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제주도여행.
올레길 1코스를 걷고 우도를 둘러 성산을 지나, 광치기 해변, 김영갑 갤러리, 쇠소깍, 서귀포를 거처 대정읍 근처까지 왔다.
원래는 오토바이를 렌트해 서귀포에서 제주까지 반바퀴를 돌려고 했지만, 폭우가 쏟아져 포기하고 말았다.
마침 제주도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했더니 저녁식사를 같이할 수 있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정읍에서 하루를 더 묵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게스트 사장님께서 직접 반죽하고 끓여준 아침, 치킨스프와 베이글이다.
(나 방금 베이글 이름이 기억 안나서 파리바게트 홈페이지 가서 찾아봤는데, 베이글이 유럽빵 카테고리에 있다. ㅋㅋㅋㅋ 뭐야. 유대인들의 빵이 어째서 유럽빵이야. 대중화 된 것도 뉴욕인데.)
샐러리가 담뿍 담긴 치킨스프가 정말 맛이 있었다.
게스트 하우스의 예쁜 부엌.
제주도는 게스트 하우스 보는 재미로도 다닐만 하다. 창문 멀리 산방산이 보였다.
<춘미향 식당>
전날 게스트 하우스에서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셨던 옆 침대 여행자와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마침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이 추천해준 가게를 갔는데, 이집이 정말 대박이었다.
6000원쯤 하는 <고기정식>을 시켰더니...
아무렇게나 썰린 돼지 전지 구이도 맛있었지만 나머지 반찬도 맛있게 잘 나오고
사장님이 잡으셨다는 벵에돔 구이가 함께 나왔다.
생선을 바짝 구워 새콤 짭짤한 소스를 뿌려주셨는데, 그 맛이 환상적이었다.
이렇게 밸런스 좋은 생선 구이는 여수에서 먹었던 금풍생이 구이 이후로 처음이었다.
어찌나 깜짝 놀랐던지....
그 이후에 제주도에 놀러가 친구들을 끌고 방문했는데, 그 때도 대 호평이었다. 각자 생선 한마리를 게눈 감추듯 먹어버렸다.
이 당시만 해도 일하시는 분들이나 택시 기사님들만 보였는데, 최근에는 유명해진 듯 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여행객을 육지로 떠나보내고, 나는 올레길을 걷기 위해 <올레길 10코스>로 입장했다.
멀리 산방산이 보인다.
이전날 폭우의 영향으로 파도가 거칠었다.
이정도면 여전히 풍랑주의보 상태일테다.
이렇게 파도가 치면 배는 못나간다.
한동안 올레길을 따라 걸으며 거친 파도를 구경하다가.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추천해준 커피집에 들렀다.
형제해안로에 위치한 까페 <스테이위드커피>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감귤잼이 올라간 쿠키를 시켰다.
쿠키도 맛있고, 커피도 향긋하니 좋았다.
사장님이 직접 커피를 볶으시는 듯 했다.
분위기 좋은(바깥은 폭풍우의 바람이 불어오는) 해변가의 까페라니 너무 좋았다.
오래 앉아있지는 못하고, 갈 길이 머니... 서둘러....
형제해안로를 따라 걷는다.
산방산을 따라 사계항부터 송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이 길은 제주도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해안로라고 한다.
저 멀리 형제섬이 보인다.
납작한 녀석이 형이고 우뚝 솟은 놈이 동생이란다.
이 근방에는 움푹 파인 곳이 많다.
이 근처에서는 화석들이 발견된다고 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그 폭풍우 속에서도 버티는 거미줄이라니...
모슬포의 바람을 이기는 거미줄이라니...
송악산 입구에 다다라 멀리 산방산을 바라보았다.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았다.
중국인들을 피해 성산일출봉도 가지 않았는데 송악산에서 보게 되는구나.
송악산 코스는 절벽을 따라 걷는다.
관광객들이 많아서 그럭저럭 인파가 붐빈다.
송악산은 해발 100m 정도 되는 낮은 산이지만 동남서쪽이 바다로 트여 있어 비경을 연출한다.
산 가운데에는 2차 화산폭발로 인한 작은 제 2 분화구가 있다. 오름 안에 또다른 오름이 있는 격이다.
깍아내린 위험해 보이는 절벽 옆으로 트래킹 코스가 나 있다.
나는 내심 비바람에 절벽이 무너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절벽 아래로 바위를 깎아 만든 계단이 보였다.
절벽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해녀나 어부들이 깎아놓았을까?
일제 강점기 시절에 대정읍은 군사요충지였다.
송악산에도 기지를 위한 땅굴이 여기저기 파여 있다는데, 일본군이 제주도민을 부려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걷기 힘든 험한 지형에는 나무계단을 설치해 두었다.
저 멀리 산봉우리 하나 없는 가파도와 더 멀리 마라도가 언듯 보인다.
대단한 절경이다.
송악산 트래킹 코스는 해변을 따라
깎아질 듯 내려 앉은 흙 절벽을 끼고 돌아 송악산을 한바퀴 돈다.
송악산에 내려오면 제자리 걸음이다. 출발한 곳에 다시 도달한다.
올레길 코스에 왜 이렇게 관광객들이 많은 지 않았다.
그들도 송악산을 한 바퀴 돌아 걷고 주차장으로 돌아와 버스나 자동차를 타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송악산을 한바퀴 돌았다고 말 한 필이 반겨준다.(그럴 리 없다.)
이 다음은 야트막한 숲길을 건너 제주도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곳을 지나야 한다.
이 근방 어딘가에 <알뜨르 비행장>이 있다.
'알뜨르'란 '아래 벌판'을 의미하는 제주도말이다. 본래 목초지 겸 농지였으나 일본 강점기에 일본군이 모슬포 주민들을 동원에 군용 비행장을 건설하였다.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일본군은 이 비행장을 전초 기지로 쓰면서, 중국의 난징을 폭격하기 위한 전투기들이 이곳에서 출격하였다..
진주만 공습으로 태평양 전쟁이 발발하자 알뜨르 비행장은 더욱 요새화 되어 확장되었다. 레이더 기지와 지하 진지들이 건설되었고, 연합국의 상륙에 대비해 지하 땅굴을 팔게 되었다.
위 사진에서 트랙터 옆에 보이는 야트막한 구멍이 일본 전투기의 콘크리트 격납고다.
일본군이 보초를 섰던 콘크리트 초소가 남아있었다.
약간 을씨년스러운 모습. 마치 백진스키의 우울한 그림 같았다.
비행장의 드넓은 평원.
이 아래에 비밀 지하 벙커가 숨겨져 있다고 한다.
들풀 사이의 나비.
이 근처에서 무농사를 많이 짓던데.....
이 날 내가 신고 있었던 것은 세무가 섞인 목 낮은 운동화였다.
비가 많이 내린 이후에 올레길을 걷는 것이 실수였다. 온통 진흙바닥에 물 웅덩이라 걷기가 너무 힘들었다.
나보다 수월히 걷는 사람들을 보곤 했는데, 그 사람들은 등산화(트래킹화)를 신고 있었다.
그렇다. 올레길을 걷기 위해선 운동화가 아니라 등산화가 필수였던 것이다.
ㅠㅠㅠㅠㅠㅠㅠ
걷다 지쳐 들어간 망고주스 가게. <리치망고>
아이고 시원타.
한라봉 주스보다 더 맛있네.
나 말고도 많은 올레길 트래커들이 이용하는 가게겠지.
결국 이전날에 갔던 모슬포로 되돌아왔다.
전날과는 다르게 잠잠하고 조용한 모슬포항이었다.
이 날 친구를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친구가 뭘 먹고싶냐 묻길래, 먹을만한 건 거의다 먹어본 것 같다고 하니 <쥐치찜>을 추천해줬다.
모슬포에는 생선찜을 하는 곳이 많다.
소스가 매콤하면서 약간 달콤했는데, 진짜 쥐포 맛이나 너무 신기했다.
가게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 게 흠....
친구는 서울 살다 제주도로 넘어간 육지것이다.
몇 년 살더니 제주도 사람이 되어서 한라산 소주를 시키는 방법을 알려줬다.
한라산 소주는 냉장고에 넣지 않은 것 (노지)이 맛있다고 한다.
안주가 부족해 부시리 회를 더 시켰다.
방어는 한겨울에 맛있지만, 부시리는 계절을 타지 않고 맛이 고른 편이다.
오랜만에 친한 친구와 만나 술잔을 기울이면 모든 게 맛있다.
(이 글 쓰면서 제주도 놀러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
제주도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다.
모슬포를 넘어 지는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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