잘 닦이지 않아 포기했던 부분이... 완전히 닦여져버리다니. 변기가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너무 기뻐 변기를 끌어안고 뽀뽀를 하고싶었다.
이제부터 락스를 찬양하기로 마음 먹었다. 락스는 알파요 오메가다. 락스는 나의 구원이다. 이제 나는 락스교도다.
'꾸미기 >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장실 곰팡이 제거하기 (0) | 2018.12.2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