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코'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7.12.04 일본 닛코
해외 유랑기2017. 12. 4. 18:00

4년전 일본 여행.

아침 일찍 짐을 챙겨서 나왔다.

다음 숙소는 도쿄의 다른 지역이었다.

배낭을 짊어지고 아침 일찍 우에노역으로 갔다.

JR패스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JR은 일본에 가장 많은 노선을 가진 국영철도이다.

JR패스를 가지고 있으면 JR이 운영하는 여러 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신칸센, JR 지방 철도라인 등등.

언제든지 역무원에게 패스를 보여주고 나올 수 있는데, 가격은 만만치 않다.

나는 7일 패스를 끊었고, 나름 쏠쏠하게 이용했었다.

도시간 이동이 잦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너무 일찍 나와 아침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우에노역 근처의 식당에서 규동과 라무네(일본식 레모네이드, 병 입구를 유리구슬이 막고 있다)를 시켜서 먹었다.

JR패스 7일권을 구입하고 기차역 지도를 열심히 봐가며 길을 찾았다.

오늘의 목표는 닛코(日光, にっこう).

일본을 자주 다녀본 후배의 강력추천 관광지였다.

닛코는 도쿄의 북쪽 산간지방에 위치해 있다.

하루 안에 다녀오기 힘들 정도.

무엇보다 원전이 폭발한 후쿠시마 근처에 있어서 당시에만 해도 가기가 꺼려지던 곳이었다.


그래도 간다.

JR 패스를 쥐고 닛코로 가는 노선을 점검했다.

JR닛코선은 우츠노미야역에서 갈아탈 수 있었다.

JR로 우츠노미야까지 가면 된다.

(이 날 일본의 전철은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참 전철을 타고 간뒤, 내가 준비한 지도 바깥으로 전철이 나간 것을 깨달았다.

다른 방향으로 간 것이다.

당황.

다시 되돌아 가야 한다.


오미야 역에서 다시 갈아타야 했다.

오미야에서 기다리면 우츠노미야로 가는 전철이 온다.

한~참 후에.

그래서 역에서 나와 오미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JR 패스는 역을 자유자재로 들락날락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실수해도 다시 되돌아 갈 수도 있고.


우츠노미야 역에 도착했더니 이번엔 닛코로 가는 열차가 한 시간 후에 온단다.

끼니를 때울까 하고 역 밖으로 나갔다.

마침 어디선가 우츠노미야의 교자가 맛이 있더란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그래서 교자를 먹는다.

할아버지께서 손수 만드신 교자인 듯 했다.

철판에 물을 붓고 교자를 구워냈다.

한국에서 느낄 수 없는 맛있는 맛이었다.


JR닛코선을 타고 달린다.

창밖 풍경이 달라졌다.

일본의 철도 주변엔 웬만해선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이건 오지에 가는 것 같았다.

숲이 많았고, 나무가 높았다.


닛코에 도착.

역 코인락커에 배낭을 넣어놓고 나왔다.

동조궁까지 걸어갈 셈으로 열심히 걸었다.

걷는 건 자신이 있으니까.

관광지인데 이날은 사람이 별로 없었다.

공기는......


습해. 엄청 습해.

안개 속에 있는 것만 같았다.

게다가 장마가 들어오기 직전이라 엄청 더웠다.

덥고 습하고.....

거의 죽을 것 같았다.

진짜 문제는 핸드폰 카메라가 맛이 가기 시작했다.

습기가 차는 건지 어떤 건지 초점도 안 맞고.

더워서 정신도 못차리겠고.



동조궁 가는 길에 만난 붉은 다리인 닛코신교.

나는 안쪽으로 가기 위해서 이 다리를 건너야만 하는 줄 알았다.

알고보니 요금을 내고 다리를 건넜다가 다시 건너와 관람을 종료하는 것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돈(300엔)을 내고.....

정말 예쁜 붉은 색의 다리였다.

이전에는 장군이나, 천황의 칙사, 수도승정도만 지나갈 수 있는 다리였다고 한다.


본래의 길로 되돌아와 신교의 모습을 찰칵.

저 물 아래 뽀얗게 올라오는 물안개를 보라.

저게 떨어지지 않고 뭉게뭉게 피어올라 온 세상을 덮어버렸다.

그리고 더위에 허덕이며 무작정 걸었다.

중간에 한국인들이 지도를 보며 길을 헤매는 것도 그냥 보고 지나쳤다.


후타라산 신사(二荒山神社) 입구

일전에 우에노공원에서 봤던 조형물이 있고.

그냥 보통의 신사였다.

내가 가려던 곳은 이곳이 아니라 도쇼구(동조궁)인데.

지도를 보고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정말 놀라웠던 것은 이렇게 큰 나무들이 빽빽한 숲이라는 것.

원시림에 들어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저 높이.

핸드폰 카메라로 모두 담아지질 않는다.


도쇼구로 가는 길. 

빽빽한 삼나무일지 뭔지 길고 곧은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햇빛이 하나 안 들어왔다.(안개때문에)

이곳은 분명히 모노노케히메의 배경이 된 곳일 거야(모름)

8명쯤 서서 둘러 쌓으면 끌어안을 수 있을까?

엄청난 두께의 나무들.

그리고 이끼들.




요메이몬 근처의 오층탑

도쇼구 근처로 오니 큰 탑이 먼저 반겨주었다. 


요메이몬으로 가는 입구

이곳부터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다.


요메이몬 근처의 그럭저럭



신규샤에 조각된 유명한 산자루(세 원숭이).

나쁜 것을 듣지 말고, 말하지 말고, 보지 말아라.

재미있는 것은 이 원숭이들이 핸드폰 이모티콘으로 있다는 것이다.

핸드폰 상태가 얼마나 안습(안구에 습기)이냐면, 정말로 카메라 렌즈에 습기가 차서 화질이 엄청 구지다.



요메이몬 앞에 있던 이러저러한 것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문 요메이몬(陽明門).

요메이몬 좌우에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추정되는 인물의 조각상이 앉아 있다.

화려한 처마 장식과 갖가지 조각들이 놀랍다.

핸드폰 카메라가 안 좋다는 게 정말 아쉬울 뿐이다.

검색을 해보니 2018년까지 수리를 할 예정이라 못 본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 같다.


가라몬(唐門).

요메이몬과 마찬가지로 많은 조각들이 되어 있었다.

내부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무남? (무녀의 남성형 명사가 뭐지?)와 관광객들이 기도를 하고 있었다.

사진 찍을 생각하지 말고 그 시간에 하나라도 더 봐라는 거짓말이다.

좋은 사진도 찍고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

사진 안 보면 하나도 기억이 안난다. ㅠㅠ

4년밖에 안되었는데 기억을 더듬더듬 찾아야 한다.


요메이몬에서 나오면 이제 아무것도 눈에 안 차기 시작한다.....


더위에 지치고 힘들어서 뻗기 직전이었다.

오후 3~4시쯤이었지만, 버스를 타면 닛코의 게곤폭포와 주젠지 호수를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요행히 막 오는 버스를 타고 게곤폭포로 향할 수 있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쉴 수 있었는데.


내가 중간에 내려버렸다.

왜 내렸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였을까?

뿌연 안개 때문에 볼 것도 없는 산 중턱의 휴게소에 내려버린 것이다.

뭐 다음 버스 타면 되겠지 하고 느긋하게 기다렸다.

배도 출출하니 휴게소에서 뭐라도 사먹을까.


그래서 닭꼬치를 사먹었다.

소금구이를 먹었는데 정말 맛이 있었다.


오후 5시 20분 그런데 버스가 안와 ㅋㅋㅋㅋ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영화 '미스트'급의 안개만 뿌옇게 왔다.

닭꼬치를 팔던 아저씨가 뭐라고 소리치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아마 버스가 안 올거란 뜻이었을 것이다.

결국 닭꼬치 사장님이 장사를 접고 트럭을 몰아 나에게 왔다.

어디까지 가냐며, 게곤폭포를 간다니까 버스는 끊겼으니 데려다 주겠단다.

와......

(아저씨 영어 잘하셔)

그리고 하시는 말씀이, 오후가 되면 이 근처는 일찍 문을 닫는단다.

버스가 없을지도 모른댔다.


게곤 폭포 입구.

닭꼬치 아저씨 덕분에 간신히 도착했다.

그러나 사람이 없다. 상점들도 모두 문을 닫았고 노점상들이 짐을 들고 나오고 있다.

폭포는 영영 못보는 것일까?


폭포소리.

아 있다. 찾았다.

내가 이걸 보러 여기 왔다.


우렁차게 떨어지는 폭포 소리.

일본의 3대 폭포 중 하나라는 게곤폭포(華厳の滝)다.

내가 이걸 보려 여기까지 왔다.

너무 감격해서 셀카도 찍었다.

사람이 없어서 혼자 찰칵찰칵 카메라질 하며 놀았다.


주젠지코(주젠지 호수).

어쨌든 폭포까지 왔으니 호수는 봐야겠지.

닛코 산 정상에 있는 커다란 호수다.

포천의 산정호수쯤으로 생각했는데,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건 진짜 모노노케히메(만화영화)의 촬영장소가 맞는 것 같았다.


물도 맑고 깨끗하다.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




결국 해가 저물기 직전이라, 도쿄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다.

다행히 끊기기 직전에, 닛코역으로 되돌아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닛코역에서 우츠노미야역으로 가는 전철도 탈 수 있었다.

다행히 그날 도쿄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럼 뭐해. 또 숙소 찾아 삼만리.

저녁도 못 먹고 또 숙소로 이동한다.


지도 하나에만 의지해서 여행하기 정말 힘들다.

게다가 JR 라인만 이용해야 한다는 제한조건이 걸리니 걷는 시간이 태반이었다.


이날 일본의 비지니스호텔을 처음 이용해보았는데, 너무 괜찮았다.

1인 이용요금이 2인실의 절반수준이니 혼자 여행할 때 이용하기 적합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도 너무 늦어서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워야 했다.

꼬치와, 샐러드와 맥주로 요기하고 힘든 일정을 마쳤다.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