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홀로 제주도에 여행을 갔다.
남들은 수학여행이다 졸업여행이다 해서 다들 제주도에 가봤는데 나만 못가봤더라.버스를 타거나 걸으며 제주도를 한 바퀴 돌아볼 욕심에 떠난 여행이다.
비록 날씨 사정에 친구 사정이 겹쳐 반 바퀴 정도 돌았지만, 좋은 추억이 많았다.
제주도에 도착한지 셋째날 아침, 온통 해무가 껴서 멀리 보이지 않는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식당을 찾았다.
지나가던 길에 들른 식당에서 오분자기뚝배기를 시켰다.
하지만... ㅠ
오분자기와 딱새우, 게가 들어간 해물 뚝배기였다.
갑각류는 못 먹는 관계로 거의 먹지 못했다.
광치기해변은 사진을 찍는 사람들에게 유명한 해변이다.
물이 잔잔하고 맑은 날 이곳에서 성산일출봉쪽을 찍으면 그림같은 사진이 나온다.
내가 사진을 찍겠다고 삼각대까지 들고 왔는데, 이 날씨는 뭐람 ㅠㅠㅠㅠ
화산암이 굳어진 것이 파도에 휩쓸리고 쪼개지면서 이렇게 특이한 지형이 생겨났다.
쪼개진 화산암이 넓직한 바위가 되어 바닷가에 깔려 있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성산일출봉은 이쪽일까.
내 눈에 흐르는 것은 눈물일까 아니면 안개에 젖은 물일까.
해무가 어찌나 짙은지 옷이 다 젖는다.
아아 이런 해변에 보말이 있었구나.
하며 주워든 순간 기겁을 했다.
저것은 모두 '집게'다. 소라껍질 속에 숨어 걸어다니는 그 '집게'.
이 해변에 엄청 많았다.
다 주워봤지만 보말은 한 개도 없었다.
나는 집게 징그러워 ㅠ
여기저기 희안한 모양의 물구멍이 생겨났다.
저 작은 구멍속에는 집게들이 많다. (으.... 이 날 왜 이랬지)
가면 갈 수록 해무는 짙어가고.
내 가슴만 아파온다.
다음 기회에... ㅠ
뚜벅이는 버스를 탑니다.
다행히 제주도에는 버스 노선이 아주 많다.
자주 오지는 않는다.
광치기 해변은 제주 올레길 1코스 마지막 부근에 있다.
아침에 초연하게 핀 아벨리아(꽃댕강나무)
광치기해변에 갔다가 버스를 타고 일찍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에 왔다.
나는 이 갤러리에 올 때마다 항상 시간을 못 맞춘다.
이 날도 30분 넘게 일찍 와서 주변에서 제비 구경이나 하며 기다려야 했다.
(이후엔 갤러리가 닫을 때 도착한 적이 있다.)
버스로 가려면 정류장에서 한참 걸어가야 했다.
김영갑갤러리 마당에는 조형물들이 매우 많다.
갤러리 안과 다른 또다른 볼 거리를 제공한다.
원령공주에서 나왔던 '코다마'같은 작은 돌 인형이 여기저기 있다.
작은 인형들과 정원의 조화가 좋다.
아침 일찍 왔더니 한적하고 좋다.
곳곳에 앉을 곳도 마련되어 있다. 썩 보기 좋은 풍경.
고 김영갑 작가는 제주도에 정착하여 오랫동안 고생하며 사진을 찍었던 사진가다.
루게릭 병 진단을 받고도 몸을 움직여 사진 전시관을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미술관이다.
그는 투병한 지 6여년 만에 돌아가셨고, 그의 뼈는 두모악 마당에 뿌려졌다.
미술관에는 그의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에는 마라도, 오름, 숲, 바닷가 등 여러가지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다.
탁 트인 사진의 모습이 매우 속 시원한 느낌을 준다.
감동을 카메라로 남기는 건 우스운 것 같아 사진만 감상하고 전시된 사진은 찍지 않았다.
고 김영갑 작가는 용눈이 오름을 사랑했다고 한다.
제주도는 바람이 많이 불고 바람에 따라 날씨가 변화무쌍했다.
김영갑 사진가는 불편한 몸에도 무거운 카메라를 지고 오름에 올라가 삼각대를 펴고 광활한 오름의 풍광을 사진에 담았다.
이 곳의 사진들이 모두 김영갑 작가의 기다림과 인내의 산물들이다.
전시관 뒷편에는 공연장과 자율매점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산수국.
이곳 저곳 꽃이 피어서 더욱 좋았다.
고즈넉하니 여유롭게 기분 좋은 산책, 관람을 할 수 있는 곳,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은 내가 제주도에 가봤던 곳 중에서 가장 좋은 곳이었다.
버스를 타고 삼달교차로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도보로 20분쯤? 15분쯤 될 것 같다. 약간 오르막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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