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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2.08 일본 교토(니조 성, 금각사, 료안지, 은각사, 청수사)
해외 유랑기2017. 12. 8. 21:59

4년전 일본 여행.

전날 무리하지 않고 아침 일찍 오사카의 숙소에서 나섰다.

JR패스를 이용해 오사카에서 교토까지 이동할 작정.


이게 무슨 우산인가? 오늘 비오나 했더랬다.

결국 이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숙소에서 1시간쯤 걸려 교토 역에 도착했다.


역사 근처에 있는 빵집에서 메론빵을 발견했다.

아침을 때울 겸 하나 냠냠.

난생 처음의 메론빵은 소보로빵에 설탕 발라진 빵인 것만 같았다.

실제로 재료도 유사한데, 한국의 소보로빵이 땅콩가루가 추가된 버전이다.

소보로빵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왔으나, 실제 소보로빵은 일본에서 발견하기 어렵고, 이 메론빵이 과거 소보로빵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셈이다.

(한국은 나름대로 땅콩가루를 추가해 업그레이드 되었다.)

메론빵엔 메론이 추가된 것이 아니고, 그냥 메론모양의 빵이다.

소보로빵과 마찬가지로 쿠키반죽을 씌운다음 빵을 굽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교토는 볼 거리가 아주 많다.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한 곳.

약 천년간 일본의 실질적 수도였던 곳이다.

일본은 수도는 나라->교토->도쿄 순으로 옮겨간 셈.

시영버스 1일 무제한 티켓(500엔)을 사면 교토 시내의 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첫 관람지는 니조 성.

니조 성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축조한 성으로 교토에 방문했을 때 자신이 머물 곳으로 삼았다고 한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임진왜란을 일으켰던 도요토미 히데요시 다음의 쇼군이다.)

이 커다란 성을 몇 년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막대한 건축비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충성하던 다이묘들에게 삥을 뜯었다고 한다.







니조성의 니노마루 궁전 입구.

니노마루의 바닥은 못을 이상하게 박아 삐걱거리는데, 이는 암살자가 소리없이 드나드는 걸 방지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니조성의 내부 촬영은 금지되어 있다.


니조성에는 아름다운 정원이 있다.


적의 침입에 대비해 깊은 해자도 설치되어 있다.

당시 쇼군의 직책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잘 설명되는 모습.


성터에 올라가 볼 수 있는 혼마루 궁전

니조성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와 곧장 금각사로 향했다.


금각사(로쿠온지).

정식명칭이 로쿠온지지만 킨카쿠지라고 더 잘 알려져 있다.

무로마치 막부의 제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츠가 별장으로 건립하였으나 후에 선종 불교의 사원이 되었다.

이와 대응되어 긴카쿠지(은각사)가 있다.

1950년도에 정신질환 증세가 있는 승려가 불을 질러 완전히 실되었다가 다시 재건된 건물이다.


미시마 유키오가 금각사 화재 소실을 모티브 삼아 <금각사>라는 소설을 쓴 바가 있다.

건물 하나가 유난히 화려하지만 볼 거리가 별로 없다.

그저 상징적 의미만 있을 뿐.

관람객도 엄청나게 많았다.


금각사보다 덜 유명하지만 더 고즈넉하고 분위기가 좋았던 료안지.

사실 이당시엔 그다지 유명한줄은 몰랐고, 금각사 바로 옆에 있길래 동선이 맞을 거 같아 들른 곳이었다.

료안지는 1450년 선종 사찰로 지어져 불과 30여년 만에 오닌의 난 때 소실되었다가 다시 재건했다.

재건하면서 크기가 줄었다고 한다.


고즈넉하니 사람도 없고 좋다.

(아니면 이날 일찍 방문한 탓이었을까?)

이 날 교토 방문 중 가장 좋았던 곳.


가레산스이 정원.

폭 25미터 길이 10미터의 자갈과 돌로 구성된 정원.

어떠한 각도에서 봐도 15개의 돌중 14개만 보인다고 한다.

이날 사람이 없어서 멍하니 앉아 구경했다.


가레산스이 (枯山水, かれさんすい)는 물을 사용하지 않고 돌과 모래를 이용해 산수를 표현하는 양식이다.

흰 모래나 작은 돌 등이 수면이고 표면의 문양은 물의 흐름을 나타낸다.







엽전 모양의 츠쿠바이.

네모난 입 구(口)자를 중심으로 한자가 써 있는데 吾, 唯, 知, 足 (오유지족) '나는 단지 만족을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만족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일깨워주는 말이라고 한다.


이날 운이 좋았는지 사람이 별로 없어 료안지 내부의 깨끗하고 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 베스트 여행지.


아침일찍 쏘아다니느라 힘들었다.

은각사 입구 근처에서 돼지고기볶음으로 식사를 했다.

정갈하니 맛이 좋았다.


은각사에 가는 길, 또 교토의 명소 중 <철학의 길>이 있는데, 그곳인줄로만 알고 찍었던 사진.

철학의 길은 교토의 철학자였던 니시다 키타로가 오가며 사색하던 길이다.

물론 니시다 키타로는 이 길도 걸었겠지.


은각사(긴가쿠지) 입구에서 볼 수 있는 가레산스이.

가운데 커다란 산은 후지산을 나타낸다.


은각사는 무로마치 막부 8대의 아시카가 요시마사 쇼군이 별장을 짓다가 죽어버려서 끝을 못 맺은 거라고 한다.

요시마사가 죽고 그의 유언에 따라 사찰로 바뀌었다.

금각사와는 다르게 은칠이 되어 있지 않고 굉장히 간소하다.


그래 사찰이라면 이정도 수수함은 갖추고 있어야지.

금칠(금각사)이 다 무어냐.


은각사 뒷산의 정원.

볼거리도 많았고.

금각사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은각사의 정원은 고즈넉하니 분위기가 좋다.

어쩜 저렇게 손상 하나 없이 이끼를 잘 키웠는지 모르겠다.

특히 바닥에 잎사귀 한 장 떨어져 있지 않은 게 놀라웠다.

이끼를 안 밟고 어떻게 정원을 정돈하는 것인지.


은각사에서 나오다가 일본 전통음식 당고도 먹어봐야지 하는 생각에 사들었던 당고.

간장맛 소스가 발라져 있는 찹쌀떡인데, 꼭 팥죽에 들어 있는 찹쌀심을 먹는 것 같았다.

달짝지근한 맛을 기대했는데 짭조름한 맛이라 놀랐다.

아마 맛은 지역마다 다르겠지?(내가 먹은 게 맛이 없던 거였겠지?)







이 다음엔 청수사로 향했다.

청수사를 가려면 언덕길을 2~30분정도 올라가야 한다.

청수사 올라가는 길에 일본전통 기념품과 먹거리, 선물용품을 파는 가게가 아주 많다.

그만큼 볼 거리도 많다.

교토 제일의 관광지라고 생각한다.

다른 곳은 제외해도 청수사만큼은 가봐야 한다.

청수사(기요미즈데라) 입구에 왔다. 

사람도 엄청나게 많고 사진을 찍을 수조차 없다.


청수사까지 올라왔던 길.

좌우로 일본전통가옥처럼 보이는 상점들이 줄을 섰다.

나도 이 근처에서 사기로 된 일본인형을 하나 샀다.

특이한 기념품과 먹을 것들이 많았다.


언덕을 오른 김에 청수사에 들어가야했는데,

맥이 딱 빠지면서 온 몸에 힘이 안들어갔다.

'들어가면 뭐해. 다 똑같겠지.'하는 생각만 들었다.

너무 힘들게 여행을 하면 중간에 매너리즘에 빠진다.

원래 이럴 땐 아무 일도 하지 말고 숙소에 쳐박혀 있는 게 최고다.

청수사는 다음번에 들르기로 하고 이 날은 이대로 철수했다.


어쨌든 교토까지 왔으니 기온거리는 가봐야지 하며 또 무작정 걸었다.

청수사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기온거리인 줄 알았다.

근데 아니다. 날씨는 덥고 습하고. 아침일찍부터 싸돌아다니느라 피고하고.

와이파이도 잡을겸 스타벅스.


교토에는 일본전통복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외국인 일본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일본복장을 빌려 입고 사진을 찍었다.

이날 학회 때문에 교토에 왔다는 어떤 박사님은 초등학생 따님에게 일본전통복장을 사줬다고 했다.

가격이 만만치 않았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이제 쉬었으니 조금 힘이 나는 듯 해서 기온거리 구석을 기웃기웃.

그러다가.....


이 날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관광은 무리라 교토에서 철수.

오사카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햅파이브 대관람차를 타러 왔는데....

너무 지쳐서 올라갈 수가 없었다.

완전 포기.

그냥 밥이나 먹고 쉬고 싶었다.


오사카도 비가 한창 쏟아졌다.

비는 오다 말다 하고 덥고 지치고 좀 돌아다니다가 쓰러져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식사는 해야지 하면서 난바에 찾아갔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많이 찾는 긴류라멘의 돈코츠라멘

쌀밥과 김치가 무한리필이 되었던가 그렇다.

이집은 한국인 입맛에 꽤 잘 맞을 듯 하지만, 잘 찾아보면 더 괜찮은 로컬 라멘집이 많다.

현재 한국인은 잘 찾아가지 않는 듯 하다(청겱도묹제고먓됴볅로곣이래저래검색번역방지)

정통 라멘을 먹어본 것은 이 집이 처음이다.

사실 라멘은 한국에도 맛있는 집이 많다.

Posted by 기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