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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14 여수여행
국내 유랑기2018. 2. 14. 14:49


옛날 사진첩을 들여다 보면 참 웃기고 재미있는 사진들이 많이 나온다.

최고 인기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를 구가하던 시절, 친구 하나가 여수 밤바다를 보고 싶다고 문자를 날렸다. 친구들은 즉시 여수로 출발하자며 차를 몰아 내려갔다. 순천완주고속도로가 완전히 뚫린 다음이었으므로 충분히 4시간이면 달려 도착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했다. 

새로 개통된 도로에는 차가 별로 없었고... 우리는 여수에 도착해 만만한 모텔방을 하나 잡았다. 그런데 밤바다를 보려면 어딜 가야 하지? 친구들과 우리는 한밤중에 고도 140m의 '망마산'을 올라갔다.


'망마산' 위에서 내려다 본 여수밤바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아 나이 먹은 거 같아... 우리 이러지말자.

그 이후에는 이순신광장을 거닐다가 포장마차에 들어가 갑오징어와 삼치 선어회를 먹었다. 그때 여수의 선어회 맛에 홀딱 반했더랬다.


술에 잔뜩 취해 다음날 어딜 갈까 고민을 하던 중에 친구의 어머니께서 문자로 돌산도의 '향일암'을 추천해주셨다. 별 생각 없이 오케이 하고 다음날 아침...

향일암에 왔다.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의 향일암이다. 금오산의 절벽에 세워져 주변경관이 너무 좋다. 바다에 튀어나와있는 저 부분이 거북이의 머리라고 하는 듯. 향일암은 거북이 등에 올라가 있는 셈이다.


작은 동종. 향일암을 큰 암자가 아니다. 659년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신빙성이 적다고. 조선 숙종 39(1713년)에 인묵대사가 현재 자리로 암자를 옮기고 '향일암'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남해 일출과 기암절벽이 만들어내는 절경으로 유명해진 셈이다.


향일암의 바위들은 거북등처럼 되어 있어 영구암이라고도 부르는데, 암자에 돌을 깎아 만든 거북이가 엄청 많다. 향일암이 세워진 곳의 바위를 살펴보면 신기한 문양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꼭 절을 돌아다니다보면 이렇게 단청 사진을 찍곤 한다.(뿌옇게 날린 사진밖에 없나...)

대학시절에 단청을 전공한 교수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단청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다. 왕궁을 비롯해 사찰, 사당, 관청 등에 널리 사용되었지만, 사실 이것은 부의 상징이나 다름이 없었다. 


향일암은 낙산사의 홍연암, 남해의 보리암, 강화도의 보문암과 함께 한국 4대 관음기도처 중 하나이다. 보문암은 가보지 못했지만, 보리암과 이 향일암은 내가 가본 사찰 중 멋지기로는 손꼽는 절 중 하나이다.


돌을 깎아 만든 거북이. 너무 귀엽고 재미나게 생겨서 하나 가지고 싶었다. 등에 거북 등껍질 모양을 그대로 남겨 깎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사람들이 거북 조각의 등이나 머리에 동전을 올려놓고 가기도 한다.


비교적 최근에 다시 지어졌다고 한다. 오래된 고풍스러움은 별로 없지만 자연경관이 너무나 수려해서 모든 것을 압도한다. 이 이후에 부모님께서 여행을 가고싶다 하셔서 여수행 KTX 열차표를 끊어드리고 향일암 여행코스를 짜드린 적이 있다. 그때도 향일암을 둘러보시고 부모님께서 크게 만족하셨다. 여수여행에 강력하게 추천하는 코스다.

향일암에 오르는 길에 돌산갓김치 매장이 많은데, 이 곳에서 파는 갓김치를 먹어보면 밥 한 공기 먹고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진다. 차를 몰고 온 것이 아니었다면 즉시 자리를 깔고 갓김치에 막걸리 한 잔 했을 것이다. 


돌산도 길가에 피어있던 개양귀비. 차를 몰고 가던 중에 화려하게 핀 꽃들을 보며 친구에게 저거 양귀비 아니냐며 호들갑을 떨었다. 토목일을 하는 친구가 최근에 관상용 개양귀비를 적극적으로 조경에 사용하는 지자체들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꽃 하면 양귀비라더니 어쩜 이렇게 화려하고 이쁜지.


돌산도가 작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나 크다.

여수시에서 향일암을 다녀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식사를 하기 위해 들린 <구백식당>.

그냥 소문만 듣고 와서 뭘 먹어야 할 지 몰라 서대회 무침과 아귀탕, 금풍생이 구이를 시켰다. 가격이 싸지 않지만, 맛만 좋다면 가격은 문제가 없다.

위 사진은 서대회 무침인데, 서대는 남해에서 나는 20~30cm정도의 납작한 생선이다. 가자미목에 속해 있지만 지느러미와 꼬리가 튀어나와 있지 않아 언듯 보면 커다란 거머리처럼 생겼다... (이 당시만 해도 서대가 어떻게 생긴 생선인지 몰랐다.) 

서대는 살이 꼬들하니 식초와 초장으로 무쳐내면 맛이 좋다. 밥에 슥슥 비벼먹으면 무척 맛있는데, 회무침을 먹다보면 물회같은 걸 왜 먹나 싶을 정도.


시원한 아귀탕. 고기도 좋고 국물도 시원하지만, 다른 메뉴에 밀려 찬밥이 된 비운의 메뉴였다. 친구들도 탕 맛이 나쁘진 않은데, 다른 메뉴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 도무지 손이 가지 않는다는 평이 많았다.

아귀탕은 사실 국물이 필요해서 시킨 메뉴였고, 충분히 그 소임을 다했다.


이 날의 베스트 메뉴는 (가격도 제일 비싼) 금풍생이구이다. 

금풍생이의 대부분은 머리뼈, 가시같이 돋힌 지느러미. 못먹는 부위가 대부분이라 살점 수율이 좋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선맛은 기가 막히고 찰 정도로 좋다. 빠삭빠삭한 껍질부터 살점까지 맛있고, 특히 내장의 고소한 맛은 압권이다. 

도대체 이 녀석은 뭘 먹고 사는 지 궁금할 정도로 맛있는 맛이었다. 유난히 고소한 생선살에 간장양념이 올려져 있어 감칠맛을 더한다.

서대회 12000원, 금풍생이구이 13000원(2인분 기본), 아귀탕 12000원

<구백식당> 영업시간 07:00~20:30 화요일 휴무



1박 1일짜리 장거리 여행이었는데, 갑자기 삘이 꽂혀 가는 여행은 항상 좋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그런걸까. 아무튼 여수는 언제 또 한 번 들러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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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