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 집'의 '되는 메뉴'같은 느낌.
이제 마블은 뭘 해도 좋다. DC가 좋은 재료을 기막힌 조합으로 기를 써야 하는 반면에 마블은 뭘 해도 좋다. PC(도덕적 올바름)함을 갖추면서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가는 점에 대해서는 극찬해도 좋을 법하다. 덕분에 전문가들의 한줄평이나 기타등등의 평론을 보면 PC함에 대해 집중한 편이다. 나도 그점이 놀랍긴 하지만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괜찮은 작품이다.
마블이 즐겨 사용하는 <아이언맨>식 유머러스함이나 <토르>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식 신나는 전개를 제거하고도 이야기를 깔끔하게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였다. 기존 마블영화의 히어로들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도 스스로 재미를 만들어간 점은 정말 대단하다. 재미로만 따지만 이전에 나왔던 <닥터 스트레인지>과 <스파이더맨 홈 커밍>보다는 월등히 재미있는 것 같고 <토르: 라그나 로크>보다는 뒤지는 느낌이다.
이미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를 통해 선보인 점이 개별작품 <블랙 팬서>의 군더더기를 없애버렸다. 마블은 굳이 와칸다의 국력이 왜 강한지 설명하지 않아도 되며, 블랙팬서가 얼마나 강한지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비브라늄이 뭔지, 그에 얽힌 갈등이 무엇인지도 이미 <어벤져스>에서 다룬 바 있다.
처음에는 약간 낯선 풍경에 당혹스럽다. 영화는 어려운 용어를 설명하는 대신 블랙팬서가 돌파해야 할 내외적 갈등을 설정하고 장애물과 해결에만 집중한다. 그 대신 관객들은 <블랙 팬서> 주변인들을 파악하고 성격과 능력을 살피는데 주목하게 된다. 아는 사람도 없고, 아는 곳도 없다. 영화에 익숙해질 시간동안, 다행히 이야기의 흐름이 친숙하게 흘러간다. 덕분에 영화 속에 숨겨진 비밀이나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데 집중하는 대신에 낯선 인물관계를 파악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지나치게 후속작을 의식한 탓인지 와칸다를 아작낼 수도, 피비린내 나는 전투 결과를 만들 수도 없는 느낌이 들었다. 그 결과 깨지고 터지는 화려한 연출이나 참혹한 전쟁의 모습은 그려내지 않았다. 스펙타클에 필요한 CG와 액션에서 힘이 달리는 모습도 조금 있었다.
액션이 떨어지는 것이 PC함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의견도 있지만, 개인적으론 그런 것 같지 않고.... 스펙타클은 항상 전작과 비교되는데, 스펙타클의 크기에만 집중하는 순간 시리즈물이 회를 거듭할 수록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이를테면 트랜스포머 영화 시리즈같이) 오히려 초기에 인물관계나 캐릭터의 성격, 히어로의 약점등에 집중하면 이후작에선 스케일을 키우는데 집중하기 좋다.
시리즈 <블랙팬서>로서 가볍게 시작한 느낌. 앞으로 후속작이 나오길 기대해볼 수 있을 듯 하다. <블랙팬서>의 주요인물들이 매우 매력적인데, 후에 연계작에서는 어떻게 등장할지도 무척 궁금해진다. (토르 시리즈처럼 주인공 몇만 남고 주변인물 모두 들러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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