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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2.20 학창시절의 순대볶음
혼자 해먹는 요리2019. 2. 20. 12:40

어렸을 적에, 그러니까 고등학교 시절에, 야간자율학습 야자를 하기 전에 저녁을 먹으러 학교 담장을 뛰어넘던 시절이었다.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뒷문에는 아파트단지가 있었고, 그 아파트단지에는 아파트주민이 아니면 드나들지 않던 상가가 있었다.

그 상가 1층에는 분식점이 있었는데, 아주머니께서 떡볶이를 만들고 순대와 튀김을 팔았다. 친구와 2000원어치정도면 떡볶이와 튀김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 때엔 싸지만 양이 많고 맛있었던 야채튀김과 식빵튀김이 너무 좋았다. 

가끔 친구 셋이 모여 3000원이 생기면 순대볶음을 먹곤 했는데, 그 맛이 너무 좋아 자주 사먹었다. 2명이면 떡볶이였지만, 3명은 무조건 순대볶음이었다. 깻잎과 들깨가루가 수북히 들어가 고소하고, 양배추와 당면이 들어가 배부를 정도로 푸짐했다. 아주머니는 페트병에 담긴 묽직한 소스를 따라 넣으셨는데, 소스에 물이 많아 국물이 자작했다. 그 국물에 볶아진 당면은 무척 맛이 있었다.

어른이 된 후 그 순대볶음의 추억으로 여러 순대집을 찾아다녔지만, 그 맛을 찾을 수는 없었다. 대부분 접할 수 있었던 순대볶음은 순대를 고추장으로 볶아낸 음식이었고 무척 맵고 짜기만 했다. 가장 비슷한 거라면 차라리 신림동의 백순대였다.

내가 먹었던 순대볶음은 고추장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그런 순대볶음이 먹고싶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다. 분식집에서 그 아주머니가 만드신 방법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대충 답이 나왔다. 맵지 않은 순대볶음이다.


마트에서 파는 순대는 비싸지도 않고 유통기한도 매우 길다. 3등분 하여 3번씩 해먹을 수도 있다.

재료는

순대, 양배추, 파, 마늘, 양파, 당근, 들깨가루, 간장, 고춧가루, 설탕, 식용유, 굴소스, 깻잎, 당면이다.

미처 재료가 모두 준비가 되지 못했다면 깻잎이나 당면, 양파, 당근 정도는 알아서 가감하면 될 것 같다.

팬을 쓰기 전에 미리 양배추를 두 밥공기정도 썰어 씻어놓고 깻잎 열장 씻어놓고 당면을 미리 물에 불려놓으면 편하다. 

순대는 150그람정도 썰어놓는다. 마트에서 파는 500g 순대를 3등분 하면 1인분씩 나눌 수 있다. 순대가 얼어있다면 미리 해동을 시켜놓아야 한다.


넓직한 팬에 마늘 간것과 파를 썰어 넣고 식용유로 볶는다. 마늘 파 구운 냄새가 나면(익지 않아도 됨) 양파 당근을 넣고 볶는다. 양파 색이 변하면 양배추를 쏟아 볶는다.

양배추가 좀 많은 것처럼 보여도 당황하지 말고 볶으면 된다. 숨이 죽으면 부피도 따라 줄어든다. 양파를 쏟은 후 굴소스 한 숟갈을 넣는다.(굴소스가 없다면 미원따위 조미료를 넣어도 좋을 것 같다. 어디까지나 감칠맛을 위해서다.)

굴소스를 넣고 볶으면서 간장 한 숟갈을 넣는다. 평소에 짜게 먹는 것이 좋다면 +한 숟갈까지 적당히 가감하면 된다.

양배추가 숨이 죽으면 설탕과 고춧가루를 한 스푼씩 넣는다.

그리고 물을 1/3컵을 부어넣는다. 만약 후라이 팬이 더 넓직해서 물이 고이지 않는다면 물을 적당히 더 넣는다. 그리고 순대를 넣는다. 물이 적당히 있어야 순대가 익는다. 순대를 늦게 넣는 이유는, 순대를 너무 익힐 경우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순대를 넣고 볶아주다가 깻잎과 당면을 추가해 당면이 익을 때까지 볶으면 된다.


(팁: 간을 보는 것이 어려울 땐 1인분을 내가 온전히 모두 먹을 것을 가정하고, 식사 때 섭취할 염분의 양을 예상하고 간을 하면 된다. 만약 이 요리법대로라면 나는 굴소스 한 스푼과 간장 한 스푼의 염분을 섭취하게 된다. 그 이상은? 짜다.)



한 두차례 성공적으로 옛날 그맛을 재현해 본 후, 이제는 순대만 있다면 되는 대로 대충 볶아서 먹는다.

만약 매운 것이 당긴다면 찍어먹는 소스로 스리라차를 곁들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넛맥 가루를 톡톡 서너번 털어 볶는데, 맵진 않지만 매운 느낌이 들어 매우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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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