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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4 욕심과 망상
한담2017. 11. 14. 08:30


요사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좋은 생각이나 하자며 버킷리스트 비슷한 거를 써봤다.

어떤 곳에서 어떤 집을 짓고 어떻게 살아야겠다 하며 망상을 펼치던 차에 실제로 내 망상을 구현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다.

사람들이 적당히 없고, 휴양지에도 가깝고, 공기 좋고, 가끔 친구들을 초대해서 즐겁게 놀 수 있고, 농사도 짓기 좋고, 작업실도 꾸몄으면 좋겠고, 창고도 있으면 좋겠고, 와인 셀러나 장식장이 있으면 좋겠고, 수영장이 있으면 더 좋겠다.

망상은 끝이 없지만 막상 그런 집을 그려보려니 부딫히는 것이 많았다.


나보다 많은 선배들이 전원주택을 꿈 꾸고 있었고 실제로 실현하는 중이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서 많은 설계도면을 봤고 많은 법적 절차와 건축법을 골똘히 봤다.

나는 돈을 많이 벌 수 없는데, 집 가격도 만만치 않고, 세금도 만만치가 않다.

이것저것 제약조건들을 조사하는 데에만도 몇 시간이 걸렸다.


당연하게도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 나는 부자여야 하고 그만큼 꾸준한 소득을 올리고 있어야 했다.

복권이 당첨되어 일확천금이 들어와도, 몽땅 집 짓는데 돈을 쓰면 부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런 집에서 사는 사람은 부자일테고 부자면 마땅히 부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테니까.

큰 땅, 큰 집. 큰 세금.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세금을 덜 내는 방법, 안 내는 방법을 찾다보니 이게 또 쉬운 일이 아니다.

며칠동안 버스며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그 방법을 검색했다.

검색된 웹브라우저에 온갖 불법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돈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굴리며 부잣세를 내지 않으려 하니 가진 것은 몸뚱아리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고생하는 것이다.

온갖 핍박과 어려움 속에서 돈을 벌어다 대부분을 집주인에게 헌납하고 가까스로 먹고사는 친구들이 생각났다.

그러다가 마지막에는 

'왜 세금을 내지 말아야 하나?

비싼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은 부자이니 당연히 내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부자들의 탈세가 빈번하게 벌어지는 이유다.

기득권자들이 보수화되고 기득권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서 나는 욕심을 꺾는 방법을 고심했다.

어디서 타협점을 찾아야 하나.

내 망상의 목표는 이제 가까스로 '고급주택' 기준에 맞지 않는 집을 짓는 것으로 향했다.

지하실에 바bar와 당구대가 있으면 좋겠지만, 망상을 접기로 한다.

큰 잔디밭이 있어 가끔씩 강아지와 뛰어 놀고 싶은 망상도 접기로 한다.

실내 수영장 망상도 접기로 한다.

푸른 자연경관도 접기로 한다.

접기로 한다.


정리된 그 망상을 설계해서 구체화해 보니 썩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망상은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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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기도하