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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1.07 일본 오사카(가이유칸, 오사카성)
해외 유랑기2018. 1. 7. 17:10

가족들과 함께 오사카를 여행한 지 3일차.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하기는 쉽지가 않다. 특히 아버지를 모시고 여행하는 게 어렵다. 여행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이것저것 세심하게 따지고 동선을 살피며 일정을 짜게 되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다보면 누군가가 일정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에도 적절히 타협을 하면서 일정을 조율하면 되는데, 일정조율이 힘든 것은 '일정의 허술함'을 지적하며 불만을 터뜨리는 방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바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버지가 그런 편인데, 점잖은 체 하며 원하는 바를 끝까지 말하지 않고 오로지 '그건 싫다'라고만 대응한다. 이럴 때는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세어 가며 서로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데, 개중에는 아버지가 정말로 원하는 게 없을 수도 있다. 특히 아버지는 술을 드시기를 원하는데, 대낮부터 술 한잔 할 수 있는 고깃집따위를 찾으신다. 내가 제안한 곳에는 술마시기도 괜찮은 이자까야같은 곳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식+술의 그림이 그다지 그려지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아버지는 삼겹살+소주가 안될 것을 알고 스테이크+술의 조합을 원했던 것이었다.)

여행가이드란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 하고 깨달았던 여행이다.


아침식사는 저렴한 요시노야에서 해결했다. 나는 낫토와 연어구이.

낫토 레토르트를 뜯어서 밥 위에 올린 후 달걀을 깨고 파를 뿌려 먹는다. 낫토를 비빈다고 비비긴 했는데 거품을 덜 냈다. 낫토 거품은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이런 레토르트를 사놓고 집에서 자주 해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먹는 낫토는 약간 씁쓸한데, 일본 낫토는 쓰지 않아서 좋다. 

요시노야는 24시간 영업하는 프랜차이즈 체인점인데, 거의 한국에서 김X천국 급의 다양한 메뉴야 저렴함을 자랑한다. 부대끼지 않고 간편한 아침식사를 찾는다면 이용해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하다.


가이유칸(해유관) 아쿠아리움에 왔다.

사실 스룻토 간사이 패스로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은 돈이 아깝다. 특히 가이유칸에 가는 것이 목적이라면 오사카 가이유 깃푸(OSAKA海遊きっぷ)를 사는 편이 저렴하고 좋다. 오사카 가이유 깃푸는 2500엔으로, 가이유칸 입장료 2300원을 대신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오사카 전철과 지하철을 1일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조금 멍청하게 이용한 셈이다. 좀 더 복잡하게 계산을 했으면 싸게 돌아다닐 수는 있지만, 가이드 입장에서 복잡한 교통편으로 헤매느니 간단하게 해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코엑스 아쿠아리움과 비교를 해보자면, 가이유칸이 코엑스 것보다 4~5배쯤 할 것 같다. 이 평가도 너무 짜게 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나게 큰 원통형 수조가 건물 2~3층 높이만큼 있고, 수조 안에 가오리와 같이 큰 바다생물들이 헤엄을 친다. 그 수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바다생물들이 들어 있는 수조도 많았다.

입구에 유난히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다. 압도되는 광경이 눈 앞에 있는데, 그것을 놓칠까봐 앞다투어 보느라 그런 것 같았다. 조금만 내려가면 같은 광경을 훨씬 여유있게 볼 수 있다.

다양한 물고기들.


벨루가 피쉬Beluga.

철갑상어의 일종.


돌고래를 다루는 장면도 볼 수 있다.


열대어가 모인 수조.


가이유칸의 백미는 큰 원형 수조를 유유히 헤엄치는 커다란 고래상어다. 몸길이가 12미터쯤 되는 거대한 크기, 몸무게는 21톤 정도 되는 거대한 희귀종 어류이다. 고래상어는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 가고시마 수족관, 미국 조지아 아쿠아리움 정도에서나 볼 수 있다.

제주도의 아쿠아플라넷에서 2마리를 사육을 시도하다가 한 마리를 폐사시키고, 나머지를 방류한 적이 있었다. 그 사건과 관련된 여러 정황을 보면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저열한지 생각하게 된다.

사실 거대한 해양생물의 경우, 꼭 이렇게 가두어놓고 키워야 하는 지는 의문이다. 치열한 생태계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과 잘 제어된 인간의 보호 속에서 먹고 자는 삶을 사는 것 중에 무엇이 나은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가두어진 동물이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온당 풀어주는 것이 정답이겠지만... (돌고래쇼같은 것은 너무 비윤리적이고 비인도적이라 말할 것도 못된다.)


그저 동물들이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랄뿐이다.


정지유영중인 오징어



그루퍼. 

고급 횟감으로 치는 능성어다. 먹을 것으로 봐서 스미마셍.


가이유칸 중간에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살 수 있는 식당이 있다.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간단하게 먹었다.


가이유칸에서 또 마음에 들었던 것은 규모가 상당했던 해파리 수족관이다.


온갖 다양한, 희귀한 해파리들을 볼 수 있다.


보름달물해파리


가이유칸 맞은편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덴포잔 대관람차>가 있다. 영국의 런던아이가 생긱기 전까지 가장 큰고 진보한 관람차였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관란차에 타고싶으시다 해서, 동생과 함께 타고 왔다. 나는 두려움이 많아서 타지 않았다.


<텐포잔 대관람파>옆에는 <덴포잔 마켓 플레이스>가 있어서 식당이 꽤 많다. 점심을 먹으려고 식당을 찾다가 기분이 상해버렸다.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싶어하셔서 몇 가지 대안을 알려드렸는데, 가격이 비싸다는 둥, 음식이 맘에 안 찬다는 둥, 다 탈락되고 얼굴 붉히면서 푸드코트에서 대충 식사를 했다.

(내가 어이가 없다.)


오후에 들린 오사카 성.

히메지 성, 구마모토 성과 함께 일본 3대 명성(名城) 중 하나이다. 오사카성이 유명한 것중 하나는 이 곳이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거점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의 오사카 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의해 부서지고, 현재의 오사카 성은 후에 여러차례 재건되었다.

오사카 성 주변의 성곽은 규모가 상당히 큰데, 원래의 오사카 성은 훨씬 더 컸다니 상상이 잘 가지 않는다. 비용을 지불하고 성 내로 들어가 천수각을 구경할 수 있다지만(600엔), 철근 콘크리트라고 해서 들어가보지 않았다. 오사카 성의 외성은 입장이 무료다.


해자가 2중으로 되어 있는 거대한 성이다.


다리 건너에서 보이는 천수각.

사람들이 없고 한산한 오사카 비즈니스파크역쪽으로 갔다.


한국에서는 늦겨울인 2월이었지만, 오사카 성에는 이렇게 매화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오사카성은 천 그루가 넘는 약 100여 종의 매화 숲이 있다. 우리는 안타깝게도 약간 일찍 온 바람에 오사카 성의 유명한 매화가 만개한 풍경을 볼 수가 없었다.


이날 저녁식사 메뉴도 정하지 못해 투닥투닥 싸웠다. 결국 견디다 못한 내가 짜증을 확 내버렸다. 식당으로 가지 못하고 쿠로몬 시장의 <마구로야 쿠로긴>에서 혼마구로를 사고, 아버지가 원하는 고베규 스테이크를 옆집에서 사가지고 숙소로 돌아왔다.

내가 다시는 가이드 하나 봐라.


다음날 귀국하기 위해 새벽같이 나와 <이치란 라멘>에 가서 아침식사를 먹었다. 그렇게 먹기 싫다며 퇴짜를 놓던 아버지도 일본라멘이 입에 맞는다고.....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