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일본여행.
별 생각 없이 휴가를 써버리고 별 생각 없이 표를 끊어 별 생각 없이 훌쩍 떠나버렸다.
원래는 몽골여행을 가려 했는데, 동행자도 구해지지 않았고, 너무 많이 지쳐 있었던 때라 깊게 고민하지 않은 듯 하다.
작은 가방에 핸드폰과 보조배터리 정도만 들고 갔고, 그 흔한 포켓 와이파이조차 가져가질 않았다.
거의 맨땅의 헤딩 수준이었는데, 일본어를 잘하는 후배에게 맥주공장 견학 예약을 부탁하고, 인터넷으로 각 도시 숙소정도만 예약했다.
숙소는 가격만 보고 결정한 터라 동선도 괴이하기 짝이 없는 여행이었다.
인터넷의 도움 없이 지도에 의지해 다닌 터라, 작은 가방에는 온통 종이 지도 투성이었다.
사진을 보니 그 때 생각이 조금씩 난다.
대한항공을 타고 서울 인천공항->도쿄 나리타공항으로 이동했다.
거리가 꽤 되고, 항공사도 항공사인만큼 점심식사는 제공.
경유하느라 나리타공항을 몇 번 다녀봤지만, 바깥으로 나간 건 처음이었다.
일본어는 읽을 수 있던지라 '오까에리나사이' 어서오란 말에 기뻐했다.
한국어 표지판이 많았던 것도 웃겼다.
니리타공항에서 우에노역까지 케이세이 본선을 타고 갔다.
케이세이 본선은 다른 방법에 비해 시간이 오래걸리지만 1000엔정도밖에 안되는 싼 열차였다.
처음 일본에 온 거라 바깥 풍경이 너무나도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야구복을 입은 학생들이 많이 보였던 것도 신기한 일이었고, 하천 변에 야구장이 많은 것도 신기했다.
아무데나 떨어졌는데 요도바시 카메라도 보이고.....
그런데 어디를 가야하는 걸까?
편의점에서 자가비 과자를 하나 사들고 고민을 하다가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구경하다 가고싶었다.
그래서 마냥 걸었다.
마침 옆에 커다란 우에노 공원이 있었다.
우에노 공원엔 사람이 많았다.
공연도 하고 있었고, 나들이 나온 가족도 많고 학생들도 많고.
잠시 어떤 사람의 묘기도 보고 즐거웠다.
마침 작은 신사가 보여서 들어가볼까 말까 주저하다가 들어가 보았다.
기도하는 설치물이 있었다.
가운데 원을 통과하며 8자를 그려 기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절에서 원통을 돌리는 불공방식등이랑 비슷한 것 같았다.
여기저거 종이장식이 매달려 있는 것도 신기했다.
막 일본에 처음 오니 소원을 적은 나무판을 매달아 놓은 것도 신기했다.
처음 보니까 신기했지, 몇 번 일본 돌아다니다 보니 이런 거 수십번도 더 봤다.
신사에 가서 물을 손에 축이거나, 향에 가서 몸에 향을 쐬이는 것, 돈을 넣고 종을 치고 박수를 치고 기도하는 등등 다양한 기도 방법이 있다.
우에노 공원에는 여러 미술관과 박물관이 있었다.
하루가 무한정 긴 것도 아니고 등에는 배낭도 매고 있으니 가장 큰 도쿄 국립 박물관에 가기로 결심했다.
도쿄 국립 박물관은 우에노 공원의 가장 끄트머리에 있다.
입장료가 600엔쯤 했던 것 같다.
박물관 건물이 많았는데, 본관과 동양관만을 관람했다.
참 애석했던 것이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 줄 알아 눈으로만 감상했는데, 알고보니 사진촬영이 가능했던 박물관이었다.
(한국 국립중앙박물관도 사진촬영이 가능했다.)
사람이 없던 시간인지 어쩐지 모르겠지만, 한국같지 않아서 사람도 없고 한적해 좋았다.
'고려관'이 있어 한국의 유적도 전시해뒀다. 한국말로 설명이 붙어있는 곳이 많았다.
한국의 역사관과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았고.
난생처음 일본에 와서 박물관부터 왔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들이 참 많았다.
이제 일본 역사도 공부해 조금 더 알고 있고, 많은 일본 지역을 돌아다녀보았으니 박물관에 다시 가면 좀 더 잘 알게 되지 않을까?
박물관 주변에 까마귀가 참 많았다.
공원 벤치에 앉아 자가비 과자를 뜯어먹는데, 까마귀가 와서 달라고 보챘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일본의 까마귀는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았다.
한국인들이 유독 까마귀니 고양이니 쫓아내서 동물들이 사람을 무서워하게 하는 것 같다.
일본은 자판기 없는 곳이 없다.
지나가다가 담배자판기가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웃겨서 사진 찰칵.
우에노 공원에서 아키하바라가 가까운 것 같아서, 또 무작정 걸었다.
아키하바라에 갔을 때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나 메이드까페 직원들, 각종 완구와 게임기를 파는 가게들을 보았지만, 등에 진 짐도 거대하고, 가게 안이 비좁아 감히 들어가보질 못했다.
아키하바라역 근처의 스타벅스에서 와이파이를 잡고, 이제 어딜 가야 하나 검색을 하다가 센소지 호조몬을 가보기로 했다.
늦은 시각에 가니 닫기 시작하는 가게들이 보였다.
고풍스런 건물들이 들어선 골목들을 지나다가 멘치 카츠도 하나 사먹고.
호조문에 가까이 가니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카메라를 들고 가야 했었다고 후회되는 지점.
핸드폰을 들어 찍는 걸로는 어림 없었다.
기도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사람들이 찍힐까봐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다.
여름 해가 늬엿늬엿 저가고, 슬슬 저녁을 먹고 숙소로 들어가볼까 결심했다.
지도를 보니 숙소까지 몇 km 안되는 것이 아닌가?!
하 이정도면 충분히 걷지.
하는 마음으로 걸었다.
센소지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걷다보면 괜찮은 식당도 있겠지.
없다.
다 문을 닫았다.
신기한 건 일본에 이런 아케이드가 정말 많다.
식당, 술집부터 채소, 정육, 해산물 가게, 슈퍼마켓, 약국, 문구점, 악기 가게 별 가게들이 아케이드에 줄지어 있다.
상업 골목과 주거 골목이 분리가 잘 되어 있는 것 같았다.
센소지에서 아케이드만 걸어도 숙소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가는 길에 마주친 야시장.
정말 먹고싶은 먹거리가 많았다.
다양한 철판요리에 튀김, 빵, 신기한 물건들.
이게 그 말로만(만화로 보았던) 금붕어잡기 게임을 봤다.
소심한 성격이라 직접 해보지는 않고 구경만.
그러다가 돌려 구슬을 뽑는 게임을 발견했다.
이정도면 (쉬우니까) 해볼만 한데.
색상 별로 뭘 준다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200엔을 내고 돌려보았는데 하얀색이 나왔다.
그래서 받은 것이 센베(전병) 과자.
아저씨가 '센베'라고 했으니까 센베 맞겠지.
무슨 맛을 발라줄까 하고 물어보셨는데, 이것 저것 말했던 것 같다.
별 맛이 없었다.
숙소로 가는 길에 꽤 정감이 가는 로컬 식당들이 많았는데, 부끄러워 선듯 들어가보기가 꺼려졌다.
결국 좀 더 넓고 큰 가게를 찾아보자며 무작정 걷는다는 것이 숙소까지 가버리게 되었다.
할 수 없이 근처의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샀는데, 직원이 한국인이었다.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체크인을 하고 이런 저런 설명을 듣고 씻고 라면에 물을 올린 것이 저녁 9시가 거의 다 되어서였다.
놀라운 건. 이 때까지 식당을 전혀 못 들어가봤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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